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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알라 vs. 증산상제: 예수를 꾸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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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草人 최광민 2005-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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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최광민] 알라 vs. 증산상제: 예수를 꾸짖다

순서
  1. 알라 vs. 증산상제
  2. 알라, 예수를 꾸짖다
    1. 예수, 변명하다
  3. 증산상제, 예수를 꾸짖다
    1. 예수, 퇴출되다
    2. 리마두 (마테오 리치), 예수를 대체하다.



알라 -- Wikimedia Commons


증산상제 어진 (증산도)

# 알라 vs. 증산상제

살면서 꽤 많은 종교들의 경전들을 취미 삼아 혹은 호기심에서 읽어 보았는데, 이들 종교들의 최고신이 기독교에서 유일신을 구성하는 삼위일체 중 2위인 성자 "예수"를 호출해 "직접" 꾸짖는 내용을 담은 경전은 지금까지 딱 두개 읽어보았다.

하나는 무슬림들이 이슬람교의 유일신 알라의 영원한 말씀으로 간주하는 {코란}이고, 또 다른 하나는 19세기 말 전라도 고부 (정읍) 출생으로 1909년 세상을 떠난 증산 계열 민족종교들의 교조이자 그 계열 종교들에서 친히 이 세상에 강림한 우주의 주재자 증산/구천/옥황상제로 여기는 증산(甑山) 강일순(姜一淳)과 그의 처인 태모 고수부의 행적과 어록을 후세가 정리해 편찬한 증산도의 {도전 道典}이다. 증산도와 뿌리는 같은 대순진리회는 태모 고수부가 아닌 조철제가 도통을 이었다고 여긴다.

{코란}은 이슬람교를 창교한 무함마드가 AD 632년 사망한 후 결집되어 편찬되었고, 증산도의 {도전}은 증산도 안경전 종정이 이전의 문건들을 전체 11편으로 편집/교정해 1992년 초판을 냈다. 1981년에 출간된 {증산도의 진리}에도 유사한 내용이 실려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두 경전에 따르자면, 알라와 증산상제는 우주의 주재자이자 지배자로서 거의 동급이라 할 수 있고, 예수는 알라 ~ 상제가 진리를 설파하여 인류를 계도하기 위해 지상으로 파견한 선지자 혹은 일꾼 으로 묘사된다. 옥황상제 / 미륵 / 남방삼리화 / 칠성 / 천지일월인 증산상제가 알라 처럼 우주의 "창조자"이기까지 한지는 분명치 않다.

그런데 예수가 알라나 상제에게 추궁을 당하는 이유가 서로 꽤 다르다.

한번 읽어보자.



# 알라, 예수를 꾸짖다.

무함마드가 이슬람교를 창교하고 고향인 메카 사람들의 박해를 피해 메디나로 도피한 헤지라 연도가 AD 612년, 그리고 메디나에서 얻는 지지자들을 이끌고 메카를 탈환해 이슬람교의 구심점으로 삼은 것이 AD 629/630년 이다.

초기 이슬람교의 포교과정에서 무함마드의 1차 포섭대상은 넓게 "아브라함계 종교"라 볼 수 있는 기독교와 유대교였는데, 기독교를 포섭하기 위해서는 "무함마드가 예수 (아랍어, 이사)를 계승한 알라의 예언자"란 점을, 유대교를 포섭하기 위해서는 "무함마드의 알라와 유대교의 야훼는 같으며 철저히 일신론적 신"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비판해야 했다. 알라의 말을 천사 지브릴 (유대/기독교의 가브리엘)이 무함마드에게 전해주고, 무함마드의 구술을 오류없이 기적적으로 채록하였다는 {코란} 역시 이 관점에서 예수를 꾸짖고 예수는 이에 변명한다.

그런 이유로, 기독교 측에서 볼 때 이슬람교는 기독교의 "이단"이고, 유대교의 입장에서는 기독교의 예수를 신의 정통 예언자로 보는 이슬람은 "이단"의 "이단"이 되는 셈.

이 주제가 등장하는 {코란}의 제 5장 {알-마이다 Al-Ma'idah / 음식}에서 발췌한다. 아랍어 원문, 영어번역 2종, 그리고 한국어 {꾸란}에서 인용하겠다.

우선 5장 7절에서 알라는 "마리아의 아들 (이븐 마리얌) 메시아 (알-마시) 를 알라로 여기는 자"를 저주받을 불신자로 비난한다. {코란}에서 아랍어로 예수 (이사)를 지칭하는 말 호칭 가운데 하나는 "이사 알-마시" - 즉, "메시아 예수"다. 하지만 이슬람에서의 "메시아/마시"는 기독교에서 뜻하는 "구원자"란 뉘앙스와는 사뭇 다르다. 알라로만 구성되는 철저한 일신론을 지향하는 이슬람에서 예수는 인간일 뿐이며 "알라의 영 (루 알라)" 까지가 그에게 붙여질 수 있는 가장 영적 호칭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알라의 영"과 기독교의 "성령" 또한 그 뉘앙스가 아주 다르다. 이슬람에서는 예수에게 "신성"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예수는 언제든 알라에 의해 사라질 수 있는 피조물일 따름이다.

