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 최광민, Kwangmin Choi, 2006-01-08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글들에 대해 저자의 동의없는 전문복제/배포 - 임의수정 및 자의적 발췌를 금하며, 인용 시 글의 URL 링크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 최광민] 히브리 vs. 근동 설화 #3: {창세기}는 수메르-아카드 창세설화를 차용/표절했을까? [합본]
요약
우주와 인간의 창조과정을 설명하는 수메르-바빌로니아의 {아트라하시스}, 바빌로니아-앗시리아의 {에누마 엘리쉬}, 베로소스의 {바빌로니아카} 단편, 히브리 성서의 {창세기}, 그리고 BC 6세기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의 {테오고니아}를 읽어보고, 유사점과 상이점을 비교해 본다.
순서
© 최광민, Kwangmin Choi, 2006-01-08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글들에 대해 저자의 동의없는 전문복제/배포 - 임의수정 및 자의적 발췌를 금하며, 인용 시 글의 URL 링크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 최광민] 히브리 vs. 근동 설화 #3: {창세기}는 수메르-아카드 창세설화를 차용/표절했을까? [합본]
요약
우주와 인간의 창조과정을 설명하는 수메르-바빌로니아의 {아트라하시스}, 바빌로니아-앗시리아의 {에누마 엘리쉬}, 베로소스의 {바빌로니아카} 단편, 히브리 성서의 {창세기}, 그리고 BC 6세기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의 {테오고니아}를 읽어보고, 유사점과 상이점을 비교해 본다.
순서
- 바빌로니아-앗시리아 설화: {에누마 엘리쉬}
- 수메르-바빌로니아 설화: {아트라하시스}
- 벨-마르둑 신관 베로소스의 {칼데아의 역사}
- 히브리 설화: {창세기} 1-2장
- 그리스 설화: 헤시오도스의 {테오고니아}
- 비교
- 우주의 초기상태
- 우주의 안정시점
- 신들 간의 갈등과 전쟁
- 인간의 탄생과 지위
- 여성의 탄생과 지위
- 맺음말
§ 도입
비-전문가들이 풀어내는 비교신화/종교 관련 담론에서 잘 발견되는 논리오류 가운데, "post hoc ergo propter hoc"와 "cum hoc ergo propter hoc" 오류가 있다. 짧게 말한다면, 'post hoc ergo propter hoc'은 '시간적 선후관계를 인과관계로 해석'하는 오류이고, "cum hoc ergo propter hoc"란 "연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해석"하는 오류를 뜻한다.
가령, A와 B란 두 문건이 있는데, A란 문건 (혹은 현재 확보된 고고학적/고문헌적 자료)의 출현이 B란 문건 (혹은, 현재 확보던 고고학적/고문헌적 자료) 보다 앞서는 경우, A를 B의 "원전" 혹은 "원형"으로 쉽게 단정짓는 주장을 많이 보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B가 A를 '표절했다'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간다. "post hoc ergo propter hoc"의 한 예이다.
이런 논증방식을 취하게 되면, A와 B 사이의 공통점을 찾는데만 집중하다가 A와 B사이의 차이점은 쉽게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B가 A에서 차용/표절된 것이라면 당연히 B는 A와 같거나 아주 흡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A와 B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꼭 두 문서 간의 직접적인 차용이나 표절을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문건이 공통의 전승에서 분지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문건의 상이점은 같은 기원을 가지는 두 전승의 차이라고 부분적으로 설명될 수도 있다.
이 점을 기억하고 고대세계의 창조설화 몇가지의 상호관계를 생각해 보도록 하자.
메소포타미아 도시국가들의 현재 위치 (출처: Wikimedia Commons)
§ 아카드 창세설화: {에누마 엘리쉬}
{에누마 엘리쉬}는 1849년에 앗시리아의 수도 니네베 발굴 당시 앗시리아왕 아슈르바니팔의 도서관 유적에서 발견되었고, 1876년에는 대영박물관의 조지 스미스에 의해 번역/출판되었다. 에누마 엘리쉬}의 점토판들은 앗수르, 키쉬, 니네베 (앗시리아왕 아수르바니팔의 도서관), 술탄테페 등의 지역에서 출토된 것들로, BC 12세기에서 BC 7세기 경의 유물들이다. . 아마도 그 원형은 수메르의 창세신화까지로 거슬러 올라갈 것으로 여겨진다. 추정되는 최고연대는 함무라비의 시절인 BC 18세기 혹은 BC 12세기로 여겨진다. 가장 잘 복원된 아슈르바니팔 도서관 점토판은 BC 7세기로 소급된다.
{에누마 엘리쉬}는 종교의례문서로, 11일 간의 신년축제 (= 현재 4월 초/중반) 네번째 날에 공개적으로 읽혀진 문건이다. 축제의 제 5일에는 신관이 양을 희생제물로 바치고 들로 나가서 축제가 끝날 때까지 성 안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같은 날 바빌론의 왕은 마르둑 앞에서 예를 바치고 신(상)들의 행진을 성 밖에서 지휘하고 돌아온다. 축제 10-11일 차는 세상사의 문제를 신들이 고쳐줄 것을 간청한다. 메소포타미아의 봄은 수확철이며 여름이 죽음의 계절이 되는데, 이 지역에 발생하는 봄철의 홍수는 예측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민물-바다를 다스리는 내용을 담은 {애누마 엘리쉬}는 아마도 이런 종교적이고도 농업적인 모티프를 반영한다고 학자들은 해석한다.
https://archive.org/stream/TheEnumaElishTheEpicOfCreation/The%20Enuma%20Elish%20(The%20Epic%20Of%20Creation)
{The Enuma Elish}, Translated and edited with notes (except where indicated) by Stephanie Dalley in Myths from Mesopotamia , Oxford 1989
고-바빌로니아 버전의 {에누마 엘리쉬}는 다음의 순서로 구성된다. W. G. Lambert의 {Mesopotanian Creation Stories}와 Stephanie Dalley의 {The Enuma Elish}의 번역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겠다.
- 점토판 #1 - #3
- 태초에는 혼돈만 존재했고, 하늘과 땅은 아직 이름이 부여되지 않았다.
- 민물의 신 압수 Apsu, 바다의 신 티아마트 Tiamat, 그리고 두 종류의 물에서 오는 습기의 신 뭄무 Mummu 가 서로 뒤섞인 채로 (=혼돈) 존재했다.
- 압수와 티아마트는 라흐무 Lahmu (남, 진흙)과 라하무 Lahamu (여, 진흙/침전 silt)를 낳는다.
- 라흐무-라하무는 안샤르 Anshar (남, 온 하늘)과 키샤르 Kishar (여, 온 땅? 지평선?)를 낳는다.
