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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tist. Husband. Daddy. --- TOLLE. L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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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과학 vs. 종교 #1: 창조론과 유신진화론과 유물론적 진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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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최광민, Kwangmin Choi, 201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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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최광민] 과학  vs. 종교 #1: 창조론과 유신진화론과 유물론적 진화론

순서
  1. 질문
  2. 답변
    1. "과학"의 현대적 정의
    2. 유물론적 자연관
    3. 유신진화론
    4. 제 생각



    Wikimedia Commons


    § 질문

    방문자 게시판의 질문 (2014-09-11)
     
    진화론과 창조론과 유신론적 진화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 여쭤보고 싶습니다. 진화론자들은 창조과학자들의 주장과 근거들이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고 반박하면서 사이비과학이라고 까지 말하더군요....[중략]...주인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어서 글을 남깁니다.




    § 답변

    안녕하세요, 즉답을 드리기가 좀 막막하지만, 그냥 짦게만 일반적인 제 소견을 적겠습니다.  우선 "창조"와 "진화"에 대한 음악 한 곡씩 들으시겠습니다.


    Joseph Haydn, {Die Schöpfung} #4.{{Mit Staunen sieht das Wunderwerk}}


    Oppus III, {Evolution Rush}

    먼저 '과학'에 대해 설명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 "과학"의 현대적 정의

    저처럼 '과학'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조차 '과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아마도 연구자들 대부분이 중등~고등교육과정에서 (과학)철학을 제대로 배우거나 과학의 본질을 사유해 본 경험없이 막바로 실험이나 데이타 분석 같은 과학'실무'에 뛰어들게된 데 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은 종종 "기술"과 함께 가지만 (즉, "과학기술"), 사실 기술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사유체계입니다. 정확히는 "자연"에 관한 "사유체계"입니다. 과학의 고색창연한 옛 이름인 "자연철학"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과학의 정의는 조금씩 달라져왔는데, "현대(자연)과학"의 근간은 대략 말해 기술적으로는 20세기 칼 포퍼의 '반증주의'에 의해 수정된 16-17세기 발 귀납주의에 바탕하여 '유물론적'으로 대상을 탐구하는 (=혹은 유물론적 해석(만)을 취하는) 사유방식입니다. 여기서 '가설의 반증 가능성'이란 그 가설이 '실험이나 관측에 의해'서 반증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뜻합니다.

    물론 '과학'에 대한 이런 현대적 정의가 완벽한 것은 아니고 현실은 더 복잡합니다. (1) 모든 과학자가 가설을 세울때 엄정한 연역법에만 의존하는 것도 아니고, (2) 모든 가설이 반증가능한 것도 아니고, (3) 또 반증이 가능하지 않다고 해서 꼭 그 가설이 유효하지 않은 것도 아니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대에 정의되는 과학의 탐구영역이 이런 경계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기억해두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는 다시 말한다면, '사실'과 '과학적 사실'이 반드시 동의어는 아니란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위에 정의된 방식의 과학'이 아닌 조금 다른 접근법으로 어떤 것을 설명한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란 법도 없고, 또 이런 접근법을 꼭 '과학적 방법'이라고 우길 필요도 없다는 뜻이 됩니다.

    아울러 '초-자연'적인 어떤 것도 (현대적 의미의) 과학이 탐구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과학은 경험적인 증명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서 '초-자연'이 증명가능한 '미증명' 사례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지긴 하겠습니다. 이 경우에 '초-자연'이란 사실은 잘못된 표현이겠죠.

    명랑공상과학소설 {하치하이커} 씨리즈나 혹은 UFO 컬트인 라엘리안 무브먼트에서처럼 신이 아닌 어떤 외계인들이 '지구'란 행성 혹은 지구생명체를 '설계' 혹은 '개조'했다고 가정하고, 이 가정을 역추적하여 증명하려는 행위는 '과학'적 탐구행위일까요? 이 경우는 비록 "유물론적 설명"이긴 하지만 현대과학의 두가지 성격 때문에 '과학'의 탐구대상에서 배제됩니다. 이 가설은 '경험에 위배'되거나 혹은 '경험에 의해 충분히 지지받지 못'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과학의 탐구영역에서 제외되지만, 철학적 가설은 충분히 되고도 남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다중우주 이론' 같은 팬시한 우주론은 과학의 탐구대상이 아니라 철학의 대상이라고 보는 비판자들도 있습니다.



