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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과학 vs. 종교 #2: "과학적 scienti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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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비교신화/종교,
잡글,
철학/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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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최광민, Kwangmin Choi, 2015-09-12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글들에 대해 저자의 동의없는 전문복제/배포 - 임의수정 및 자의적 발췌를 금하며, 인용 시 글의 URL 링크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 최광민] 과학 vs. 종교 #2: "과학적 scientific"
순서
- 질문
- 답변
Wikimedia Commons
§ 질문
방문자 게시판의 질문 (2014-10-08)
예전부터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 많이 고민해온 입장에서 초인님은 둘의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성경을 읽다보면 과학적으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가 많지 않습니까? 당장 죽은 사람이 살아나거나, 장님이 눈을 뜨거나 하는건 소소하고 구약에 나오는 대규모의 기적들까지...
과학적인 입장에서 종교를 바라보는 사람은 이런 기적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기적이니 그냥 그렇게 믿어라, 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한것 같고, 그렇다고 과학적으로 말이 안되니 실제로는 그냥 비유적인 얘기...하면 기독교 신앙이 온존하게 성립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과학자이자 기독교인으로 초인님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계신지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답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답변
# '신'
어떤 신앙과 과학이 충돌하는 (것 처럼 보이는) 경우, 그 신앙체계가 신앙하는 신이 어떤 신인지를 고려하는 것이 우선 순위일 것 같습니다. (일단은 그 신이 실재하는지의 문제는 접어두겠습니다.)
만약 그 신을 일종의 범신론적 신으로서 우주의 틀 자체이거나 혹은 그 틀에 짜여들어가 있는 존재라고 본다면, 그의 능력은 (관측된 것이든, 혹은 아직 미관측된 것이든) 존재하는 자연법칙 안에 제한되어 있다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그 신을 인간의 관측범위 및 그 너머를 창조한 '우주의 창조자'로서의 신으로 간주한다면, 그 신의 능력이 인간의 관찰범위 안에 있는 자연법칙 안에 제한되어 있다고 보는 것은 그리 타당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우리가 인지가능한 신이 인간의 인식의 범위 안에 제한되어 있을 뿐 입니다. 즉, 비트겐슈타인 식으로 말하면 시각(인식)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인 셈입니다.
'역사적' 기독교는 후자의 신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능한 신'을 상정하는 기독교의 신앙체계 안에서라면 '기적을 행하는 신'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과학을 전공한 제 입장에서도, 기독교의 신이 정말로 (1) 우주의 창조자이고, (2) 전능한 존재라면 기적이 가능하다고 믿는데 원칙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은 과학이라기 보다는 신앙의 문제겠죠.
# '과학적'
두번째로는 '과학적 scientific'이란 용어를 좀더 정교하게 정의해야 할 듯 합니다. 일반인들이 이 단어를 사용할 때 두가지 의미를 뒤섞어 사용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가령, '과학적이지 않다'란 진술은 그 의미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보통 이 말은 '(경험에 근거할 때) 말도 안된다' 라는 뜻으로 범용되는데, '기적'의 경우에 이 용례를 적용시키는 것은 사실 약간 곤란합니다. 경험하기 쉬운 현상이라면 그건 정의상 기적도 아닐테니까요.
보다 적절한 적용은 '과학적이지 않다'란 말을 '현재까지의 합리적 이해로 설명될 수 없다'란 뜻으로 이해하는 것일텐데, 이 경우라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어떤 '전능한 신'이 일으킨 한 현상이 (1) 인간의 관찰범위 안에 있으나 현재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일 경우도 있고, (2) 혹은 인간의 관찰범위를 훨씬 넘어선 작용에 의해 일어난 것일 수도 있단 점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듯 합니다.
(1) 인간의 관찰범위 안에 있으나 현재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일 경우: 이 경우에서 '과학적'이란 말은, 그것은 '현상의 원인과 원리와 과정을 유물론적으로 설명'하는 기술적 과정을 말할 뿐입니다. 즉, 기적의 '원리와 과정'에 대한 논의가 됩니다. 이것은 현재 불명확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규명될 수도 있습니다. 또 신이 이런 이해 가능한 원리와 과정을 사용해 어떤 '기적'을 일으켰다고 해서, 그것이 '기적'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경우 '과학적이지 않다'는 단언은 조금 조급합니다. 가령, '처녀수태' 같은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서) 생물학적으로 이젠 어느 정도는 그럴듯한 설명이 가능해진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주와 생명을 창조했다는 전능한 신을 상정하는 종교의 신자가 이것을 받아들이는데 큰 어려움을 가지진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전능한 신을 상정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내부모순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2) 혹은 인간의 관찰범위를 훨씬 넘어선 작용에 의해 일어난 경우: 이 경우에서의 '과학적이지 않다'는 말은 기적의 사실여부를 판단하는데 사용되어서는 않되고 오히려 해당 현상이 유물론적인 과학적 방법으로 증명불가하다는 (과학의) 한계선언 같은 것으로 이해해야 적절합니다. 이 경우의 '기적'은 과학의 범위를 벗어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경우 '과학적이지 않다'는 말은 당연한 것입니다.
