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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조용필과 꿈과 킬리만자로와 텍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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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草人 최광민 2005-07-24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글들에 대해 저자의 동의없는 전문복제/배포 - 임의수정 및 자의적 발췌를 금하며, 인용 시 글의 URL 링크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 최광민] 조용필과 꿈과 킬리만자로와 텍사스

순서
  1. 아아, 킬리만자로


# 꿈

미국으로 유학 온 첫 해인 1999년 초겨울 텍사스 오스틴에서 추수감사절을 맞이한 나는, 고향이 있으나 갈 수는 없는 이방인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를 절실히 느끼던 중이었다. 

당시 내가 묵고 있던 "단일면적당 최대인원을 수용하는" 즉, 교도소 스타일의 미국 최대의 기숙사 Jester Center는, 학생들이 다 고향으로 빠져나가서 3천명을 수용하는 큰 수용소 같던 그 웅장한 기숙사에 남은 인원이 고작 20명 남짓.

기숙사는 유령이 배회하는 거대한 소굴 같았고, 난방은 끊어지고 샤워실 온수도 나오지 않고, 기숙사 식당조차도 문을 닫았다. 게다가 차도 없어서 어디 나가서 무슨 일을 도모할 수도 없었고, 그저 전기와 인터넷만으로 외부와 연결되어 있을 뿐.

당시 나는 유학 나오기 전 학부생 기숙사를 실수로 신청해 버린 통에, 그 좁은 2인실 기숙사 방에 나보다 열 살 어린 학부 1학년과 살고 있었는데, 옆 동에 살던 그 친구 여자친구는 자기 방 놔두고 늘 우리 방에서 취식을 하는 통에 그 방은 이미 3인실이 되어 있었다. 침대와 침대 간 거리는 2미터 남짓.  

게다가 그 둘은 우리 과 학부생들.

텅 빈 기숙사 빌딩에서 절대고독에 빠져있자니 내 침대 옆에서 나를 매일밤 괴롭히던 내 룸메이트 M과 그의 여자친구 L이 그리워질 정도였다.


Jester Center, Austin, Texas (Source: Wikimedia Commons)
 


기숙사 내 방에 앉아 소리바다로 이것저것 노래를 다운로드 받았는데, 그 중의 한 곡은 제목과 달리 내용물은 조용필의 {꿈}이었다. 얼떨결에 조용필의 {꿈}을 우연히 받아 들으며 나는 마른 라면을 씹으며 덩달아 소리없는 고독을 곱씹었다. 이 노래는 왠지 모르게 Peter, Paul and Mary의 {Early Mornin' Rain}을 닮아있다.

꿈 (1991)

- 조용필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 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사람들은 저마다 고향을 찾아가네
나는 지금 홀로 남아서
빌딩 속을 헤매다 초라한 골목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저기 저 별은 나의 마음 알까
나의 꿈을 알까 괴로울 땐 슬픈 노래를 부른다
슬퍼질 땐 차라리 나 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그 날 이후, 이 노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용필의 노래가 된다.





# 아아, 킬리만자로

당시 우리 과에는 스미스라는 케냐에서 온 흑인학생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날 그 친구가 내게 물어왔다.

스미스 : 한국사람들이 왜 킬리만자로에 대해 노래하는거냐?
草人 : 뭐?
스미스: {킬리만자로}란 노래가 한국에서 그렇게 인기라며?
草人 : 누가 그러는데?
스미스 : 케냐에서 만난 한국 선교사들이 그러던데?

그러면서 이 마사이족 친구는 그 미지의 곡 한 소절의 멜로디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아, 이 노래는...이 노래는...

그것은 피를 토하듯 오열하는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참고로 킬리만자로는 케냐-탄자니아 국경에 있다. 그나저나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노래방에서 열창하던 써클동기 태기가 떠오른다.

헤밍웨이는 그의 {킬리만자로의 눈}의 도입에서 이렇게 적는다.

Kilimanjaro is a snow-covered mountain 19,710 feet high, and is said to be the highest mountain in Africa. Its western summit is called the Masai "Ngaje Ngai," the House of God. Close to the western summit there is the dried and frozen carcass of a leopard. No one has explained what the leopard was seeking at that altitude.

킬리만자로는 그 산봉우리가 늘 눈에 덮여 있는데, 표고 1만 9천 7백 10피트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서쪽 꼭대기는 마사이어로 '느가이예 느가이' 즉 신의 집이라 불린다. 이 꼭대기 가까이에 말라빠지고 얼어붙은 표범의 시체가 하나 있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표범이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는 아무도 설명할 수 없다.

나도 술 취한 한국인들이 노래방에서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왜 그리도 좋아하는지를, 이 마사이족 사내에게 설명할 수 없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 조용필

먹이를 찾아 산 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 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건 사랑 때문이라구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찬 것 같으면서도 텅비어 있는 내 청춘의 건배

사랑이 외로운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건 외로운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꺽이지 않는 한그루 나무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라라라.....



그 해는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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