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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마리아 vs 이시스 #2: 성모 마리아의 호칭인 "바다의 별"은 이집트 여신 이시스에게서 유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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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2021-04-10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모든 글과 번역문 들에 대해 (1) 복제-배포, (2) 임의수정 및 자의적 발췌, (3) 화면캡처를 금하며, (4) 인용 시 글의 URL 주소 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

[© 최광민] 마리아 vs 이시스 #2: 성모 마리아의 호칭인 "바다의 별"은 이집트 여신 이시스에게서 유래했을까?

순서
  1. 이시스의 호칭들 (ephitets)
    1. 이시스, 별의 여신 
    2. 이시스 펠라기아, "바다의 이시스"
  2. 미리암, 마리얌, 마리아의 어원
    1. 히브리어?
    2. 이집트어?
    3. AD 4세기, 히에로니무스의 "스틸라 마리스 (쓴 바다, 혹은 바다 방울) "
    4.  AD 7-9세기, "스텔라 마리스 (바다의 별)"
    5. AD 12세기 이후, "스텔라 마리스 (바다의 별)"
  3. 맺음말



스텔라 마리스 (바다의 별), Stephane Rene, https://udayton.edu/imri/mary/s/stella-maris.php


§ 방문자 질문

익명을 요구하신 방문자 한 분께서, 로마카톨릭에서 "성모 마리아"의 호칭들 가운데 하나로 사용되는 "바다의 별"이란 호칭이 사실은 이집트 여신 이시스의 호칭에서 베껴온 것이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오셨다.  

링크 싸이트:

중학생 시절에 로마카톨릭 신자이던 친구에게 이 표현을 처음 들었을 때 "도대체 '바다의 별'이 성모 마리아와 무슨 상관이지? 선원들의 수호성인이란 뜻인가?"라고 의아해 했던 기억도 난다. 

이 글에서 설명드릴 내용을 우선 간략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바다의 별"은 이시스의 호칭으로 사용된 적 없다. 이시스에게 사용된 가장 근접한 호칭은 헬레니즘 시대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지역에서 사용된 "바다의 이시스"다. 
  2. 비록 헬레니즘 시대에 이시스가 "바다의 여신"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기는 하지만,  이시스를 상징하는 별은 (남편 오시리스의 상징별과 마찬가지로) "시리우스"였다. 반면, "바다의 별"로서 "성모 마리아"를 상징할 때의 별은 (최소 AD 12세기부터 서유럽권에서) "북극성"이다. 
  3. "바다의 별"은 "성모 마리아의 역할"이 아니라, 원래 "마리아"란 이름의 "어원분석"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4. {구약성서} 시절의 히브리어 이름  "미리암",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아람어 "마리얌" 및 그리스어 차용어 "마리암" 혹은 "마리아"의 어원은 현재까지도 확정되어 있지 않다.
  5. "바다의 별"을 뜻하는 라틴어 "스텔라 마리스 Stella  Maris" =  바다 (Maris) +  별 (Stella) 표현은 원래 "미리암/마리암/마리아"란 이름의 어원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표현이다. 이 표현은 AD 4/5세기에 팔레스티나에서 활동하며 그리스어 {70인역}이 아닌 히브리어 {구약성서}에서 직접 라틴어 구약성서 ({불가타}) 를 번역한 당대의 언어천재이자 교부인 히에로니무스가 남긴 저작의 "후대" 사본에 바탕한다. 
    1. 그런데  현재 남은 가장 오래된 사본인  AD 8세기 사본은 "스텔라 마리스 Stella Maris"가 아닌 "스틸라 마리스 Stilla Maris (바다 (물)방울)" 로 되어 있고, 당시 라틴어 사본들에서 "i" 가 " e"  치환되는 경향이 있는 점으로 보아 필사자의 오기로 여겨진다. 아울러 히에로니무스의 해당 문맥을 읽어봐도 그가 "바다 물방울"을 의도했다고 여겨진다.
    2.  이 "스텔라 마리스"로 표기된 사본들이 유포되면서 8세기 이후 어느 시점부터 마리아는 "스텔라 마리스"로 고정되었고, AD 12세기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두스를 비롯한 서유럽의 많은 마리아 찬가에서 "바다의 별,  Stella Maris"로 이미 확고하게 굳어져 마리아를 "안내별"로 칭송하게 된다. 아울러 이 무렵부터 "바다의 별"은 "안내별"인 "북극성"의 별칭이 된다.
  6. 이런 라틴어 필사오기가 "바다의 별"이란 호칭의 기원이기 때문에, "성모공경"에 있어 로마카톨릭교회와 조금도 뒤지지 않지만 라틴어권이 아닌, 그리스어권 정교회나 콥트어권인 이집트 콥트교회에서는 이런 호칭 자체가 생겨날 수도 유통될 수도 없었다.
  7. 로마카톨릭의 용어 "바다의 별"은 히에로니무스가 "마리아"란 이름의 어원을 설명할 때 원래 의도했던 바가 아니었고, 
  8. 따라서 이집트 여신 "이시스"의 호칭을 "베낀 것"일 수도 없다. 더 나아가, 이시스는 아예 그런 "호칭"으로 불리지 않았고, 또한 상징하는 별 조차 다르다. 
  9. 결론적으로 "스텔라 마리스"란, AD 4세기 "마리아"란 이름의 어원을 추적하는 히에로니무스의 학문적 시도에 제시된 단어의 라틴어 번역이, 필사오류를 거친 후 히에로니무스의 원래 의도와 다는 의미로 변형된 후, 거기에 다시 "의지할 안내자로서의 역할"이란 부가적 의미까지 추가로 부가되어 최종적으로 유통된 호칭이라 할 수 있다.

