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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에큐메니칼 써핑 #3: 안티오키아 정교회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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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신화/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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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Kwangmin Choi, 2004-07-02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에큐메니칼 써핑 #3: 안티오키아 정교회 방문
순서
- 방문 교회/교단
- 정교회 주일
- 성화상파괴론자들의 주장
- 성화상옹호론자들의 주장
- 정리
§ 방문 교회/교단
- 교회: 블루밍턴 소재 All Saints Antiochian Orthodox Christian Church in Bloomington
- 교단: 정교회의 일파이며 시리아 Antioch에 본부를 둔 안티오키아 정교회
- 두개 사안에 대한 이 교회의 입장
- 이라크전에 찬성하는가?: 찬성
- 동성애자를 교회에 받아들일 것인가?
- 동성애적 성향을 가진 경우: 동성 간 성관계가 없는 경우 조건적 찬성
- 동성애 육체관계까지 하는 (practice) 경우: 반대
프로테스탄트로서 정교회를 방문하는 일은 다소 의외일 수 있다. 그러나 루터의 종교개혁 당시 한동안 루터교단은 콘스탄티노플의 정교회와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으며 로마카톨릭에 맞서 연합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로마카톨릭과 정교회는 당시 이미 500년 전에 "필리오케" 논쟁을 중심으로 하여 서로를 이단으로 쌍방파문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루터교단과 정교회의 논의는 정교회 측의 시큰둥한 반응으로 오래지 않아 결렬되었다. 그러나 이후 정교회는 영국국교회 (성공회)나 감리교단을 비롯한 여러 프로테스탄트 교단과 긴밀한 교류를 맺어왔다. (진위에 관한 다소 논란이 있으나) 1763년 영국
런던을 방문한 그리스정교회 아르카디아 주교 에라스무스는 훗날 감리교단의 창시자가 되는 영국국교회 사제 존 웨슬리를 비밀리에 주교로 임명하고 몇몇을 사제로 임명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서방 라틴교회의 신조에 뿌리를 두는 프로테스탄트 제파는 (로마교회와 정교회의 결정적 분리를 유발한) '필리오케' 교리를 일반적으로 지지하고, 더 나아가 기본적으로 성화상파괴론자들이기까지 하니, 로마카톨릭이라는 "공동의 적"을 둔 점을 제외하곤 정교회와 잘 맞을 수가 없다. 특별히 "교회/교부의 전통"에 대한 정교회의 강력한 입장은 프로테스탄트 교단들의 핵심강령인인 "솔라 스크립투라 / 오직 성서로"와 여러가지 면에서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정교회의 제단. 오른쪽에 그리스도의 이콘, 왼쪽에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마리아/테오토코스의 이콘이 있다. 안쪽에 "지성소"가 있다.
정교회 (Orthodox Church)를 방문하기에 "정교회 주일"보다 더 나은 날은 없을 듯 싶다. 이 날은 정교회의 "정체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날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 정교회 주일 (Sunday of Orthodoxy)
정교회의 각 교회들은 매년 수난주간(Lent)의 첫 일요일을 "정교회 주일(Sunday of Orthodoxy"로 기념한다. 이 기념일은 AD 842년, 비잔틴 황제로서는 마지막 성상파괴주의자였던 테오필로스가 사망한 후 소집된 콘스탄티노플 종교회의(Synod of Constantinole)에서 성화/성상파괴론을 이단으로 정죄해 정교회에서 완전히 몰아낸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 특별한 의식에는 당연히 성화(이콘)이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사제의 입장시 이콘이 압장서고, 콘스탄티노플 종교회의의 가결내용이 부제에 의해서 낭독되는데, 이 내용(Synodicon)은 우선 성자들, 신학자들, 순교자에 대해 언급하고 신자들은 '그들을 영원히 기억합니다 (Eternal Memory!)'라고 세번 복창한다. 이어 AD 842년 경까지 정교회에서 공식정죄한 이단의 명단이 낭독된다. 여기에는 아리우스파, 네스토리우스파, 단성론파, 단일의지론자, 그리고 성상/성화파괴론자들에 대한 저주가 이어진다 (여기에는 단일의지론자를 지지한 교황 호노리우스도 포함된다.) 이어 콘스탄티누스에 이어지는 독실한 기독교도 황제들의 이름이 이어지며 신자들은 다시 '그들을 (성인으로) 영원히 고백합니다!'을 복창한다.