    # 유물론적 자연관

    근세 이후의 '과학'은 고정된 (혹은 고정되어있다고 가정하는) 자연법칙을 넘어선 어떤 존재가 관찰된 사건에 개입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연적'인 혹은 '유물론적' 설명만을 시도하게 되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창조론-유신진화론-진화론은 같은 범주에 속할 수 없습니다. 창조론 뿐 아니라 유신진화론도 '현재 통용되는 표준정의에 따른 과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표준정의에 따르는 과학을 하는 과학자"들이 같은 정의를 따르지 않는 '과학' 혹은 '과학자'를 '유사과학(자)'라고 부르는 것은 그다지 이상한 것이 아니며, 이들 유물론에 입각한 무신론자 과학자들이 신적 존재의 개입을 상정한 어떤 '과학적 (혹은 기술적) 설명'을 '유사-과학' (~'사이비-과학') 혹은 '비-과학'으로 부르는 것은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지배적인 과학의 정의가 그러한 이상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창조론자나 지적설계를 옹호하는 과학자들이 현재로서는 거기에 크게 발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창조론이나 유물론적 진화론이나 동일한 자연을 관찰하고 동일한 데이타를 수집하고 이를 동일하게 각자의 증거로 내세웁니다. 다만 그것을 해석하는 원리와 원칙이 다를 뿐입니다. 가령,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가 99% 같다는 점에 대해 창조론자나 유물론적 진화론자가 다투는 법은 없습니다. 종분화에 큰 영향을 미친 생체분자의 변이속도 (혹은 진화속도)가 다른 분자들의 변이속도와 다르고, 또 각각도 다르다는 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다만 창조론자들은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를 결정짓는 그 1%, 종의 차이를 결정하는 생체분자들의 변이속도 등이 무작위적 우연이 아닌 무언가 (가령, 신)의 개입 혹은 설계가 있었다고 보고, 반면 유물론적 진화론자들은 동일한 데이타를 유물론적으로 해석할 뿐입니다.

    이 경우 유물론자들이 조금 (혹은 꽤) 유리합니다. 근대과학의 특징을 결정짓는 원리 가운데 오캄의 면도날, 혹은 사고절약의 원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즉, 간단한 모델이 추가적인 가정이 도입된 복잡한 모델에 우선한다는 가정입니다. 이 원리가 반드시 옳으리라는 100% 보장은 없지만, 경험적으로 잘 작동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에 근대과학에서는 이를 우선합니다. 그래서 유물론적 진화론에서는 이전의 설명이 불충분해보이거나 새로 발견된 자료에 합치되지 않을 경우, 이전에 제시된 진화모델의 가정이나 파라미터를 수정하면 여전히 '유물론적'으로 진화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반면, 창조론의 경우는 주어진 데이타를 설명하기 위해 신의 존재를 전제해야 하고, 더러는 이를 증명해야 할 필요도 종종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 신이 능동적 창조자로서의 유대-기독교적 신이어야 함을 또 증명해야 합니다. '신의 의지'가 가변적인지 고정적인지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일한 데이타를 설명하는데 있어 유물론자들이 창조론자보다 더 간단한 모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근대과학의 관점을 아주 충실하게 설명한다면, "창조론이 100%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유물론적 진화론이 추론의 건전성/단순성에서 창조론보다 우선한다"가 될 것입니다.

    유물론적 진화론자들에게 동일한 데이타를 들이밀면서 '신의 존재를 인정해라'라고 다그치는 것은 다소 무모한 일입니다. 그 체계에는 신이나 디자이너의 위치가 처음부터 없습니다. 그러니 그들더러 창조론을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제가 보기에는 넌센스입니다. 반대로 창조론자들은 종분화의 과정에 대해서만큼은 유물론적 설명도 일부 수용할 수 있습니다. 어짜피 인간이 자연에서 관찰하는 것은 '물질적 수준'의 현상이니까요.

