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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Q/A: 기독교는 학살의 종교일까?

작성

© 草人 최광민 2022-01-06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글들에 대해 저자의 동의없는 전문복제/배포 - 임의수정 및 자의적 발췌를 금하며, 인용 시 글의 URL 링크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 최광민] Q/A: 기독교는 학살의 종교일까?

순서

  1. 올바른 질문
  2. 과잉대표 문제
  3. 원인소급 문제
  4. 이종교 간 종교전쟁
  5. 기독교 내부 분란에 의한 살육: 이단박멸, 종교재판, 종파 간 전쟁
  6. 범-기독교 문명권인 근세 서유럽의 신대륙 진출에서 벌어진 원주민 살육
  7. 범-기독교 문명권인 서유럽에서 발발해서 전 세계로 퍼진 두번의 세계대전에서의 살육


제 1차 예루살렘 십자군 원정, 1099년


# 방명록 질문 (2022-01-06) 에 대한 답변

방명록: https://kwangminus.tistory.com/guestbook
질문자: 판플들


# 올바른 질문

이 질문에 대한 "올바른 질문"은 아마도 다음과 같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기독교와 관련된 살육은 종교적 동기에서 벌어졌을까?"

보통 이런 주제에서 언급되는 "기독교와 관련된 살육"에는 몇가지 형태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봐야 할 것은 아마도 다음의 4가지일 것입니다.

  1. 십자군 전쟁과 같이 "기독교의 이름을 건 타 종교/문명집단과의 전쟁에서 벌어진 살육"
  2. 중세 종교재판과 30년전쟁 같이 이단과 반대파벌의 박멸을 목표로 한 "기독교 내부 파벌 간의 살육"
  3. 범-기독교 문명권인 근세 서유럽의 신대륙 진출에서 벌어진 원주민 살육
  4. 범-기독교 문명권인 서유럽에서 발발해서 전 세계로 퍼진 두번의 세계대전에서의 살육.

그리고 "가장 많이 죽인"이란 진술을 쉽게 말하기 전에 이 수를 어떻게 "집계"할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집계해야 할까요? 사실 이것 자체가 독립적인 하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 과잉대표 문제

이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왜 "종교에 의한 살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늘 "기독교"가 우선 언급될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근세 이후 - 정확히는 19세기 부터 서유럽에서 종교가 위축되고 과학과 이성, 그리고 무신론이 우세하게 되면서 서유럽 지식인들 가운데 그들의 과거 - 특별히 종교 -를 비판적으로 되돌아 보게 됩니다. 특별히 제 1차세계대전으로 종교에 대한 신뢰가 거의 붕괴되다시피한 상황에서 "서유럽" 지식인들이 "서유럽의 종교"였던 기독교에 대해 혹독한 비판과 반성을 하게 됩니다. 이후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엔 보다 적극적으로 "실패한" 기독교 대신 다양한 동양종교에서 그 대안을 찾게 됩니다. 이때 이들은 기독교의 "폭력성"과 다른 동양종교의 "평화주의"를 극대로 대비시키는 방법론을 취했습니다. 

19/20세기를 지배한 학문은 "서구학문"이고, 따라서 이들 서구 지식인들이 쏟아낸 "비판"들은 그대로 전 세계로 이식됩니다. 그 결과 "서구 지식인의 기독교 비판"의 수가 "다른 문명권 지식인의 그 문명권 종교비판" 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잡히게 됩니다. 즉, 과잉대표 된 셈이죠. 다시 말하면,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 많은 이유는 서구의 종교인들이든 비종교인들이 "그 많큼 많이 철저하게 반성/비판"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비유하자면, 코로나 "확진자 수"가 많다라는 것은 (1) 바이러스가 더 많이 빨리 확산되어 감염이 증가'한 경우일 수 도 있고 (2) '검사를 보다 많이해서 더 많이 집계'된 결과라고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죠. 




# 원인소급 문제

개개의 사례를 보기 앞서, 아마도 이런 질문들이 정말 묻고 싶은 것은 '과연 기독교는 그 근본교리에서부터 피에 굶주린 종교인가?" 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300년 간 기독교가 전쟁과 살육에 대해 어떤 이해를 가지고 있었는가에 대해 우선 심도있게 살펴야 합니다.  아래 제 글을 천천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이종교 간 종교전쟁

사실 "순수한 종교전쟁"은 정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쟁이란 늘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니까요.

종교의 이름으로 벌어진 살육의 경우, 전쟁의 동기가 정말로 '기독교' 였는가? 경제적이거나 정치적 동기는 아니었는가? 하는 여러 변명이 있을 순 있지만, 세속적 동기가 무엇이었든 간에 십자군 전쟁의 동기를 부여하고 승인한 것이 로마카톨릭 교회의 지도부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럼, 기독교의 '종교전쟁'으로 죽은 사람 수가 타 종교가 벌인 종교전쟁에서 죽은 사람보다 훨씬 많은가? 그건 또 그렇지 않습니다. 

십자군 전쟁 이야길 해 볼까요? 

보통 이런 주제가 등장하면, 십자군들이 중동의 '죄 없는 무슬림들'을 마구잡이로 학살했고, 중동의 무슬림들은 "그런 무참한 학살에 대한 기억 때문에 서방의 기독교도들을 증오한다"라는 식의 설명을 들어보셨죠?

제가 3년 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이란, 팔레스타인에서 유학 온 무슬림들과 한 집에서 살면서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역사 이야기를 무척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무슬림들은 십자군 전쟁을 아주 "하찮게" 여깁니다. 자존심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도 그럴게 실제로 십자군이 발을 디딘 '이슬람권'은 현재 팔레스타인에서 레바논에 이르는 정도의 국지적인 지역이거든요. 하지만 당시 이슬람은 현재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부터 아프리카 북부, 소아시아, 메소포타미아, 중앙아시아, 그리고 인도 북부, 중국 서부 일부까지 거대한 지역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무슬림들이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이교도에 의한 무슬림 학살'은 누구에 의한 걸까요? 