사실 기본적으로 성화상파괴론자인 프로테스탄트로서는, 성상이 가득 모셔진 로마카톨릭의 성당에서 성모 마리아 상 앞에서 예를 표한다거나, 혹은 이콘이 가득한 정교회 성당의 테오토코스 이콘 (성모자상)에 입을 맞춘다거나 하는 것은 무척이나 부담되는 '종교적 행위'인 것이 사실이다.
평생 해 본 적이 없으니까.
§ 성화상파괴론자들의 입장 (Iconoclasts)
성화(이콘)문제를 두고 이콘공경을 옹호하기 위해 모인 제7차 콘스탄티노플 공회의에서는 신에 대한 "숭배 / 라트리아 Latria / λατρεία"와 성인에 대한 "공경 / 프로스키네시스 /προσκύνησις" 혹은 "둘리아 Dulia / δουλεία"로 표현되며, 성모 마리아에 대해서는 그 최고 단계인 하이퍼-둘리아가 적용된다.
로마카톨릭의 경우 성상과 성화가 모두 공경의 대상으로 지정되지만, 정교회는 성화(이콘)에만 공경의 대상이 제한되어 있고 일반적으로는 성상을 제작하지 않는다. 프로테스탄트는 성상과 성화를 제작할 수는 있으나, 성상과 성화를 공경의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할 뿐만 아니라 성상과 성화에 표현되어 있는 성자들에 대한 공경 역시 배제한다. 프로테스탄트에게 있어그들은 '공경'의 대상이 아니라 신앙의 선배로서 '존경'의 대상일 뿐이다. 로마카톨릭적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성공회 내 고교회파의 경우, 성인에 대한 공경은 제한적으로 수용한다.
AD 754년, 콘스탄티노플에서 결의된 성화상파괴론자들의 선언을 발췌하면 아래와 같다.
"Supported by the Holy Scriptures and the Fathers, we declare unanimously, in the name of the Holy Trinity, that there shall be rejected and removed and cursed one of the Christian Church every likeness which is made out of any material and colour whatever by the evil art of painters.... If anyone ventures to represent the divine image (χαρακτήρ, charaktēr) of the Word after the Incarnation with material colours, let him be anathema! .... If anyone shall endeavour to represent the forms of the Saints in lifeless pictures with material colours which are of no value (for this notion is vain and introduced by the devil), and does not rather represent their virtues as living images in himself, let him be anathema!"
거룩한 성서와 교부들의 전통에 따라, 우리는 거룩한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한 목소리로 선언한다: 어떤 재료이든, 어떤 색조이든 간에 화공들의 사악한 기술로 만들어진 모든 도상들을 교회는 거부하고 제거할 것이며 또 저주할 것이다.....누구든 감히 성육신한 말씀/로고스(=예수)를 성화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면, 그는 파문당할 것이다....누구든 성자들의 덕목을 살아있는 이미지로 자신 안에서 구현하려고 하지않고, 이들 성자들을 아무 의미없는 그림으로나 표현하려고 하는 자를 교회는 파문할 것이다...." --- 번역: 최광민
성화상파괴론자는 일반적으로 "성인"에 대한 '공경'은 인정하나 "그들을 묘사한 그림과 상"에 대한 공경은 거부했는데, 그 이유는 카피가 원본과 완전한 일치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묘사된 원본에 대한 대체물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특별히 예수의 이콘이 문제가 되는데, 성화상은 예수의 인간적 특징을 묘사할 수는 있겠지만, 그의 신적속성을 표현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성만찬에 사용되는 빵과 포도주 만이 예수에 대한 유일한 '이콘'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성화상의 제작과 공경이 {구약성서}의 일관된 정신에 위배된다고 보았다. 즉, 성화상에 대한 '공경'을 우상숭배로 파악한 것이다. 이에 대한 성상파괴론자들이 발표한 AD 754년의 선언은 아래와 같다.
