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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예수 vs 호루스 #14: {복음서}의 예수의 유년기 일화는 이집트 시-오시레 (Si-Osire) 설화의 모티브에서 차용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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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草人 최광민 2025-03-07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글들에 대해 저자의 동의없는 전문복제/배포 - 임의수정 및 자의적 발췌를 금하며, 인용 시 글의 URL 링크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 최광민] 예수 vs 시-오시레: {복음서}의 예수의 유년기 일화는 이집트 시-오시레 (Si-Osire) 설화의 모티브에서 차용되었을까?

요약

기독교 일부 {복음서}에 등장하는 예수의 유년기 일화들과 기원 전후의 이집트 설화 {세트나 캄와스와 시-오시레}에 등장하는 일화들을 비교하고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한다.

순서
  1. 방문자 질문
  2. 답변/도입
    1. 해당 파피루스 사본의 복원과정
      1.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처럼) 메후세케는 남편 세트네와의 성관계 없이 시-오시레를 잉태했을까?
      2. 시-오시레와 예수의 작명 배경은 유사한가?
      3. {복음서}의 '부자와 라자로스 (나사로)' 이야기는 {시-오시레} 설화의 내용과 유사할까?
      4. {복음서} 속 예수의 12살 때 일화는 시-오시레의 12살 무렵 묘사와 유사할까?
      5. 시-오시레(Si-Osire)의 정체성은 사실 호루스(Horus)다?


      Demotic text of Tale of Setna II, 1st century CE, Aswan, Egypt.


      # 방문자 질문 (장삼이사)

      방명록 링크: http://x.211.s1.nabble.com/Si-osire-td4982218.html


      네이버 모 카페(https://cafe.naver.com/pfarrerjin?iframe_url=/ArticleList.nhn%3Fsearch.clubid=30050827%26search.boardtype=L)에서 이집트의 Si-osire 이야기와 유년기 이야기에 평행이 있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번역 https://www.attalus.org/egypt/khamuas.html)

      올리신 분 스스로도 성교 없는 잉태에 대한 부분은 철회하셨지만, 그 외에 꿈에서 이름을 어떻게 지으라는 계시를 받고, 이적을 행할것을 예고 받는다거나, 12살에 지혜로 스승들을 놀라게 한다거나 하는 부분은 확실히 유사해 보이기는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저런 사례는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유사성을 말하기에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것 아닌가하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알지 못해서 그 생각이 제 확증 편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 답변/도입 (최광민)

      15년 전인 2009/2010년 무렵에 {예수 vs 호루스/오시리스/이시스} 연재물을 작성하면서, 위에 언급하신 {세트나 캄와스와 시-오시레 The Tale of Khamuas and his son Si-Osire} 혹은 {세트나 II}라 불리는 이집트 문서의 (영어)원본은 이미 읽은 적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하 {시-오시레} 설화로 부르겠습니다.


      당시는 "12살" 관련된 모티프가 제 관심사라서 아래 글에 설명하려고 했었다가 {시-오시레} 설화와 병렬관계로 설명되는 {복음서}의 다른 모티프들도 있기 때문에 미뤄두었던 자료인데, 그동안 잊고 있다가 질문해 주신 덕분에 예전 글을 찾아 포스팅할 기회를 얻게 되었네요.


      그리고 게시판에 링크해 주신 카페의 글도 읽어봤습니다. 해당 글에서는 설화의 내용을 (아마도 병렬된다고 생각된 {복음서}의 모티프 순서에 따라) 아래 순으로 정리했던데, 

      • 0. 이 작품의 주인공 시-오시레(Si-Osire)의 정체성은 사실 호루스(Horus)다.
      • 1. 세트네(Setne)의 아내 메후세케는 꿈 속에서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명령을 듣는다.
      • 2. 메후세케는 세트네와의 성교 없이 임신한다.
      • 3. 세트네는 꿈 속에서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시-오시레라고 지으라는 명령을 듣는다.
      • 4. 메후세케와 세트네는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시-오시레라고 짓는다.
      • 5. 시-오시레는 다른 아이들보다 비교적 위대하게 자랐다.
      • 6. 그는 열두 살 때 지성으로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제 글에서는 설화의 원래 순서에 따라 

      • 세트네의 아내 메후세케의 "수태고지" 
      • 세트네의 "수태고지" 
      • 세트네와 시-오시리의 저승 여행 (부자와 빈자)
      • 12살
      • 시-오시레의 정체와 결말

      순서로 정리하겠습니다.




