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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tist. Husband. Daddy. --- TOLLE. L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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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미리견 (彌利堅) 쇠고기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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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Kwangmin Choi, 200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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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미리견 (彌利堅) 쇠고기 기행 

# 1996년, 영국

한국경제신문사가 창간 20주년 기념으로 베풀었던 대학생 유럽연수에 운 좋게 뽑혀 두번째로 들렀던 영국.

광우병의 광풍이 한번 쓸고 지나간 터인데도 가이드 하던 영국 유학생들은 하나 같이 쇠고기에 손대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었다. 그 탓에 내가 묵었던 런던 교외의 브리태니아 호텔의 부페에 쇠고기 찜 같은 요리가 나오긴 했는데, 우리 일행 중 어느 누구도 감히 쇠고기에 손을 대지 못했고, 투숙객들도 굳이 시식을 해보려고 하는 것 같진 않았다. 

광우병 공포와의 짧은 만남이었다.


# 1999년, 텍사스

휘발유값이 갤런 당 99센트 (현재 4.12달러)이던 당시, 오스틴에서의 유학생활 중 가장 신나던 것은 값싸고 맛있는 텍사스 BBQ였다. 유학생들은 주말이 되면 삼삼오오 공원에 나가, 뜨거운 텍사스 태양 아래서 시원한 '쌰이너 벅'이라는 꿀 탄 텍사스 특산 맥주를 마시며 두껍고 큼직한 "텍사스-싸이즈" 스테이크나 립을 그릴 위에 구워대었다. 

나는 정말 경악했다. 쇠고기가 이렇게 쌀 수가 있다니.


Shiner Bock (Wikimedia Commons)

3년 전 영국에서 보았던 영국인들의 광우병 공포는 텍산과 텍사나들에게는 정말로 '바다 건너' 뜬 소문에 불과한 듯 했다.



Don't mess with Texas,
Hee~ Haw!

텍사스에서 살던 2년 동안 먹은 쇠고기는 그 전까지 내 평생 먹었던 쇠고기보다 더 많았다. 그 무렵 쯤, 오스틴의 미국 할인매장에서는 그동안 판매하지 않던 사골, 소꼬리, 내장 등을 진열하기 시작했다. 한국인 고객들을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 2001년, 인디애나

블루밍턴에서의 첫 2년을 같이 살았던 룸메이트는 독실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다. 이 친구는 피를 먹지 않는 교리에 따라 피를 빼기위해 일정기간 동안 쇠고기를 물에 담궈서 핏물을 뺀 다음 조리했다. 냉장고와 조리기구를 같이 썼기 때문에, 나는 (프로테스탄트) 기독교도지만 그 친구의 종교적 신조를 최대한 존중해 주는 차원에서 나 역시 스테이크를 굽기 전에 핏물을 제거했다. 텍사스에 있을 때는 큼직하게 썬 (텍사스 싸이즈) 덜익은 뻘건 스테이크를 먹는 것이 기본이었다면, 이 동네 와서는 가급적 얇고 작은 스테이크를 먹는게 습관이 되었다. 작고 얇게 썬 스테이크는 우선 싸고, 핏물을 빼기도 쉬웠고, 조리하기에도 빨랐다.

두번째로 2년 반을 같이 살았던 룸메이트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무슬림이었다. 이 친구는 피를 빼는 것에서는 첫 룸메이트와 다를 바 없었지만, 여호와의 증인에겐 돼지고기가 허용되는 반면 무슬림에겐 돼지고기가 금기인 탓에, 나 역시 삼겹살을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 친구는 아랍인인데 전공은 히브리어인 탓에 주변에 유대인 친구들이 넘쳐났고, 자연스럽게 음식도 유대인 율법에 따른 코셔(kosher)가 어느덧 주종이 되었다. 

무슬림들이 쇠고기를 살 때는 몇가지 원칙이 있다. 우선 구할 수 있다면 이슬람식으로 도살된 쇠고기를 고른다. '할랄'이라고 한다. 이를 구할 수 없으면 유대교식으로 도살된 '코셔' 쇠고기를 고른다. 이도 구하기 어려우면 기독교도가 잡은 쇠고기를 잡고, 이도 못 구하면 묻지않고 피만 잘 빼서 먹는다. 대체로 기독교도들은 도축할 때 피를 특별히 모두 빼지도 않고, 또 피를 먹는데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편이므로 뒤의 두가지는 사실상 같은 고기에 속한다.