"...Satan misled men, so that they worshipped the creature instead of the Creator. The Law of Moses and the Prophets cooperated to remove this ruin...But the previously mentioned demiurge of evil...gradually brought back idolatry under the appearance of Christianity."
"...사탄이 사람들을 미혹시켜 창조자가 아닌 창조물을 숭배하게 만들었다. 모세율법과 예언서들은 이 타락을 제거할 것을 한결같이 말한다....그러나 앞서 말한 악의 조성자 (=사탄)는 겉으로는 기독교의 옷을 입고 우상숭배를 점진적으로 재등장시켰다....." --- 번역: 최광민
§ 성화상옹호론자들의 입장 (iconodules)
비잔틴제국을 잠식해 들어오는 이슬람으로 인해 촉발된 각성과 비잔틴제국 황제들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성화상파괴론자들의 입장은 주로 (성화상을 제작해 온) 수도사들을 중심으로 한 극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강력한 저지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때 이슬람 지배지역으로 편입된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 거주하던 수도사 야하나 이븐 만수르 이븐 사르준 (이하, '다마스쿠스의 요한')이 상황을 역전시킬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Ἰωάννης ὁ Δαμασκηνός Iōannēs
당시 기독교도들이 다수였던 시리아 지역은 이슬람 지배지역이 되면서 당시 성화상파괴운동을 주도했던 비잔틴 황제 및 콘스탄티노플 주교의 영향력으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다마스쿠스의 요한은 원래 지역의 유력가문 출신으로, 칼리프 압드 알-말리크 이전에는 시리아의 움마야드 궁정에서 수석 자문관을 맡았다가 말리크가 고위직에서 기독교도를 배제시키는 정책을 펴자 사임하고 수도사가 되었다.
다마스쿠스의 요한은 다음과 같은 논지로 자신의 입장을 변호한다.
우선, 그는 십계명에서 신의 형상을 제조하거나 숭배하는 행위를 금지한 규정은, 삼위일체의 2위인 성자(예수)가 육체를 통해 태어난 이후 폐기 되었다고 본다. 특별히 우상의 정의는 "진실하지 않는 존재"에 대한 형상이므로, 사실상 기독교가 아닌 모든 종교에 사용되는 이미지는 모두 우상이며, 반면 기독교의 믿음을 묘사한 모든 이미지는 이콘으로서 공경의 대상이 된다는 것. ("all religious images not of our faith are idols; all images of our faith are icons to be venerated." )
또한 기록된 교회의 전통이 이콘의 공경을 금하긴 하지만, 기록되지 않고 구전된 전통은 이콘의 공경을 가르쳤다고 주장한다. 정교회는 (로마카톨릭과 마찬가지로, 혹은 그보다 더) 교회의 (혹은 사도적) 전통을 성서와 거의 비슷한 (혹은 종종 조금 더 큰) 비중으로 취급한다.
종교적 상징으로서뿐 아니라 장식으로서도 형상의 제작을 엄금하던 이슬람 지역에 거주했던 그가 성화 공경을 옹호한 가장 강력한 변호자가 되었다는 것은 상당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다마스쿠스의 요한(?)의 이콘, Παναγία Τριχερούσα
세르비아 정교회의 가장 유명한 이콘인 {파나기아 트리케로우사 /세 팔의 테오토코스}는 다마스쿠스의 요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전설에 따르면, AD 717년 경, 다마스쿠스의 요한이 (아직까지는 이슬람교를 강요하지 않던) 다마스쿠스의 이슬람 칼리프 정부를 위해 일하던 시절 부당한 반역혐의를 받아 오른 팔이 잘렸는데, 며칠 후 요한이 예수를 안은 성모의 이콘 ("테오토코스") 앞에서 기도하자 잘린 팔이 회복되었고, 이에 감사한 요한이 은으로 만든 팔을 이콘에 집어 넣었다고 한다.