      # 해당 파피루스 사본의 복원과정

      우선, 학자들에 의해 "재구성"된 고대사본을 현대어 번역으로 읽을 때의 주의점부터 지적해 보겠다. 보통 고문서의 내용을 다루는 일반독자 대상의 책들의 문장들은 유려하게 각색되어 있다. 그런데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 문서를 포함한 많은 고문서들의 보존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으며 많은 경우가 많으며, 기록매체가  종이, 양피지, 파피루스인 경우에는 낱장 혹은 낱장의 일부가 부스러져 있는 경우가 흔하다. 


      Demotic text of Tale of Setna II, 1st century CE, Aswan, Egypt.

      가령, 이 글이 다루고 있는 {시-오시레} 설화가 기록된 파피루스의 현재 상태는 위 사진과 같고, 우리가 접하는 번역은 바로 이 파피루스에서 온 것이다. 이집트 민중문자 (demotic)은 우횡서라서 오른쪽 끝부분 파피루스 낱장부더 왼쪽으로 읽어나간다.



      1900년 {시-오시레} 설화를 발굴/번역해 발표한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고고학자 Francis Llewellyn Griffith (이하, 그리피스)는 자신의 번역 서문에서, 민중문자로 기록된 이 문서의 연도를 자신의 책 {멤피스의 대신관들 이야기}에서 앞서 소개한 {캄와스와 네네페르카프타 Khamuas and Neneferkaphtah}보다 훨씬 후대, 즉 그리스 왕조 시기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아주 후반에서 로마 통치기인 티베리우스/클라우디우스 황제 시기인 AD 1세기 중반까지로 잡았다. 서체와 문체, 그리고 그리스어의 영향을 살펴본 그리피스의 평가에 따르면, 이 사본의 문체와 필체는 조악하고 필사오류가 빈번하며 잘못된 문법과 단어사용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아울러 {시-오시레} 사본의 경우 윗 사본사진의 오른쪽에서 보이듯 첫부분의 유실이 심각한데, 그나마도 문서 전체에 쪽수가 사용되지 않아서 얼마나 유실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특별히 현재 남은 사본의 첫장은 상단 2/3정도만 남은 탓에 그리피스는 많은 경우 몇몇 단어와 알파벳에 기초한 후 이 문서의 다른 부분이 내용 혹은 다른 문서들에서 사용되었을 법한 문장을 가져와 내용을 "추정해서 복원했다".

      아래 소개할 그리피스의 "복원"된 번역문 가운데 [........] 은 파피루스에서 완전히 망실되서 복원이 불가능한 부분이고, [xxx xxx xxx] 처럼 [ ] 사이에 영어번역문이 들어있는 경우는 위에 설명한 방식으로 소실되거나 해독이 어려운 내용을 Griffith가 "추정해 복원한" 부분이다. 그래서 이런 고문서들을 읽을 때는 늘 [xxx xxx] 사이에 삽입된 내용이 "전문가가 최선을 다해 복원한 복원문"이라고 정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주의깊게 읽어야 하며, 따라서 그 내용을 "확정적"이라고 보면 않된다.




      #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처럼) 메후세케는 남편 세트네와의 성관계 없이 시-오시레를 잉태했을까?

      우선 "시-오시레 (Si-Osire)"란 이름의 뜻에서 시작해 보겠다. "시-오시레"란 "오시리스의 아들"이란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의 "오시리스의 아들"은 오시리스-이시스 사이의 아들인 "호루스"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맨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시-오시레"의 전생의 이름이 '호루(스)'였지만 이건 그의 '이름'일 뿐 역시 오시리스-이시스의 아들인 그 호루스가 아니다. 따라서 우선 세트네의 아내 메후세케가 오시리스 신 사이에서 "호루스 신의 화신인 시-오시레'를 낳은 것이 아니란 점을 우선 지적하겠다. 

      앞부분이 망실되어 정황은 잘 알 수 없지만, 파라오 람세스 2세의 네째 아들인 세트네 캄와스와 그 아내 메후세케는 자식을 갖는데 어려움을 가졌던 듯 하다. 그 와중에 메후세케는 꿈 속에서 신들이 알려준 비법을 따르는데, 그것은 남편이 소변보는 곳에 가면 멜론이 자라고 있을 터인데 그 열매를 따서 약물을 조제해서 복용하면 임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건 '수태고지'가 아니다. 

