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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로마카톨릭 vs. 프로테스탄트 #09: 성모 마리아와 성인에 대한 공경
라벨:
비교신화/종교,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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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최광민 (Kwangmin Choi). 2019-11-13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 최광민] 로마카톨릭 vs. 프로테스탄트 #09: 성모 마리아와
성인에 대한 공경
목차
종교개혁과 성인공경에 대해
- 성인들에 대한 기도와 공경의 기원은?
- 마리아/성인 공경은 이교에서 유래한 것인가?
-
루터, 쯔빙글리, 칼뱅은 마리아의 무염시태, 평생동정녀, 몽소승천 같은
로마카톨릭 교리를 지지했을까?
- 마르틴 루터는 마리아의 무염시태를 믿었을까?
- 루터가 모친에게 '카톨릭에 남아있으라'고 말했다는 속설은 사실인가?
- 작센 선제후 프리드리히 3세의 성물수집과 루터의 입장?
The Annunciation by Fra Angelico, 1433–34
#종교개혁과 성인공경에 대해
[질문]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인 마리아나 각종 성인들에 대한 기도와 공경은
어떻게 생겨난 것인가요?
[답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대체로 2-4세기 초반의 로마의 박해, 4-5세기
아리우스-네스토리우스 논쟁 무렵에서 박해받던 측에 있던 신자들 사이에서
"가시적으로 의지할" 무언가에 대한 갈망에서 점차 자리잡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
최광민
[질문]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인 마리아나 성인 공경이 이방 종교의 지모신
사상이나 다신교 사상과의 혼합을 통해 만들어진 관습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는 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답변]
그 기원이라기 보다는 의식과 상징 면에서 그런 요소가 흡수된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과도한" 성인공경 건은 어제도 말씀드린 것처럼 추상적인 신
개념보다는 보다 가시적으로 의지할 무언가에 대한 갈망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히브리인들이 자신들의 신의 구현이라고 믿은 "황금송아지"나
중남미 시골에서 급기야 성인이 되어버린 혁명가 체 게바라 사례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체 게바라의 사례는 "성인공경"이 민간신앙
차원에서는 어떻게 발전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인류학적 사례라 생각됩니다.
http://kwangmin.blogspot.com/2011/09/blog-post_2679.html
/ 최광민
[질문] 마르틴 루터, 울리히
츠빙글리, 장 칼뱅 같은 종교개혁가들은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
평생동정녀, 몽소승천과 같은 교리들을 받아들였나요?
[답변]
후대의 프로테스탄트들이 마리아를 좀 과도하게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츠빙글리, 루터, 칼뱅 순으로 마리아에 대한 그들의 존경은 대단했습니다.
이 가운데 츠빙글리는 거의 로마카톨릭 수준이었고요. 역사적으로 보면
평생동정녀 -- 마리아무염시태 -- 몽소승천 순으로 교회사에 등장하는데,
평생동정녀설은 츠빙글리와 루터는 강력하게 믿었고, 칼뱅은 판단을
보류했습니다. 19-20세기에 비로소 로마카톨릭이 교황무오권을 발동해 부동의
교리로 인준한 무염시태나 몽소승천에 대한 로마카톨릭식 개념을 쯔빙글리, 루터,
칼뱅 모두 거부하긴 하지만, 이 가운데 마리아에게 가장 극진했던 쯔빙글리의
경우 마리아에게 "무흠하다" 혹은 "조금도 흠이 없다"란 식의 표현을 적기도
했습니다. 물론 (논란이 있지만) 이것이 마리아 본인의 "잉태시점"부터 원죄가
없었다는 식의 이해는 아니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 최광민
[질문] 예전 질문에 대한 Kwangmin님의 답변 중 마르틴 루터는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교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최근 제가 찾아본 가톨릭 출판사의 사와다 아키오가 쓴 루터와
마리아라는 책에서 마르틴 루터가 1527년 주님 탄생 예고 첨례 복음에서
마리아가 원죄로 부터 구원된 욕정이나 죄없이 잉태된 여자라는 개념을
분명히 받아들이고 있음을 피력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데 혹시
이에 대응되는 루터가 마리아의 원죄없는 잉태교리를 거부하는 의사를
표력한 자료가 있다면 보여주시는 게 가능하신가요?
[답변]
말씀드렸다시피 루터는 특별히 마리아에 대해서는 매우
각별했습니다. 이를 들어 로마카톨릭 측은 루터의 '마리아 사랑'을 최대로
강조하는 방법으로 프로테스탄트를 공격하기도 하고, 혹은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단서'를 찾기도 합니다. 사실, 프로테스탄트가 복종과 헌신의 모범을
보인 마리아에게 존경을 표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어느 수준까지 "공경"이 허용되는가? 겠죠.
루터는 1517년에 종교개혁을 개시했고 1546년에 죽었으므로, 그가
"종교개혁가"로 활동한 시기는 이 30년 입니다. 그의 활동기를
전/중/후기로 나누어 본다면, 어떤 주제들에 대한 루터의 생각이 시간에 따라
수정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유대인과 농민들에 대해 온정적이던
전반기에 반해 후반기에 루터는 가차없이 비판을 던지게 되죠.
위에
언급하신 1527년 자료는 로마카톨릭 변증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자료인데,
이들이 제시하는 논증의 결정적 문제점 (혹은 트릭?)은 해당 사건과 루터
본인의 시간대를 함께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전에도 여러 형태의 준-종교개혁적인 움직임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증세 로마카톨릭의 전통과 대립한 것은 마르틴 루터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이 작업을 기초부터 시작한 루터의 단계적인 입장변화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교회의 전통에 대한 루터와 루터교단의 생각을 잘 반영하는 표어가 "목욕물과
아기를 같이 버리지 말라"입니다. 로마카톨릭의 "전통"에 대한 루터의 생각은
종교개혁의 뇌관이 되었던 "면죄부/대사증" 같은 경우 종교개혁 초기에 아주
칼날같이 배척했지만, 성인공경이나 성인에 대한 기도 등을 폐지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루터는 중반기 부터 본격적으로 로마카톨릭의
전통들과 결별해 나갑니다.