- 안샤르-키샤르는 아누 Anu (남, 하늘)을 낳는다.
- 아누의 형상에 따라 누딤무드 Nudimmud (=에아 Ea = 엔키 Enki)가 태어난다.
- 에아 (수메르 신화에서는 엔키, 악카드 신화에서는 에아) 그를 앞선 신들보다도 더 영리하고 마법의 힘을 지녔다.
- 압수와 티아마트가 낳은 신들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으로 잠을 잘 수 없게 된 상태에 이른 압수는, 뭄무와 함께 티아마트에게 가서 신들을 모두 죽이자고 제안한다.
- 티아마트는 압수의 제안에 분노한다.
- 이후 압수는 단독으로 신들을 제거할 계획을 짠다.
- 이 계획을 옅들은 신들은 공포에 사로잡히지만, 에아는 뭄무를 사로잡고 마법을 걸어 압수를 잠재워 왕권을 상징하는 그의 소유품을 빼앗은 후 죽여버린다.
- 에아는 압수의 영역 위에 자신의 처소를 짓고 거기서 여신 담키나와의 사이에서 비와 폭풍의 신이자 네개의 눈과 네개의 귀를 가진 거대한 마르둑 Marduk을 낳는다.
- 진노한 티아마트는 괴물들을 모아 군대를 편성하고, 킹구 Kingu를 새 배우자로 삼아 마법의 서판을 주고 군대를 통솔하게 한다.
- 에아, 안샤르, 안누는 티아마트를 찾아가 말리려고 하나 협상은 실패한다.
- 전전긍긍하던 에아는 아들인 마르둑에게 티아마트의 군대를 상대할 묘책을 묻는다.
- 마르둑은 자신이 전투에 참가하여 적을 궤멸시킬 경우 자신에게 신들을 지배할 권리를 준다는 조건을 에아에게 제시한다.
- 점토판 #4
- 신들은 마르둑의 제안을 수락하고 향연을 열어 그를 자신들의 왕으로 받들고 왕의 옷과 왕홀을 건네준다.
- 신들에게 건네받은 활과 화살, 곤봉과 번개와 화염으로 무장한 마르둑은 천둥과 폭풍으로 킹구가 이끄는 적을 교란시킨 후 그물로 티아마트를 사로잡는다.
- 마르둑은 자신을 삼키려는 티아마트의 입 속으로 폭풍을 불어넣고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 후, 화살을 목구멍으로 쏘아 넣은 후 티마아트의 심장을 쪼개어 죽인다.
- 나머지 적들을 복속시킨 후, 마르둑은 곤봉을 휘둘러 티마아트의 몸을 반으로 쪼갠다. 반쪽은 하늘로 올려서 천계를 만든 후 경비를 두어 티아마트의 짠물이 하늘에서 흘러내리지 못하게 지키고,
- 점토판 #5
- 천공을 나누어 12달을 결정할 세개의 별자리를 만들어 아누, 엔릴, 에아에게 할당한다.
- 달을 빛나게 만들어 하늘을 가로지르게 한다.
- 점토판 #6
- 다른 반쪽으로는 땅을 만들어 압수의 영역이던 민물 위에 놓고 땅 위로 샘이 솟아나게 한다. 티아마트의 두 눈으로는 각각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을 만들고, 땅 위로 온갖 동식물이 생겨나게 한다.
- 점토판 #7
- 마르둑은 티아마트의 편이었던 신들 (아눈나키)에게 들판과 수로에서의 노역을 시키는데, 이들이 노역에 불평하고 파업을 벌이자 인간을 만들어 아눈나키들의 노동을 대신 시킨다는 해법을 에아에게 제안한다.
- 에아와 닌투 Nintu는 킹구를 죽여 그 피와 흙을 섞어 인간을 창조하고, 아눈나키들이 하던 노역을 인간들에게 담당시킨다.
- 마르둑은 아눈나키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300명 씩 각각 하늘과 땅에 배치시킨다.
- 그에 대한 답례로, 아눈나키들은 마르둑을 찬양하며 신전 (=직구라트)인 에사길라 Esagila를 건설하고 신전도시 바빌론을 마르둑에게 헌정한다.
- 이어지는 신들의 축제와 휴식. --- 정리: 최광민
도시국가마다 자신들의 최고신을 두고 있던 다른 메소포타미아의 신화에서도 보여지는 패턴은 이 {에누마 엘리쉬} 역시 나타난다. 즉, 세상의 창조에 있어서 에아=엔키, 혹은 엔릴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수메르 신화에 비해, 마르둑을 주신으로 모시는 도시국가 바빌론이 확장된 고-바빌로니아의 {에누마 엘리쉬}에서는 마르둑의 힘과 능력이 다른 모든 신들을 압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아가 인간의 창조에 깊이 관여한 일화는 보존되어 있다.
반면, 고-바빌로니아를 정복하고 BC 10-7세기까지 이 지역을 지배한 앗시리아 버전의 {에누마 엘리쉬}에서는 마르둑의 역할이 사라지고 바빌로니아 버전에서 마르둑이 한 일을 도시국가 앗수르에서 확장된 앗시리아의 주신 아슈르가 맡고 있다. 앗시리아의 서기관들은 자신들의 신 아슈르를 의도적으로 바빌로니아 설화에 등장하는 설형문자 (원래는 수메르의 신인) AN.SHAR (아카드어로 '온 (Shar) 하늘 (An.)')을 사용해 표기했다. 이 교정이 의도한 바는 꽤 명백한데, 이로써 앗시리아인들은 아슈르를 엔릴-닌릴, 엔키=에아 보다도 앞서는, 결과적으로는 바빌로니아의 최고신인 마르둑보다도 앞서는 존재로 설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앗시리아의 사르곤 왕조에 등장하는 앗시리아 버전의 {에누마 엘리쉬}에는 바빌론의 주신인 마르둑이 등장하는 대신, 앗수르의 주신인 아슈르 (=안샤르)가 티아마트를 죽이고 세상을 창조하는 신으로 등장한다.
§ 수메르-아카드 창조설화: {아트라하시스}
수메르의 왕명 기록에 따르면 대홍수 이전 슈루팍의 왕이었던 아트라하시스와 관련된 가장 오래된 유물은 바빌로니아왕 함무라비의 증존자인 암미-사두카의 것으로 BC 17세기로 소급된 아카드 설형문자 기록이다. BC 7세기 앗시리아왕 아슈르바니팔의 도서관에 소장되었던 점토판은 BC 7세기로 소급된다. 현재 복원된 설화는 다양한 점토판 조각들을 한데 모아 만든 편집본이다. 그러나 근본이 되는 내용은 수메르 시기까지 올라가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 서사시는 수메르 창세신화에 등장하는 인간의 창조와 대홍수 이야기와 유사한 모티프를 가지고 있다. 아트라하시스는 수메르의 지우수드라, 바빌로니아의 우트나피쉬팀, {창세기}의 노아, 그리스 신화의 데우칼리온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여기서는 주로 Stephanie Dalley와 S. N. Kramer의 번역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겠다. 기타 내가 참고한 책들은 다음과 같다.