      그리피스의 복원문이다.

      she dreamed (a) dream of herself , they were speaking to her [saying: "Are] you Meh-wesekht [the wife] of Setme, who lies [in vain seeking (?)] to receive healing? //////// [when the morning of tomorrow has] come, go to the entrance [of the rooms (?) of urinating (?) of Setme you[r hus]band. Behold! you shall (?) find a vine of melon (?) [that] grows there. ///////// wound (?) it with its gourds (?), and you shall put it back (?), [and you shall make it (?)] into medicine, and you shall cause (?) ////////// [you will conceive from his semen] in [the night] named."

      Meh-wesekht awoke [from] the dream, (and) these were (?) the things that she had seen.
      She acted according to [everything that she had been told (?) in (her) dream: she lay down by] the side of [Setme], her husband, (and) she conceived from his semen. There came her [time, behold! she showed] the signs [of women who are pregnant. Setme made (the) announcement of it before Pharaoh]. His heart [was] exceedingly [glad] because of [it].

      메후세케는 꿈에서 깨어 해당 열매를 찾아내서 신들이 시킨대로 했고 (즉, 약물을 만들어 복용했고), 이어서 남편인 세트네와 동침하여 그의 '정액'으로 임신한다.  따라서 이것은 "마리아의 동정녀 잉태"와는 전혀 무관하다. 

      아울러 {복음서}에서 마리아는 꿈 속에서 수태고지를 받은 것이 아니다. 꿈에서 고지를 받은 (현몽) 사람은 마리아가 아니라 예수의 의부인 요셉이다.




      # 시-오시레와 예수의 작명 배경은 유사한가?

      이후 세트네가 어느날 밤 [아마도 꿈에] 아내가 잉태한 아이가 "시-오시레"란 이름으로 이집트에서 놀라운 일을 할 것이란 신들의 전언을 듣는다. 그리고 몇달이 지나 아들을 낳자 그때 꿈에서 들었던 대로 아이에게 "시-오시레"란 이름을 지어준다. 이 아들은 다른 아이들 보다 거의 1년 정도 더 성장이 빠르게 쑥쑥 자랐다.

      그리피스의 복원문이다.

      He bound on her an amulet, he read to her writing. Setme laid [himself] down one night [and dreamed a dream, (in which) they (?) spoke] to him, saying: "Me-wesekht, your wife, has conceived in the night (?)]. The child that will be born [shall be named] Si-Osiri. Numerous are the marvels that he shall do in the land of Egypt."

      Setme awoke] from the [dream], (and) these were (?) the things that he had seen. [His heart was] exceedingly [glad]. [She (?)] lived through [her months (?) of] pregnancy, she divided (?) /////////// [came her time of giving birth], she bore a [ma]le child. They let Setme know about it. [He named him] Si-Osiri, according with what had been said in [the] dream that [he kept (?)] in (his) heart (?). ////////// of pregnancy (?), [they] nurtured him. It happened that (when) the child [Si-Osiri was one year old, people] might have (?) said he was two years old. (When) he was two [years] (old), they might have (?) said he was three years (of age).

      {루가복음서}에 따르면 

      그 뒤로 여섯 달이 되었을 때에, 하나님께서 천사 가브리엘을 갈릴리 지방의 나사렛 동네로 보내시어, 다윗의 가문에 속한 요셉이라는 남자와 약혼한 처녀에게 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가 안으로 들어가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기뻐하여라, 은혜를 입은 자야, 주님께서 그대와 함께 하신다." 마리아는 그 말을 듣고 몹시 놀라, 도대체 그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 하고 궁금히 여겼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마리아야, 그대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 보아라, 그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의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마태복음서}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의 태어나심은 이러하다.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고 나서,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라서 약혼자에게 부끄러움을 주지 않으려고, 가만히 파혼하려 하였다. 요셉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주님의 천사가 꿈에 그에게 나타나서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네 아내로 맞아 들여라. 그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것이니, 너는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은, 주님께서 예언자를 시켜서 이르시기를,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니,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할 것이다" 하신 말씀을 이루려고 하신 것이다.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요셉은 잠에서 깨어 일어나서, 주님의 천사가 말한 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그러나 아들을 낳을 때까지는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았다. 아들이 태어나니, 요셉은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그런데 {루가복음서}에는, 예수와 친척관계인 세례자 요한의 이름 역시 (명시적이진 않지만) 예수와 유사한 방식으로 "천사에게서 지시받은" 것이란 암시가 되어 있다.