원문

لَقَدْ كَفَرَ الَّذِينَ قَالُوا إِنَّ اللَّهَ هُوَ الْمَسِيحُ ابْنُ مَرْيَمَ ۚ قُلْ فَمَنْ يَمْلِكُ مِنَ اللَّهِ شَيْئًا إِنْ أَرَادَ أَنْ يُهْلِكَ الْمَسِيحَ ابْنَ مَرْيَمَ وَأُمَّهُ وَمَنْ فِي الْأَرْضِ جَمِيعًا ۗ وَلِلَّهِ مُلْكُ السَّمَاوَاتِ وَالْأَرْضِ وَمَا بَيْنَهُمَا ۚ يَخْلُقُ مَا يَشَاءُ ۚ وَاللَّهُ عَلَىٰ كُلِّ شَيْءٍ قَدِيرٌ

영어 직역

Those who said: "That God, He is the Messiah Mary`s son." had disbelieved, say: "So who owns/possesses from God a thing, if He wanted that He destroys the Messiah, Mary`s son, and his mother, and who (is) in the earth/Planet Earth all together? And to God (are) the skies/space and what (is) between them (B)`s ownership/kingdom , He creates what He wills/wants, and God (is) on every thing capable ."

영어 번역, {The Nobel Koran}

Surely, in disbelief are they who say that Allah is the Messiah, son of Maryam (Mary) . Say (O Muhammad): "Who then has the least power against Allah, if He were to destroy the Messiah, son of Maryam (Mary), his mother, and all those who are on the earth together?" And to Allah belongs the dominion of the heavens and the earth, and all that is between them. He creates what He wills. And Allah is Able to do all things.

한국어 {꾸란}

5:17: 하나님이 마리아의 아들 예수라 말하는 그들에게 저주가 있으리라. 어느 누구도 하나님의 벌을 막지 못하리니 그분의 뜻이라면 마리아의 아들인 예수와 그의 어머니와 세상의 모든 것이 멸망하게 되노라. 천지의 권능이 하나님에게 있으며 그 사이의 삼라만상이 그분의 것이며 뜻이 있을 때 창조하시니 하나님은 모든 일에 전지전능하시니라.


5장 110절에서 알라는 예수가 지상에서 한 일은 모두 자신의 허락에 따른 것이었음을 다시 강조한다.



이상하게도 알라는 여기서 예수에게 타우라 (토라/구약)과 인질 (복음서/신약)을 직접 가르쳤다고 말하지만, 여기 예로 언급된 (1) 예수가 갓난아기 때 요람에서 말로 가르침을 폈다는 내용과 (2) 예수가 진흙으로 빚은 새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는 내용은 기독교의 {복음서}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으며, 대신 시리아 지역에 널리 퍼져있던 전설 수준의 기독교 {위경}들에만 등장하는 내용이다. 무함마드 당시와 전후 기독교 분파 (칼케돈파 카톨릭, 단성/합성파 (이집트 꼽트교회, 시리아 야곱파 교회), 양성파/네스토리우스파  동방교회) 어디서도 이들 {위경} 문서들의 내용을 인준한 적이 없다. 



아울러 이슬람은 알라가 예수를 십자가에서 죽게 내버려두지 않고 데려갔으며, 그를 죽이려던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예수를 죽인 것으로 착각한 것이란 식으로 이 마지막 문장을 이해한다. 

원문

إِذْ قَالَ اللَّهُ يَا عِيسَى ابْنَ مَرْيَمَ اذْكُرْ نِعْمَتِي عَلَيْكَ وَعَلَىٰ وَالِدَتِكَ إِذْ أَيَّدْتُكَ بِرُوحِ الْقُدُسِ تُكَلِّمُ النَّاسَ فِي الْمَهْدِ وَكَهْلًا ۖ وَإِذْ عَلَّمْتُكَ الْكِتَابَ وَالْحِكْمَةَ وَالتَّوْرَاةَ وَالْإِنْجِيلَ ۖ وَإِذْ تَخْلُقُ مِنَ الطِّينِ كَهَيْئَةِ الطَّيْرِ بِإِذْنِي فَتَنْفُخُ فِيهَا فَتَكُونُ طَيْرًا بِإِذْنِي ۖ وَتُبْرِئُ الْأَكْمَهَ وَالْأَبْرَصَ بِإِذْنِي ۖ وَإِذْ تُخْرِجُ الْمَوْتَىٰ بِإِذْنِي ۖ وَإِذْ كَفَفْتُ بَنِي إِسْرَائِيلَ عَنْكَ إِذْ جِئْتَهُمْ بِالْبَيِّنَاتِ فَقَالَ الَّذِينَ كَفَرُوا مِنْهُمْ إِنْ هَٰذَا إِلَّا سِحْرٌ مُبِينٌ

영어 직역

when God said: "You Jesus Mary`s son, remember My blessing on you and on your mother, when I supported you with the Holy/Sanctimonious Soul/Spirit, you speak/converse (to) the people in the crib/cradle and aged approximately between thirty to fifty years , and when I taught/instructed/informed you The Book , and the wisdom , and the Torah/Old Testament, and the New Testament/Bible , and when you create as a shape/form (of) the bird/birds with My permission, so you blow in it, so it will be flying/birds, with My permission, and you cure and heal the blind/born blind, and the leper with My permission, and when you bring out the deads with My permission, and when I prevented/stopped Israel`s sons and daughters from you, when you came to them with the evidences, so those who disbelieved from them said: "That that (is) except clear/evident magic/sorcery."