- Dalley, Stephanie, {Myths from Mesopotamia}.
- Heidel, Alexande, {The Babylonian Genesis}.
- Pritchard, James B., ed. The Ancient Near East, Volume 1: An Anthology of Texts and Pictures}
- S.N Kramer. Ancient Near Eastern Texts Relating to the Old Testament.}
- Tikva Fryer-Kensky, (trans), Astrahasis, {In the Beginning: Creation Myths from Ancient Mesopotamia, Israel, and Greece}
읽어보자.
- 점토판 #1
- 태초에는 인간은 없고 신들만 존재했다. 세상에는 위대한 7명의 아눈나키 (=신)들이 있었는데 , 이 가운데 안누, 엔릴, 엔키가 창조와 대홍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 세 신들은 제비를 뽑아 아누는 하늘을, 엔릴은 땅을, 엔키는 압수 (민물)을 다스리기로 결정한다.
- 땅에는 '이기기'라 불리는 하급신들이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의 수로에서 3600년 간 진흙을 퍼내는 노역을 담당하고 있었다.
- 40년 간의 불평 끝에 마침내 파업을 선언한 이기기들은 연장을 불태우고 엔릴의 처소 (신전)을 에워싸고 농성을 시작했다. 엔릴의 대리인인 누스쿠 Nusku는 급히 엔릴을 깨워 폭동이 일어난 사실을 알린다.
- 누스쿠는 엔릴에게 급히 신들의 회의를 소집할 것을 권고하고, 아누와 엔키가 찾아온다.
- 아누는 누가 폭동의 주모자인지를 찾아낼 것을 엔릴에게 충고한다. 그래서 누스쿠는 이기기들을 찾아가서 폭동 주모자를 알아내려고 하지만, 막상 파업을 일으킨 이기기들은 주모자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 자신들 모두가 폭동을 일으킨 당사자들이라고 말한다.
- 하급신들의 노동강도가 과했다는 판단을 내린 상급신들은, 반란을 일으킨 하급신들 가운데 하나를 죽여 그 신의 몸과 피를 진흙과 섞어 인간 (룰루만)을 만들기로 한다.
- 탄생을 관장하는 여신인 마미/닌투가 이 일을 담당하게 된다
- 엔키는 매달 1, 7, 15일에 정화의식을 갖게 하 후,게슈투이 (=지능을 가진 신, 다른 버전에서는 웨일라 혹은 오-일루)를 죽여 그의 몸과 피를 진흙과 섞어 인간을 만든다. 일단 피와 진흙을 섞은 후엔 모든 신들이 거기에 침을 뱉는다.
- 엔키는 이 진흙반죽을 운명의 방으로 들이라고 한다. 엔키는 자궁의 여신들이 주문을 읊는 가운데 진흙덩이를 밟아 반죽하나.
- 주문을 마친 후, 여신은 진흙덩이를 14 조각으로 나누고, 좌우 (남여?)에 7개씩 놓는다. 둘 사이에는 점토벽돌을 놓았다.
- 10달 후, 여신은 막대기를 넣어 자궁을 열었고, 7남자와 여자가 탄생되었다.
- 이후, 인간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소음을 일으키기에 이르렀고, 이 소음 때무에 엔릴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 엔릴은 인간의 수를 줄이기 위해 질병을 보내기로 하고 질병의 신인 남타라를 보냈다.
- 인간의 왕인 아트라하시스는 엔키에게 도움을 청하여 역병을 멈춰주길 청한다. 엔키는 남타라가 역병에 관련되어 있음을 알려주고, 아트라하시스의 제물을 받은 남타라는 역병이 멎게 해준다.
- 점토판 #2
- 1200년이 흘렀다. 다시 불면에 시달리게 된 엔릴은 이번에는 가뭄과 기근으로 인간들의 수를 줄여보려고 폭풍의 신인 아다드를 불러 비가 내리지 못하게 할 것을 지시한다. 아트라하시스는 다시 엔키의 도움을 구하고, 엔키는 아다드가 가뭄의 원인임을 알려주고, 아트라하시스는 아다드의 신전을 건립해 봉헌함으로써 가뭄을 그치게 한다.
- 이후 1200년 동안 다시 수면을 취할 수 있었던 엔릴에게 또 다시 불면이 찾아온다. 어떤 신(들)이 인간을 돕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된다. 다시 한번 가뭄을 보내지만, 아트라하시스는 엔키의 도움을 구한다. 엔키는 개입에 나서 일종의 폭풍을 일으켜 물과 물고기를 가져다 준다. 엔릴은 엔키가 자신의 계획을 망친 신이란 것을 간파하고, 엔키가 인간의 구원을 위해 사용한 바로 그 물로 인간들을 몰살시킬 계획을 세운다.
- 엔키는 더이상 엔릴의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아울러 엔릴은 인간을 전멸시킬 대홍수를 물을 관장하는 엔키 본인이 일으켜야 한다고 맹세시킨다. 엔키는 처음에는 맞서지만 결국은 맹세하기에 이른다.
- 점토판 #3
- 하지만 엔키는 엔릴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기로 한다. 엔키는 아트라하시스에게 7일 후 대홍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 대홍수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트라하시스는 자신의 집을 허물고 그 재료로 지붕이 달린 이층의 배를 만든다.
- 아트라하시스는 슈루팍의 장로들을 모아서 두 신의 불화에서 비롯된 대홍수가 곧 덮칠 것과, 엔키가 물가로 내려가서배를 만들 것을 지시했음을 알린다.
- 아트라하시스는 배를 만든 후 각종 동물들을 배 안으로 들여놓았다.
- 아다드는 천둥번개를 시작했고, 곧 도래할 대재앙을 불편해 한다.
- 아트라하시스는 배에 방수처리를 하고 대재앙을 기다린다.
- 대홍수가 들이닥쳐 7일 주야로 지속된다. 아트라하시스는 그의 가족과 새들과 다른 동물들을 구할 수 있었다.
- 대 홍수의 위력은 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서, 출생의 여신인 닌투는 인간의 죽음을 두고 슬퍼하는 동시에, 인간들이 만들어 마치던 맥주를 그리워 한다. 이제 신들이 굶주릴 차례가 온 것이다. 그래서 닌투는 엔닐과 아누가 적절히 판단하지 못했다고 불평한다.