    유물론자들이 창조론자들에게 정말 요구하는 것은 '창조론을 입증할 과학적 증거'가 아니라 (어짜피 창조론자들이나 유물론자들이나 동일한 증거를 가지고 다르게 해석할 뿐이니까요), '신의 존재' 입증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스켑틱인 칼 세이건은 '왜 신이 DNA에 GOD이라고 새겨넣지 않았는가?'라고 조크한 적이 있었죠. 창조론자들은 이 자연이 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증거'라고 말하겠지만, 유물론자들은 자연은 자연일 뿐 이라고 답할 테니, 자연 밖에서 신이 자연 안에 개입한다는 압도적인 증거 ('초자연'?)를 유물론자들에게 제시하지 않는 한, 대화는 피상적으로 겉돌 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유물론적 자연이해로 설명불가하거나 그들의 전제에 위배되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수준의 신의 개입증거를 지금이라도 제시하면 그걸로 끝이겠죠. 보통 '기적' 혹은 '표적'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죠? 가령, 열역학 제3법칙의 "대규모로" 역전되는 - 엔트로피가 대규모로 감소하는 - 현상이 공개적 장소에서 제 3자의 검증 하에 신자의 기도에 응한 신의 개입으로 즉각 나타나는 것 정도면 아마도 충분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예, 죽은 시체의 부활 등). 물론 기적/표적의 발생은 "신이 기적/표적을 보여주길 원하는 경우'에 한정될 것이니 역시 쉽지는 않겠죠. 신의 기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종종 주장하는 근래의 은사주의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고나 할까요?

    유물론자의 우주는 창조론자의 우주보다 작고 하위에 있습니다. 그러니 신 졵재의 입증책임은 창조론자들에게 있는 것이겠죠, 효과적으로 이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저는 다소 회의적입니다) 이를 '믿음'이라고 말해도 큰 하자는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창조론자들이나 지적설계론자들이 자신들이 입증하고자 하는 어떤 사안을 '과학적 방법'으로 '분석/설명'했다고해서 자신들의 탐구가 막바로 '과학'이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즐겨 사용하는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010년 8월에 학술지 {PLoS One}에 {Dynamics of Wind Setdown at Suez and the Eastern Nile Delta}란 논문이 실렸습니다

    논문: http://www.plosone.org/article/info%3Adoi%2F10.1371%2Fjournal.pone.0012481

    미국 국립기상연구소 소속의 과학자들인 Carl Drews와 Weiqing Han은, 이 논문에서 엑소더스 당시 {출애굽기}가 기술하는 대로 밤새 동풍이 불어 홍해가 갈라졌다는 현상이 특정 조건 하에서 유체역학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줍니다. 즉, '타당하게 여겨진 지점'의 늪지 위로 28m/s의 일정한 동풍을 12시간 동안 불게 하면 약 2미터 깊이의 물이 물러나 양 측에 벽을 만들면서 약 3-4km 길이에 5km 폭의 안정적인 육로가 4시간 동안 드러나게 된다는 모의실험을 수행했으며, 실험 자체는 순수하게 지리학과 유체역학에 바탕한 실험입니다.

    모의실험의 방법 자체가 엄밀하고 공인된 방식이란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조건 하에서 해당하는 현상이 모의실험이 아닌 현실계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에도 별로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1) 지속적인 바람에 의해 이 현상이 모의실험 상 설명된다고 해서, (2) 홍해가 갈라진 {출애굽기} 이야기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시속 100킬로미터의 강풍 속을 아이를 포함한 엄청난 수의 히브리인들과 가축들이 어떻게 걸어갈 수 있었는가?"란 질문에 답해야 하는데, (우리의 경험에 근거할 때) 이를 "신의 보호가 있었다"라고 설명할 방법 밖에는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이 연구는 (1) 특정조건 하에서 특정현상이 자연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란 점을 우회적으로 설명할 수는 있지만, (2) {출애굽기}의 그 현상이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라고 풀이하기엔 성급하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신을 배제한 설명이 창조과학자들이 정말 의도하는 바도 아닐 것입니다.

    참고로 학술지 {PLoS One}은 학계에 지명도는 있지만, 발표되는 논문들의 질적편차가 꽤 크다는 점에서 다소 논란이 있다는 점도 알려드립니다. 아울러 위 논문을 발표한 Carl Drews는 유신진화론 (theistic evolution)을 지지하는 http://theistic-evolution.com 란 웹싸이트를 운영하고 있고, 이 사실은 논문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 유신진화론

    대체로 진화론자들의 작업이란, 진화가 (1) 오랜 시간동안 (2) 방향성 없이 무작위적으로 발생한 우연의 산물이란 가정 하에, 그 과정을 (3) 유물론적으로 (4) 주어진 자료를 해석하여 설명하려는 자연주의적 시도입니다. 그래서 설령 (기독교에서처럼) 신이나 (유사종교인 라엘리안 무드먼트처럼) 외계인이 창조 혹은 유전자 변이에 개입한 것이 정말 사실이었다 하더라도, 현대 진화론 체계는 그런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없습니다. 유물론적이고 자연적인 설명만이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현대 진화론을 통해 능동적 창조자로서의 신의 흔적을 발견해보려는 시도는 원천적으로 공허합니다.