이제부터 보다 자세히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 이시스

우선 무엇보다 이시스의 "호칭"부터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

이시스는 물론 고대 이집트 부터 남편 오시리스 및 아들 호루스와 함께 이집트 하류 지역에서 중요시되던 여신이었고,  AD 1 세기 무렵의 이집트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크게 인기를 누린 여신이었다.  그러나 이집트에서의 이시스가 "남편이 비참하게 살해"되고 숨어 "고생하며 아들을 키워낸" 신화의 구도 안에서 일종의 "기구한 팔자의 여인"으로서 큰 공감대를 얻은 여신이었다면, 로마가 제국으로 접어들면서 이집트를 속주화 한 후 로마로 도입된 형태의 이시스 종교는 (굳이 오시리스나 호루스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지중해 권에 널리 퍼져있던 "보편적 모성신"의 지위를 획득했다. 

다양한 시기와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여신이기 때문에 이시스에게는 아주 다양하고 많은 호칭들이 따라 붙은 것으로 고대로부터 유명했다. 그런 별칭 중 헬레니즘 시대에 사용된 호칭 하나가 바로 "이시스 뮈리오뉘모스 Ἶσις μυριωνυμος", 즉 "많은 이름을 가진 이시스"였다.

이집트 지역의 석주 등에 상형문자 등으로 기록된 이시스 (이집트어 추정음은 "아세트")의 공식호칭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별' 혹은 '천체',  혹은  '바다'와 관련되어 있을 법한 호칭은 붉은 색으로 강조하겠다.