{The Nobel Koran}

(Remember) when Allah will say (on the Day of Resurrection). "O 'Iesa (Jesus), son of Maryam (Mary)! Remember My Favour to you and to your mother when I supported you with Ruh-ul-Qudus [Jibrael (Gabriel)] so that you spoke to the people in the cradle and in maturity; and when I taught you writing, Al-Hikmah (the power of understanding), the Taurat (Torah) and the Injeel (Gospel); and when you made out of the clay, as it were, the figure of a bird, by My Permission, and you breathed into it, and it became a bird by My Permission, and you healed those born blind, and the lepers by My Permission, and when you brought forth the dead by My Permission; and when I restrained the Children of Israel from you (when they resolved to kill you) since you came unto them with clear proofs, and the disbelievers among them said: 'This is nothing but evident magic.' "

한국어 {꾸란}

5:110 마리아의 아들 예수야 내가 내린 나의 은총을 기억하라. 내가 너를 성령으로 보호하여 네가 요람에서 그리고 성숙하여 사람들에게 말을 하였노라 내가 너에게 말씀과 지혜를 그리고 구약과 신약을 가르쳤노라 너는 흙으로 나의 뜻에 따라 새의 모양을 빛어 그곳에 호흡을 하니 나의 뜻에 따라 새가 되었노라 또한 장님과 문등 병을 치료하였으니 나의 뜻이었고 또한 죽은 자를 살게하니 이도 나의 뜻이었노라 또 네가 그들에게 기적을 행하매 이스라엘 자손들이 너를 음모하여 살해하려하니 내가 이를 제지하였노라 이때 그들 가운데 불신자들은 이것은 분명한 마술에 불과하도다 하더라


116절에서 알라는 예수의 제자들 혹은 기독교도들이 예수와 마리아를 알라와 더불어 "신으로 경배"하게 된 것이 예수가 그렇게 가르쳐서인지를 다시 추궁한다. 사실 이 부분은 기독교도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삼위일체 교리를 따르던 무함마드 당시의 기독교 분파 (칼케돈파 카톨릭, 단성/합성파 (이집트 꼽트교회, 시리아 야곱파 교회), 양성파/네스토리우스파  동방교회) 어디서도 마리아를 "공경"할 지언정 "신으로 숭배"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아라비아에는 마리아를 여신으로 섬기고 여사제를 둔 기독교 이단이 존재하긴 했다.





그럼 5:116절을 읽어보자.

원문

وَإِذْ قَالَ اللَّهُ يَا عِيسَى ابْنَ مَرْيَمَ أَأَنْتَ قُلْتَ لِلنَّاسِ اتَّخِذُونِي وَأُمِّيَ إِلَٰهَيْنِ مِنْ دُونِ اللَّهِ ۖ قَالَ سُبْحَانَكَ مَا يَكُونُ لِي أَنْ أَقُولَ مَا لَيْسَ لِي بِحَقٍّ ۚ إِنْ كُنْتُ ��ُلْتُهُ فَقَدْ عَلِمْتَهُ ۚ تَعْلَمُ مَا فِي نَفْسِي وَلَا أَعْلَمُ مَا فِي نَفْسِكَ ۚ إِنَّكَ أَنْتَ عَلَّامُ الْغُيُوبِ

영어 직역

And when God said: "You Jesus Mary`s son, did you say to the people `Take me and my mother (as) two gods from other than God?` He (Jesus) said: `Your praise/glory, (it) is not to be for me that I say what is not for me with (a) right/truth, if I was (had) said it, so You had known it, You know what (is) in my self, and I do not know what (is) in Your self, that You, You (are) all knower (of) the unseens/hidden (unknown).`"

영어, {The Noble Koran}

And (remember) when Allah will say (on the Day of Resurrection): "O 'Iesa (Jesus), son of Maryam (Mary)! Did you say unto men: 'Worship me and my mother as two gods besides Allah?' " He will say: "Glory be to You! It was not for me to say what I had no right (to say). Had I said such a thing, You would surely have known it. You know what is in my inner-self though I do not know what is in Yours, truly, You, only You, are the All-Knower of all that is hidden and unseen.

한국어 {꾸란}

5:116 하나님께서 마리아의 아들 예수야 네가 백성에게 말하여 하나님을 제외하고 나 예수와 나의 어머니를 경배하라 하였느뇨, 하시니 영광을 받으소서 결코 그렇게 말하지 아니했으며 그렇게 할 권 리도 없나이다 제가 그렇게 말하였다면 당신께서 알고 계실것입니다 당신은 저의 심중을 아시나 저는 당신의 심중을 모르나니 당신은 숨겨진 것도 아시는 분이십니다




이 추궁에 대해 예수는 자신은 결코 그런 적이 없다고 스스로를 강경하게 변호한다.

원문

مَا قُلْتُ لَهُمْ إِلَّا مَا أَمَرْتَنِي بِهِ أَنِ اعْبُدُوا اللَّهَ رَبِّي وَرَبَّكُمْ ۚ وَكُنْتُ عَلَيْهِمْ شَهِيدًا مَا دُمْتُ فِيهِمْ ۖ فَلَمَّا تَوَفَّيْتَنِي كُنْتَ أَنْتَ الرَّقِيبَ عَلَيْهِمْ ۚ وَأَنْتَ عَلَىٰ كُلِّ شَيْءٍ شَهِيدٌ

영어 직역

`I did not say to them except what You ordered/commanded me with it, that worship God, my Lord and your Lord, and I was on them a witness as long as I continued/lasted in (between) them, so when You made me die, You were the guard on them, and you (are) on every thing (an) honest witness.`

영어 {The Noble Koran}

"Never did I say to them aught except what You (Allah) did command me to say: 'Worship Allah, my Lord and your Lord.' And I was a witness over them while I dwelt amongst them, but when You took me up, You were the Watcher over them, and You are a Witness to all things. 