한번은 라마단 축제를 앞두고 이 친구 따라 근처 목장에 소와 양을 잡으러 간 적이 있었다. 라마단 축제가 마치는 날 밤 열리는 연회에서 쓰일 할랄고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친구가 (근처 모스크에서 명예 이맘을 한동안 겸직했다) 날카로운 칼을 하늘로 쳐들며 "비스밀라 알라후 악바르 (위대하신 알라의 이름으로!) "를 외치고 양의 경동맥을 끊자 소는 엄청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렇게 피를 다 빼고나서 양을 해체하고 나니 (나는 속이 좋지 않아서 해체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도살 때 입었던 모함메드의 흰 옷은 온통 핏투성이. 소머리와 양머리를 트렁크에 실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과속으로 경찰에 걸렸다. 폼 나게 걸어오셔서 창문 내리라고 창문을 톡톡 건드리던 경찰 양반이 피투성이가 된 모함메드의 옷자락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 권총을 빼드신다. 트렁크 열 무렵에는 지원경찰 3명이 더 왔다. 몸통을 모스크로 보내고 난후, 가죽을 벗긴 소와 양의 머리통은 우리 집 냉장고 냉동실에 한 달이나 떡하니 보관되어 있었다.

사실 이 두 친구 사이에 잠시 같이 살았던 몽골인 룸메이트가 하나 있었다. 이 친구는 채소에 절대 입을 대지 않았다. 오직 고기만 먹어댔다. 주식은 쇠고기 스테이크, 간식은 말고기 육포. 돼지고기는 먹지 않았다. 과연 징기스칸의 후예다왔으나 그 식생활은 기괴하게 보였다.




# 2008년 현재

결혼 전에는 "안전한" 식품을 먹는데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아내가 임신하던 무렵부터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새삼 생겼다. 2세 건강 때문이었다. 결혼 전에는 유기농 식품을 먹어본 적도 없었고, 사실 유기농의 안전성에 대해 회의적이기까지 했다.  지금도 여전히 시큰둥하긴 하다.

일반 상품보다 2-4달러 더 비싼 유기농 상품을 사 먹기에 앞서, 내가 그동안 먹었던 미국 쇠고기에 대해 연구를 해보게 되었다. 우선 미국 농무성이 인증하는 USDA 등급. 스테이크 좀 제대로 먹어보려고 하거나 접대를 위해 텍사스 로드하우스 같은 스테이크 하우스를 가는 경우, 나는 늘 "USDA Choice"라고 메뉴판에 표기되어 있는 스테이크를 골라먹었다. 값도 저렴한데, 게다가 미 농무성이 "선택(choice)"한 품질이라니! 매장에서 고기를 사는 경우엔 "USDA Select"를 거의 사먹었다. 왜? 제일 싸니까. 고기를 포장한 랩 상단에 등급이 표시된 스티커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Choice"와 "Select"의 차이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미국에 와서 수 년이 지나서야, 이 USDA Choice/select 가 "농무성이 친히 골라준" 스테이크가 아니라 등급을 말한다는 것과, 더구나 이 Choice 등급은 2등급에 해당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USDA 등급은 Prime > Choice > Select > Standard 순으로 나간다. 보통 일반인들이 가는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는 프라임 등급은 찾기 어렵다. 내가 쇼핑을 주로 가는 월마트나 샘스클럽, 알디 같은 할인매장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쇠고기는 USDA 셀렉트 등급 (3등급) 이거나 초이스 등급 (2등급) 이다. 솔직히 내가 가는 할인매장에서 프라임 등급은 본 적이 없다. 없을 수도 있고, 가격이 비싸서 내가 눈길을 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http://www.mtbqa.org/defin.cfm