§ 정리
만약, 다마스쿠스의 요한이 정의한 대로라면 삼위일체 가운데 성자와 성령 만이 이미지로 표현되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형상으로 표현되거나", 심지어 "육체를 입고 현신하지 않은" 성부를 벌거벗고 흰 수염이 휘날리는 건장한 노인으로 그린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벽화는 다마스쿠스의 요한의 입장대로라면 원칙적으로는 "이단"적이다.
미켈란젤로, {천지창조 - 아담의 탄생} (Wikimedia Commons)
사실 성부에 대한 이콘이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는 정교회 제파 사이에서 거의 1000년을 끈 숙제였다. 예수의 이콘에 대한 공경을 인정한 AD 787년의 제 2차 니케아 공회의 결의문은 성부의 이콘에 관해 확정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정교회는 {창세기}에서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에 앞서 아브라함을 찾아온 "세 천사"를 "삼위일체 (자체가 아닌) 모형"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교회는 1667년 모스크바 주교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을 내렸다. 즉, 성부를 인간의 형상으로 묘사하는 그 어떤 이콘도 금지한다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 정교회의 결론은 다른 지역 정교회에게 강제되지 않는다.
다마스쿠스의 요한의 입장은 마치 대승불교도들이 불상과 불화를 보는 입장과도 유사하다. 대체적으로 불교승려들은 불상과 불화가 (영험하다고 말할지는 몰라도) '그 자체로서' 숭배의 대상이라고는 말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다만 불상과 불화는 본연적 붓다를 명상하는데 도움을 주는 방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원론적 정의가 일반신자들에게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비록 신자들이 숭배와 공경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리라 믿지만), 개인적으로는 신과 성인들을 도상적으로 공경하는 행위가 본질적인 신앙에서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나는 예수와 성인들의 성화상을 "공경"하는 로마카톨릭과 정교회의 신심어린 행위가 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라트리아와 둘리아에 대한 이 두 교회 신학자들의 정교한 정의가 무엇이든지 간에.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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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Kwangmin Choi, 200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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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성서와 교부들의 전통에 따라, 우리는 거룩한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한 목소리로 선언한다: 어떤 재료이든, 어떤 색조이든 간에 화공들의 사악한 기술로 만들어진 모든 도상들을 교회는 거부하고 제거할 것이며 또 저주할 것이다.....누구든 감히 성육신한 말씀/로고스(=예수)를 성화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면, 그는 파문당할 것이다....누구든 성자들의 덕목을 살아있는 이미지로 자신 안에서 구현하려고 하지않고, 이들 성자들을 아무 의미없는 그림으로나 표현하려고 하는 자를 교회는 파문할 것이다...." --- 번역: 최광민
"...사탄이 사람들을 미혹시켜 창조자가 아닌 창조물을 숭배하게 만들었다. 모세율법과 예언서들은 이 타락을 제거할 것을 한결같이 말한다....그러나 앞서 말한 악의 조성자 (=사탄)는 겉으로는 기독교의 옷을 입고 우상숭배를 점진적으로 재등장시켰다....." --- 번역: 최광민
Ἰωάννης ὁ Δαμασκηνός Iōannēs
다마스쿠스의 요한(?)의 이콘, Παναγία Τριχερούσα
미켈란젤로, {천지창조 - 아담의 탄생} (Wikimedia Commons)
Scientist. Husband. Daddy. --- TOLLE. L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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