한국어 {꾸란}

5:117  당신께서 저에게 명령한 것 외에는 그들에게 말하지 아니했으니 나의 주님이요 너희의 주님인 하나님만을 경배하라 하였으며 제가 그들과 함께 있음에 저는 그들에게 증인이 되었고 당신이 저를 승천시킨 후에는 당신께서 그들을 지켜보고 계시나니 당신은 모든 것의 증인이십니다


예수는 변호를 마친 후 이어서 "자신을 신으로 섬기는" 기독교도들에 대한 알라의 자비를 구한다.

원문

إِنْ تُعَذِّبْهُمْ فَإِنَّهُمْ عِبَادُكَ ۖ وَإِنْ تَغْفِرْ لَهُمْ فَإِنَّكَ أَنْتَ الْعَزِيزُ الْحَكِيمُ

영어 직역

If You torture them, so that they are Your worshippers/slaves, and if You forgive for them, so that You are the glorious/mighty , the wise/judicious .`

영어 {The Noble Koran}

"If You punish them, they are Your slaves, and if You forgive them, verily You, only You are the All-Mighty, the All-Wise ."

한국어 {꾸란}

5:118 당신께서 그들에게 벌을 내리신다 해도 그들은 당신의 종복들이며 당신께서 그들을 용서하신다면 실로 당신께서는 권능과 지혜로 충만하십니다


알라가 예수를 추궁한 것은 바로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1270년 정도 뒤인 19/20세기 전환기 조선/대한제국으로 가보자.

이번엔 예수가 꾸중 당하는 이유가 사뭇 다르다.



# 증산상제, 예수를 꾸짖다.

1871년 출생의 증산상제 증산 강일순이 전주 모악산 대원사 칠성각에서 대도통을 한 것이 1901년의 일이고, 이후 190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도인들을 지도하며 우주와 천지의 질서를 교체하는 소위 "천지공사"를 벌였으니, 다음에 설명할 사건은 그 8년 중 어느 시점에 일어난 일이다.

19/20세기 전환기 구한 말 조선 땅에 강림한 증산상제 강증산이 예수를 꾸짖었다면, 이번에는 도대체 어떤 이유 때문인지 살펴보자.

증산도의 {도전 道典} 6:7절에 따르면, 강증상 스스로 밝힌 자신의 정체는 아래와 같다. 

  • 1 나는 옥황상제(玉皇上帝)니라.
  • 2 나는 미륵(彌勒)이니라.
  • 3 나는 남방 삼리화(三離火)로다.
  • 4 나는 칠성(七星)이니라.
  • 5 나는 천지일월(天地日月)이니라.
  • 6 내가 장차 불로 오리라.
  • 7 나는 마상(馬上)에서 득천하(得天下)하느니라.

이러한 증상상제가 인간 세상에 강림한 사연을 증산도에서 편찬한 {도전 道典} 4장155절에서 찾아 읽어본다.

  • 1 하루는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 공사를 맡고자 함이 아니로되 천지신명(天地神明)이 모여들어
  • 2 ‘상제님이 아니면 천지를 바로잡을 수 없다.’ 하므로 괴롭기는 한량없으나 어찌할 수 없이 맡게 되었노라.” 하시니라.
  • 치천하는 너희들이 하라
  • 3 하루는 성도들에게 일러 말씀하시기를 “평천하(平天下)는 내가 하리니 치천하(治天下)는 너희들이 하라.” 하시니라.


사실 증산상제는 자신이 세상으로 하생하기 전인 선천시대에 인간세상에 대성인들을 내려 보낸 적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공자, 석가, 예수, 그리고 노자였다. 증산상제가 득도한 1901년 무렵에도 아프리카에서 중국 서부까지를 여전히 장악하던 이슬람교의 교조 무함마드가 빠져있는게 좀 눈에 걸리긴 한다.

{도전} 2:40절은 이렇게 증상상제의 말을 이렇게 기록한다.

  • 1 예수를 믿는 사람은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고
  • 2 불교도는 미륵의 출세를 기다리고
  • 3 동학 신도는 최수운의 갱생을 기다리나니
  • 4 ‘누구든지 한 사람만 오면 각기 저의 스승이라.’ 하여 따르리라.
  • 5 ‘예수가 재림한다.’ 하나 곧 나를 두고 한 말이니라.
  • 6 공자, 석가, 예수는 내가 쓰기 위해 내려 보냈느니라.


그런데 증산상제가 보기엔 이들 선천시대의 "대성인"들이 지상에서 펼친 활동이나 가르침이 영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들의 신자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이들 대성인들을 호출해 꾸짖기로 한다.  신자들은 "눈을 감은" 상태에서 이 취조장면을 목격한 듯 싶다.




이를 "선천성인 심판공사"라고 한다. {도전}10:40을 읽어보도록 하자.

  • 1 이 날 오후에 약방 마당에 멍석을 깔고 상제님께서 그 위에 반듯이 누우시어 치복에게 “새 자리를 그 앞에 펴라.” 하시거늘
  • 2 치복이 명하신 대로 멍석을 가져다 펴니 상제님께서 허공을 향해 준엄한 음성으로 말씀하시기를 “꼼짝 마라. 오늘은 참 성인을 판단하리라.” 하시고
  • 3 문 앞에 세워 두었던 기(旗)를 가져다 불사르게 하시니 뜻밖에 벽력이 일어나니라.