우선 말씀하신 1527년 자료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자료는 1527년에 출판된 책에 실린 설교내용 (Sermon on the Gospel for the
Feast of the Conception of the B.V.M., Weimar edition 17/2,
288p,, http://www.archive.org/stream/werkekritischege17luthuoft#page/280/mode/2up)이고, 설교문 "본문"이 아니라 성모마리아 "본인"의 "원죄없는 잉태"
(무염시태)에 대한 한 "주석"에 등장합니다. 해당 주석이 달린 설교는
출판일보다 약 9-1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종교개혁 초기 1-2년에
해당합니다.
해당 주석을 읽어봅니다.
"It is a sweet and pious belief that the infusion of Mary’s soul was effected without original sin; so that
in the very infusion of her soul she was also purified from original
sin and adorned with God’s gifts, receiving a pure soul infused by
God; thus from the first moment she began to live she was free from all
sin" - Martin Luther's Sermon "On the Day of the Conception of the Mother of
God," 1527 / Weimar edition 17/2, 288./ Hartmann Grisar's book, Luther
Vol. IV (St Louis: B. Herder, 1913)
'마리아의 영혼이 불어넣어질 때 그 영혼이 원죄의 영향을 받지 않았고, 따라서 그 영혼이 주입되는 시점에 마리아가 원죄로부터 정화되었으며, 하느님께서 불어넣으신 순수한 영혼을 받아 그의 선물들로 단장되었기에, 그녀가 생명을 가진 순간 부터 모든 죄로부터 자유로왔다'는 믿음은 아름답고 신심어린 믿음이다. / 번역: 최광민
그런데 1529년 판본 이후 후속판들에서는 해당 주석을 삭제했습니다. 여전히
루터가 살아있을 때였고 그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의 사후 루터의 저작을
편집해 발표할 때 편집자들은 해당 주석조차 루터가 쓴 것으로 간주하지
않았습니다. 설령 루터가 1517년 무렵 설교문에 저런 주석을 남겼더라도,
루터는 최소한 1529년부터는 무염시태에 대한 생각을 버렸다고 보아야 합니다.
즉, 그의 활동 초기의 흔적인 것이죠.
참고로 말하자면, 마리아가 "원죄없이 탄생"하였다 하더라도, 도대체 어떤
시점부터 그리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 있었습니다. 가령, AD 13세기의
스콜라 철학/신학자들 중에서도, 토마스 아퀴나스는 마리아 본인의
잉태시점에는 원죄를 가진 존재였으나 어머니의 태중에서 원죄가 정화된 것으로
보았고, 반대로 영국의 둔스 스코투스는 마리아는 잉태시점부터 원죄가 없다고
여겼습니다. 두 이해가 가져오는 결론은 사뭇 다르게 되는데, 전자의 경우,
마리아는 신의 특별한 은혜로 성별된 사람이란 뉘앙스가 강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새로운 피조물' 같은 뉘앙스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견해를
따르던 간에 예수는 마리아가 그를 잉태한 바로 그 시점 부터 원죄가
없습니다.
비슷한 생각은 종교개혁 5년 차인 1522년에 루터가 낸 소기도서에도
등장합니다. 이 기도문에서는 "무염시태"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마리아에게
전적으로 죄가 없었다고 묘사됩니다. 하지만 루터가 이 말을 할 때의 문맥을
함께 봐야 합니다. 이 문맥은 엘리사벳이 이미 예수를 잉태하고 있던
마리아를 만났을 때의 시점에서의 말입니다. 따라서 텍스트만 본다면 루터는
여기서 "마리아"가 "마리아 본인의 잉태 시점부터 죄가 없었다
(=무염시태)"고 꼭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In the first place She is full of grace, proclaimed to
be entirely without sin—something exceedingly great. For God’s grace fills her with
everything good and makes her devoid of all evil.
- Martin Luther's Little Prayer Book, 1522 (LW 43:39).
무엇보다 그녀 (성모 마리아)는 은혜로 충만하며 지극히 놀랍게도 전적으로 죄가 없다고 선언됩니다. 신은 모든 선함을 그녀에게 채우는 은혜를 베풀어 그녀에게서 모든 악을 사라지게 하셨습니다. --- 마르틴 루터, {소기도서},
1522년
루터는 중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로마카톨릭적 전통들을 배제하는 동시에
마리아에 대한 언급을 줄여나갑니다. 아마도 1530년을 전후로 루터는
"원죄없이 마리아가 잉태/탄생했다"는 로마카톨릭의 "마리아 무염시태"에
대한 생각을 최종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루터의 1532년 설교를 보겠습니다. 이제 마리아의 (원죄로부터의) 정화는
잉태 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예수의 탄생 "이전 어느 시점"에 성령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명시됩니다. 강조점이 마리아에서 예수로 완전히 옮겨진
것입니다.
Thus we are conceived and born. For all of mankind is conceived and
born in accord with creation’s decree, as recorded (Gen. 1:28): `Be
fruitful, and multiply, and replenish the earth.”. He, indeed, was a genuinely true, natural human being, but not
conceived or born in sin as all other descendants of Adam.
그렇게 우리는 (죄성을 가진 채 / 최광민) 잉태되고 태어난다. 모든
인류는 기록된 대로 "자손을 낳고 번성하라. 땅을 채워라"란 창조의 원리에
따라 그렇게 잉태되고 태어난다. 그리스도는 죄성을 가진채 잉태되거나
태어나는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진실로 그는 진실로 참되고 자연적인
인간이셨으나, 아담의 다른 자손괃는 달리 죄 가운데 잉태되거나 태어나지
않으셨다.
That is why his mother had to be a virgin whom no man had touched, so
that he would not be born under the curse, but rather conceived and
born without sin, so that the devil had no right or power over him.
Only the Holy Spirit was present to bring about the conception in her
virgin body.
이것이 그의 어머니가 어떤 남자도 손대지 않은 처녀였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 (= 그리스도 / 필자 주)는 저주 가운데가 아닌 죄성이 없는 상태로
잉태되고 태어났기에 악마는 그에게 어떤 권리를 주장하거나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오직 성령만이 그녀의 처녀의 몸에 있었기 때문이다.
