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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tist. Husband. Daddy. --- TOLLE. LEGE
외부자료의 인용에 있어 대한민국 저작권법(28조)과 U.S. Copyright Act (17 USC. §107)에 정의된 "저작권물의 공정한 이용원칙 | the U.S. fair use doctrine" 을 따릅니다.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모든 글과 번역문들에 대해 (1) 복제-배포, (2) 임의수정 및 자의적 본문 발췌, (3) 무단배포를 위한 화면캡처를 금하며, (4) 인용 시 URL 주소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후원 | 운영] [대문으로] [방명록] [옛 방명록] [티스토리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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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리프킨의 {엔트로피} 와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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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21


미국의 문명비평가 제레미 리프킨 (Jeremy Rifkin)의 문명비판서. 1980년.



이 책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읽었는데, 읽게된 계기가 재밌다. 당시 화학공부를 따라가기 버겨워하던 나는 "엔탈피"가 나오던 단원부터는 참고서를 사서 따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방과 후 서점에 갔다. 그때 눈에 들어왔던 책이 이 책이었고, 정작 찾아보려던 "엔탈피"는 저만치 버려두고 이 "엔트로피"에만 푹 빠져지냈다. 이 책 속의 "열역학적 종말론"에 대한 관점은 처음 읽었던 때의 충격만큼이나 오랫동안 강렬하게 남아서, 대학에 들어가서 운동권에 몸담은 선배나 친구들이 공산주의/사회주의의 진보성과 아름다움을 이야기 할때도 나는 줄곳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한번은 사회과학 세미나에 이 책을 추천했다가 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기도. 아무튼 나는 "가열찬" 진보라는 개념에 예나지금이나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이니, 리프킨의 이 책이 내게 남긴 흔적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현대문명의 고-엔트로피 비효율성을 저-엔트로피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평이해 보이는 주장이지만, 에너지 파동을 겪은 1970년대 이래로 '로마클럽'이 꾸준히 제시한 '성장의 한계'라는 개념과 독일계 영국 경제이론가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 (E.F. Schumacher)의 명저 {작은 것이 아름답다 / Small is Beautiful}의 기본개념이 되는 '중간기술론'을 '엔트로피', 즉 '열역학적 종말론'의 관점에서 바라본 무척 참신한 주장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원제 {Entropy: A New World View}는 바로 이 점을 암시한다.


아래는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열역학적 종말' 혹은 '고-엔트로피성 문명의 필연적 붕괴'라는 관점은, 리프킨의 이 책에 대한 기존의 과학기술계의 (특별히 미국) 즉각적이고 맹렬한 비판을 불어일으켰다. 그 이유는 리프킨이 물리학적 개념인 '엔트로피'에 기초해서 모든 문명은 엔트로피의 축적을 피할 수 없으며 붕괴한다는 역사적 필연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즉, 그의 주장은 "필연적인 종말"에 맞서 붕괴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찾자는 말로 요약된다. 현대 문명사회에 대한 리프킨의 비판은 자본주의 뿐 아니라 공산주의의 비효율적 고-엔트로피 경제시스템에 대해서도 맹렬하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모두, 그 경제개념의 핵심에는 '사실상 모든 자원는 무한하다'는 잠재적 인식을 깔고 있기 때문. 많은 비판자들은 그가 과학기술에 대한 불필요한 의심과 대중적 공황을 야기시켰다고 꼬집기도 한다. 게다가 리프키는 "닫힌 계(시스템)"의 엔트로피 증가만 고려하고, 열린 시스템에서의 엔트로피 교환은 간과했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리프킨의 논리는 도약이 심하고 그 예측도 많이 빗나간 것이 눈에 띄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근본적으로는 옳다. 모든 시스템은 그 속도가 빠르든 느리든 결국 필연적으로 붕괴한다는 "가정"을 사실이라고 전제할때 그 가정을 받아들이는 인간이 그 필연적 운명 앞에서 겸손해지는 반면, 가차없는 진보의 신봉자들은 때때로 근거없는 희망과 오만함에 의지한다는 사실.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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