우선 증상상제는 신자들에게 공자를 불러오라고 명을 내린 후, 유교의 가르침이 실상 세상에 도움을 주지 못하였다며 공자를 꾸짖고 쫒아버린다.

  • 4 이 때 상제님께서 큰 소리로 명하시기를 “공자(孔子) 부르라.” 하시니 성도들이 어쩔 줄 몰라 머뭇거리거늘
  • 5 다시 “어서 공자를 부르지 못할까!” 하고 호통치시매 성도들이 놀라서 엉겁결에 “공자 잡아 왔습니다.” 하는지라
  • 6 상제님께서 “불러 오라 하였지 잡아 오라 안 했는데 너무했다.” 하시고 “너희들은 눈을 감고 보라.” 하시므로
  • 7 성도들이 눈을 감고 보니 뜻밖에 펼쳐 놓은 자리에 공자가 무릎을 꿇고 “공자 대령했습니다.” 하고 아뢰더라.
  • 8 상제님께서 꾸짖으시기를 “공자야, 네가 소정묘(少正卯)를 죽였으니 어찌 인(仁)을 행하였다 하며, 삼대(三代) 출처(黜妻)를 하였으니 어찌 제가(齊家)하였다 하리오.
  • 9 또한 내 도(道)를 펴라고 내려 보냈거늘 어찌 제자들을 도적질 해먹게 가르쳤느냐. 그 중생의 원억(寃抑)을 어찌할까. 그러고도 성인이라 할 수 있느냐!
  • 10 너는 이곳에서 쓸데없으니 딴 세상으로 가거라.” 하시고 큰 소리로 “저리 물리쳐라.” 하시니라.


다음은 불교의 교조 석가 (고타마 싯달타)를 호출해 꿇어앉힌 후, 속세를 떠나 해탈에 이르란 가르침을 편  고타마 붓다의 가르침이 폐륜의 도라며 호되게 꾸짖고 역시 쫒아보낸다.


  • 11 이어 “석가(釋迦)를 부르라.” 하고 명하시니 즉시 석가모니가 “대령했습니다.” 하고 꿇어앉아 아뢰거늘
  • 12 상제님께서 꾸짖으시기를 “석가야, 너는 수음(樹陰) 속에 깊이 앉아 남의 자질(子姪)을 유인하여 부모의 윤기(倫氣)와 음양을 끊게 하니
  • 13 너의 도가 천하에 퍼진다면 사람의 종자나 남겠느냐. 종자 없애는 성인이냐?
  • 14 네가 국가를 아느냐, 선령을 아느냐, 중생을 아느냐. 이런 너를 어찌 성인이라 할 수 있겠느냐. 너도 이곳에서 쓸데없으니 딴 세상으로 가거라.” 하시고 “이 자도 물리쳐라.” 하시니라.




이어서 예수가 호출되는데, 조상공경을 무시한 예수의 가르침을 역시 폐륜의 도라 호되게 꾸짖고 쫒아낸다.

  • 15 상제님께서 다시 명하시기를 “야소(耶蘇) 부르라.” 하시니 즉시 예수가 꿇어앉아 “대령했습니다.” 하고 아뢰거늘
  • 16 상제님께서 꾸짖으시기를 “야소야, 너를 천상에서 내려 보낼 적에 내 도를 펴라 하였거늘 선령을 박대하는 도를 폈으니 너를 어찌 성인이라 할 수 있겠느냐!
  • 17 네가 천륜을 아느냐 인륜을 아느냐. 너는 이곳에서 쓸데없으니 딴 세상으로 가거라.” 하시고 큰 소리로 “이 자를 물리쳐라.” 하시니라.


마지막으로는 "어머니 뱃속에서 81년에 있다 출생"하였다는 전설로 유명한 노자를 호출해 그의 불효와 그의 신선도를 허망하다 꾸짖는다.

  • 18 이어서 “노자(老子)를 부르라.” 하시니 즉시 노자가 “대령했습니다.” 하매
  • 19 상제님께서 꾸짖으시기를 “노자야, 세속에 산모가 열 달이 차면 신 벗고 침실에 들어앉을 때마다 신을 다시 신게 될까 하여 사지(死地)에 들어가는 생각이 든다 하거늘
  • 20 ‘여든한 해를 어미 뱃속에 머리가 희도록 들어앉아 있었다.’ 하니 그 어미가 어찌 될 것이냐.
  • 21 그런 불효가 없나니 너는 천하에 다시없는 죄인이니라.
  • 22 또한 네가 ‘이단(異端) 팔십 권을 지었다.’ 하나 세상에서 본 자가 없고, 나 또한 못 보았노라.
  • 23 그래도 네가 신선(神仙)이냐! 너도 이 세상에서 쓸데없으니 딴 세상으로 가거라.” 하시며 큰 소리로 “당장 물리쳐라.” 하시니라.



이렇게 공자, 붓다, 예수, 노자를 불러 호통을 친 후 쫒아내긴 했는데, 증산상제는 이들을 다시 불러들여서 앞으론 자신의 도를 따르라고 명한다. 이로써 증산상제는 이들 선천세계의 대성인과 그들의 종교에 대한 심판공사를 완료한다.