  • Lady Aset
  • Mother of God
  • Mistress of the All the Stars
    • 모든 별들의 여주인
  • Lady of Heaven
    • 하늘의 여주인
  • Lady of the West
  • Great of Magic
  • Magician
  • Sorceress Who Heals
  • Who Knows Her Spells
  • Fiercely Bright One
  • Who Knows Ra by His Own Name
  • Who Makes Magic
  • Who Protects Her Father
  • Who Protects Her Brother
  • Mother of Heru
  • Who Comes to Him/Her Who Calls
  • Who Can Expel Poison with Her Spell
  • Giver of Life
  • Lady of Philae
  • Widow
  • Weaver
  • Who Attacks the Powerful Ones
  • Eye of Ra
    • 라의 눈
  • Vanguard of the Army
  • Sun Goddess
    • 태양의 여신
  • Sovereign Who Governs the Orb of Sunlight
  • Ruler of the Stars
    • 별들의 지배자
  • Speaker of Magic
  • Lady of the Two Lands
  • Sovereign of the Library
  • Scorpion
  • Sopdet, Opener of the Year
    • 한 해를 여시는 소프데트 (=시리우스)
  • Lady of Heaven, Earth and the Duat
    • 하늘과 땅과 저승의 여주인
  • Ruler of the Gods and Goddessess
  • Daughter of Ra
  • Daughter of Nut
  • Daughter of Geb
  • Sister of Wesir
  • Sister of Nebet Het
  • Radiant Lady
    • 빛나는 여주인
  • Queen of All Women
  • Pure Jewel
  • Pure of Thrones
  • Queen and Restorer of Health
  • Possessor of Magical Protection
  • Physician
  • More Clever than a Million of Gods
  • Mourning Woman
  • Mother of the King
  • Mother of All the Gods
  • Mistress of the Sistrum
  • Golden One
  • Mistress of the Gods Who Knows Ra by His Own Name
  • Mistress of the Beginning of the Year
    • 한 해를 여는 여주인
  • Mistress of Myrrh
  • Lady of Magic
  • Milk-Provider
  • Mistress of Battle
  • Lady of Flame
  • Bringer of Flame
  • Maker of the Sunrise
  • Magician in the Library
  • Lapis-Lazuli Colored
  • Lady of Writing
  • Lady of the Horizon
  • Lady of the Tomb
  • Lady of Green Fields
  • Lady of Divine Praise
  • Lady of Bread
  • Lady of Beer
  • King Maker
  • Kite Goddess of the Gods of the Netherworld
  • Heru Goddess
  • Great of Carnage
  • Heavenly Cow
    • 하늘의 암소
  • Goddess Who Manifests Her Power
  • Goddess Who Loves Her Brother
  • Goddess Who Guides
  • Glorious of Speech
  • Giver of Wealth
  • First Royal Spouse of Wennefer
  • Foremost of the Goddesses
  • Fiery Goddess
    • 빛나는/이글거리는 여신
  • Fiery One
    • 빛나는/이글거리는 분
  • Fiery Serpent
    • 빛나는/이글거리는 뱀
  • Female Ruler
  • Female Libationer
  • Female Ra
  • Female Hippopotamus
  • Egg of the Goose (Geb)
  • Divine Mother of Kamutef
  • Divine Menat Necklace
  • Creates Breath with Her Wings
  • Clever of Tongue
  • Born of Her Mother
  • Brilliant One
  • Beautiful Lady
  • Excellent of Words
  • Female Bes
  • She Who Arose at the Beginning as Magician
  • She Who Fills the Sky and Earth with Her Beauty
  • She Who Creates Prosperity
  • She who is Avenged/who Avenges
  • She Who is Upon Her Throne
  • Sovereign of the Flower of Lapis-Lazuli
  • Goddess Who Gives Burial
  • Sovereign of the Gods and Goddesses
  • To Whom One Prays to in All Places
  • Who Destroys the Enemies of Her Brother
  • Who Slays Apep in an Instant
  • Who Smites Millions by Cutting Off Their Heads
  • Who Rises and Dispels Darkness
    • 떠올라 어둠을 쫓는 이
  • Who Saves All Those She Loves on the Battlefield
  • Who Manifestations are Numerous in the Cities of the Gods
  • Who Repels the Enemies from the Shores of Heru
  • Who Bewitches Everything
  • Who is Ignorant of Nothing in Heaven or on Earth
  • Clever Woman
  • More Intelligent than Countless Gods

이 가운데 이시스가 성모 마리아 처럼 "바다의 별"로 불리는 용례가 있을까? 

없다. 사실 이런 주장은 이시스와 관련된 여러 단서들 가운데 "별"과 "배" 혹은 "바다"와 관련된 각각의 호칭과 일화들을 자의적으로 짜깁기 해 합성한 것이다. 

왜 그런지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 이시스, 별의 여신

우선, 이시스가 "별과 관련된" 호칭으로 불리는 경우를 살펴보자.

특별히 보아야 할 것은 "소프데트, 한 해를 여시는 분 Sopdet, Opener of the Year " 이다. 여기 등장하는 이집트어 "소프데트"란 별은 "시리우스"다. 이 "시리우스"는 남편인 오시리스와도 연관된 별이다. 이 시리우스가 한 해를 연다는 뜻은, 매년 7월 말 - 8월 초 나일강이 크게 범람할 무렵에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가 일출 직전에 해와 최근접 위치에서 "지평선에 함께" 떠오른다 (helical rising)는 뜻이다.  