# '비유'? '사실'?
성서의 기적들을 '비유'로 해석할 경우에 기독교 신앙이 성립하는지는 여부는, 그 기독교가 '어떤 형태'의 기독교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죠? 아마 자유주의 기독교는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고, 더 나아가 '그렇게 해석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이들의 '종교적' 입장이 기본적으로는 넌센스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를 하나의 종교/사회 이데올로기와 철학으로 간주한다면 물론 그렇게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성서의 진술에 대해, 그 자세한 원리와 과정이 어떤 것인지는 제가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창조자로서의 신을 믿는다는 점에서는) '일단'은 '원칙적으로' 그것을 수용한다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물론 성서가 사용하는 고대적 표현의 정확한 의미에 대한 다양한 해석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훗날 사실은 그 모든 이야기들이 '비유'였을 뿐이라며 저의 고지식에 대해 신으로부터 핀잔을 받게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신의 '진노'를 사지는 않을 것이라 종종 생각합니다. 반대로 그것이 '사실'이었는데 제가 그것을 '비유'로 주장했다면 그에 대한 신의 반응은 사뭇 심각하지 않을까요?
적고보니 왠지 '파스칼의 도박' 같네요.
최광민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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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신화/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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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상
© 최광민, Kwangmin Choi, 2015-09-12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글들에 대해 저자의 동의없는 전문복제/배포 - 임의수정 및 자의적 발췌를 금하며, 인용 시 글의 URL 링크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순서
- 질문
- 답변
§ 질문
방문자 게시판의 질문 (2014-10-08)
예전부터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 많이 고민해온 입장에서 초인님은 둘의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성경을 읽다보면 과학적으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가 많지 않습니까? 당장 죽은 사람이 살아나거나, 장님이 눈을 뜨거나 하는건 소소하고 구약에 나오는 대규모의 기적들까지...
과학적인 입장에서 종교를 바라보는 사람은 이런 기적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기적이니 그냥 그렇게 믿어라, 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한것 같고, 그렇다고 과학적으로 말이 안되니 실제로는 그냥 비유적인 얘기...하면 기독교 신앙이 온존하게 성립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과학자이자 기독교인으로 초인님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계신지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답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답변
# '신'
어떤 신앙과 과학이 충돌하는 (것 처럼 보이는) 경우, 그 신앙체계가 신앙하는 신이 어떤 신인지를 고려하는 것이 우선 순위일 것 같습니다. (일단은 그 신이 실재하는지의 문제는 접어두겠습니다.)
만약 그 신을 일종의 범신론적 신으로서 우주의 틀 자체이거나 혹은 그 틀에 짜여들어가 있는 존재라고 본다면, 그의 능력은 (관측된 것이든, 혹은 아직 미관측된 것이든) 존재하는 자연법칙 안에 제한되어 있다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그 신을 인간의 관측범위 및 그 너머를 창조한 '우주의 창조자'로서의 신으로 간주한다면, 그 신의 능력이 인간의 관찰범위 안에 있는 자연법칙 안에 제한되어 있다고 보는 것은 그리 타당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우리가 인지가능한 신이 인간의 인식의 범위 안에 제한되어 있을 뿐 입니다. 즉, 비트겐슈타인 식으로 말하면 시각(인식)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인 셈입니다.
'역사적' 기독교는 후자의 신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능한 신'을 상정하는 기독교의 신앙체계 안에서라면 '기적을 행하는 신'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과학을 전공한 제 입장에서도, 기독교의 신이 정말로 (1) 우주의 창조자이고, (2) 전능한 존재라면 기적이 가능하다고 믿는데 원칙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은 과학이라기 보다는 신앙의 문제겠죠.