  • 24 잠시 후에 상제님께서 또 명하시기를 “공자, 석가, 야소, 노자를 다시 부르라.” 하시니 그들이 모두 대령하거늘
  • 25 말씀하시기를 “들어라. 너희들이 인간으로서는 상 대우를 받을 만하나 너희들의 도덕만 가지고는 천하사를 할 수가 없느니라.
  • 26 너희들의 도덕이 전혀 못쓴다는 말은 아니니 앞으로 나의 도덕이 세상에 나오거든 너희들 모두 그 안에서 잘 살도록 하라.
  • 27 나의 말이 옳으냐? 옳으면 옳다고 대답하라.” 하시며 소리치시니 천지가 진동하여 문지방이 덜덜 떨리더라.
  • 28 상제님께서 다시 말씀하시기를 “수천 년 밀려 오던 공사를 금일에야 판결하니 일체의 원억이 오늘로부터 고가 풀리느니라.” 하시니라.

증산상제가 이런 "심판"을 내린 이유는, {도전} 2:40절에 언급된 것처럼 이들 선천시대 종교들의 한계가 이미 드러나 후천시대엔 이를 교정한 새로운 도가 필요하기 때문. 

  • 1 예수를 믿는 사람은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고
  • 2 불교도는 미륵의 출세를 기다리고
  • 3 동학 신도는 최수운의 갱생을 기다리나니
  • 4 ‘누구든지 한 사람만 오면 각기 저의 스승이라.’ 하여 따르리라.
  • 5 ‘예수가 재림한다.’ 하나 곧 나를 두고 한 말이니라.
  • 6 공자, 석가, 예수는 내가 쓰기 위해 내려 보냈느니라.


사실 증산상제는 선천시대의 성인들과 자신의 강림 사이에 자신의 시대인 후천시대를 준비할 대체성인들을 미리 파견해 두었다고 {도전}은 전한다.

(1) 노자를 대신해 동학의 수운 최제우가 새로운 선도를 이끌고, (2) 고타마 싯달타를 대신해 조선 명종-선조시대에 전라도 일대에서 생불이지 붓다의 화신으로 불렸던 진묵대사 (1562-1633)가 새 불교를 이끌며, (3) 남송시대 성리학/주자학을 창도한 회암 주희가 새 유교를 이끌고, 마지막으로는 (4) 명나라 시대 중국에 온 로마카톨릭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 (리마두)가 새 기독교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증산도 {도전} 4:8절을 읽어보자.

  • 1 선도와 불도와 유도와 서도는 세계 각 족속의 문화의 근원이 되었나니
  • 2 이제 최수운은 선도의 종장(宗長)이 되고
  • 3 진묵은 불도의 종장이 되고
  • 4 주회암은 유도의 종장이 되고
  • 5 이마두는 서도의 종장이 되어 각기 그 진액을 거두고
  • 6 모든 도통신(道統神)과 문명신(文明神)을 거느려 각 족속들 사이에 나타난 여러 갈래 문화의 정수(精髓)를 뽑아 모아 통일케 하느니라.
  • 7 이제 불지형체(佛之形體) 선지조화(仙之造化) 유지범절(儒之凡節)의 삼도(三道)를 통일하느니라.
  • 8 나의 도(道)는 사불비불(似佛非佛)이요, 사선비선(似仙非仙)이요, 사유비유(似儒非儒)니라.
  • 9 내가 유불선 기운을 쏙 뽑아서 선(仙)에 붙여 놓았느니라.




리마두 (利瑪竇) / 마테오 리치가 누구던가!


유클리드의 {기하학원론}을 함께 중국어로 번역한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와 명나라 예부상서 서광계


{도전}을 읽어보기 전 내가 아마도 처음 읽었던 증산도 관련 서적은 고등학교 때 접했던 {이것이 개벽이다}란 책자였는데, 이 책자에서 선천시대의 예수가 리마두/마테오 리치로 대체되었다는 증산도의 교리를 읽고 아연실색했던 강렬한 기억이 지금도 떠오른다. (후천시대엔 23.5도 기울었던 지축이 똑바로 선다는 교리와 함께). 

마테오 리치에 대한 증상상제의 호평은 처음엔 꽤 낯설게 느껴지지만, 조선 말기에 천주학이 마테오 리치의 저작 {천주실의}를 통해 명나라에서 전파되어 특별히 주로 일부 양반 지식인 층에서 비밀리에 전파되었던 역사적 사실을 상기하면 증산상제가 뜬금없이 일개 로마카톨릭 선교사 가운데 한 명인 마테오 리치를 예수에 버금가는 대성인으로 간주하는게 충분히 이해될 것이다. 특별히 증산상제의 할동시대에 조선인들이 일본과 미국에 의한 개항과 청일, 러일전쟁으로 서양의 월등한 물질문명과 무기의 위력을 직접 목격했으니 마테오 리치로 대변되는 서구문명에 대한 평가 역시 거기에 압도되었을 것이다. 

즉, 당시 조선 말의 조선 지식층에게 마테오 리치는 "THE 기독교도" 혹은 "THE 천주교도" 혹은 "THE 서양인", 즉 기독교과 서구문명 그 자체였다. 



로마카톨릭 예수회 수도사이자 중국 선교사인 마테오 리치는, 1552년 이탈리아 중부 마체라타 출신으로 그곳에서 예수회가 경영하던 학교를 졸업하고, 16세에 로마에 와서 1571년에 예수회에 입회한다. 로마의 콜레기오 로마노에서 수사학, 철학, 수학, 유클리드 기하학, 천문학, 지리학 등의 최신학문을 교육 받았다. 이 대학에서 배움을 받은 스승 중 한 명이 그레고리우스력 개정에 참여한 독일인 학자 클라비우스였는데, 이 학교에서는 수학과 천문학을 강도높게 가르쳤다.