Mother Mary, like us, was born in sin of sinful parents, but the Holy
Spirit covered her, sanctified and purified her so that this child was
born of flesh and blood, but not with sinful flesh and blood. The Holy Spirit permitted the Virgin Mary to remain a true,
natural human being of flesh and blood, just as we. However, he warded off sin from her flesh and blood so that she
became the mother of a pure child, not poisoned by sin as we
are. Thus what the angel spake came true: “He shall be great, and shall be
called the Son of the Highest.” For in that moment when she conceived, she was a holy mother filled
with the Holy Spirit and her fruit is a holy pure fruit, at once God
and truly man, in one person [Martin Luther, Sermons of Martin Luther, Vol. 3, ed. John
Nicholas Lenker. ( Grand Rapids: Baker Books, 1996), 291]
우리처럼 성모 마리아도 죄 많은 부모의 죄 가운데 탄생했다. 그러나
성령이 그녀를 덮어 성별하고 정화하여 이 아기 (=예수)가 죄성있는 살과
피를 갖지 않고 탄생할 수 있었다. 성령은 처녀 마리아가 우리처럼 진정 자연스런 살과 피를 가진
인간으로 남아있을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성령은 그녀의 살과 피에서 죄성을 막아내어, 그녀는 우리처럼 죄성에
물든 것이 아닌 순수한 아기의 어머니가 될 수 있었다. 따라서 "그(=예수)는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이며 지극히 높은 이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란 천사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가 잉태하였을 때,
그녀는 거룩한 성령에 충만한 거룩한 어머니였고, 그녀의 열매는 거룩하고
순결한 열매로서 신성과 참 인성이 한 사람 안에 동시에 거하신
것이다. --- 마르틴 루터, 설교 1532 / 번역: 최광민
1540년 그리스도의 신/인성 논쟁에 등장한 마리아의 무염시태 논쟁에 대해
루터는 이렇게 논점을 정리합니다. 원죄없이 탄생한 인간은 예수 밖에
없습니다.
Argument: Every man is corrupted by original sin and has
concupiscence. Christ had neither concupiscence nor original sin.
Therefore he is not a man.
[주장]: 모든 사람은 원죄로 타락했고 육욕을 가진다. 그리스도는 육욕이
없고 원죄도 없다. 그래서 그는 사람이 아니다.
Response: I make a distinction with regard to the major premise.
Every man is corrupted by original sin, with the exception of Christ.
Every man who is not a divine Person [personaliter Deus], as is
Christ, has concupiscence, but the man Christ has none, because he is
a divine Person, and in conception the flesh and blood of Mary were
entirely purged, so that nothing of sin remained. Therefore Isaiah
says rightly, "There was no guile found in his mouth"; otherwise,
every seed except for Mary's was corrupted.
[답변] 모든 사람은 원죄에 의해 타락했다. 단 그리스도는 예외다.
그리스도와 달리 신성이 없는 인간은 육욕을 가진다. 그러나 신성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그리스도는 육욕이 없다. (그리스도가 수태될 때 / 필자 주),
마리아의 살과 피는 완전히 정화되어 죄의 흔적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이사야가 "그의 입에 거짓이 없도다"라고 한 말은 옳았다. 마리아의
아들을 제외한 모든 자녀는 따라서 타락한 상태이다.
---- On the
Immaculate Conception of Mary, {Disputation On the Divinity and Humanity
of Christ} / 번역: 최광민
죽기 2년 전인 1544년, 루터는 인간으로서의 그리스도와 우리의 유일한
차이는 "그리스도만 유일하게 죄가 없이 태어났다"는 점이며, 이를 위해 신이
성령을 마리아의 영혼과 몸에 충만하게 부어넣어 죄를 정화한 상태에서 예수를
잉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것을 루터의 최종견해로 봐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In the papacy they used to tell a story: The devil once came to church
to mass, and when in the confession of the Christian faith, which they
called the Patrem, they sang the words: " Et homo factum est"— the Son
of God was made man—and the people did not kneel down but stood, he
struck one on the mouth, rebuked him and said: You ruffian, are you not
ashamed that you stand here like a stock, and do not fall down for joy?
If the Son of God had become our brother, like yours, we would not know
what to do for joy.
I do not think that this is true ; for the devil is too decided in his
enmity to us and the Lord Jesus ; but this is true, that he who
conceived this story had the right spirit, and well understood how great
an honor was conferred upon us in that the Son of God became man; not
like Eve nor Adam, who was made of the earth; but He is still more
nearly related to us, since He was born of the flesh and blood of the
Virgin Mary, like other men, except that the virgin was alone, and being
sanctified by the Holy Spirit, conceived this blessed fruit without sin
and by the Holy Spirit. In other respects He is like unto us, and a
natural Son of a woman.
Adam and Eve were not born, but created. God made Adam out of the dust
of the earth, and the woman of his rib. How much nearer is Christ to us
than Eve to her husband Adam, since He is truly our flesh and blood.
Such honor we should highly esteem and well take to heart, that the Son
of God became flesh, and that there is no difference at all between His and our flesh, only that His
flesh is without sin. For He was so conceived of the Holy Ghost, and God
poured out so richly His Holy Spirit into the soul and body of the
Virgin Mary that without any sin she conceived and bore our Lord Jesus.