- 7일 후, 홍수가 물러가고나서 배에서 나온 아트라하시스는 신들에게 희생물을 바치고, 허기에 지친 신들은 "파리가 제물에 몰려드는 것처럼" 그 향기를 맡고 모인다.
- 엔릴은 아트라하시스의 배를 발견하고는 이기기들이 아트라하시스를 도왔다고 오판하고 이기기들에게 화를 냈다.
- 모든 신들이 인간을 전멸시키기로 이미 맹세했기 때문에, 엔릴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 아누는 오직 물을 지배하는 엔키만 인간을 구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 결국 엔키는 신들 앞에 나서서 자신이 아트라하시스에게 대홍수를 미리 알렸음을 자백한다.
- 대신 엔키와 닌투는 엔릴이 불평하는인구과밀과 소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 1/3이 불임이 되게 하는 새로운 인구조절안을 제시하여 엔릴을 설득한다. 즉, 파시투 요괴로 하여금 아이를 빼앗게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어떤 계급의 (종종 창녀를 겸한) 신전 여사제들은 자식을 낳을 수 없다는 새로운 규정을 만든다. ---정리: 최광민
현재까지 복원된 {아트라하시스} 설화에는 마르둑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수메르에서 전이된 신들이 인간과의 관계에서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아트라하시스} 설화는 마르둑이 창조주로 등장하는 고-바빌로니아의 {에누마 엘리쉬}보다 앞선다고 여겨진다.
§ 벨-마르둑 신관 베로소스의 {바빌로니아카}
알렉산드로스 대왕 사후 그가 정복한 시리아~메소포타미아 일대를 지배한 셀류키드 왕조의 안티오코스 1세 소테르의 후원을 받아 칼데아 출신의 벨-마르둑 신관인 베로소스 Βήρωσσος가 BC 290-278년 경 코이네 그리스어로 저술한 세 권의 {바빌로니아카}는 비록 원본은 소실되었으나 그리스와 로마 작가들의 글 속에, 그리고 이후에는 기독교도들에 의해 단편적으로 인용되어져 왔다. 기독교도들은 {창세기}의 천지창조나 대홍수 같은 이야기가 고대 바빌로니아의 벨-마르둑 신관인 베로소스가 전한 창세설화에도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창세기}의 진실성을 입증할 객관적인 외부증거로 간주했다.
베로소스는 후기 버전의 바빌로니아 창세신화를 이렇게 적고 있다. 그리스 작가들, 특별히 BC 65년 경 알렉산드로스 폴리히스토르 Ἀλέξανδρος ὁ Πολυΐστωρ에 의해 인용된 내용을 옮겨본다.
.....There was a time in which there existed nothing but darkness and an abyss of waters, wherein resided most hideous beings, which were produced on a two-fold principle. There appeared men, some of whom were furnished with two wings, others with four, and with two faces. They had one body but two heads; the one that of a man, the other of a woman; and likewise in their several organs both male and female. Other human figures were to be seen with the legs and horns of goats; some had horses' feet; while others united the hind-quarters of a horse with the body of a man, resembling in shape the hippo-centaurs. Bulls likewise were bred there with the heads of men, and dogs with four told bodies, terminated in their extremities with the tails of fishes; horses also with the heads of dogs; men too and other animals, with the heads and bodies of horses and the tails of fishes. In short, there were creatures in which were combined the limbs of every species of animals. In addition to these, fishes, reptiles, serpents, with other monstrous animals, which assumed each other's shape and countenance. Of all which were preserved delineations in the temple of Belus at Babylon.....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다만 어둠과 심연만 존재하던 때에, 심연 속에는 두 원리에 의해 생성된 음침한 존재가 살고 있었다. 인간들이 나타났는데, 어떤 사람은 두 날개가 , 어떤 사람은 네 날개에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한 몸에 두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남자의 머리요, 다른 하나는 여자의 머리였다. 어떤 인간들은 염소의 다리와 뿔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인간들은 말굽을 가지고 있었고, 또는 사람의 몸에.......[중략]......이 외에도 물고기, 파충류, 뱀, 및 다른 동물의 형태를 취한 기타 괴물들이 있었다. 이것들은 바빌론의 벨의 신전에 묘사되어 보존되어 있다..../ 번역: 최광민
...The person, who presided over them, was a woman named OMUROCA; which in the Chaldean language is THALATTH; in Greek THALASSA, the sea; but which might equally be interpreted the Moon. All things being in this situation, Belus came, and cut the woman asunder: and of one half of her he formed the earth, and of the other half the heavens; and at the same time destroyed the animals within her. All this (he says) was an allegorical description of nature.....
그들 위에 군림하고 있던 것은 오무로카 Omuroca라는 여신이었다. 칼데아어로는 탈라트, 그리스어로는 탈랏사 Thalassa, 즉 바다이다. 하지만 '달'로도 또 해석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벨/마르둑이 등장해 그 여신을 베어버렸고, 시체의 한 쪽으로는 땅을 , 다른 한 쪽으로는 하늘을 만들었다. 동시에 그녀의 편이었던 짐승들은 멸망시켰다. (베로소스가 말한) 이 모든 것은 자연에 대한 비유적 묘사이다. / 번역: 최광민
.....For, the whole universe consisting of moisture, and animals being generated therein, the deity above-mentioned 6 took off his own head: upon which the other gods mixed the blood, as it gushed out, with the earth; and from whence were formed men. On this account it is that they are rational and partake of divine knowledge.....
전 우주가 습기로 싸여있고, 동물들은 거기서 탄생했다. 위에 언급한 신이 스스로의 머리를 잘랐고, 다른 신들은 거기서 솟구쳐 나오는 피를 뒤섞어 인간을 만들었다. 그래서 인간은 이성적이면서 신성한 지식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번역: 최광민
.....This Belus, by whom they signify Jupiter, divided the darkness, and separated the Heavens from the Earth, and reduced the universe to order. But the animals not being able to bear the prevalence of light, died. Belus upon this, seeing a vast space unoccupied, though by nature fruitful, commanded one of the gods to take off his head, and to mix the blood with the earth; and from thence to form other men and animals, which should be capable of bearing the air. Belus formed also the stars, and the sun, and the moon, and the five planets. Such, according to Polyhistor Alexander, is the account which Berosus gives in his first book."