    한편 유신진화론은 17-18세기 '이신론'과 19-20세기 진화론이 결합한 형태입니다. 이 입장은 진화과정에 대한 설명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친 연속적인 점진적 변화"란 진화생물학의 설명을 수용하므로 언뜻 "과학"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생물체에 진화과정을 결정하는, 혹은 방향에 대한 어떤 '의지', 혹은 '신'을 상정하기 때문에, 역시 현대적 정의의 '과학'으로 분류되긴 힘듭니다. 자연현상의 '무작위성'과 '무목적성'이란 가정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현대 진화론이 진화의 방향에 대한 '우연성'에 기초하고 있다면, 전통적인 창조론이나 유신진화론은 '필연' 혹은 '목적'을 그 기조에 깔고 있습니다. 비록 유신진화론이 그 이름을 '진화론'에서 일부 가져오긴 했지만 현대 진화론과 병립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유물론적 진화론으로 생물의 진화를 설명하지 않으려면, 주어진 법칙에 따라 진행되는 진화의 어떤 특별한 '순간' (가령, 침팬지와 인간으로 갈리는 어떤 종분화의 순간) 에 신이 특별히 개입한다고 설명해야 하는데 (이것은 현재 로마카톨릭 교황청 과학위원회가 최근 들어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는 입장입니다.), 이 순간 역시 앞서 말한대로 "현대과학"의 정의를 벗어나 버립니다. 따라서 유신진화론은 둘 다를 설명하려다가 자칫하면 둘 다를 놓치게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현대의 유신(진화)론은 종종 범(재)신론으로 귀결되어 버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신' 혹은 '의지'는 (어떤 이유 때문인지) 우주 속에 짜여들어가 있는 '법칙'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우주와 생물의 역사는 '절대정신 혹은 신의 발현'과 동일시 됩니다. 이렇게까지 (헤겔 식으로) 설명하게 되면, 여기서의 '유신'이란 말은 범신론적이거나 이신론적 신관을 수용하지 않는 종교인 (가령, 기독교)들에겐 아무 의미도 없게 됩니다.




    # 제 생각

    종교적 신앙에 대한 '과학적 탐구'는 몹시 흥미로운 주제이긴 하지만, 둘을 뒤섞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또 압도적 증거우위를 가진 사안이 아니라면 '과학의 이름으로' 어떤 연구, 분석, 학설을 너무 교조적으로 맹종하거나 혹은 배척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정의상 '과학'조차 아니니까요.

    저는 대체로 둘 사이에 거리를 놓고 관조하는 편입니다. 물론 이것은 제 전공이 우주론이나 지질학이나 진화론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리처드 도킨스 등 (전투적) 진화론자들은 종종 '진화론은 모든 과학의 기본이다'란 식의 주장을 과도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모든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분야를 탐구하기 위해 우주나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부시절에 읽었던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 책에서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의심하기 시작할때, 밖에선 사람들이 그제서야 열광한다"란 구절을 읽은 것을 희미하게 기억합니다. 실제 현장 과학자들과 대중들 간의 괴리에 대한 촌평이라고 새기시면 될 듯 합니다. '사실', 혹 '진리'는 시간이 가면 대체로 드러납니다. (특별히 종교인들이) 학계에서 제시되는 이론 하나하나에 대해 조급하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또 일반인들이 학문이나 학계에 대해 갖는 과도한 오해를 좀 걷어내야 하지 않을까 라고도 생각합니다. 학계는, 심지어는 자연과학계조자, 그렇게까지 열려있지도, 중립적이지도 않으며, 이성 그 자체의 무색무취하고 순수한 경연장도 아닙니다. 

    그 안에는 물론 '정연한 논리와 증거와 귀납적 경험에 의해 뒷받침된 난공불락의 진리'도 있겠지만,

    동시에,

    억측과
    허풍과
    사기와
    정치와,
    (특별히) 유행이

    지배하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최광민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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