      마리아는 엘리사벳과 함께 석 달쯤 있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엘리사벳은 해산할 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 이웃 사람들과 친척들은, 주님께서 큰 자비를 그에게 베푸셨다는 말을 듣고서, 그와 함께 기뻐하였다. 아기가 태어난 지 여드레째 되는 날에, 그들은 아기에게 할례를 행하러 와서, 그의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그를 사가랴라 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아기 어머니가 말하였다.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말하였다. "당신의 친척 가운데는 아무도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습니다." 그들은 그 아버지에게 아기의 이름을 무엇으로 하려는지 손짓으로 물어 보았다. 그가 서판을 달라 하여 "그의 이름은 요한이다" 하고 쓰니, 모두들 이상히 여겼다.

      아마도 이 "신이 정해 준 이름을 아이에게 작명한다"는 모티프는 {시-오시레}와 {복음서}가 유사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한 문서와 다른 문서의 차용관계를 설명할 수 있을까?




      # {복음서}의 '부자와 라자로스 (나사로)' 이야기는 {시-오시레} 설화의 내용과 유사할까?

      유사하다. 하지만 "직접차용"을 결정적으로 말할 정도는 아니다.

      우선 {루가복음서} 제16장에 등장하는 예수의 비유를 읽어보자.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색 옷과 고운 베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그런데 그 집 대문 앞에는 나사로라 하는 거지 하나가 헌데 투성이 몸으로 누워서, 그 부자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로 배를 채우려고 하였다. 개들까지도 와서, 그의 헌데를 핥았다. 그러다가, 그 거지는 죽어서 천사들에게 이끌려 가서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었고, 그 부자도 죽어서 묻히었다. 부자가 지옥에서 고통을 당하다가 눈을 들어서 보니, 멀리 아브라함이 보이고, 그의 품에 나사로가 있었다. 그래서 그가 소리를 질러 말하기를 '아브라함 조상님,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나사로를 보내서,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서 내 혀를 시원하게 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나는 이 불 속에서 몹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하였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얘야, 되돌아보아라. 네가 살아 있을 동안에 너는 온갖 호사를 다 누렸지만, 나사로는 온갖 괴로움을 다 겪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 여기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통을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텅이가 가로 놓여 있어서, 여기에서 너희에게로 건너가고자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에게로 건너올 수도 없다.'

      {시-오시레}이야기는 이렇게 진행된다. 정리해 보겠다.

      시-오시레가 취학연령 쯤 되었을때, 세트네와 시-오시레는 거리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의 극적으로 대비되는 장례행렬을 보게 된다. 아버지 세트네의 말을 자르며 시-오시레는 그 둘의 운명이 저승에서 뒤바뀔 것이란 말을 한다. 그리고 나서 시-오시레는 세트네를 데리고 저승으로 내려가 이집트 {사자의 서}의 모티프를 따라 사자들이 심판받고 처벌받는 저승의 방들을 차례로 지난 후 마지막 7번째 방에서 오리시스 곁에서 영광스럽게 서 있는 가난한 사람을 보게 된다. 세트네와 시-오시레는 대화를 나누며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다.

      이집트 {사자의 서} 125장에 나오는 저승의 심판에 대해선 아래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시-오시레} 설화는 {루가복음서}의 "부자와 거지 라자로스" 이야기와 얼마나 유사한가?

      그런데 "부자와 거지 라자로스" 비유와 유사한 이야기는 {시-오시레} 뿐 아니라 유대교의 {예루살렘 (팔레스타인) 탈무드}의 {하가다 2.77}에도 등장한다. {예루살렘 탈무드}의 최종 편집은 AD 2세기 중/후반이지만, 이 문건은 자료를 모아 후대에 편집한 문서군에 해당하기 때문에, 내용 자체는 훨씬 전부터 유대인들 사이에서 유통되던 것이라 볼 수 있다.

      {하가다} 2.77 속 이야기는 이렇게 진행된다: 

      부유하지만 죄많은 바르 마얀 (Bar Mayan) 이란 세리와, 가난하지만 정직한 율법학자가 같은 날 죽었다. 세리는 성대한 장례를, 율법학자는 초라한 장례를 각각 치렀다. 이걸 본 율법학자의 지인은 신의 공정과 정의에 의심을 품게 되는데, 이때 신은 두 사람의 사후 운명을 이 지인에게 보여주었다. 세리 바르 마얀은 평생 선행 하나를 했고 그의 성대한 장례식은 그 선행에 대한 댓가였다. 가난한 율법학자의 경우 평생 악행을 하나 했기에 초라한 장례식을 통해 그 죄에 대한 댓가를 치렀다. 반면, 세리는 그가 저지른 나머지 악행들로 인해 저승에서 형벌을, 율법학자는 그의 나머지 선행들로 인해 저승에서 지복을 누린다는 결말. 세리는 저승에서 타는 목마름을 느끼게 되는데, 그가 강물을 마시려고 하면 물이 늘 한발짝 물러나 물을 마실 수 없지만, 율법학자는 축복 속에 강물이 늘 그의 주변을 흐른다.