Aside from this, in all other respects, He was like other men; He ate, drank, was hungry, thirsty, cold like other men. Such and
similar natural infirmities, which have descended upon us by reason of
sin, He, who was without sin, bore and had like unto us, as St. Paul
says: " He was made in the likeness of men, and found in fashion as a
man." --- Martin Luther, {Martin Luther's House Postils}
아담과 하와는 태어난 것이 아니라 창조되었다. 신은 아담을 흙에서
만들었고, 하와를 그의 갈비뼈에서 만들었다. 하와와 그 남편의 유사도와
비교한다면, 그리스도와 우리는 얼마나 더 가까운가! 그리스도는 진실로
우리의 살과 피를 가지셨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신의 아들이 인간의
육체를 취하셨다는 점과, 또 그 분의 육체에는 한 점의 죄도 없었다는 점만 빼면 그 분과 우리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점을 큰 영광으로 여기고 이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는 그렇게 성령으로 잉태되셨고, 신은 그의
성령을 동정녀 마리아의 영혼과 몸에 그렇게 충만히 불어넣으셔서, 그녀가 우리 주 예수를 죄 없는 상태에서 잉태하고
낳게 하셨다. 이 점을 제외한다면, 그리스도는 모든 면에서 다른 사람과
같다....... --- 마르틴 루터 / 번역: 최광민
정리하자면,
로마카톨릭의 공식견해로는, "마리아 본인이
잉태될 때" 원죄가 없었으며 이후에도 본죄를 짓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나중에 예수를 죄없는 상태에서 잉태합니다.
1530년 이후 루터의
입장에선 마리아는 "예수를 잉태할 때 (혹은 이전 어느 시점에)" 성령에 의해
완전히 정화되어 그 결과 죄로 오염되지 않는 아기를 낳습니다. 따라서 루터의
이해는 이제 로마카톨릭의 이해와 현격한 차이를 가지게 됩니다. 초점이 "마리아
본인의 잉태"에서 "예수의 잉태"로 완전히 옮겨진 것이며, 따라서 마리아 본인의
무염시태를 기념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죠.
원죄없이 태어난 아이는
예수 1인이어야만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최광민
[질문] 마르틴 루터가 자기 자신의 어머니인 마르가레테에게 루터교로
개종하지 말고 가톨릭 신앙을 그대로 가지라고 당부했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는데 이는 사실인가요?
[답변]
루터의 어머니인 마르가레테와 관련된 속설에 따르자면, 저 말을
"루터가 어머니 임종에서 했다"는 것인데요, 저도 출처를 예전에 찾아봤는데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루터의 모친은 1531년에 죽었는데, 제가 들은
버전에서는, "임종 때 어머니까 자신이 아직도 로마카톨릭이란 걸 아들에게
사과/변명하려 하자,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바른 일을 하셨고 미안해 하지도
말라고 답했다"였습니다.
뭐 사실이라도 설명이 가능한 것이, 비록
루터가 로마교회와 척을 졌지만, 사실 루터는 자신이 "참 카톨릭" 편에 서있다고
늘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카톨릭"이란 그가 생각한 "중세 내내 부패했던
로마카톨릭교회"란 뜻이 아니라, 보다 적절한 명칭인 "보편교회"를 뜻합니다.
그의 95개조에도 그가 대사와 연옥교리를 비판하지만, 교회와 교황이 올바른
교리를 수호하는 한 "카톨릭 교회" 자체에 반발하는 것인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그는 심지어 이렇게도 적습니다 ("53. 면죄부의 설교가 선포되도록 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저주하여 교회 안에서 아주 잠잠하여 지도록 만든 사람들은
그리스도와 교황의 대적자들이다") 물론 이후 루터는 이런 낙관을 버리긴
합니다만.
비슷한 속설로는 루터 본인이 임종시 "나는 아직
(로마)카톨릭이야"라고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것 역시 물론 사실이 아닙니다.
적어도 기록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친구인 유스투스 요나스가 "자네는 그리스도와
자네가 가르친 가르침을 붙들고 죽길 원하는가?"라고 묻자 "그럼"이라고 답한 후
산상수훈의 말에서 따온 "우리는 모두 거지/가난한 자야. 그건 사실이지"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죽습니다. 물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루터 본인은
자신이 진정한 "보편"("카톨릭")교회에 속해 있다고 믿었던 것은 의심할
나위 없습니다.
/ 최광민
[질문] 작센 선제후 프리드리히 3세는 마르틴 루터를 지지하고 보호하기는
했으나 철저히 정치적인 이해타산 때문에 그러했을 뿐이며 정작 그는 평생
로마 가톨릭 신자로 남았으며 실제로 연옥에서의 보속 기간을 줄여주는
성유물들을 계속 간직하였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프리드리히
3세는 마르틴 루터의 신학에 실제로는 얼마만큼 공감하고 있었나요?
[답변]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 또한 루터의 종교개혁 시간대와
비교해 가면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프리드리히 3세는 루터와
멜랑히톤이 가르치던 비텐베르크 대학의 창설자로서, 이 신생대학이 다른 모든
독일의 유명대학을 제끼고 종교개혁의 중심지가 되었다는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루터와의 개인적인 접촉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루터가 {95개조}를 제출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1517년이지만, 그가 종교개혁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보름스 회의를 통해 루터가
파문되고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수배령을 내린 1521년입니다. 이때 루터의
보호자를 자처한 프리드리히 3세는 1525년 사망할 때까지 4년 간 루터를
보호했습니다.
지난번에 루터와 마리아 무염시태 교리에 대해
언급했다시피, 이 시기는 종교개혁자로서의 루터 경력 초반기에
해당하고, 루터의 어머니가 로마카톨릭 신자로서 죽은 1531년
무렵까지도 루터는 아직 많은 로마카톨릭 전통과 교리를 철저하게 내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선제후 프리드리히 3세는 62세를 살면서 성유물을 평생
수집했던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평생 로마카톨릭으로 살았지만, 임종 시에 루터
측으로부터 성찬을 받았고 따라서 적어도 사망 무렵에는 복음주의 (= 루터파)로
개종한 것으로 보통 여깁니다. 프리드리히 3세가 정말 충실한 로마카톨릭 신자로
죽었다면, (임종 시 무의식 상태가 아닌 한) 바티칸이 이미 이단으로 정죄한 루터
측으로부터 이런 성례를 받았을 리가 없죠.