...제우스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벨/마르둑은 어둠을 나누어 하늘과 땅을 분리시켰고, 우주에 질서를 가져왔다. 그러나 그 빛을 견딜 수 없는 짐승들은 죽었다. 벨/마르둑은 원래 속성상 생산적이어야 할 광활한 우주가 텅 빈 것을 보고, 신들 가운데 한 신에게 머리를 잘라 흙과 섞어서 그로부터 숨쉴 수 있 다른 사람들과 동물들을 만들라고 명하였다. 벨은 또한 별과 해와 달과 오행성을 만들었다. / 번역: 최광민
...But the Babylonians, like the rest of the Barbarians, pass over in silence the One principle of the Universe, and they conceive Two, TAUTHE and APASON; making APASON the husband of TAUTHE, and denominating her the mother of the gods. And from these proceeds an only-begotten son, MOYMIS, which I conceive is no other than the Intelligible World proceeding from the two principles. From these, also, another progeny is derived, DACHE and DACHUS; and again, a third, KISSARE and ASSORUS, from which last three others proceed, ANUS, and ILLINUS, and AUS. And of AUS and DAUCE is born a son called Belus, who, they say, is the fabricator of the world, the Demiurgus." --- Alexander Polyhistor, {Of The Cosmonogy and Delude} + E. A. Wallis Budge, {The Babylonian Legends of Creation,}
그러나 바빌로니아인들은 다른 이방인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한 원리를 넘어서 두 원리인 타우테 (티아마트)와 아파손 (압수)을 상상해 냈다. 아파손은 타우테의 남편이었고, 타우테를 통해 다른 신들을 낳았다. 이 둘로부터 외아들인 모이미스 (=뭄무)가 태어났는데, 내가 생각하기로는 두 원래에서 나온 지성적인 로고스에 다를 바 없다. 이들로부터 다른 신들인 다케 (라흐무), 다코스 (라하무)가, 또 여기서 키라세 (키샤르)와 아소로스 (안샤르)가, 그리고 여기서 다시 아노스 (아누), 일리노스, 아우스 (에아)가 태어났고, 아우스 (에아)와 다우케 (담키나)로부터 아들이 태어났는데, 이 신이 벨로스/마르룩이다. 그들은 이 신이 세상을 조성한 데미우르고스라고 말한다. --- 알렉산드로스 폴리히스토르, E. A. W. 벗지, {바빌로니의 창조설화} / 번역: 최광민
§ 히브리 창세설화: {창세기}
히브리인들의 창세설화는 메소포타미아의 창세설화를 표절한 것일까? 이에 답하기 앞서서 히브리인들의 '민족적' 정체성에 대해 먼저 고려해 보아야 한다. 우선, {창세기}를 포함한 모세5경이 모세 본인의 저작인가에 대한 논란은 일단 접어두도록 하자.
{창세기}에 따르면 히브리인들의 조상은 메소포타미아-칼데아 지역에서 왔다. {창세기}의 대홍수 이후 노아의 아들 셈이 낳은 후손들 가운데, 그리고 바벨탑 사건 이후 사방으로 흩어진 인류들 가운데 히브리인/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간주하는 아브라함의 선조들이 정착한 지역이 바로 이 메소포타미아-칼데아 지역이었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브라함의 족보에 따르면, 노아로부터 10대 손인 테라는 아브람 (=아브라함), 나홀, 하란을 아들로 두었다. 이 가운데 하란은 그의 고향인 티그리스강 하류의 도시국가 우르에서 죽었고, 테라는 아브라함과 사라와 (하란의 아들) 롯과 함께 북부의 하란에 정착했고 거기서 죽었다. 아브라함은 75세가 되었을 때 신의 지시에 따라 일가를 이끌고 하란을 떠나 카나안으로 이주한다. {구약성서}의 연대기를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아브라함은 BC 21-20세기의 인물이 된다. (모세오경이 확립된 시점을 페르시아 시대인 BC 6-4세기로 보는 현대의 주류학자들은 이 연대표를 위작으로 볼 것이다.) {창세기}의 저자가 모세 본인이라면 그 기술시점은 AD 13세기 경, 후대설이라면 BC 7-4세기가 될 것이다.
각설하고, {창세기} 속 의 히브리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메소포타미아-칼데아 지역에 두었다. 아브라함의 일가는 카나안으로 이주한 후에도 메소포타미아에 정주했던 가문과의 연결고리를 (가령, 며느리를 구하는 일) 끊지 않았던 것으로 기술한다.
우선, {창세기} 1장과 2장 초반부에 기술된 천지창조로부터 인간의 창조까지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독법 #1] 태초에 엘로힘 אֱלוֹהִים이 하늘 שׁמים과 땅 ארץ 을 창조하였다. (선언)
- 혹은, [도입?] 엘로힘이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였을 때에,
- 어둠 חשׁך이 깊음/심연 תּהום 위에 있었다.
- 엘로힘의 영 רוּח 은 물 מים 위에 움직이고 רחף 있었다.
- 엘로힘이 "빛 אור 이 생겨라" 말하니, 빛이 생겼다. 엘로힘은 빛 אור 과 어둠 חשׁך 을 나누고, 각각을 낮 יום 과 밤 לַיְלָה이라 명명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가 지났다.이것이 첫째 날이다.
- 둘째 날, 엘로힘이 "물 한가운데 창공/궁창 רקיע 이 생겨, 물과 물 사이가 갈라"질 것을 말하니, 창공/궁창이 만들어졌다. 엘로힘은 이로써 '창고/궁창 위의 물'과 '창공/궁창 아래의 물'로 나누었다. 엘로힘이 이 창공을 '하늘 שׁמים'이라 명명했다.
- 셋째 날, 엘로힘은 하늘 아래의 물이 한 곳에 모이고 땅이 드러나라고 말하여 각각 바다와 땅을 만들었다. 엘로힘이 각종 식물들이 돋아날 것을 말하지 그대로 되었다
- 네째 날, 엘로힘이 하늘에 태양, 달 , 기타 천체가 생겨 낮밤과 시간의 표지로 삼을 것을 말하지 그대로 되었다.
- 다섯째 날, 엘로힘이 물과 하늘에 사는 각종 동물이 생겨날 것을 말하자 그대로 되었고, 생물들의 번성을 축복하였다.
- 여섯째 날, 엘로힘은 다시 각종 육상동물들이 생겨날 것을 말하였고 그대로 되었다.
- 엘로힘은 '우리가 우리의 형상 צלם 을 따라 우리 모양 דּמוּת 대로' 인간 אדם 을 만들 것을 결정하고, 이 사람으로 하여금 모든 생물을 다르릴 권한을 주기로 한다.
- 엘로힘은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 즉 한 남자와 한 여자를 창조한 후, 인간의 번성을 축복하고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릴 권한을 주었다.
- 엘로힘은 창조된 인간에게 식물을 음식으로 허용하고, 여타 동물들에게도 식물 만을 음식으로 허용한다.
- 일곱째 날, 엘로힘은 6일 간의 창조물에 만족하며 안식했고, 안식일을 축복하여 거룩하게 성별하였다.
{창세기} 2장의 두번째 진술은 대체로 1장과 대동소이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진술도 있다. 읽어보자.
