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 草人 최광민 2024-02-15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글들에 대해 저자의 동의없는 전문복제/배포 - 임의수정 및 자의적 발췌를 금하며, 인용 시 글의 URL 링크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 최광민] 광공해 심한 도시 지역의 천체망원경 안시관측에선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순서
© 草人 최광민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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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광공해 심한 도시 지역의 천체망원경 안시관측에선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순서
- 환상
- 현실
- 토성
- 목성
- 달
© 최광민, 12인치 스카이워처 Sky-Watcher 돕소니안 (푸쉬-투)
# 환상
"천체관측" 입문자들은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충고"를 많이 듣게 된다.
"망원경" 부터 사지 말고 "우선 육안이나 쌍안경을 통해 별자리들을 보면서 밤하늘을 익히"란 충고가 가장 대표적이겠다.
그런 충고를 듣게 된 초보자들은 "그리스 신화로 보는 별자리"류의 책을 찾아 탐독하거나 혹은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오는 선수들의 풋풋한 "밀당"을 꿈꾸며 낭만적 분위기에 젖게된다.
가령,
낮은 생물의 세계이지만 밤은 무생물의 세계입니다. 이러한 사물의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밤에 공포를 느낍니다. 그래서 아가씨도 바들바들 떨고 아주 작은 소리에도 나에게 바싹 다가붙었습니다.한 번은 길고 음산한 외침소리가 저 아래쪽의 반짝이는 못으로부터 나와, 물결을 치면서 우리들 쪽으로 올라왔습니다. 동시에 아름다운 유성 하나가 마치 지금 들린 저 구슬픈 음향이 빛을 동반하고 있듯이 우리들 머리 위를 지나 같은 방향으로 흘러 갔습니다.
"저건 무엇이죠?"하고 스테파네트양이 낮은 소리로 물었습니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영혼입니다. 아가씨."하면서 나는 성호를 그었습니다.
아가씨도 성호를 그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뚫어지게 하늘을 쳐다보고 있더니 마침내 나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럼 당신들 양치는 사람은 마법사라는 말이 정말인가요?"
"그럴 리는 없습니다. 아가씨. 하지만 이렇게 늘 별 가까이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은 평지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별의 세계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죠."
아가씨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마치 귀여운 하늘의 목동처럼 양의 털가죽에 싸여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많을까요. 어쩌면 저렇게도 예쁠까! 이렇게 많은 별을 나는 본 일이 없어요..... 당신은 저 별들의 이름을 다 알고 있어요?"