독일 지역에서의
(대사증에 대응하는) 성물거래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발발한 1510년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그의 성물수집이 그가 보름스 회의 후 루터를 보호하기
시작한 1521년에서 임종한 1525년 4년 간 집중된 것이 아니라면, 그의 성물수집
전력을 루터 측에서 큰 문제로 여겼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최광민
이메일로 전송BlogThis!X에 공유Facebook에서 공유
라벨:
비교신화/종교,
역사
© 최광민 (Kwangmin Choi). 2019-11-13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 최광민] 로마카톨릭 vs. 프로테스탄트 #09: 성모 마리아와 성인에 대한 공경
목차
종교개혁과 성인공경에 대해
- 성인들에 대한 기도와 공경의 기원은?
- 마리아/성인 공경은 이교에서 유래한 것인가?
- 루터, 쯔빙글리, 칼뱅은 마리아의 무염시태, 평생동정녀, 몽소승천 같은 로마카톨릭 교리를 지지했을까?
- 마르틴 루터는 마리아의 무염시태를 믿었을까?
- 루터가 모친에게 '카톨릭에 남아있으라'고 말했다는 속설은 사실인가?
- 작센 선제후 프리드리히 3세의 성물수집과 루터의 입장?
#종교개혁과 성인공경에 대해
[질문]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인 마리아나 각종 성인들에 대한 기도와 공경은 어떻게 생겨난 것인가요?
[답변]
/ 최광민
[질문]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인 마리아나 성인 공경이 이방 종교의 지모신 사상이나 다신교 사상과의 혼합을 통해 만들어진 관습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는 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답변]
그 기원이라기 보다는 의식과 상징 면에서 그런 요소가 흡수된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과도한" 성인공경 건은 어제도 말씀드린 것처럼 추상적인 신 개념보다는 보다 가시적으로 의지할 무언가에 대한 갈망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히브리인들이 자신들의 신의 구현이라고 믿은 "황금송아지"나 중남미 시골에서 급기야 성인이 되어버린 혁명가 체 게바라 사례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체 게바라의 사례는 "성인공경"이 민간신앙 차원에서는 어떻게 발전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인류학적 사례라 생각됩니다.
http://kwangmin.blogspot.com/2011/09/blog-post_2679.html
/ 최광민
[질문] 마르틴 루터, 울리히 츠빙글리, 장 칼뱅 같은 종교개혁가들은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 평생동정녀, 몽소승천과 같은 교리들을 받아들였나요?
[답변]
후대의 프로테스탄트들이 마리아를 좀 과도하게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츠빙글리, 루터, 칼뱅 순으로 마리아에 대한 그들의 존경은 대단했습니다. 이 가운데 츠빙글리는 거의 로마카톨릭 수준이었고요. 역사적으로 보면 평생동정녀 -- 마리아무염시태 -- 몽소승천 순으로 교회사에 등장하는데, 평생동정녀설은 츠빙글리와 루터는 강력하게 믿었고, 칼뱅은 판단을 보류했습니다. 19-20세기에 비로소 로마카톨릭이 교황무오권을 발동해 부동의 교리로 인준한 무염시태나 몽소승천에 대한 로마카톨릭식 개념을 쯔빙글리, 루터, 칼뱅 모두 거부하긴 하지만, 이 가운데 마리아에게 가장 극진했던 쯔빙글리의 경우 마리아에게 "무흠하다" 혹은 "조금도 흠이 없다"란 식의 표현을 적기도 했습니다. 물론 (논란이 있지만) 이것이 마리아 본인의 "잉태시점"부터 원죄가 없었다는 식의 이해는 아니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 최광민
[질문] 예전 질문에 대한 Kwangmin님의 답변 중 마르틴 루터는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교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최근 제가 찾아본 가톨릭 출판사의 사와다 아키오가 쓴 루터와 마리아라는 책에서 마르틴 루터가 1527년 주님 탄생 예고 첨례 복음에서 마리아가 원죄로 부터 구원된 욕정이나 죄없이 잉태된 여자라는 개념을 분명히 받아들이고 있음을 피력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데 혹시 이에 대응되는 루터가 마리아의 원죄없는 잉태교리를 거부하는 의사를 표력한 자료가 있다면 보여주시는 게 가능하신가요?
[답변]
말씀드렸다시피 루터는 특별히 마리아에 대해서는 매우 각별했습니다. 이를 들어 로마카톨릭 측은 루터의 '마리아 사랑'을 최대로 강조하는 방법으로 프로테스탄트를 공격하기도 하고, 혹은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단서'를 찾기도 합니다. 사실, 프로테스탄트가 복종과 헌신의 모범을 보인 마리아에게 존경을 표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어느 수준까지 "공경"이 허용되는가? 겠죠.
루터는 1517년에 종교개혁을 개시했고 1546년에 죽었으므로, 그가
"종교개혁가"로 활동한 시기는 이 30년 입니다. 그의 활동기를
전/중/후기로 나누어 본다면, 어떤 주제들에 대한 루터의 생각이 시간에 따라
수정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유대인과 농민들에 대해 온정적이던
전반기에 반해 후반기에 루터는 가차없이 비판을 던지게 되죠.
위에 언급하신 1527년 자료는 로마카톨릭 변증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자료인데, 이들이 제시하는 논증의 결정적 문제점 (혹은 트릭?)은 해당 사건과 루터 본인의 시간대를 함께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전에도 여러 형태의 준-종교개혁적인 움직임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증세 로마카톨릭의 전통과 대립한 것은 마르틴 루터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이 작업을 기초부터 시작한 루터의 단계적인 입장변화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위에 언급하신 1527년 자료는 로마카톨릭 변증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자료인데, 이들이 제시하는 논증의 결정적 문제점 (혹은 트릭?)은 해당 사건과 루터 본인의 시간대를 함께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전에도 여러 형태의 준-종교개혁적인 움직임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증세 로마카톨릭의 전통과 대립한 것은 마르틴 루터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이 작업을 기초부터 시작한 루터의 단계적인 입장변화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교회의 전통에 대한 루터와 루터교단의 생각을 잘 반영하는 표어가 "목욕물과
아기를 같이 버리지 말라"입니다. 로마카톨릭의 "전통"에 대한 루터의 생각은
종교개혁의 뇌관이 되었던 "면죄부/대사증" 같은 경우 종교개혁 초기에 아주
칼날같이 배척했지만, 성인공경이나 성인에 대한 기도 등을 폐지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루터는 중반기 부터 본격적으로 로마카톨릭의
전통들과 결별해 나갑니다.