- 야훼 הוה-엘로힘 אלהים 이 땅과 하늘을 만들 때에는 아직 땅에 비가 내리지도, 식물도 전혀 없었다. 이후, 땅에 물이 솟아나 땅을 적셨다.
- 야훼-엘로힘은 땅/흙 אדמה 의 먼지 עפר로 사람 אדם 을 만들어 그 코에 생기를 넣어'살아있는' 생물 נפשׁ로 만들었다.
- 야훼-엘로힘은 에덴 עדן 동산을 조성한 후 자신의 창조물인 인간을 에덴에 살게 하였다.
- 야훼-엘로힘은 에덴에 식용열매를 맺는 온갖 나무가 자라게 하고, 그 가운데에는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하는 나무를 자라나게 하였다.
- 에덴에서 발원하는 강은 에덴을 떠나서는 네 줄기로 갈라져서 강을 이루었다.
- 첫째 강은 피숀 פּישׁון으로, 좋은 품질의 금과 브돌라라는 향료와 보석이 나는 하빌라 חוילה 온 땅을 돌아서 흘렀다.
- 두번째 강은 기혼 גּיחון으로, 구스 כּוּשׁ 의 온 땅을 돌아 흘렀다.
- 세번째 강은 힛데겔 חדּקל (=티그리스)로서, 앗수르 אשּׁוּר의 동쪽으로 흘렀다.
- 네번째 강은 프라트 פּרת.(=유프라테스)였다.
- 야훼-엘로힘은 아담에게 에덴동산의 관리를 맡기고, 나무에서 자라는 모든 열매는 먹어도 좋으나 선악을 알게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것을 지시하고, 만약 그 열매를 먹을 경우는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 야훼-엘로힘은 아담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않게 여겨, 배필로서 하와를 만들어 주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부부가 되도록 하였다.
{창세기} 1장과 2장 사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창조의 주체가 1장에서는 '엘로힘 אלהים'으로, 2장에서는 '야훼 הוה-엘로힘 אלהים'으로 호칭된다는 점일 것이다. 히브리 정경의 첫 5권 (="모세5경")이 유대교-기독교가 전통적으로 믿어온 것처럼 모세의 저작이 아닌 최소한 4-5 그룹의 공동전승/창작이라고 보는 소위 '문서설'에 따르면 이 1장과 2장은 주신 '엘로힘'을 주인공으로 하는 제사장/사제자료 ("P")에서, '야훼-엘로힘'이 등장하는 2장은 그보다 '후대'에 도입된 야훼신봉자 ("J")의 자료에서 온 것이라고 풀이한다.
(문서설이 맞다고 해도) {창세기} 1장과 2장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창세기} 1장의 진술은 6일 간의 순차적인 창조과정와 안식일에 촛점이 맞춰진 반면, 제 2장의 진술은 첫 인간들이 아담과 하와 및 에덴동산에 대한 이야기에 촛점이 맞춰진다. 즉, 그저 기술관점과 목적의 차이만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창세기}의 기록에는 에덴동산에서 발원하는 네 개의 강들, 즉 비손, 기혼,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를 언급하고 있는 반면, 고-바빌로니아 표준 창세설화인 {에누마 엘리쉬}와 그 앗시리아 버전에서는 오직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만이 언급되어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피숀과 기혼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히브리인들의 지리적 착각인가? 혹은 바빌로니아-앗시리아 버전의 {에누마 엘리쉬}가 기록되던 시점에는 두 강이 말라 사라지고 힛데겔/티그리스와 프라트/유프라테스만 남은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히브리 설화가 더 오래된 자료에서 온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인가? {창세기}나 {아트라하시스}나 {길가메쉬 서사시}의 그 대홍수가 전 지구적 재앙이었다면, 어떻게 이 강들은 대홍수 이후에도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일까? 물길이 달라진 것으로 고대인들은 여긴 것일까?
그럼 {창세기}와 바빌로니아 창세설화의 가장 큰 차이는? 말한 나위도 없이 {창세기}의 일신론적 관점과 그에 따른 탈신화화이다. 이것이 '탈-신화화'인지, 혹은 수메르-바빌로니아 신화가 앞선 전승에서 '더욱 신화화'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여기서는 접어두도록 하자.
§ 헤시오도스의 {테오고니아 Θεογονία}
활동연대가 BC 7-8세기인 것으로 여겨지는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 Ἡσίοδος 는 호메로스와 거의 동시대인으로 여겨진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가 그리스 종교의 기초를 놓은 것으로 봤다. 신들의 연쇄적 탄생을 1022행으로 묘사한 {테오고니아 Θεογονία, 신들의 탄생, 신통기}는 우주초기의 카오스로부터 인간이 출현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 등장하는 신들은 인격신 뿐 아니라 자연을 의인화한 것도 있으므로, 엄밀히 말하자면 신들의 탄생이라기 보다는 전 우주의 탄생을 노래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https://archive.org/stream/hesiodhomerichym00hesi?ui=embed#mode/2up
Hesiod, {The Homeric Hymns and Homerica}
그 내용을 원전에 따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생물과 남자의 창조부분에서의 프로메테오스의 역할은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에서 발췌해서 따로 정리했다.
- 1단계 탄생:
- 태초에는 기원이 설명되지 않은, 즉 저절로 생겨난 카오스 (혼돈) 만이 있었다.
- 이후 보다 질서 잡힌 가이아 Γαῖα 땅이 나타나고, 이후 신들과 인간들의 터전이 기반이 된다.
- 땅 속 깊은 곳에는 저승의 심연을 상징하는 타르타로스 Τάρταρος가 자리잡는다.
- 또한 신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에로스가 출현한다. 에로스의 탄생으로 무성생식에서 유성생식이 시작된다.
- 카오스로부터는 에레보스 Ἔρεβος 깊은 암흑)와 닉스 (밤 Νύξ)이 태어난다.
- 에레보스와 닉스는 에테르 Αἰθήρ (빛)과 헤메라 Ἡμέρα (낮) 을 낳는다.
- 에테르와 헤메라는 가이아를 낳는다.
- 가이아느는 우라노스 Οὐρανός (하늘), 우레아 Oὔρεα ('산맥')과 폰토스 Πόντος (바다)를 낳는다.
- 우라노스와 가이아는 거신족인 12 티탄 ( Τιτάν)과, 외눈박이 생물인 퀴클롭스 Κύκλωψ 셋과 100개의 팔과 50개의 머리를 가진 헤카톤케이레스 Ἑκατόγχειρες 셋을 낳는다.
- 2단계 탄생
- 우라노스는 자신이 낳은 헤카톤케이레스들을 역겹게 여겨 눈에 안보이게 멀리 보내버린다.