"알고 말고요, 아가씨..... 자, 이것 보셔요! 우리들 바로 위에 있는 것은 '성 야고보의 길'(은하수)입니다. 저것은 프랑스에서 곧장 에스파니아까지 간답니다. 샤를마뉴 대왕이 사라센과 싸울 때 갈리스의 성 야고보가 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좀더 멀리 있는 것은 반짝 반짝 빛나고 있는 네 개의 차바퀴를 가진 '영혼의 수레'(큰곰자리)입니다. 그 앞을 가는 세 개의 별은 '세 마리의 짐승'이고, 세번째의 짐승 옆에 있는 저 훨씬 작은 것이 '수레꾼'입니다. 보셔요. 주위에 비오듯 가득히 쏟아지는 별이 흩어져 있지요? 저것은 하느님이 자기 곁에는 두고 싶어하지 않은 영혼입니다... 저 조금 밑에 있는 것이 '갈퀴', 혹은 별명으로 '삼인의 임금님'(오리온 성좌)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들에게 시계의 역할을 해줍니다.그것만 보아도 나는 지금은 한밤중이 지났다는 것을 압니다. 좀더 아래쪽에, 역시 남쪽 방향이지만 별들의 횃불인 '쟝 드 밀랑'(시리우스 성좌) 이 빛나고 있습니다. 이 별에 대해서 우리 양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밤, '쟝 드 밀랑'이 '삼인의 임금님'이나 '병아리 바구니'(스발 성좌)와 함께 친구 별의 결혼식에 초대받았다고 합니다. '병아리 바구니'는 제일 급히 먼저 떠나 높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자, 저별을 보셔요, 하늘 꼭대기에 있잖아요. '삼인의 임금님'은 좀더 낮게 지름길로 해서 '병아리 바구니'를 뒤쫓았습니다. 그런데 저 게으름뱅이인 '쟝 드 밀랑'은 너무 늦게까지 자고 있었기 때문에 제일 늦게 처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화가 나서 먼저 간 두 별을 멈추게 하려고 갖고 있던 지팡이를 던졌습니다. 그래서 '삼인의 임금님'은 '쟝 드 밀랑의 지팡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가씨, 여러 별들 가운데 제일 아름다운 별은 우리들의 별인, 우리들 목동들이 양 떼를 몰고 나가는 새벽녘이나, 데리고 돌아오는 저녁때에 우리들을 비쳐 주는 '목동의 별'입니다. 우리들은 이 별을 '마글론'이라고도 부르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마글론은 '피에르 드 프로방스'(토성)의 뒤를 쫓고, 그리고 칠 년째마다 피에르와 결혼합니다."
"어머나, 그럼 별님의 결혼이라는 게 있어요?"
"그렇답니다, 아가씨."
그리고 내가 별의 결혼이 어떤 것인가 설명해 주려고 했을 때, 나는 무엇인가 상쾌하고 부드러운 것이 나의 어깨에 가벼이 걸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리본과 레이스와 물결치는 머리카락을 곱게 누르면서 나에게 기대어 온 아가씨의 잠든 무거운 머리였습니다.아가씨는 하늘의 별들이 햇빛으로 희미하게 사라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나는 가슴을 약간 두근거리면서, 그러나 여러 가지 아름다운 추억만을 나에게 안겨준, 이 청명한 밤의 신성한 보호를 받으며 아가씨의 잠든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그리고 가끔 나는 별들 가운데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빛나는 한 별이 길을 잃고 나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것이라고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도심이나 대도시 외곽 20km 안쪽에 살고 있다면? 낭만? 밀당? 다 부질없는 소리다. 은하수는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 별 자체가 안보인다. 도심에서 별 보여 준다고 여자친구 데리고 나갔다간 낭패를 당하기 십상.
하지만 당황하진 말자.
당신의 스테파네트가 "오빠, 근데 별이 안보여~"라고 불평한다면, 이렇게 달콤하게 답해 주도록 하자.
"그건 네가 너무 찬란하기 때문이야."
오글.
오글.
# 현실
산업화 이전에야 해 떨어지면 전 세계가 보틀 스케일 (Bortle scale) 1등급이던 시절이라 밤하늘에 그야말로 "보석이 촘촘히 박힌" 걸 맨눈으로 볼 수 있었지만, 산업화 이후 대도시 지역은 대부분 보틀 스케일 7-9 등급에 육박한다. 보틀 6/7등급 부턴 하늘은 암회색을 배경으로 깔게 되고 은하수가 사라지며 메시에 등급 천체 중 밝은 것을 뺀 대부분의 대상은 망원경으로도 희미해진다. 도심의 밤하늘이라 볼 수 있는 9등급에 가까와 지면, 달-행성-밝은 별을 제외한 대상은 맨눈으로 볼 수 없고 심지어는 쌍안경이나 작은 망원경으로도 보기 힘들다. 보틀 9등급 광공해는 보틀 1등급 지역으로 치면 해 뜨기 30분 전의 동쪽 하늘 여명 수준이다.
