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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존 밀턴의 {실락원}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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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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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草人 최광민 2025-02-15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글들에 대해 저자의 동의없는 전문복제/배포 - 임의수정 및 자의적 발췌를 금하며, 인용 시 글의 URL 링크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 최광민] 존 밀턴의 {실락원}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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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블레이크의 {실락원} 삽화
중학생 시절 내가 출석하던 장로교회의 주일설교에서 (청교도) 밀턴이 쓴 {실락원}이란 작품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당일 오후 동네서점에 가서 밀턴의 {실락원} 그리고 그 뒤에 부록처럼 덧붙여진 {복락원}을 읽었는데, 서구문명에 익숙치 않은 중학생이 읽기엔 정말 읽기 고약한 작품이었다. 내공이 좀더 쌓인 고등학생 때 가서야 제대로 완독할 수 있었다.
사실 그 주일설교에서 밀턴이 언급된 맥락은 종교개혁과 17세기 영국의 "청교도" 때문이었는데, 밀턴이 올리버 크롬웰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하기도 한 강고한 청교도였던 걸 대략 알던 나로선, 그리스-로마 신화의 모티프가 상당히 녹아들어가 있는 {실락원}을 읽으면서 꽤 혼란스러웠다. 청교도라면 {실락원} 바로 전에 읽었던 존 번연의 {천로역정} 같이 성서구절"만" 가득차 있는 책을 쓰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듯 하다. 가령, 이 작품에선 그리스-로마의 신들을 죄다 타락천사로 묘사하면서, 대뜸 성령을 "뮤즈"로 언급한다.
아울러 당시 고대교회의 삼위일체론에 대해 관심을 갖던 시절이라, {실/복락원}에 묘사된 형식의 성부-성자의 관계가 다소 아리우스파의 종속교리처럼 읽혀서 약간 거슬리기도 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밀턴의 최초 발표 당시에도 이를 놓고 다소 간 신학적 논란이 있었지만 대체로 19세기 초반까지는 {실/복락원}이 영국국교회의 신학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다는 평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다가 19세기 초반에 밀턴의 유고작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미완성 라틴어 논고인 {De Doctrina Christiana, 기독교의 교리에 대하여}가 발견되는데 그 논고에서 설명된 삼위일체에서의 "성자/그리스도"의 선재성에 대한 논란이 등장했다.
삼위일체 논쟁 초반기의 핵심논쟁은 "성자의 (영원한) 선재성"인데, 아리우스는 "성자의 탄생"을 세상의 창조보다는 앞서나 성부의 존재보다 "시간적 후순위"로 이해함으로써 성자를 성부에 질적으로, 또 존재적으로 종속시킨 반면,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와 이어지는 정통신조들은 "성부가 성자를 낳음"이란 개념은 "영원 (속에서의) 탄생"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밀턴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저 {기독교 교리에 관하여}에서 묘사되는 성자는 어떤 맥락에서는 '영원'하다고 - 즉, 영원으로부터 탄생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어떤 단락에서는 어떤 "시간 상"에서 탄생한 것처럼 설명되어 있다. 그래서 혹자는 밀턴이 '성자의 영원한 (=영원으로부터의) 탄생'이란 정통적 삼위일체론에서 이탈한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하기도 한다.
각설하고,
존 밀턴의 {실락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구절은, 그 결론에 해당하는 가장 마지막 단락이다. 아담과 이브의 낙원추방 장면의 쓸쓸함이 잘 묘사되어 있다.
Boox Go 10.3으로 필사하고 번역해 본다.
John Milton, "Book XII" from Paradise Lost
So spake our Mother Eve, and Adam heard
Well pleas'd, but answer'd not; for now too nigh
Th' Archangel stood, and from the other Hill
To thir fixt Station, all in bright array
The Cherubim descended; on the ground
Gliding meteorous, as Ev'ning Mist
Ris'n from a River o're the marish glides,
And gathers ground fast at the Labourers heel
Homeward returning. High in Front advanc't,
The brandisht Sword of God before them blaz'd
Fierce as a Comet; which with torrid heat,
And vapour as the Libyan Air adust,
Began to parch that temperate Clime; whereat
In either hand the hastning Angel caught
Our lingring Parents, and to th' Eastern Gate
Led them direct, and down the Cliff as fast
To the subjected Plaine; then disappeer'd.