- 우라노스의 조치에 분노한 가이아는 다른 자식들인 12 티탄들에게 우라노스에게 징벌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 12 티탄 가운데 오직 크로노스만 나서서 가이아에게서 받은 낫으로 우라노스를 거세시켜 버린다.
- 우라노스의 피가 땅에 튀자, 거기서 에리니에스, 기간테스, 멜리아이 계통의 신들이 탄생한다.
- 코로노스가 우라노스의 잘린 성기를 에테르와 헤메라의 딸린 바다의 여신 탈랏사, 즉 바다에 던져버릴 때, 잘린 성기 주변에서 거품이 일면서 사람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태어난다.
- 한편, 밤의 여신 닉스는 단성생식으로 모로스, 오네이로이, 케레스, 에리스 ...등을 낳는다.
- 에리스는 어머니인 닉스처럼 역시 단성생식으로 포노스, 휘스미네, 네이키아...등을 낳는다.
- 우라노스의 거세 후, 가이아는 같은 계통의 폰토스 (바다)와 결합하여 바다에 속한 신들과님페들과 괴물들을 차례로 낳는다.
- 가이아는 다시 같은 계통의 타르타로스와 결합해 튀폰을 낳고, 튀폰은 에키드나와 결합하여 여러 괴물을 낳는다.
- 12 티탄들도 서로 결합하여 여러 신들을 낳는다.
- 3단계 탄생
- 크로노스는 코스모스의 질서를 잡고나서, 자신의 힘을 공고히 하고자 한다.
- 우라노스와 가이아는 크로노스의 자식들 가운데 하나가 그들 패망시킬 것이라고 크로노스에게 예언한다.
- 레아와 결합한 크로노스는 레아가 낳은 자식들 - 즉, 헤스티아, 테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을 차례로 집어 삼킨다.
- 레아는 가이아와 우라노스에게 도움을 청해서 제우스를 낳을 때 크레테로 가고, 크로노스에겐 큰 바위를 삼키게 해서 그가 제우스를 삼틴 것으로 착각하게 한다. 이후 레아는 제우스를 에게해 연안의 산맥 아래 감추어 둔다.
- 가이아의 꾀로 크로노스는 이미 삼켰던 다섯 신들을 토해낸다. 이 다섯은 제우스와 힘을 합쳐 크로노스를 꺽기 위해 우선 거신족들인 티탄과 일대 결전을 벌인다.
- 전쟁은 10년을 끌었는데, 올림피아의 신들과 키크롭스들, 프로메테오스와 에피메테오스와 클리메네의 자식들이 힘을 합쳐서 티탄들과 기가스를 상대로 싸웠다. 이 전투에서 오세아노스는 중립을 지켰다.
- 제우스는 헤카톤케이레스들을 풀어 지축을 흔들게 하고서 티탄들에게 번개를 던져 패배시킨 후 타르타로스로 던져 버린다.
- 티탄들 가운데 유일하게 제우스를 도왔던 프로메테오스는 타르타로스로 보내지지 않는다.
- [[이하,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의 말 / 필자 주] 대신 인간을 만드는 일이 주어진다. 신들은 진흙으로 여러 생물을 만든 후, 프로메테오스와 에피메테오스 형제에게 각 생물들에게 적절한 특성을 부과하고 완성할 것을 지시한다.
- 프로메테오스의 부주의한 동생인 에피메테오스는 생각없이 특성들을 생물들에게 부여하다가 좋은 것들은 (날개, 속도, 털 등등) 이미 다 써버려서 인간에게 줄 것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인간은 결국 아무런 보호책도 없는 알몸의 맨발로 남게 되었다.
- 신들이 생물의 완성을 지시한 아침이 다가오자, 다급해진 프로메테오스는 헤파이스토스와 아테나의 공방에서 기예들 (techne)와 기예를 사용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주었다. 정치적 지혜는 제우스에게 속한 것이라서 감시가 엄중해 감히 훔쳐오지 못했다]]
- 그러나 인간을 돕기 위해 올림피아 신들을 속인 일과, 결정적으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일로 징벌을 받아 절벽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매일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는다. 나중에 헤라클레스에게 구원받는다.
- 인간들이 불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한 형벌로, 제우스는 헤파이스토스와 아테나에게 인간 여자를 만들어 인간과 살기로 결심한 프로메테오스의 형제 에피메테오스에게 위장선물로 준다 (아마도 '판도라')
- 여자는 미를 대가로 남자의 노동력을 이용해 먹게 될 것이라고 저주한다.
- 제우스는 인간 남자는 결혼을 하면 아내과 자식들로 인해 고통을 받고, 독신으로 지내면 고독으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저주한다.
- 이어서 신들의 복잡한 결혼관계와 출산 이야기가 이어진다. --- 정리: 최광민
§비교
# 우주의 초기상태
- {에누마 엘리쉬}는 우주의 초기 상태를 물이 지배하는 혼돈상태로 묘사한다. 여기서 민물과 바다로 상징되는 압수-티아마트와 습기를 상징하는 뭄무가 등장하여 우주창조의 기초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 {창세기}에서 말하는 우주의 초기상태는 심연/깊음 (테홈 = תְּהוֹם )으로 {에누마 엘리쉬}의 압수-티아마트-뭄무처럼 물로 덮힌 미분화된 상태이다.
- 셈계 언어들에서 바다를 뜻하는 어근인 t-h-m은 공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아카드어 '티아마트'와 히브리어 '테홈'은 직접 차용을 말하기에는 그 형태가 많이 다르다. 히브리어 '테홈'은 아카드어 보다는 우가리트어에서 바다, 혹은 바다를 신격화한 '타함(at)'과 보다 유사하다 (아카드어에서의 '바다'는 '티암툼/탐툼'이다.). 아울러 히브리어 '테홈'은 보통 지하수를 뜻하므로, 의미 상 수메르/아카드의 티아마트 (짠 물/바다)보다는 압수 (민물)에 보다 가깝다.
- 엘로힘이 '빛이 있어라'라고 하기 전에 이 수면 위로 엘로힘의 영/신/숨/바람이 '움직'이고 רחף 있었다'는 것은 창조를 위한 정지작업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 단어의 시리아어 대응어는 (알을) 품는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고, 바람 (~신의 숨)이 불어 수면 위를 흔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 {테오고니아}는 우주의 초기상태를 카오스/혼돈으로 설명한다. 이어서 가이아와 타르타로스, 그리고 유성생식과 관련된 에로스가 차례로 등장한다. 이 에로스는 '사랑'과는 무관하다. 헤시오도스는 카오스의 기원과 성격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 우주의 안정
- {에누마 엘리쉬}에서는 마르둑이 티아마트를 죽이고 우주의 창조에 나선 후에 질서가 잡힌다.