이런 도심 혹은 교외의 밤하늘 아래서 "그리스 신화와 별자리"니 "스테파네트와의 밀당" 따위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망원경" 부터 사지 말고 "우선 육안이나 쌍안경을 통해 별자리들을 보면서 밤하늘을 익히"란 충고는 대다수 (대)도시거주자들에겐 거의 아무 쓸모없는 빈말에 가깝다. 대상 별들을 찾아 밤하늘을 익힐 준거점이 되는 별들이 잘 보이지 않아 별들 간의 상대적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워지기 때문. 따라서 스타호핑 (star-hopping)도 거의 불가능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완벽한 시간낭비고, 심지어 천체관측에 대한 흥미를 가장 재빨리 빼앗아 가는 1등공신이기도 하다.
가령, 아래 성도에 나오는 대부분의 별은 도심의 하늘에선 육안이나 쌍인경으로 보이지 않는다.
보틀 등급 7-9등급에 해당하는 대도시 거주자 가운데, 앞마당에서 천체관측을 해보고 싶은 입문자라면, 맨눈 혹은 쌍안경 들고 별이 보이지도 않는 도시의 밤하늘 아래서 쓸데없이 방황하지 말고, 우선 "Go-To (혹은 Push-To) 및 트래킹이 되는 8인치 반사망원경"을 사도록 하자.
그리고 광공해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대상인 달과 행성 "육안/안시관측"부터 시작해 보자. 굳이 순서를 매긴다면, 토성 > 목성 > 달 순으로 하면 좋다.
# 토성 안시관측
8인치 반사망원경의 해상도와 최적배율에서 토성의 띠는 카시니 간극까지 잘 보일 것이고 대기가 안정되어 있으면 토성 표면의 띠도 살짝 볼 수 있다. 감동으로 따진다면 사실 "난생 처음 보는 토성" 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 대상도 없지만, 토성 안시관측은 여기서 맨눈으로 더이상 볼 것은 없다. 이 이상은 천체사진/이미징으로 가야한다. 트래킹 되는 망원경을 산다면, 달/행성 이미지 촬영은 별로 어렵지 않다.
아래는 천체망원경 (12인치)를 통해 들여다 보는 토성은 대략 아래처럼 보인다 (비디오로 촬영). 8인치 반사망원경으로 보면 이보다는 작게 보이겠지만, 맨눈으로 보는게 비디오 촬영보다 훨씬 선명하다. 밝은 대상의 관측 시엔 사람의 눈이 카메라 보다 훨씬 민감하다.
# 목성 안시관측
토성을 봐 준 후엔 목성으로 넘어가자. 목성에선 토성 같은 띠를 볼 수는 없는 대신, 강렬한 표면의 줄무늬가 감상 포인트.
12인치 천체망원경으론 아래와 같은 모습을 볼 수 있고, 광각으로 보면 목성의 주요 위성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실제 아이피스 상에선 좀더 작게 보이지만, 더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목성 관측도 안시관측으로 볼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다음 단계는 천체사진/이미징을 통해 좀더 화려한 목성의 띠를 촬영하는 것.
그렇다고 해서 토성/목성 안시관측이 지루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 맛들이면, 토성과 목성을 한시간 내내 아이피스로 들여다 보게 된다.
# 달 안시관측
별쟁이 세계에서 달 관측은 왠지 저평가 되고 있는 편인데, 꽤 부당한 대우라고 난 생각한다.
우선, 달은 (1) 대기의 구름이 아닌 상세한 지표면을 망원경 상에서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상이고 (화성 표면의 해상도는 달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 그 지표면의 다양함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사실 천체관측에선 달 자체가 광공해의 주요 원천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워낙 밝다보니 인간이 만든 광공해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기 때문에, 며칠을 뺀 한달 내내 관측할 수 있는 대상이다. 보름달 때는 오히려 너무 밝아서 관측에 문제가 될 정도.
그래서 어중간한 장비로 도시 지역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심우주 천체를 몇번 보다가, 결국 달 관측에만 올인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달은 육안으로나, 안시관측으로나, 혹은 이미징으로나 평생 가까이 하며 즐길 수 있는 대상이다. 나도 더 나이가 들면 달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종종 생각한다.
달 표면 지형
달 탐사선으로 본 초 근거리 영상
草人 최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