# '과학적'
두번째로는 '과학적 scientific'이란 용어를 좀더 정교하게 정의해야 할 듯 합니다. 일반인들이 이 단어를 사용할 때 두가지 의미를 뒤섞어 사용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가령, '과학적이지 않다'란 진술은 그 의미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보통 이 말은 '(경험에 근거할 때) 말도 안된다' 라는 뜻으로 범용되는데, '기적'의 경우에 이 용례를 적용시키는 것은 사실 약간 곤란합니다. 경험하기 쉬운 현상이라면 그건 정의상 기적도 아닐테니까요.
보다 적절한 적용은 '과학적이지 않다'란 말을 '현재까지의 합리적 이해로 설명될 수 없다'란 뜻으로 이해하는 것일텐데, 이 경우라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어떤 '전능한 신'이 일으킨 한 현상이 (1) 인간의 관찰범위 안에 있으나 현재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일 경우도 있고, (2) 혹은 인간의 관찰범위를 훨씬 넘어선 작용에 의해 일어난 것일 수도 있단 점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듯 합니다.
(1) 인간의 관찰범위 안에 있으나 현재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일 경우: 이 경우에서 '과학적'이란 말은, 그것은 '현상의 원인과 원리와 과정을 유물론적으로 설명'하는 기술적 과정을 말할 뿐입니다. 즉, 기적의 '원리와 과정'에 대한 논의가 됩니다. 이것은 현재 불명확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규명될 수도 있습니다. 또 신이 이런 이해 가능한 원리와 과정을 사용해 어떤 '기적'을 일으켰다고 해서, 그것이 '기적'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경우 '과학적이지 않다'는 단언은 조금 조급합니다. 가령, '처녀수태' 같은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서) 생물학적으로 이젠 어느 정도는 그럴듯한 설명이 가능해진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주와 생명을 창조했다는 전능한 신을 상정하는 종교의 신자가 이것을 받아들이는데 큰 어려움을 가지진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전능한 신을 상정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내부모순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2) 혹은 인간의 관찰범위를 훨씬 넘어선 작용에 의해 일어난 경우: 이 경우에서의 '과학적이지 않다'는 말은 기적의 사실여부를 판단하는데 사용되어서는 않되고 오히려 해당 현상이 유물론적인 과학적 방법으로 증명불가하다는 (과학의) 한계선언 같은 것으로 이해해야 적절합니다. 이 경우의 '기적'은 과학의 범위를 벗어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경우 '과학적이지 않다'는 말은 당연한 것입니다.
# '비유'? '사실'?
성서의 기적들을 '비유'로 해석할 경우에 기독교 신앙이 성립하는지는 여부는, 그 기독교가 '어떤 형태'의 기독교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죠? 아마 자유주의 기독교는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고, 더 나아가 '그렇게 해석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이들의 '종교적' 입장이 기본적으로는 넌센스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를 하나의 종교/사회 이데올로기와 철학으로 간주한다면 물론 그렇게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성서의 진술에 대해, 그 자세한 원리와 과정이 어떤 것인지는 제가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창조자로서의 신을 믿는다는 점에서는) '일단'은 '원칙적으로' 그것을 수용한다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물론 성서가 사용하는 고대적 표현의 정확한 의미에 대한 다양한 해석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훗날 사실은 그 모든 이야기들이 '비유'였을 뿐이라며 저의 고지식에 대해 신으로부터 핀잔을 받게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신의 '진노'를 사지는 않을 것이라 종종 생각합니다. 반대로 그것이 '사실'이었는데 제가 그것을 '비유'로 주장했다면 그에 대한 신의 반응은 사뭇 심각하지 않을까요?
적고보니 왠지 '파스칼의 도박' 같네요.
최광민 (草人)
어떤 신앙과 과학이 충돌하는 (것 처럼 보이는) 경우, 그 신앙체계가 신앙하는 신이 어떤 신인지를 고려하는 것이 우선 순위일 것 같습니다. (일단은 그 신이 실재하는지의 문제는 접어두겠습니다.)
만약 그 신을 일종의 범신론적 신으로서 우주의 틀 자체이거나 혹은 그 틀에 짜여들어가 있는 존재라고 본다면, 그의 능력은 (관측된 것이든, 혹은 아직 미관측된 것이든) 존재하는 자연법칙 안에 제한되어 있다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그 신을 인간의 관측범위 및 그 너머를 창조한 '우주의 창조자'로서의 신으로 간주한다면, 그 신의 능력이 인간의 관찰범위 안에 있는 자연법칙 안에 제한되어 있다고 보는 것은 그리 타당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우리가 인지가능한 신이 인간의 인식의 범위 안에 제한되어 있을 뿐 입니다. 즉, 비트겐슈타인 식으로 말하면 시각(인식)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인 셈입니다.
