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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tist. Husband. Daddy. --- TOLLE. L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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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용궁 따라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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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2021-03-28

제목

[© 최광민] 용궁 찾아 20년

순서
  1. 2001년 이전
  2. 2001년 8월
  3. 2010년 - 2016년 컨셉: 죽림칠현 (竹林七賢)
  4. 2018년 1월: 료안지 가레산스이 (枯山水)
  5. 2020년 3월: 수초어항
  6. 2021년 3월: 모판증식로

# 2001년 이전

서울 집 베란다에서 오랫동안 상당한 분량의 분재화분을 키우셨던 어머니는 내가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무렵부터 분재화분을 처분하시고 어항을 들여 현관 앞에 놓으셨다. 가로/세로가 각각 1미터 정도하는 어항이었는데, 알아서 새끼를 낳아주는 구피와 네온테트라를 주종으로 키웠고, 비록 인공수초로 장식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잘 갖춘 어항이었다.

어머니는 큰 돋보기를 들고 수 십분에서 한 시간 씩이나 어항을 들여다보며 물고기를 관찰하시며 관리를 하셨는데, 사실 나는 어머니가 분재를 키우실 때도 분재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어항을 들이신 후에도 등/하교나 출/퇴근 때 현관에 있다는 이유로 하루에 한두번 정도 들여다 볼 뿐, 어항이나 그 안의 물고기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 2001년 8월

1999년 가을학기에 유학와서 텍사스에서 첫번째 석사로 2년을 보내고, 2001년에 전공을 바꿔 두번째 석사를 하러 인디애나로 와서 룸메이트를 구해  그 이름도 전원적인 Meadow Park Apartment에 들어갔는데, 가을학기 시작되기 전 룸메이트와 중고물건을 구하러 다니다가 기혼자 아파트인 Campus View 에 살던 한국인 유학생 부부가 내놓은 물건들 보러 집을 방문했다. 박사 졸업하고 한국 돌아가는 분들 이었는데, 내놓은 물건 가운데 5갤론 짜리 어항과 펌프 포함해 이것저것 꾸미면 월마트 가격으로 한 $100 정도하는 어항과 장식물이 있었다. 

그때 별 생각없이 공짜로 준다길래 들고 왔는데, 어쩌다 보니 이 어항을 집에 모신지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그 집에 살던 꼬마도 지금은 20대 중반이 되어 있겠군.

첫 입수한 물고기는 제일 저렴하고 새끼까지 알아서 낳는 경제적 물고기인 구피. 내가 아는 물생활 기술은 모두 어머니에게서 들은 것이라 다른 물고기는 고려조차 못해봤다. 장식은 받아온 흰 자갈돌과 플라스틱 모조암초가 전부. 

처음에 어항 물의 화학적/생물학적 싸이클 (소위, "물잡기")에 대한 이해가 전무해서 정상적인 단계인 새물 간 후 물이 뿌옇게 되는 단계마다 물 정화하겠다며 계속 새물을 갈아주는 통에 용궁을 떠나보낸 물고기가 20마리 정도에 이르렀을 무렵, 비로소 한국의 "담뽀뽀"란 물생활 커뮤니티를 통해 상당히 깊은 정보를 체득한 후, 일반 수도물 직수와 스폰지 필터 만으로 신속하게 물을 잡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이후론 물도 거의 석달에 한번 정도만 갈게 되었다. 첫번째 룸메이트와는 그 친구가 결혼할 때 까지 2년 간 같이 살았다.

특별히 블루밍턴에서 다음 2년 간 살았던 두번째 룸메이트인 사우디 출신 모하메드가 이 어항을 특히 좋아했는데, 출신지 역이 홍해 근처 바닷가라서 내륙인 인디애나에서 고향을 그리는 시름을 어항으로 풀었던 것 같다.  이 친구도 내가 한국 다녀오러 간 사이 맑은 물 잡겠다고 물을 수시로 갈다가 내가 여름방학 동안 집을 비운 사이 한 20마리 정도 용궁으로 떠나보냈다.