우선 말씀하신 1527년 자료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자료는 1527년에 출판된 책에 실린 설교내용 (Sermon on the Gospel for the Feast of the Conception of the B.V.M., Weimar edition 17/2, 288p,, http://www.archive.org/stream/werkekritischege17luthuoft#page/280/mode/2up)이고, 설교문 "본문"이 아니라 성모마리아 "본인"의 "원죄없는 잉태" (무염시태)에 대한 한 "주석"에 등장합니다. 해당 주석이 달린 설교는 출판일보다 약 9-1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종교개혁 초기 1-2년에 해당합니다.
해당 주석을 읽어봅니다.
"It is a sweet and pious belief that the infusion of Mary’s soul was effected without original sin; so that in the very infusion of her soul she was also purified from original sin and adorned with God’s gifts, receiving a pure soul infused by God; thus from the first moment she began to live she was free from all sin" - Martin Luther's Sermon "On the Day of the Conception of the Mother of God," 1527 / Weimar edition 17/2, 288./ Hartmann Grisar's book, Luther Vol. IV (St Louis: B. Herder, 1913)'마리아의 영혼이 불어넣어질 때 그 영혼이 원죄의 영향을 받지 않았고, 따라서 그 영혼이 주입되는 시점에 마리아가 원죄로부터 정화되었으며, 하느님께서 불어넣으신 순수한 영혼을 받아 그의 선물들로 단장되었기에, 그녀가 생명을 가진 순간 부터 모든 죄로부터 자유로왔다'는 믿음은 아름답고 신심어린 믿음이다. / 번역: 최광민
그런데 1529년 판본 이후 후속판들에서는 해당 주석을 삭제했습니다. 여전히
루터가 살아있을 때였고 그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의 사후 루터의 저작을
편집해 발표할 때 편집자들은 해당 주석조차 루터가 쓴 것으로 간주하지
않았습니다. 설령 루터가 1517년 무렵 설교문에 저런 주석을 남겼더라도,
루터는 최소한 1529년부터는 무염시태에 대한 생각을 버렸다고 보아야 합니다.
즉, 그의 활동 초기의 흔적인 것이죠.
참고로 말하자면, 마리아가 "원죄없이 탄생"하였다 하더라도, 도대체 어떤
시점부터 그리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 있었습니다. 가령, AD 13세기의
스콜라 철학/신학자들 중에서도, 토마스 아퀴나스는 마리아 본인의
잉태시점에는 원죄를 가진 존재였으나 어머니의 태중에서 원죄가 정화된 것으로
보았고, 반대로 영국의 둔스 스코투스는 마리아는 잉태시점부터 원죄가 없다고
여겼습니다. 두 이해가 가져오는 결론은 사뭇 다르게 되는데, 전자의 경우,
마리아는 신의 특별한 은혜로 성별된 사람이란 뉘앙스가 강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새로운 피조물' 같은 뉘앙스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견해를
따르던 간에 예수는 마리아가 그를 잉태한 바로 그 시점 부터 원죄가
없습니다.
비슷한 생각은 종교개혁 5년 차인 1522년에 루터가 낸 소기도서에도
등장합니다. 이 기도문에서는 "무염시태"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마리아에게
전적으로 죄가 없었다고 묘사됩니다. 하지만 루터가 이 말을 할 때의 문맥을
함께 봐야 합니다. 이 문맥은 엘리사벳이 이미 예수를 잉태하고 있던
마리아를 만났을 때의 시점에서의 말입니다. 따라서 텍스트만 본다면 루터는
여기서 "마리아"가 "마리아 본인의 잉태 시점부터 죄가 없었다
(=무염시태)"고 꼭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In the first place She is full of grace, proclaimed to be entirely without sin—something exceedingly great. For God’s grace fills her with everything good and makes her devoid of all evil. - Martin Luther's Little Prayer Book, 1522 (LW 43:39).
무엇보다 그녀 (성모 마리아)는 은혜로 충만하며 지극히 놀랍게도 전적으로 죄가 없다고 선언됩니다. 신은 모든 선함을 그녀에게 채우는 은혜를 베풀어 그녀에게서 모든 악을 사라지게 하셨습니다. --- 마르틴 루터, {소기도서}, 1522년
루터는 중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로마카톨릭적 전통들을 배제하는 동시에
마리아에 대한 언급을 줄여나갑니다. 아마도 1530년을 전후로 루터는
"원죄없이 마리아가 잉태/탄생했다"는 로마카톨릭의 "마리아 무염시태"에
대한 생각을 최종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루터의 1532년 설교를 보겠습니다. 이제 마리아의 (원죄로부터의) 정화는
잉태 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예수의 탄생 "이전 어느 시점"에 성령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명시됩니다. 강조점이 마리아에서 예수로 완전히 옮겨진
것입니다.
Thus we are conceived and born. For all of mankind is conceived and born in accord with creation’s decree, as recorded (Gen. 1:28): `Be fruitful, and multiply, and replenish the earth.”. He, indeed, was a genuinely true, natural human being, but not conceived or born in sin as all other descendants of Adam.
그렇게 우리는 (죄성을 가진 채 / 최광민) 잉태되고 태어난다. 모든 인류는 기록된 대로 "자손을 낳고 번성하라. 땅을 채워라"란 창조의 원리에 따라 그렇게 잉태되고 태어난다. 그리스도는 죄성을 가진채 잉태되거나 태어나는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진실로 그는 진실로 참되고 자연적인 인간이셨으나, 아담의 다른 자손괃는 달리 죄 가운데 잉태되거나 태어나지 않으셨다.
That is why his mother had to be a virgin whom no man had touched, so that he would not be born under the curse, but rather conceived and born without sin, so that the devil had no right or power over him. Only the Holy Spirit was present to bring about the conception in her virgin body.