They looking back, all th' Eastern side beheld
Of Paradise, so late thir happie seat,
Wav'd over by that flaming Brand, the Gate
With dreadful Faces throng'd and fierie Armes:
Som natural tears they drop'd, but wip'd them soon;
The World was all before them, where to choose
Thir place of rest, and Providence thir guide:
They hand in hand with wandring steps and slow,
Through Eden took thir solitarie way.
그들 뒤돌아 낙원의 동편을 바라보니그들 행복의 보금자리 있던이제 그곳 타오르는 불칼이 둘러지고무서운 얼굴들 새겨진 문과 무서운 군대(천사)로 가득하다.자연스레 눈물 흐르나 미처 닦지 못하니안식할 세계가 그들 앞에 펼쳐져 있고, 섭리가 그들을 안내할 것이기에,그들 서로 손을 맞잡고 방랑의 발걸음 무겁게에덴을 지나, 그 쓸쓸한 길을 간다. (번역: 최광민)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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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존 밀턴의 {실락원} 단상
삼위일체 논쟁 초반기의 핵심논쟁은 "성자의 (영원한) 선재성"인데, 아리우스는 "성자의 탄생"을 세상의 창조보다는 앞서나 성부의 존재보다 "시간적 후순위"로 이해함으로써 성자를 성부에 질적으로, 또 존재적으로 종속시킨 반면,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와 이어지는 정통신조들은 "성부가 성자를 낳음"이란 개념은 "영원 (속에서의) 탄생"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밀턴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저 {기독교 교리에 관하여}에서 묘사되는 성자는 어떤 맥락에서는 '영원'하다고 - 즉, 영원으로부터 탄생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어떤 단락에서는 어떤 "시간 상"에서 탄생한 것처럼 설명되어 있다. 그래서 혹자는 밀턴이 '성자의 영원한 (=영원으로부터의) 탄생'이란 정통적 삼위일체론에서 이탈한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하기도 한다.
각설하고,
존 밀턴의 {실락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구절은, 그 결론에 해당하는 가장 마지막 단락이다. 아담과 이브의 낙원추방 장면의 쓸쓸함이 잘 묘사되어 있다.
Boox Go 10.3으로 필사하고 번역해 본다.
John Milton, "Book XII" from Paradise Lost
So spake our Mother Eve, and Adam heard
Well pleas'd, but answer'd not; for now too nigh
Th' Archangel stood, and from the other Hill
To thir fixt Station, all in bright array
The Cherubim descended; on the ground
Gliding meteorous, as Ev'ning Mist
Ris'n from a River o're the marish glides,
And gathers ground fast at the Labourers heel
Homeward returning. High in Front advanc't,
The brandisht Sword of God before them blaz'd
Fierce as a Comet; which with torrid heat,
And vapour as the Libyan Air adust,
Began to parch that temperate Clime; whereat
In either hand the hastning Angel caught
Our lingring Parents, and to th' Eastern Gate
Led them direct, and down the Cliff as fast
To the subjected Plaine; then disappeer'd.
They looking back, all th' Eastern side beheld
Of Paradise, so late thir happie seat,
Wav'd over by that flaming Brand, the Gate
With dreadful Faces throng'd and fierie Armes:
Som natural tears they drop'd, but wip'd them soon;
The World was all before them, where to choose
Thir place of rest, and Providence thir guide:
They hand in hand with wandring steps and slow,
Through Eden took thir solitarie way.
그들 뒤돌아 낙원의 동편을 바라보니
그들 행복의 보금자리 있던
이제 그곳 타오르는 불칼이 둘러지고
무서운 얼굴들 새겨진 문과 무서운 군대(천사)로 가득하다.
자연스레 눈물 흐르나 미처 닦지 못하니
안식할 세계가 그들 앞에 펼쳐져 있고,
섭리가 그들을 안내할 것이기에,
그들 서로 손을 맞잡고 방랑의 발걸음 무겁게
에덴을 지나, 그 쓸쓸한 길을 간다. (번역: 최광민)
Scientist. Husband. Daddy. --- TOLLE. L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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