칭기스칸의 후계자들이 방대한 이슬람권에서 벌인, 즉 "몽골"에 의한 학살입니다. 사실 몽골은 갑자기 나타나서는 이슬람권을 거의 초토화시켰고, 유목민족 특성상 항복하든 항복하지 않든 상대를 전멸시키는 전법을 구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슬람 수니파의 수장인 바그다드 압바스 칼리프국의 칼리프가 몽골 정복자에게 처형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몽골군이 이집트 정복의 코 앞에서 본토의 계승문제로 군대를 돌이키지 않았다면, 이집트와 북 아프리카까지 몽골에게 정복되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사실 정복 당시 몽골인들은 이슬람보다는 양성파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 (동방교회)에 더 우호적이었습니다. 당시 몽골인 일부가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도들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칭기스칸의 혈연을 자처하며 중앙아시아 사마르칸드에서 출현한 티무르 제국의 창건자 티무르는 본인이 무슬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알라의 이름'으로 이교도/무슬림 할 것 없이 학살하며 인도 북부에서 러시아 남부, 메소포타미아 전역을 지배했습니다. 그러니 무슬림들이 'fucking 몽골'을 입에 달고 있는 것이죠. 몽골 군주들은 '영원한 하늘, 텡그리'의 이름으로 전쟁을 수행했습니다. 그럼 몽골의 정복은 '종교전쟁'일까요? 아닐까요?

그럼 왜 사람들은 이런 이종교 간 종교전쟁 이야기만 나오면 늘 '십자군전쟁'이 가장 대표적고 가장 잔혹했다고 여기는 걸까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게 '서구에서 가장 많이 다뤄졌'기 때문입니다. 즉, 과잉대표인 셈이죠.


# 기독교 내부 분란에 의한 살육: 이단박멸, 종교재판, 종파 간 전쟁

로마 카톨릭에 기반한 십자군 작전은 중동 지역을 공략하는 것 뿐 아니라, 종종 그들의 원조를 받는 정교회 지역에 대한 '개종'작전을 수행하기도 하고, 또 서유럽 내부의 카타리파, 알비파 등 이단박멸에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단박멸을 목표로 한 작전들은 거의 완전히 종교적 동기에 의한 것입니다. 

로마카톨릭과 프로테스탄트 간에 17세기에 벌어진 서유럽의 준-세계대전인 30년 전쟁의 성격은 좀 모호합니다. 800만 명 정도가 죽은 것으로 집계되는데, 명목은 로마카톨릭 세력과 프로테스탄트 세력 간의 전쟁이지만, 실제로 전쟁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로마카톨릭 세력, 혹은 프로테스탄트 세력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오히려 반대파와 연맹해서 자파를 공격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30년 전쟁은 사실은 순수한 의미의 종교전쟁으로 보긴 힘듭니다. 




# 범-기독교 문명권인 근세 서유럽의 신대륙 진출에서 벌어진 원주민 살육

남미에서 에스파니아나 포르투갈은 원주민을 무차별 학살했을까요? 사실을 말하자면 꼭 그렇게 볼 순 없고, 숫자 상으로도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보통 속전속결로 마야, 잉카, 아즈텍의 중심도시를 공략해서 왕을 사로잡아 항복을 받는 식으로 통치지역을 확장했습니다. 그건 이들의 목적이 종교적이였다기 보다는 금/은을 노린 경제적인 것이었기 때문이죠. 

북미를 정복한 영국계 백인들 역시 무차별로 원주민을 사냥했을까요? 역시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북미의 경우는 사실상 중앙화된 국가조차 없어서 에스파니아가 남미에서 한 것 같은 식의 정복이 사실 필요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북미 원주민의 경우 남미 문명이 자랑한 금/은 같은 유물이 풍부하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북미의 정복이 노린 것은 '땅'이고, 그래서 그들이 사용한 방법은 '땅의 소유' 개념이 없는 북미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합법적 사기' 혹은 '불법점유'를 통해 원주민을 밀어내는 방식이었죠.

그럼 북미와 중/남미의 원주민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이 죽은 건가요? 인류학자 재럿 다이아몬드의 명저 {총, 균, 쇠}에서 지적되었다시피, 이들은 대체로 유럽에서 건너온 질병 (가령, 홍역) 때문에 대규모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만약 백인들의 정복과정에서 전투로 죽은 원주민 수와 질병으로 죽은 원주민 수를 비교한다면 후자가 월등히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병균/바이러스가 "기독교를 믿던 유럽"에서 넘어 온 것이니 이걸 "기독교가 원흉"이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요?

이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범-기독교 문명권인 서유럽에서 발발해서 전 세계로 퍼진 두번의 세계대전에서의 살육

일본과 터키를 뺀다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두 축은 명목상 모두 기독교 국가들입니다. 그리고 이들 개입 국가들이 (통상적으로 '하느님이 우리 편이다'란 식의 공식적인 레토릭을 쓰긴 했지만), 이 두 전쟁은 완전히 세속적인 전쟁입니다. 

이 글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런 아이러니 때문에, 세계 제 1차세계 대전은 기존의 종교적 감성을 가지고 있던 서구 유럽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게 됩니다. 

이 두 전쟁의 책임은 기독교에 있을까요? '책임'을 묻는다면 어디에 물어야 할까요?  이 살육을 '기독교가 적극 조장'한 것일까요? 아니면 비극을 막지 못한게 '기독교의 책임'일까요?

판단은 각자의 몫.



草人 최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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