이것이 그의 어머니가 어떤 남자도 손대지 않은 처녀였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 (= 그리스도 / 필자 주)는 저주 가운데가 아닌 죄성이 없는 상태로 잉태되고 태어났기에 악마는 그에게 어떤 권리를 주장하거나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오직 성령만이 그녀의 처녀의 몸에 있었기 때문이다.
Mother Mary, like us, was born in sin of sinful parents, but the Holy Spirit covered her, sanctified and purified her so that this child was born of flesh and blood, but not with sinful flesh and blood. The Holy Spirit permitted the Virgin Mary to remain a true, natural human being of flesh and blood, just as we. However, he warded off sin from her flesh and blood so that she became the mother of a pure child, not poisoned by sin as we are. Thus what the angel spake came true: “He shall be great, and shall be called the Son of the Highest.” For in that moment when she conceived, she was a holy mother filled with the Holy Spirit and her fruit is a holy pure fruit, at once God and truly man, in one person [Martin Luther, Sermons of Martin Luther, Vol. 3, ed. John Nicholas Lenker. ( Grand Rapids: Baker Books, 1996), 291]
우리처럼 성모 마리아도 죄 많은 부모의 죄 가운데 탄생했다. 그러나 성령이 그녀를 덮어 성별하고 정화하여 이 아기 (=예수)가 죄성있는 살과 피를 갖지 않고 탄생할 수 있었다. 성령은 처녀 마리아가 우리처럼 진정 자연스런 살과 피를 가진 인간으로 남아있을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성령은 그녀의 살과 피에서 죄성을 막아내어, 그녀는 우리처럼 죄성에 물든 것이 아닌 순수한 아기의 어머니가 될 수 있었다. 따라서 "그(=예수)는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이며 지극히 높은 이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란 천사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가 잉태하였을 때, 그녀는 거룩한 성령에 충만한 거룩한 어머니였고, 그녀의 열매는 거룩하고 순결한 열매로서 신성과 참 인성이 한 사람 안에 동시에 거하신 것이다. --- 마르틴 루터, 설교 1532 / 번역: 최광민
1540년 그리스도의 신/인성 논쟁에 등장한 마리아의 무염시태 논쟁에 대해 루터는 이렇게 논점을 정리합니다. 원죄없이 탄생한 인간은 예수 밖에 없습니다.
Argument: Every man is corrupted by original sin and has concupiscence. Christ had neither concupiscence nor original sin. Therefore he is not a man.
[주장]: 모든 사람은 원죄로 타락했고 육욕을 가진다. 그리스도는 육욕이 없고 원죄도 없다. 그래서 그는 사람이 아니다.
Response: I make a distinction with regard to the major premise. Every man is corrupted by original sin, with the exception of Christ. Every man who is not a divine Person [personaliter Deus], as is Christ, has concupiscence, but the man Christ has none, because he is a divine Person, and in conception the flesh and blood of Mary were entirely purged, so that nothing of sin remained. Therefore Isaiah says rightly, "There was no guile found in his mouth"; otherwise, every seed except for Mary's was corrupted.
[답변] 모든 사람은 원죄에 의해 타락했다. 단 그리스도는 예외다. 그리스도와 달리 신성이 없는 인간은 육욕을 가진다. 그러나 신성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그리스도는 육욕이 없다. (그리스도가 수태될 때 / 필자 주), 마리아의 살과 피는 완전히 정화되어 죄의 흔적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이사야가 "그의 입에 거짓이 없도다"라고 한 말은 옳았다. 마리아의 아들을 제외한 모든 자녀는 따라서 타락한 상태이다.
---- On the Immaculate Conception of Mary, {Disputation On the Divinity and Humanity of Christ} / 번역: 최광민
죽기 2년 전인 1544년, 루터는 인간으로서의 그리스도와 우리의 유일한 차이는 "그리스도만 유일하게 죄가 없이 태어났다"는 점이며, 이를 위해 신이 성령을 마리아의 영혼과 몸에 충만하게 부어넣어 죄를 정화한 상태에서 예수를 잉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것을 루터의 최종견해로 봐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In the papacy they used to tell a story: The devil once came to church to mass, and when in the confession of the Christian faith, which they called the Patrem, they sang the words: " Et homo factum est"— the Son of God was made man—and the people did not kneel down but stood, he struck one on the mouth, rebuked him and said: You ruffian, are you not ashamed that you stand here like a stock, and do not fall down for joy? If the Son of God had become our brother, like yours, we would not know what to do for joy.
I do not think that this is true ; for the devil is too decided in his enmity to us and the Lord Jesus ; but this is true, that he who conceived this story had the right spirit, and well understood how great an honor was conferred upon us in that the Son of God became man; not like Eve nor Adam, who was made of the earth; but He is still more nearly related to us, since He was born of the flesh and blood of the Virgin Mary, like other men, except that the virgin was alone, and being sanctified by the Holy Spirit, conceived this blessed fruit without sin and by the Holy Spirit. In other respects He is like unto us, and a natural Son of a woman.
Adam and Eve were not born, but created. God made Adam out of the dust of the earth, and the woman of his rib. How much nearer is Christ to us than Eve to her husband Adam, since He is truly our flesh and blood. Such honor we should highly esteem and well take to heart, that the Son of God became flesh, and that there is no difference at all between His and our flesh, only that His flesh is without sin. For He was so conceived of the Holy Ghost, and God poured out so richly His Holy Spirit into the soul and body of the Virgin Mary that without any sin she conceived and bore our Lord Jesus. Aside from this, in all other respects, He was like other men; He ate, drank, was hungry, thirsty, cold like other men. Such and similar natural infirmities, which have descended upon us by reason of sin, He, who was without sin, bore and had like unto us, as St. Paul says: " He was made in the likeness of men, and found in fashion as a man." --- Martin Luther, {Martin Luther's House Postils}
아담과 하와는 태어난 것이 아니라 창조되었다. 신은 아담을 흙에서 만들었고, 하와를 그의 갈비뼈에서 만들었다. 하와와 그 남편의 유사도와 비교한다면, 그리스도와 우리는 얼마나 더 가까운가! 그리스도는 진실로 우리의 살과 피를 가지셨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신의 아들이 인간의 육체를 취하셨다는 점과, 또 그 분의 육체에는 한 점의 죄도 없었다는 점만 빼면 그 분과 우리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점을 큰 영광으로 여기고 이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는 그렇게 성령으로 잉태되셨고, 신은 그의 성령을 동정녀 마리아의 영혼과 몸에 그렇게 충만히 불어넣으셔서, 그녀가 우리 주 예수를 죄 없는 상태에서 잉태하고 낳게 하셨다. 이 점을 제외한다면, 그리스도는 모든 면에서 다른 사람과 같다....... --- 마르틴 루터 / 번역: 최광민
정리하자면,
로마카톨릭의 공식견해로는, "마리아 본인이 잉태될 때" 원죄가 없었으며 이후에도 본죄를 짓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나중에 예수를 죄없는 상태에서 잉태합니다.