USDA 등급을 보면 미국 쇠고기의 등급은 지방의 마블링과 연령을 고려하지만, 씹는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마블링을 주로 고려한다. 미국인들은 기름기가 뚝뚝 떨어지는 쇠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마블링이 잘 된 쇠고기가 프라임 등급으로 분류된다. 물론 마블링과 소의 연령은 상관관계가 있다. 그렇지만, USDA 기준에서 본다면, 원칙적으로 마블링만 좋으면 30개월 보다 나이먹은 (그림에서는 B단계로 분류된다) 소에서 나온 쇠고기도 1등급인 프라임 등급으로 분류될 수 있다. 30개월 넘는 쇠고기가 스테이크 용으로 얼마나 유통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1등급이 이렇다면 초이스나 셀렉트 등급의 경우라면 스테이크용으로도 상당히 많은 양이 유통될 것 같다. 물론 미국인들은 역시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역시 마블링이다. 마블링만 빼면 솔직히 내 눈에는 프라임이든, 초이스이든, 셀렉트이든 살코기 부분의 질은 비슷비슷해 보인다. 이렇게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소의 연령이 30개월 이전인지 이후 인지 알 도리는 없다. (소를 직접 잡아오는 개인 정육점에서는 알려준다.)

이 동네에는 토요일마다 아기자기한 장이 서는데, 주변의 농장에서 농부들이 채소나 고기 등을 팔러 나온다. 물론 모두 유기농들이다. 아미쉬 농장에서 주로 오는데, 많은 아미쉬들은 사료조차 먹이지 않고 풀만 먹여서 소를 키운다. 사료를 먹이지 않는 이런 쇠고기의 특징은 마블링 상태가 그다지 좋지않고 (그래서 다소 질기고), 지방이 좀 누르스름하고, 다소 누린내가 난다는 점이다. 구워먹는 건 몰라도 한국식 국거리 용으로는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작년에 호주에 사는 동생 결혼식에 참석하러 시드니에 다녀왔는데, 거기서 먹던 쇠고기도 이런 풀만 먹인 쇠고기에서 보이는 특징들 (다소 누런 지방, 누린내)을 보였다. "유기농" 쇠고기에는 도축할 때까지 "풀"만 먹인 소와 '곡물"사료를 먹인 소가 다 포함된다. 토요장에서 고기를 파는 아미쉬 아저씨는 자신들은 "동물"사료는 물론이고 "곡물"사료도 먹이지 않는데, 이는 소가 원래 곡물을 먹지 않기 때문이란다.

지난 7년을 미 농무성이 직접 골라주신 줄 알았던 "초이스"와 "셀렉트" 쇠고기로 온갖 요리를 해왔던 나의 다소 "몽매했던" 쇠고기 편력은, 할랄과 코셔를 거쳐, 이제 풀만 먹이고 18-23개월 쯤에 도축한 다소 누린내 나는 아미쉬의 유기농 쇠고기에까지 이르렀다.



광우병에 대한 나의 공포는?

사실 그다지 크지 않다. 나는 원래 살코기를 제외한 소의 다른 부위 (가령, 곱창, 꼬리)을 먹지 않고 햄버거를 즐기지 않기 때문에, 프리온에 특별히 노출될 것 같지는 않다. 내가 풀만 먹인 쇠고기로 전환한 것은 광우병 때문이라기 보다는, 소에게 소 내장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는 (아무리 광우병 원인물질이 포함될 수 있는 뇌와 척수는 제외한다러라도) 동물사료를 먹인다는게 영 찜찜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동물이지만 좀 잔인하지 않은가? 그리고 소에게 투여한 호르몬제가 아이에게 좋지않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시판되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우려가 과장된 측면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지난 수 년을 먹었던 USDA 셀렉트 등급 스테이크와 고기와 Save-a-Lot에서 사먹던 싸구려 프랑크 소시지는 지금 생각해보면 찜찜하다. 돼지고기 소시지만 먹을 걸 그랬나?

한국 정부 측 옹호 주장을 보면 "미국인들도 안심하고 먹는다"고들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듯 싶다. 많은 미국인들이 주변 목장에서 직영하는 유기농 상점이나 개인 정육점에서 육류를 구입하긴 하 지만, 대개의 주민들은 월마트, 샘스클럽 같은 할인매장이나 동네의 식품점에서 초이스와 셀렉트 등급을 구입해 먹는다.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쇠고기를 구매할 때는 주로 가격 대 품질을 고려해서 (주로 마블링) 사지, 특별히 연령이라거나 등급을 보고 사지는 않는다. 주로 세일 상품을 사는 유학생 같은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내가 보기에, 미국인들은 '안심'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잘 모를 뿐.

무지가 안전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공포가 가공의 설정을 늘 현실로 만드는 것도 아니지만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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