1578년 3월 말, 마테오 리치는 14명의 예수회 선교사와 함께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떠나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경유해 9월 13일 인도의 고아에 도착했다. 당시 동양으로 가는 로마카톨릭 선교사는 인도의 고아와 중국 (명) 마카오에 무역기지를 가지고 있던 포르투갈 국왕으로 부터 선교보호권을 받아야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1582년 마카오에 도착하여 인도에서 온 불승으로 가장하고 중국어와 한자를 배우면서 중국 입국을 준비하면서 아예 이름도 "리마두 (利瑪竇)"로 개명한다.

1601년 마침내 북경에 정착한 마테오 리치는 유교과 기독교의 가르침 가운데 공통분모가 있는 지점을 찾아, 이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기독교의 교리를 설파할 선교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상관인 발리냐노 (Valignano)의 허락을 받아 유교와 기타 중국의 경서들을 연구했으며 심지어 중국의복을 입는 등 중국화에 착수했다. 당시 저명한 명 황실의 관료로써 마테오 리치를 통해 로마카톨릭으로 개종한 서광계(徐光啓)와 함께 중국의 경서를 라틴어로 번역하고, 또 유럽의 신학서, 수학/과학서를 중국어로 번역하는 등 동서문화 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특히 그가 명 황실에 유럽의 과학문명을 전파한 것은 그 여파가 엄청났다.

마테오 리치의 선교방식은 서광계가 표현한 바와 같이 "유교를 보완하고 불교를 배척한다"는 소위 "보유역불(補儒易佛)"로 설명될 수 있는데,  그는 기독교의 가르침이 전적으로 중국인들에게 낯선 것이 아니며, 사실 중국인들도 고대로부터 기독교와 같은 신 관념 ("천주")을 가져왔다는 식으로 고위층 중국인들을 우선 설득하는 선교전략을 취했다. 

교리문답집인 {천주실의}는 마테오 리치가 죽은 4년 후인 1614년에 이수광이 {지봉유설}에 책의 목차가 실을 정도로 조선에 빨리 소개되었다. {천주실의}는 18세기 중엽 이후 이벽이나 권철신을 중심으로 자생적 천주교회 설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는데, 리치는 이 책에서 “우리가 말하는 천주(天主)는 곧 중국말로 상제(上帝)이다”라고 하여 유일신인 천주가 유교의 옛 경서에 나오는 상제라고 주장하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또 유교에 따라 조상을 섬기는 유교전통을 긍정적으로 보았고, 당시 예수회는 마테오 리치의 설명에 따라 중국인의 조상제사가 기독교 교리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사실 이게 증산상제가 마테오 리치를 높게 평가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예수회와 역사적으로 적대적 관계를 가졌고 역시 중국 선교에 있어서도 경쟁관계였던 도미니코 수도회와 프란체스코 수도회 소속 로마카톨릭 선교사들은 이를 묵과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바티칸에 이를 지속적으로 불평했고,  그 결과 청나라 시절이 되면 중국 신자들의 조상제사를 금지한다는 교황의 교서가 전달되기에 이르자, 청의 강희제는 궁정에서 일반업무에 종사하는 예수회 선교사를 제외한 모든 로마카톨릭 선교사를 추방했고, 강희제의 후임인 옹정제는 기독교 포교 자체를 1723년 완전히 금지시켰다. 이어 1773년 유럽의 복잡한 정치적 이유로 유럽에서 예수회 본부가 교황의 명령으로 해산되기에 이르러 예수회의 명/청시대 중국선교는 막을 내린다.

앞서 말한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는 조선의 실학자들이 서학/천주학을 이해하는 첫 통로이자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되었는데, 가령, 이수광과 유몽인은 각각 {지봉유설}과 {어유야담}에서 "천주=상제"의 개념에 호기심을 나타내면서 이를 불교와 구별지었고,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역시 천주와 유가의 상제를 연결하는데는 다소 타당한 점은 있지만, 불교와 마찬가지로 신앙 대상으로 여길 순 없다 보았다.

반면 , 안정복(1712-1791)은 주자학의 입장에서 천주학을 배격하는데, 특히 현재가 아닌 사후의 복락을 중시하는 천주교의 교리를 이단설로 비판하고, 또 불교의 윤희론에 빗대어 천주의 상벌과 천당/지옥설, 삼혼설과 사후불멸설 격렬히 비판했다. 그의 척사론은 이후 구한말까지 서학에 대한 유학자들의 비판이 심화되어 간 역사와 그 궤적을 같이 한다.



이런 배경을 이해한 후 {도전} 2:30절을 찾아 읽어보자.

