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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음모론 예찬 | 큐아넌 (QAnon) 음모론, 뉴에이지 + 공상과학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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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草人 최광민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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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최광민]  음모론 예찬 | 큐아넌 (QAnon) 음모론, 뉴에이지 + 공상과학을 만나다

순서
  • 음모론 예찬
  • 큐아넌과 {대각성 지도}

원글: https://kwangmin.blogspot.com/2025/08/qanon-great-awakening-map.html






# 음모론 예찬

음모론은 재밌다. 

솔직히 

정말
재밌다.

난 9살 무렵 당시 (남자) 어린이들 사이에 인기있던 {요괴 대백과}나 {UFO/미스테리 대백과} 같은 책들을 친구에게서 빌려본 후 음모론의 열정적 팬이 되었다. {소년중앙} 같은 소년잡지라든지 폐품수집 때 애들이 집에서 들고오던 {선데이 서울} 같은 잡지들의 흥미거리 가십기사들도 음모론 학습의 주요 경로였다. 

중학교 시절, 학교도서관에서 보조사서로 책 정리 하던 친구를 따라 방과 후엔 학교도서관 서고에 박혀 각종 책을 읽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서고에서 발견한 {지구는 우주인의 동물원} 시리즈는 심령과학, 외계인 음모론 등을 아주 자세하게 다룬 약 10권 짜리 본격적인 시리즈물이었고, 이쪽 세계에서 꽤 유명한 {신들의 전차} 에리히 폰 데니켄은 지금도  History 채널의 {고대 외계문명 Ancient Aliens} TV 시리즈에서 여전히 활동 중이시다.

또 당시 개신교 교회 중고등부에선 "전직" 천주교 예수회 사제였다고 주장하며 천주교의 악마성을 고발한 '알베르토 리베라'란 인물의 증언 혹은 거기 기반한 책들이 공공연히 회람되고 있었는데, 그때 읽었던 어떤 책에선 예수회가 어린이들을 납치해 인신공양을 하고 피를 마시는데, 그걸 또 UFO 현장에서 많이 보고된 가축들의 신체절단/훼손 사건들과 연결하고 있었다. 이 경우 외계인 (특별히 '그레이')들은 악마 혹은 그들의 하수인으로 설명된다.

고등학생 시절 음모론 학습은 (흥미롭게도) 민족종교 증산도의 현 종정인 안경전 종도사가 집착을 가지고 자신이 운영하던 증산도 출판사에서 연속 출판한 외계인과 고대문명 관련 책들 (가령, {외계문명과 증산도} 같은 책들이 있다), 그리고 역시 증산도 쪽에서 열심히 유포하던 "인도로 간 예수" 관련 음모론들을 통해 이뤄졌다. 


대학에 가서는 도서관 서고에서 중학교 서고의 책들에서 언급된 그노시스/영지주의 계열 기독교 {위경}들을 찾아 직접 전문을 읽어볼 수 있었는데, 요새야 인터넷에서 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당시 한국에선 일반인이 접하긴 쉽지 않은 문서들이었고, 심지어 그 {위경}을 첫 표지에는 "신앙에 해로울 수 있으니 조심하라"란 경고문 까지 붙어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의외로 19/20세기 발 유사종교인 블라트바스키의 신지학 관련된 책들도 꽤 많이 있었고, 각종 종교들의 경전들도 찾아서 읽어볼 수 있어서 아주 흥미로왔다. 더욱 흥미로운 기억으론, 인디애나 블루밍턴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잠깐 하우스 렌트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 집 주인이 바로 그노시스 연구의 대가인 윌리스 반스톤이 월세집으로 굴리던 집이었다 !!


또한 내 블로그 글 중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예수 vs ***" 관련 글들은 미래의 싸모님과 연애하던 시절 싸모님에게 훈수들던 한 (미국인) "아차리아 S" 신봉자를 반박하기 위해 쓴 일련의 글들에서 시작되었다.

가령,


초기 기독교 관련 음모론에 대한 오랜 선행학습 덕에, 2000년대 초 출판되어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읽으킨 {다빈치 코드}라든지, 혹은 2010년 초반 한국의 불문학자이자 불교저술가인 민희식씨가 출판한 일련의 책들에 대해 바로 문제를 지적하는게 가능했다. 


최근을 달군 최고의 음모론은 아무래도 코비드-19 관련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요새도 출퇴근이나 심야에 음모론 팟캐스트를 듣거나 책과 웹싸이트들을 숙독하며 음모론계에 지평(!)을 넓히는 중이니, 음모론의 세계는 파도파도 참으로 심오하다고 하겠다. 

난 "심각한" 수준의 몇몇 음모론자들과 직접 교류해 본 적도 있고, 그들의 집회에 몇번 흥미삼아 참석해 본 적도 있고, 심지어 그들로부터 협업을 제안 받기도 했는데, 그때 만나 본 몇몇 진지한 음모론 "신봉자"들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보다 각종 음모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제대로) 이해하고 심지어 "즐기는" 사람들은 만나본 적이 별로 없다. 음모론을 피상적으로 믿거나, 혹은 음모론을 반박한다면서도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반박하는 사람들이 대다수. 


음... 사실 이쪽 세계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야 정상이긴 하다. 