      예수의 저 비유는 이집트 설화를 차용했을까? 당대 유대인들의 설화를 차용했을까? 아니면 '저승에서의 뒤바뀐 운명'이란 어쩌면 인류공통의 모티프를 바탕해 예수가 새로 만든 비유일까? 

      {루가복음서}의 부자와 거지 나사로 이야기는 {시-오시레} 설화와 {예루살렘 탈무드}의 {하가다 2.77} 가운데 어느 것과 더 유사한가? "장례행렬"이란 모티프만 보면 {시-오시레}와 {하가다 2.77}이 더 유사하다. {복음서}의 비유엔 부자와 라자로스의 장례에 대해선 전혀 언급되지 않기 때문. 

      나는 예수의 비유에 등장하는 특별히  "아브라함의 품"이란 모티프를 근거로, 설령 예수가 비유를 기존의 이야기에서 변형시켰다 하더라도 이집트 보다는 유대인의 전승에 바탕을 두었다는데 더 방점을 두겠다.





      # {복음서} 속 예수의 12살 때 일화는 시-오시레의 12살 무렵 묘사와 유사할까?

      남자아이의 성장과정에서 12살 무렵은 지중해 문명권에서 중요한 해에 속한다.

      우선 유대인 남자아이는 13번째 생일에 '바르 미츠바' 즉, 성인식을 갖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정식 가입된다. 그래서 예수가 12살로 언급된 것은 "그보다 어린 시절"이란 암시가 된다.

      고대 이집트의 경우, 12살 때 까지는 거의 벌거벗고 다니던 남자아이들은 대체로 12살이 되면 할례를 받고 머리를 밀고 옷을 갖춰 입는다. 이 또한 유년기가 끝나고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스의 경우 12살은 남자아이들 운동과 전투훈련, 그리고 교육을 시작하는 나이로 간주되었다. 역시 공동체의 정식 일원이 된다는 의미가 있다.

      아버지 세트메와 함께 저승에 다녀온 시-오시레는 얼마 후 12살이 되는데 (즉, 성인이 되는데), 그때를 {시-오시레}는 이렇게 묘사했다.

      Now when the boy Si-Osiri had attained twelve years it came to pass that there was no [good scribe or learned man (?)] that rivalled him in Memphis in reading writing that compels

      보라! 소년 시-오시레가 12살이 되자 멤피스에서는 마법서를 읽는데 (=주문을 쓰는) 있어 그를 능가할 [서기관과 학자(?)]가 없었다. 

      시-오시레가 12살이 되기도 전에 아버지를 데리고 명부를 다녀온 일화에서도 이미 시-오시레는 압도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12살이 되면 어느 현자와 마법사도 그를 능가할 수 없게 된다. 그리피스는 그가 번역한 "writing that compels"를 "마법서 Books of Magic"라고 주석했다.
       
      {루가복음서}에 묘사된 12살 예수는 이와 약간 뉘앙스가 다르다.

      예수의 부모는 해마다 유월절에 예루살렘으로 갔다. 예수가 열두 살이 되는 해에도, 그들은 절기 관습을 따라 유월절을 지키러 예루살렘에 올라갔다. 그런데 그들이 절기를 마치고 돌아올 때에, 소년 예수는 예루살렘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그의 부모는 이것을 모르고, 일행 가운데 있으려니 생각하고, 하룻길을 갔다. 그 뒤에 비로소 그들의 친척들과 친지들 가운데서 그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여,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가서 찾아다녔다.

      사흘 뒤에야 그들은 성전에서 예수를 찾아냈는데, 그는 선생들 가운데 앉아서, 그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그들에게 묻기도 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의 슬기와 대답에 경탄하였다. 그 부모는 예수를 보고 놀라서, 어머니가 예수에게 말하였다. "얘야, 이게 무슨 일이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찾느라고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른다." 예수가 부모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습니까? 내가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할 줄을 알지 못하셨습니까?" 그러나 부모는 예수가 자기들에게 한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깨닫지 못하였다. 예수는 부모와 함께 내려가 나사렛으로 돌아가서, 그들에게 순종하면서 지냈다. 예수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에 간직하였다.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라고,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을 받았다.

