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 최광민 2018-03-24
제목
[© 최광민] 추상이 구상을 만났을 때
순서
- 추상 vs. 삽자루 삼겹살
- 백일홍 vs. 에일리언
§ 추상 vs. 삽자루 삽겹살
2017년 여름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연 대학친구가 일본과 프랑스에서 추상화가로 활동하는 재일교포 의뢰인에게서 선물을 하나 받았다면서, 작품을 사무실 벽에 걸어놓고 사진을 찍어 대학써클 밴드에 올렸다.
© 최광민 Kwangmin Choi
이 작품의 주제와 대상과 작가의 의도를 놓고 써클 사람들끼리 잠시 갑론을박이 있었는데, 작품을 보자마자 내 눈엔 막바로 한 장면이 떠올랐고 마침 갤럭시노트5 펜을 가지고 놀던 중이라 내 해석을 스마트폰 상에서 스케치해서 써클 밴드에 올렸다.
아니 다들 이게 안보였단 말인가? 고기집 사장님이 불가마 앞에서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면서 혼신을 다해 삽자루 삼겹살 굽는 장면 아닌가!
이런 땀내 풀풀 나는 "구상"을
"추상"화 하니 이렇게 된 것 아닐까?
© 최광민 Kwangmin Choi
일반인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기화된 땀을 순간 포착해 작품에 담은 것이 이 추상작품의 진면목이 아닐까 싶다.
2017년 겨울 서울에 다녀올 일이 있어 친구 변호사 사무실에 걸린 저 그림 아래서 함께 사진 찍으며 들으니, 친구가 내 해석을 의뢰인에게 설명해 줬는데 작가님이 그다지 화를 내시지는 않았다는 걸로 봐선 내가 진정 작가의 의중을 제대로 짚었던 듯.
§ 백일홍 vs. 에일리언
2017년 여름엔 앞뜰에 백일홍이 예쁘게 피었었다. 내가 직접 씨뿌리고 백일홍을 키워본 건 평생 처음이었다. 사실 Zenia 씨를 사면서 그게 백일홍인 줄도 모르고 산거지만.
2017년 여름엔 앞뜰에 백일홍이 예쁘게 피었었다. 내가 직접 씨뿌리고 백일홍을 키워본 건 평생 처음이었다. 사실 Zenia 씨를 사면서 그게 백일홍인 줄도 모르고 산거지만.
© 최광민
꽃술이 마치 하나의 꽃처럼 보여 꽃 속에 다시 꽃이 핀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백일홍의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보고 있자니, 뜸금없이 에일리언의 입에서 또 입이 나오는 장면이 떠올랐다.
Wikimedia Commons
써클 사람들 중엔 당장 병원에 가보라는 분도 계셨고, 의사하는 한 선배님은 이미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절망적 진단을 내려 주시도 했다.
역시 그때 치료를 받았어야 했을까? lol
草人 최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