카이로 지역에서 일출 무렵의 시리우스와 태양의 배치는 아래와 같다. 일년에 바로 이때만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Heliacal Rising Simulator로 시뮬레이션, 7월 26일 일출 직전

이집트의 나일강 하류 지역에서는 가장 뜨거운 이 시점 나일강이 크게 범람하면서 상류의 기름진 흙을 하류의 농지에 침적시켜주는 이 시기를 한 해의 시작으로 삼았다. 물론 시리우스 별, 즉 "소프데트"의 여신은 사실 따로 있다. 이시스는 이 "소프테트" 자체는 아니고 그 여신과 동일시 된 것이다.

이집트의 달력들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http://kwangmin.blogspot.com/2011/12/vs-2.html

이집트인들은 이 나일강의 범람을 "남편의 살해를 비탄해 하며 오열하는 이시스"와 연결지었고, 상류의 홍수는 "이시스가 흘리는 눈물"이란 신화적 해설을 붙였다.

오시리스/이시스 신앙이 절정이던 지역과 시대에 시리우스의 중요성은 더이상 말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리우스의 중요성은 "이집트", 특별히 "이집트 나일강 하류"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농업, 그리고 그에 맞춘 달력에 관련된 것이라 다른 지역에서는 "오시리스/이시스 = 시리우스"란 신화적 구도가 현실생활과 무관하게 된다. 

아울러 이시스는 "별들의 여주인" 혹은 "하늘의 여주인"으로도 불리는데, 이 경우는 저승을 다스리는 오시리스, 땅을 다스리는 호루스, 그리고 여기에 대응해 이시스를 하늘을 담당한다고 보아 붙여진 호칭이다. 참고로, 이시스의 어머니는 하늘의 여신인 누트이며, 또 이시스는 종종 새로 표현되기도 했다.

이시스가 "별"로 표상되는 것이 특별히 무슨 문제가 있을까? 이 세상의 어느 신/여신은 안 그러던가? 하지만 이시스에게 연결된 별이 "시리우스"로 특정된 점을 기억해 두자. 이 단서는 꽤 중요하다.




# 이시스 펠라기아 Ἶσις Πελαγία: "바다의 이시스"

후대의 이시스는 몇가지 이유로 "바다"와 연관되기도 한다. 

오시리스 신화의 첫 장면은, 오시리스는 세트와 그 일당의 속임수에 넘어가 목관에 누웠다가 밀봉 당해 죽임을 당한 후 세트는 이 목관을 지중해로 떠내려 버렸다. 이시스는 남편의 시신이 든 이 목관이  현재 레바논 지역인 도시국가 비블로스에 떠내려 간 사실을 알고 남편의 시신을 찾아 눈물의 항해를 한다. (이후 이시스와 네프티스가 일시적으로 오시리스를 부활시킨 후 오시리스는 다시 죽고, 세트는 이 시신을 13토막을 내어 이집트 일대에 흩뿌린다). 이 항해/모험 이야기는 이시스 종교에서 꽤 중요한 모티프를 제공했다. 

헬레니즘 시대의 이시스는 나일강 하구의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이시스 펠라기아 Ἶσις Πελαγία"란 호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리스어 "펠라기아"은 "펠라고스 πέλαγος"의 복수로, "큰 바다/대해/원양"을 뜻하는데, 따라서 "이시스 펠라기아"는 "바다의 이시스"란 뜻이다. 혹은 "이시스 파리아 Ἶσις Φάρία"로도 불렸는데, 여기서 "파리아"란 알렉산드리아의 명물인 등대가 있던 "파로스 섬" 을 뜻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이시스 펠라기아"란 형태의 이시스는 특별히 헬레니즘 시대의 형태이며 그리스계 이집트인들에게는 항해의 여신이던 아프로디테와 동일시 되기도 했다. 그리스에서 아프로디테는 밀물/썰물 주기와 관련있는 달의 여신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로마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바뀌고 이집트가 속주화 되면서 이집트는 로마제국의 식량기지화 되는데, 따라서 로마로 곡물을 실어 나르던 알렉산드리아 항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고 이에 더불어 이시스도 풍요의 여신 + 항해의 여신 + 바다의 여신의 지위가 더욱 보강되어 로마제국이 공식으로 인정하는 신의 지위에 올라 종종 "불패의 이시스 Isis Invicta"로 로마에서 호칭되기도 했다.