결혼하기 전 2005-2006년에는 남의 집에 얹혀 사느라, 2006년에 결혼한 후 박사과정 시작해 2010년 마칠 때까지는 애 키우느라 경황이 없어서 용궁을 계속 가동하지 못했다. 




2010년 - 2016년 컨셉: 죽림칠현 (竹林七賢)

졸업 후 신시내티로 직장을 잡아 옮긴 후에 용궁을 다시 가동시켰다.

유학생인 싸모님과 결혼해서 살림을 합칠 때 싸모님께서 유리병에 꽂아서 개운죽 (러키뱀부)를 한 세트 키우고 있었는데, 대가 튼실한 놈들을 뽑아서 용궁 내부에 심어 용궁 뒷배경으로 삼아 보았다. 

고려한 컨셉은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정치를 멀리하고 대나무 숲에 모여 풍류와 술을 즐기며 시를 주고 받으며 유유히 세월을 보냈던 7인의 죽림칠현(竹林七賢).

일종의 자충족적인 에코시스템을 구성한 셈인데, 개운죽은 한 3년 간 아주 잘 자라주다가 어느 시점부터 줄기가 썩어 들어가더니 하나씩 죽어나갔다. 그래서 전부 뽑아내고 새 잎만 가지치기로 잘라내 키워 지금도 거기서 자란 개운죽이 잘 자라나고 있다. 이 개운죽도 싸모님과 보낸 시간으로 치면 2021년 현재 시점으로 17년 정도 살아온 셈이다. (개운죽은 사실 대나무과가 아니라 백합과라 한다)

 2014년 8월의 세팅. 개운죽의 녹색이 잘 드러나게 청자갈로 바꾸고 색깔맞춤을 위해 {스폰지밥}의 캐릭터인 스퀴드워드의 집을 중앙에 배치했다.




이때 용궁의 주력은 실버몰리, 플래티, 구피, 네온테트라. 

소박하지만 꽤 성공적인 프로젝트 였는데, 2018년 내가 파리에 학회 다녀온 1주일 간 싸모님께서 먹이를 과도하게 투입한 결과 발생한 수질악화로 다수가 이때 용궁으로 떠나갔다.




# 2018년 1월: 료안지 가레산스이 (枯山水)

무슨 생각이 들어서였는지, 기존의 "중국식" 용궁이 너무 번잡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일본식" 미니멀리즘을 구현하기로 결심했다. 고심 끝에, 선불교적인 정원예술을 백미라 할 수 있는 일본 교토 료안지의 가레산스이 정원을 용궁으로 표현해 봤다. 

일본 교토의 료안지 정원, 위키미디아 커먼스

사용된 플라스틱 암초는 2001년 이래로 심심할 때 마다 등장하는 장식물. 검은 자갈 위에 저것 하나 달랑 얹어 놓아 선 (Zen) 적인 미감을 살려보았다. 


뭐, 이것은 료안지. 
하고 보면 
료안지의 정원. 

一切唯心造
일체유심조.

이때 어종은 검은꼬리 플래티, 네온테트라, 오렌지 빛 글로라이트 테트라, 그리고 구피 였다. 

잘 보면 검은 자갈 위와 안에 다슬기가 잔뜩 붙어했다. 아마 구피 살 때 따라온 듯. 유리에 붙은 물이끼나 갈색 규조류를 아주 깔끔하게 제거해 주는 것은 좋은데, 증식속도가 너무 가팔라서 한번 크게 손을 썼다. (보이는 대로 손가락으로 눌러 터뜨린다!)




# 2018년 3월: 화성 프로젝트

미니멀리즘도 좋지만 치어 숨을 곳도 마땅치 않을 정도로 너무 "헐벗어"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새 컨셉을 생각해 봤다.

우선 2015년 영화 {마션}이 나온 후 화성탐사를 목표로 하는 네덜란드의 민간기업 마스원 (Mars One)과 스페이스X 의 청사진이 일반의 주목을 받았는데, 마스원의 핵심 아이디어는 모듈화된 정주 스테이션이었다.  