공자의 언행을 모은 {논어 論語}의 술이편(述而篇)에는 "子不語怪力亂神" (자불어 괴력난신)"이란 구절이 나온다. 공자는 괴/력/난/신을 평소에 언급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한 공자는 "술이부작 述而不作" 즉, 기록과 현상을 서술하되 멋대로 지어내지 않는 태도로도 알려져 있다. 

송대의 주자는 {논어}를 해설한 {사서집주 四書集註 }에서 이를 각각

  • 괴 = 괴상하고 기이한 일 
  • 력 = 믿기 힘든 폭력 
  • 난 = 반란과 패도 
  • 신 = 인간이 이해하기 힘든 초자연적인 일들

로 풀이하면서, 군자라면 마땅히 이에 상반되는 미덕과 가치들인

  • 상(常) = 평상적인 것
  • 덕(德) = 덕성
  • 치(治) =  질서정연함
  • 인(人) =  초자연적이 아닌 인간적인 일들

을 도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지만, {논어} 옹야편(雍也篇)에서 공자가 제자 번지(樊遲)와 지(知)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때, "務民之義 사람이 도리에 힘쓰고, 敬鬼神而遠之 귀/신을 공경하되 거리를 두면 可謂知矣 이를 '앎'이라 할 만하다"라고 말했으니, 그가 괴력난신에 대해 몰랐다고는 할 수 없겠다. 요컨데 음습한 것은 음습한 곳에 놓아두고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공자님 말씀을 해석하면 충분할 듯.

그런 판에,

음모론이 음지에서 양지로 
그것도 21세기 전반부 미국 한 복판에
버젓이 대낮에 활개치며 걸어다니게 되리라곤

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 큐어넌과 대각성 지도

근래 음모론 세계에서 가장 유행하는 자료 가운데 하나는, 항간에서 미국 발 음모론 추종세력인 QAnon (큐어넌, 큐아넌, 큐아논)의 세계관을 집대성 한 것으로 소개되곤 하는 소위 {대각성 지도, The Great Awakening Map}.

일종의 '마인드맵'인 이 {대각성 지도}는,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자칭 "다차원 음모"를 폭로(?)해 온 챔프 파리야 (Champ Parinya)란 태국계 미국인이 만들었다.

음, 솔직히 나도 여기 등장하는 음모론 가운데 90% 정도만 익숙하다. 대단한 음모론 덕후라는 점 통 크게 인정한다.
 

영어판



한국어판


파리야는 캘리포니아 LA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2021년 사망) 여성 뉴에이지 요가 마스터로 "구루 자카트 Guru Jagat"와 협업해 왔다.

인도인 같은 이름이지만 사실은 백인 여성인 이 "구루 자가트" (본명 Katie Griggs, 1979-2021)는 쿤달리니 요가와 뉴에이지 영성, 그리고 각종 음모론을 "Reality Lifting" 이란 제목의 팟캐스트와 유투브 등으로 전파했다. 큐아넌 (QAnon) 음모론을 깊이 신봉하고 이에 기반한 음모론 쪽으로 유명했다. {구루 자카트와 함께 께 하는 현실승화 Reality Riffing with Guru Jagat} 같은 팟캐스트에선 코비드-19이 어둠의 정부세력이 공중에 살포한 혹은 켐트레일에서 발생했다는 식의 음모론,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 핏자가게 지하실에서 힐러리를 포함한 민주당 거물 등이 인신매매로 잡혀 온 아이들과 소아성애를 하고 피를 마신다는 소위 "핏자게이트' 등을  유포했다.2021년 수술 부작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다.

파리야가 이 {대각성 지도}를 제작한 목적은,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세계를 일종의 '매트릭스 상'의 허상으로 강조하고, 은폐된 진실을 깨닫는 "빨간 약 red pill" 각성을 유도하는 것이란다.

그런데 파리야의 이 {대각성 지도}를 가득 채운 음모론 모두를 미국 큐어넌들이 믿는 것은 아니다. 미국 큐어넌 세계관에서 "대각성 Great Awakening"이 핵심 단어이자 개념이긴 하지만 , 파리아의 {대각성지도}는 (대체로 정치이념으로서의) 큐어넌 보다는 그것의 온갖 뉴에이지적 그리고 심지어 공상과학적 확장판으로 볼 수 있으며, 보통 말하는 '큐어넌'의 세계관은 이 마인드맵에서는 그 부분으로 존재한다. 물론 여기 등장하는 괴기스런 음모론들을 신봉하는 큐어넌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가령, 딥-스테이트와 관련된 '파충류형 외계인 (랩틸리언) 세계정부 장악설' 등등은 큐어넌 세계관에서는 꽤 주류(?)에 속하는 편이다.

"구루 자가트"가 챔프 파리야를 초대해 대담을 진행한 Reality Rifting 유투브/팟캐스트 에피소드.


온갖 음모론들의 진정한 가치(?)는 그걸 그대로 "믿지"말고 대신 그저 "즐기는"데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두면, 종합 엔터테인먼트 소재로 음모론 만한 게 또 없다.

그걸 하지 못하면, 그때 음모론은
종교가 된다.

그러니 부디
즐기기만 하시길.

다시 한번 공자님 가라사대,

敬鬼神而遠之
귀/신을 공경하되 거리를 두라

(Just) Enjoy !


草人 최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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