1530년 이후 루터의 입장에선 마리아는 "예수를 잉태할 때 (혹은 이전 어느 시점에)" 성령에 의해 완전히 정화되어 그 결과 죄로 오염되지 않는 아기를 낳습니다. 따라서 루터의 이해는 이제 로마카톨릭의 이해와 현격한 차이를 가지게 됩니다. 초점이 "마리아 본인의 잉태"에서 "예수의 잉태"로 완전히 옮겨진 것이며, 따라서 마리아 본인의 무염시태를 기념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죠.
원죄없이 태어난 아이는 예수 1인이어야만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최광민
[질문] 마르틴 루터가 자기 자신의 어머니인 마르가레테에게 루터교로 개종하지 말고 가톨릭 신앙을 그대로 가지라고 당부했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는데 이는 사실인가요?
[답변]
루터의 어머니인 마르가레테와 관련된 속설에 따르자면, 저 말을 "루터가 어머니 임종에서 했다"는 것인데요, 저도 출처를 예전에 찾아봤는데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루터의 모친은 1531년에 죽었는데, 제가 들은 버전에서는, "임종 때 어머니까 자신이 아직도 로마카톨릭이란 걸 아들에게 사과/변명하려 하자,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바른 일을 하셨고 미안해 하지도 말라고 답했다"였습니다.
뭐 사실이라도 설명이 가능한 것이, 비록 루터가 로마교회와 척을 졌지만, 사실 루터는 자신이 "참 카톨릭" 편에 서있다고 늘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카톨릭"이란 그가 생각한 "중세 내내 부패했던 로마카톨릭교회"란 뜻이 아니라, 보다 적절한 명칭인 "보편교회"를 뜻합니다. 그의 95개조에도 그가 대사와 연옥교리를 비판하지만, 교회와 교황이 올바른 교리를 수호하는 한 "카톨릭 교회" 자체에 반발하는 것인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그는 심지어 이렇게도 적습니다 ("53. 면죄부의 설교가 선포되도록 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저주하여 교회 안에서 아주 잠잠하여 지도록 만든 사람들은 그리스도와 교황의 대적자들이다") 물론 이후 루터는 이런 낙관을 버리긴 합니다만.
비슷한 속설로는 루터 본인이 임종시 "나는 아직 (로마)카톨릭이야"라고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것 역시 물론 사실이 아닙니다. 적어도 기록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친구인 유스투스 요나스가 "자네는 그리스도와 자네가 가르친 가르침을 붙들고 죽길 원하는가?"라고 묻자 "그럼"이라고 답한 후 산상수훈의 말에서 따온 "우리는 모두 거지/가난한 자야. 그건 사실이지"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죽습니다. 물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루터 본인은 자신이 진정한 "보편"("카톨릭")교회에 속해 있다고 믿었던 것은 의심할 나위 없습니다.
/ 최광민
[질문] 작센 선제후 프리드리히 3세는 마르틴 루터를 지지하고 보호하기는 했으나 철저히 정치적인 이해타산 때문에 그러했을 뿐이며 정작 그는 평생 로마 가톨릭 신자로 남았으며 실제로 연옥에서의 보속 기간을 줄여주는 성유물들을 계속 간직하였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프리드리히 3세는 마르틴 루터의 신학에 실제로는 얼마만큼 공감하고 있었나요?
[답변]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 또한 루터의 종교개혁 시간대와 비교해 가면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프리드리히 3세는 루터와 멜랑히톤이 가르치던 비텐베르크 대학의 창설자로서, 이 신생대학이 다른 모든 독일의 유명대학을 제끼고 종교개혁의 중심지가 되었다는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루터와의 개인적인 접촉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루터가 {95개조}를 제출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1517년이지만, 그가 종교개혁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보름스 회의를 통해 루터가 파문되고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수배령을 내린 1521년입니다. 이때 루터의 보호자를 자처한 프리드리히 3세는 1525년 사망할 때까지 4년 간 루터를 보호했습니다.
지난번에 루터와 마리아 무염시태 교리에 대해 언급했다시피, 이 시기는 종교개혁자로서의 루터 경력 초반기에 해당하고, 루터의 어머니가 로마카톨릭 신자로서 죽은 1531년 무렵까지도 루터는 아직 많은 로마카톨릭 전통과 교리를 철저하게 내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선제후 프리드리히 3세는 62세를 살면서 성유물을 평생 수집했던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평생 로마카톨릭으로 살았지만, 임종 시에 루터 측으로부터 성찬을 받았고 따라서 적어도 사망 무렵에는 복음주의 (= 루터파)로 개종한 것으로 보통 여깁니다. 프리드리히 3세가 정말 충실한 로마카톨릭 신자로 죽었다면, (임종 시 무의식 상태가 아닌 한) 바티칸이 이미 이단으로 정죄한 루터 측으로부터 이런 성례를 받았을 리가 없죠.
독일 지역에서의 (대사증에 대응하는) 성물거래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발발한 1510년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그의 성물수집이 그가 보름스 회의 후 루터를 보호하기 시작한 1521년에서 임종한 1525년 4년 간 집중된 것이 아니라면, 그의 성물수집 전력을 루터 측에서 큰 문제로 여겼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최광민
Scientist. Husband. Daddy. --- TOLLE. L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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