      이것이 어린이용 성서만화에서 등장하는 식으로 12살 예수가 성전에서 율법사들과 제사장들을 압도하면서 그들을 가르쳤다는 의미인가? 그렇지 않다. 이 진술에 등장하는 예수는 "선생들 διδασκάλων" 사이에 앉아 "그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그들에게 묻기도 하고" 있었다. 즉, "슬기롭고 영특한 12살 소년 예수"를 묘사하는 것이다. 

      이건 확실히 12살 나이에 멤피스의 모든 마법사들을 능가하는 능력을 가진 시-오시레 이야기와 비교할 때 수위가 꽤 낮다.




      # 시-오시레(Si-Osire)의 정체성은 사실 호루스(Horus)다?

      이 작품 끝에서 밝혀지는 시-오시레의 정체는 물론 '호루스'이긴 한데,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 이집트의 신 '오시리스와 이시스의 아들' 호루스는 아니다. 사실 {시-오시레} 설화의 정점은 이 마지막 주제부터 시작된다.

      시-오시레가 더 성장한 후 어느 시점, 멤피스의 파라오궁에 나일강 상류에서 이집트와 경쟁관계에 있던 누비아 (에티오피아)에서 온 어떤 마법사가 나타나서는 자신의 몸에 지닌 봉인된 책을 봉인을 뜯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마법사가 이집트에 있느냐며 도발한다. 이에 파라오는 아들 세트메를 부르고, 세트메는 사정을 아들 시-오시레에게 말하자 시-오시레는 자신이 하겠노라며 나서 누비아 마법사와 대치한다. 

      시-오시레가 봉인을 뜯지않고 읽은 내용은 이렇다. 정리해 본다.

      1500년 전 옛날 멘크-파-라 시-아몬이 이집트를 통치하던 때, 누비아 총독이 어느날 누비아 마법사 셋이 마법으로 이집트를 괴롭힐 방법을 이야기하는 걸 엿듣게 되었다. 그 세 마법사의 이름은 각각 "암퇘지의 아들 호루스", "누비아 여자의 아들 호루스", 그리고 "공주의 아들 호루스" 였다. 이 가운데 누비아 총독은 "이집트에 마법을 걸어 파라오를 누비아로 납치한 후, 채찍으로 후쳐치고 곤봉으로 500대를 후려친 후 6시간 후 이집트로 되돌려 보내겠다"는 안을 낸 "누비아 여자의 아들 호루스"를 뽑아 이를 시행시킨다. 호되게 모욕당한 이집트 파라오 앞에 마법사인 "판네쉬의 아들 호루스"가 나타나 자신이 파라오를 보호하겠노라고 하면서 마법의 힘으로 파라오 주변에 결계를 치고 누비아 마법사인 "누비아 여자의 아들 호루스"의 마법을 봉쇄하고는, 거꾸로 이번에는 누비아 왕을 마법으로 이집트로 잡아와 파라오가 당한대로 그대로 갚아준다.  이제 "누비아 여자의 아들 호루스"는 이집트로 직접 찾아와 파라오를 보좌하는 "판네쉬의 아들 호루스"와 마법대결을 벌이지면 결국 패배하고, "누비아 여자의 아들 호루스"의 어머니인 누비아 마법사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찾아와 목숨을 애걸하고 풀려나는 대신 1500년 간 이집트에 발을 들이지 않기로 약속했다 -

      이 내용을 시-오시레가 봉인된 책에서 읽어낸 후, 시-오시레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 앞에 있는 이 누비아 마법사가 1500년 전 패배했던 바로 그 마법사 - "누비아 여자의 아들 호루스" 이며 그가 이제 다시 이집트를 파멸시키기 위해 찾아왔다는 사실, 또한 자신은 사실 1500년 전 이집트를 지킨 그 '판네쉬의 아들 호루스'로 이집트를 구하라는 오시리스의 명을 받고 '시-오시레'로 환생한 것이라고 설명한 후, 마법으로 누비아 마법사를 불살라 소멸하고 자신도 함께 사라졌다. 

      따라서 시-오시레의 전생의 이름이 (다른 3명의 동명의 누비아 마법사들과 마찬가지로) '호루스'이긴 하지만, 이 호루스는 오시리스-이시스의 아들이자 신인 그 '호루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판단은 각자의 몫.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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