'역사적' 기독교는 후자의 신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능한 신'을 상정하는 기독교의 신앙체계 안에서라면 '기적을 행하는 신'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과학을 전공한 제 입장에서도, 기독교의 신이 정말로 (1) 우주의 창조자이고, (2) 전능한 존재라면 기적이 가능하다고 믿는데 원칙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은 과학이라기 보다는 신앙의 문제겠죠.
# '과학적'
두번째로는 '과학적 scientific'이란 용어를 좀더 정교하게 정의해야 할 듯 합니다. 일반인들이 이 단어를 사용할 때 두가지 의미를 뒤섞어 사용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가령, '과학적이지 않다'란 진술은 그 의미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보통 이 말은 '(경험에 근거할 때) 말도 안된다' 라는 뜻으로 범용되는데, '기적'의 경우에 이 용례를 적용시키는 것은 사실 약간 곤란합니다. 경험하기 쉬운 현상이라면 그건 정의상 기적도 아닐테니까요.
보다 적절한 적용은 '과학적이지 않다'란 말을 '현재까지의 합리적 이해로 설명될 수 없다'란 뜻으로 이해하는 것일텐데, 이 경우라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어떤 '전능한 신'이 일으킨 한 현상이 (1) 인간의 관찰범위 안에 있으나 현재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일 경우도 있고, (2) 혹은 인간의 관찰범위를 훨씬 넘어선 작용에 의해 일어난 것일 수도 있단 점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듯 합니다.
(1) 인간의 관찰범위 안에 있으나 현재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일 경우: 이 경우에서 '과학적'이란 말은, 그것은 '현상의 원인과 원리와 과정을 유물론적으로 설명'하는 기술적 과정을 말할 뿐입니다. 즉, 기적의 '원리와 과정'에 대한 논의가 됩니다. 이것은 현재 불명확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규명될 수도 있습니다. 또 신이 이런 이해 가능한 원리와 과정을 사용해 어떤 '기적'을 일으켰다고 해서, 그것이 '기적'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경우 '과학적이지 않다'는 단언은 조금 조급합니다. 가령, '처녀수태' 같은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서) 생물학적으로 이젠 어느 정도는 그럴듯한 설명이 가능해진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주와 생명을 창조했다는 전능한 신을 상정하는 종교의 신자가 이것을 받아들이는데 큰 어려움을 가지진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전능한 신을 상정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내부모순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2) 혹은 인간의 관찰범위를 훨씬 넘어선 작용에 의해 일어난 경우: 이 경우에서의 '과학적이지 않다'는 말은 기적의 사실여부를 판단하는데 사용되어서는 않되고 오히려 해당 현상이 유물론적인 과학적 방법으로 증명불가하다는 (과학의) 한계선언 같은 것으로 이해해야 적절합니다. 이 경우의 '기적'은 과학의 범위를 벗어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경우 '과학적이지 않다'는 말은 당연한 것입니다.
# '비유'? '사실'?
성서의 기적들을 '비유'로 해석할 경우에 기독교 신앙이 성립하는지는 여부는, 그 기독교가 '어떤 형태'의 기독교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죠? 아마 자유주의 기독교는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고, 더 나아가 '그렇게 해석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이들의 '종교적' 입장이 기본적으로는 넌센스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를 하나의 종교/사회 이데올로기와 철학으로 간주한다면 물론 그렇게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성서의 진술에 대해, 그 자세한 원리와 과정이 어떤 것인지는 제가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창조자로서의 신을 믿는다는 점에서는) '일단'은 '원칙적으로' 그것을 수용한다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물론 성서가 사용하는 고대적 표현의 정확한 의미에 대한 다양한 해석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훗날 사실은 그 모든 이야기들이 '비유'였을 뿐이라며 저의 고지식에 대해 신으로부터 핀잔을 받게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신의 '진노'를 사지는 않을 것이라 종종 생각합니다. 반대로 그것이 '사실'이었는데 제가 그것을 '비유'로 주장했다면 그에 대한 신의 반응은 사뭇 심각하지 않을까요?
적고보니 왠지 '파스칼의 도박' 같네요.
최광민 (草人)
Scientist. Husband. Daddy. --- TOLLE. L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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