여기서 증산상제는 서양의 과학/기술문명이 마테오 리치의 공덕으로 이뤄진 것처럼 언급한다. 심지어 신령으로서 마테오 리치는 증산상제를 보필하여 세상을 두루 살핀 후 그가 세상에 강림하는 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 1 이마두(利瑪竇)는 세계에 많은 공덕을 끼친 사람이라. 현 해원시대에 신명계의 주벽(主壁)이 되나니 이를 아는 자는 마땅히 경홀치 말지어다.
  • 2 그러나 그 공덕을 은미(隱微) 중에 끼쳤으므로 세계는 이를 알지 못하느니라.
  • 3 서양 사람 이마두가 동양에 와서 천국을 건설하려고 여러 가지 계획을 내었으나 쉽게 모든 적폐(積弊)를 고쳐 이상을 실현하기 어려우므로 마침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 4 다만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틔워 예로부터 각기 지경(地境)을 지켜 서로 넘나들지 못하던 신명들로 하여금 거침없이 넘나들게 하고
  • 5 그가 죽은 뒤에는 동양의 문명신(文明神)을 거느리고 서양으로 돌아가서 다시 천국을 건설하려 하였나니
  • 6 이로부터 지하신(地下神)이 천상에 올라가 모든 기묘한 법을 받아 내려 사람에게 ‘알음귀’를 열어 주어
  • 7 세상의 모든 학술과 정교한 기계를 발명케 하여 천국의 모형을 본떴나니 이것이 바로 현대의 문명이라.
  • 8 서양의 문명이기(文明利器)는 천상 문명을 본받은 것이니라.
  • 하늘의 모든 신성과 부처와 보살이 하소연하므로
  • 9 그러나 이 문명은 다만 물질과 사리(事理)에만 정통하였을 뿐이요, 도리어 인류의 교만과 잔포(殘暴)를 길러 내어 천지를 흔들며 자연을 정복하려는 기세로 모든 죄악을 꺼림 없이 범행하니
  • 10 신도(神道)의 권위가 떨어지고 삼계(三界)가 혼란하여 천도와 인사가 도수를 어기는지라
  • 11 이마두가 원시의 모든 신성(神聖)과 불타와 보살들과 더불어 인류와 신명계의 큰 겁액(劫厄)을 구천(九天)에 있는 나에게 하소연하므로
  • 12 내가 서양 대법국 천개탑에 내려와 이마두를 데리고 삼계를 둘러보며 천하를 대순(大巡)하다가 이 동토(東土)에 그쳐
  • 13 중 진표(眞表)가 석가모니의 당래불(當來佛) 찬탄설게(讚歎說偈)에 의거하여 당래의 소식을 깨닫고 지심기원(至心祈願)하여 오던 모악산 금산사 미륵금상에 임하여 30년을 지내면서
  • 14 최수운(崔水雲)에게 천명(天命)과 신교(神敎)를 내려 대도를 세우게 하였더니
  • 15 수운이 능히 유교의 테 밖에 벗어나 진법을 들춰내어 신도(神道)와 인문(人文)의 푯대를 지으며 대도의 참빛을 열지 못하므로
  • 16 드디어 갑자(甲子 : 道紀前 7, 1864)년에 천명과 신교를 거두고 신미(辛未 : 道紀 1, 1871)년에 스스로 이 세상에 내려왔나니
  • 17 동경대전(東經大全)과 수운가사(水雲歌詞)에서 말하는 ‘상제’는 곧 나를 이름이니라.


음.. 마테오 리치가 그의 수학과 천문학 지식으로 명 황실에서 각광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1610년 북경에서 죽은 후 혼령으로서 서구의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에 공헌하였단 증산상제의 설명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왠지 부담스럽다.

혹시 모르겠다. 고전역학을 완성한 17세기 아이작 뉴턴이나, 혹은 증산상제가 득도한 직후이자 그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1905년 현대물리학의 기초가 된 4편의 혁명적인 논문 (광전효과, 브라운운동, 특수상대성이론, 물질-에너지 등가이론)을 발표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에 대해서도 증산상제는 알고 있었을까. 혼령이 되어 천상문명을 본 마테오 리치가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에게 천상의 비밀을 천기누설하였던 것일까?

아울러 예수를 신으로 섬기던 독실한 로마카톨릭 수도자 마테오 리치가, 증산상제의 명으로 예수가 퇴출된 후 그 지위를 순순히 계승했을지도 잘 모르겠다. 이슬람교라면 "신의 마지막 예언자"인 무함마드가 예수를 대체했다고 볼 수 있겠으나, 증산상제가 무함마드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으니 신령계에서 무함마드의 현재 위치가 무엇인지도 나로선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1270년 간격으로 연달아 (1)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문제로 예수를 추궁한 알라와 (2) 기독교의 조상무시 문제로 예수를 추궁한 증산상제는 서로 어떤 관계인 걸까? 각자 자신이 "예수를 지상에 파견"했다는 걸로 봐서 둘은 같은 신이었던 걸까? 하지만 증산도에서는 유대/기독교의 야훼나 이슬람의 알라는 상제 밑에 있는 민족신 정도로만 여기지 않던가?



마테오 리치를 복자/성인으로 시성하기 위해 그의 고향인 마체라타 교구를 주축으로 1984년 부터 청원이 시작되었지만 아직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중국선교와 동서문명교류에 대한 그의 공로에도 불구하고, 그의 토착화 선교전략에 대해서 당시 교황청이 쐐기를 박은 점이 큰 걸림돌로 작용한 듯. 

복자까지는 모르겠지만, 로마카톨릭교회의 성인으로 시성되기 위해선 심사대상자가 "천국"에서 "기적"을 지상에 보인 엄격한 증거가 제출되어야 하는데, {도전}에 따르면 사후 혼령으로 증산상제를 최측근에서 보필하며 예수를 대신해 후천시대의 대성인으로 활발히 활동해 온 "리마두 대성인"의 활약상에 대해 바티칸이 증산도 측에 문의해 보면 심사가 의외로 신속히 진행 될지도 모른단 생각도 해본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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