- {창세기}에서는 태초의 혼돈과 공허 이후론, 제 1-3일 차에 우주와 지구의 창조를 마치고 모든 우주가 질서 잡힌다.
- 헤시오도스의 {테오고니아}에서는 제우스가 크로노스를 상대로 승리하기 이전에 우주의 질서가 이미 거의 잡혀있다.
# 신들 간의 갈등과 전쟁
- {에누마 엘리쉬}에서는 압수가 자신들이 낳은 신들의 소음을 견디지 못한 것이 신들 간의 전쟁의 발단이 된다. 이어서 자신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지 못한 원초적 어머니신 (티아마트)에 대한 남성신들의 불만이 갈등의 축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주된 갈등구도는 어머니-아들들의 갈등이다.
- 신들이 소음으로 잠을 이룰 수 없게 되는 것이 대홍수의 원인이기도 하다.
- 일신교에 바탕한 {창세기}에는 신들 간의 갈등이란 모티프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아울러 신이 창조과정에서 그와 다른 어떤 하위존재 (가령, 천사)를 이용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 신은 그저 말로 세상을 창조한 것으로 묘사된다.
- {테오고니아}에서 신들 간의 갈등관계는 (우라노스와 크로노스, 크로노스와 제우스), 우라노스-크로노스의 경우는 부당한 대우가, 크로노스-제우스 간의 갈등은 지배권 확보가 그 이유가 된다. 어머니신인 가이아나 레아는 티아마트보다 자식들에 대한 애정을 훨씬 강하게 보여주며, 심지어 자식들과 힘을 합쳐 남편들을 (우라노스와 크로노스)를 징벌하기도 한다. 그래서 주된 갈등구도는 아버지-아들들이다.
# 인간의 창조
- {에누마 엘리쉬}와 {아트라하시스}에서는 아눈나키 계열 신들이 담당한 노역을 대신하기 위한 대체노동력으로 창조된 것으로 설명한다.
- 최초의 인간은 남여 7쌍이다.
- 인간의 창조를 직접 수행한 엔키 (=에아)와 닌투이외의 신들은 대체로 인간에 대한 애정을 보이지 않는다.
- {에누마 엘리쉬}에서는 킹구의 피가, {아트라하시스}에서는 아눈나키 계열 신의 피와 침이 인간창조에 사용되었으므로, 인간의 일부는 신적 속성을 미미하게나마 가지고 있다.
- {에누마 엘리쉬}에서 신의 형상에 따라 태어난 존재는, 아누의 형상에 따라 탄생된 누딤무드 (에아)다.
- {아트라하시스}에 따르면 인간은 신들을 부양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 {창세기}에서의 인간 창조는 야훼의 각별한 애정으로 된 것으로, 인간은 노예라기 보다는 피조세계에 대한 대리관리인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 최초의 인간은 아담 1인이다.
- {창세기}의 아담은 엘로힘의 형상 צלם 과 모양 דּמוּת 대로' 만들어졌다.
- {창세기}에서의 아담의 탄생은 야훼-엘로힘이 흙으로 만든 그 육체에 숨/영을 불어넣어 준 순간에 완성된다.
- {테오고니아}에서는 프로메테오스가 인간을 창조한 실제적 창조주이지만, 그를 인간의 창조자로 높이지는 않고, 문화영웅 정도의 지위가 부여된다. 인간세계에는 첫 여자가 등장하기 전까진 남자들만 있었다.
# 여자의 창조
- {아트라하시스}에서는 여자는 남자와 동시에 동일한 조건 하에 (아눈나키의 피와 침과 진흙)으로 창조되었다.
- {창세기}에서 여자는 남자를 돕는 배필과 동반자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남자의 갈비뼈로부터 창조되었다.
- {테오고니아}에서의 여자 (판도라)의 창조는 프로메테오스가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것에 대한 제우스의 복수행위로 묘사된다. 이 첫 여자는 신들의 세계를 떠나 인간과 함께 살기로 정한 거신족 에피메테오스에게 주어진 선물이었다. 즉, 여자는 남자에 대한 일종의 저주였다.
§ 맺음말
{에누마 엘리쉬}나 {아트라하시스}는 점토판이라는 물리적인 고고학적 증거가 있기 때문에, 비록 현재 복원된 두 문건이 다양한 시대의 파편화된 내용에서 복원되었다하더라도 대체로 연대를 추정하기에 용이하다. 가령, 앗시리아왕 아슈르바니팔의 도서관에 소장된 점토판들은 그 연대를 상대적으로 쉽게 추정할 수 있다.
그에 반해, 히브리 성서나 헤시오도스의 작품들은 사본으로만 전수되었기 때문에 {에누마 엘리쉬}나 {아트라하시스}와 같은 수준의 고고학적 증거로 제시될 수는 없다. 특히 사본 전승과정에서 어떤 첨삭이 있었는지 모두 밝혀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고대문건들의 (특별히 모세오경과 헤시오도스의 작품)이 언제부터 현재와 같은 내용과 형태로 고정되었느가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렵고 또 문건들 간의 선후관계도 정확히 확정하기가 어렵다. (사실 이것은 거의 종교적 믿음에 속한다.) 선후관계가 분명하지 않으면, 직접적인 차용이나 표절을 말하긴 거의 불가능해진다.
이 경우 가능한 것은 '신화적 모티프'의 차용에 대한 논의 뿐이다. 그런데 '모티프'를 말하게 되면 사실은 {에누마 엘리쉬}나 {아트라하시스} 역시 그 이전의 설화에서 변형되어 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역시 선후관계는 차용이나 표절을 말하기엔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에누마 엘리쉬}에 등장하는 형태의 설화는 바빌로니아가 패권을 잡은 메소포타미아 일대에서는 대중적으로도 넓게 유포되었으며, 따라서 유대아 왕국이 신-바빌로니아에게 멸망당한 후 강제소거/이주 당했던 히브리인들은 그곳에서 {에누마 엘리쉬}의 후기 버전을 마르둑과 관련된 종교제의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했을 것이다. .
그럼 유대인들은 이때 그 설화에 바탕해서 {창세기} 1-2장을 표절해 낸 것일까? 혹은 선대 (~모세?)로부터 전수되어 온 그들의 창세설화와 바빌로니아의 창세설화를 이때 섞은 후 극단적으로 탈신화화시켜서 일신교적 창세설화를 재창조해 낸 것일까? 혹은 히브리의 창세설화는 그들의 선조가 메소포타미아를 떠나 카나안으로 정주한 이후부터는 메소포타미아-칼데아 버전과는 다른 경로로 전수되어 온 것이기에 공통점과 다른 점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일까?
판단은 각자의 몫.
草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