내가 주목한 것은 이것!



저 상상도를 보고 이번에는 용궁 속에 화성개척을 형상화 해보기로 한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개당 70센트 정도 가격의 토기장식물을 몇개 구매했는데, 사실 원래 목적은 구피와 플래티 치어가 숨을 곳을 마련해 주기 위함이었다. "선 미학"을 추구하다 보니 치어들 숨을 데가 없어서 자갈 틈 사이에 숨었는데 이때 주로 물 아래 쪽에서 먹이를 찾는 네온테트라나 다슬기에게 대량학살을 당했기 때문이다.



설치한 후 그리로 다슬기가 몰려드는게, 마치 화성개척자의 캠프로 우주괴물들이 쳐들어 온 장면이 연상되었다.  




{스폰지밥} 등장하는 스키드워드 Squidward 의 집과 함초 등으로 구성한 최종버전.



마스원은 비록 2016년 파산했지만 나의 용궁은 향후 2년 간 건재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가끔씩 플래티들이 뽀족한 주둥이를 저 쉘터 구멍에 밀어넣고는 빼지 못해 그대로 구멍에 끼인 채 죽는 참사가 가끔씩 발생했던 것. 

잇달은 이 산업재해로 화성개척 프로젝트는 종언을 고하게 된다.




# 2020년 3월: 수초어항

지난 20여 년간 가끔씩 수초를 키워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 특히 동그랗게 자라는 수중이끼인 모스볼 (마리노)에 관심이 있긴 했는데, 기본적으로 수초어항은 상당한 일조량과 이산화탄소 주입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무수초 + 기초세팅 용궁을 고수해 왔다.

그러다가 알게 된 것이 자바고사리 (java ferm). 이 수초는 원래 열대우림의 흙탕물 속에서 번성하는 수초이다 보니 아주 낮은 광량으로도 문제 없이 자라고, 또 특별한 영양제 없이 물고기 먹이와 배설물 만으로 문제없이 자라는, 열대어로 치자면 구피나 플래티 처럼 특별히 관리가 필요없는 수초. 

2020년 2월 코비드-19으로 록다운 되기 직전 이베이를 통해 2뿌리를 뉴욕에서 구매했다. 수초를 받은 후 가위로 뿌리줄기 (rhizome) 를 잘라 나누어 배치했다. 

와우!





# 2021년 3월: 모판 증식로

영화 {미나리}를 보고 스티브 연의 아래 대사 ("아빤 빅 가-든 하나 만들거야!")를 들은 후, 수초가든 시즌2를 구상해 봤다.



자바고사리는 원래 뿌리줄기가 바닥에 심는게 아니라 물과 닿게 해줘야 썩지 않기 때문에, 내가 그동안 사용한 자갈 바닥재는 별로 필요가 없다. 자바고사리는 뿌리줄기로 대부분의 영양을 흡수하고, 실뿌리는 주로 부착용이다.

대신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개당 30센트 씩하는 아래 "모판"을 구입해 뒤집어 깐후, 거기에 자바고사리를 분지해 꽂아 보았다. 원래 이 제품은 흙을 채우고 수초를 심어 어항 바닥에 까는 용도인데, 내 경우는 그 반대로 해 본 것. 


이렇게 심은 후 빨리 자라게 하려고, 하루 5시간 이상 조명을 켜두었더니, 자바고사리에 갈색 점들이 퍼져나가면서 잎이 녹아나가기 시작했다. 

원인은? 사실 간단한 문제. 원래 자바고사리는 저광량에 적응된 식물인데, 내 용궁 처럼 영양물질 오직 먹이와 배설물에서만 오고, 또 이산화탄소 또한 집안공기와 물고기의 호흡에서만 오는 폐쇄환경인 경우, 너무 많은 빛을 받으면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 

이 경우 광합성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해서는 포타슘 (칼륨)과 철분을 공급해주면 된다. 나는 LEAF ZONE에서 나오는 아래 제품을 일주일에 반컵 정도 넣어주는데 아주 효과가 좋다.





水草人 최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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