자, 이시스는 이런 식으로 "별 (시리우스)"와 "바다"와 관련된 여신의 지위를 갖는 것이다. 그래서 이시스는 "별/시리우스의 여신"이자 "바다의 (여신) 이시스"이지만, 그렇다고 "시리우스"와 "바다"가 합쳐진 "바다의 별"은 아닌 것이다 (그런 표현도 없다).  이시스의 "별"인 시리우스는 "바다"가 아닌 "나일강"의 범람과 관련된 "이집트의 새해"와만 관련되기 때문이다. 사실 시리우스는 "항해를 위한 안내별"로 쓰기에도 적절치 않다. 안 뜰 때도 있고, 고도는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즉, 시리우스가 이시스와 연결될 때는 그 별이 (1) 한 해의 특정시기 (새해 = 여름)에 (2) 특정시간 (동트기 직전),  (3) 특정위치 (태양과 근접거리)에서 떠오를 때 뿐이다. 시리우스의 이런 의미가 항해와 무슨 상관이겠는가.




§ 미리암, 마리얌, 마리암, 마리아의 어원

다음으론, 로마카톨릭에서 "성모 마리아"에게 붙이는 호칭 "바다의 별"은 도대체 어떤 유래를 가진 것인지, 혹시 (존재하지도 않는) 이시스의 공식호칭을 표절이라도 한 것인지 한번 들여다 보자.

그리스어로 씌여진 {신약성서}, 특별히 {복음서}들에 예수의 어머니를 비롯해 여러 여인들의 이름으로 등장하는 그리스어 차용어 "마리아 Μαρία)" 혹은 "마리암 Μαρίαμ)의 어원 (지난 2000년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대체로 히브리어 {구약성서}에서 모세의 누이로 등장하는 "미리암 מרים" 이 AD 1세기 전후 유대아 일대에서 공용어로 사용되던 아람어 형태인 "마리얌 ܡܪܝܡ "의 그리스어 음차로 여겨진다. 즉, 아람어 "마리얌"에서 그리스어 차용어 "마리암"과 "마리아"가 왔다는 설명이 정설이다. 그 이유는 {복음서}와 저술시기가 겹치는 시기의 유대인 제사장 출신 역사가 요세푸스 역시 당시 "미리암"이란 이름을 그리스어 표기로 "마리암네 Μαριάμη" 표기하기 때문이다. AD 7 세기에 시작된 이슬람교의 경전 {코란}에서도 후기 아람어/시리아어 형태를 그대로 아랍어로 차용한 "마리얌 مريم"을 예수를 낳은 마리아의 이름으로 사용한다.

사실 "마리아" 혹은 "마리암"의 기원이 된다는 모세의 누나였던 "미리암"의 이름의 어원에 대한 정설은 지금까지도 없다. 혹자는 이 이름이 순수한 히브리어에 기반했다고 보기도 하고, 혹자는 히브리인들이 이집트로 이주하기 전 살던 메소포타미아나 카나안의 셈계언어에서 어근이 유래했다고 보기도 하고, 또 이집트학이 유행이던 19 세기 말엔 역시 범-셈계언어인 이집트어의 어근 혹은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제시되기도 했다.

히브리어 기원설에 따르면 '미리암"이란 이름의 기원은 "쓴", "씁쓸한"이란 뜻의 히브리어 '마라 מָרָא"에서 유래한 것이다. AD 11세기 프랑스에 살았던 유대인 랍비 라쉬는 히브리인들의 고된 이집트 노예생활을 반영한 이름이라고 풀이했다. 이 히브리어 단어는 동계 셈어인 아람어에서 '맛이 쓴'을 뜻하는 'ܡܪܝܪܐ 무르'에 대응한다.

이집트어 기원설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http://kwangmin.blogspot.com/2011/12/vs-3.html



AD 389년에서 391년 사이 팔레스티나에서 활동하던 교부이자 교회박사인 히에로니무스는, 성서에 등장하는 지명과 인명에 대한 어원에 관해 그의 전 세대 학자이자 카이사리아 주교였던 유세비우스가 그리스어로 남긴 저술 {Onomasricon}을 증보하고 라틴어로 번역했다. 그 사본은 {히브리 이름의 해석에 대하여 Liber interpretationis Hebraicorum nominum} 혹은 {Liber de nominibus Hebraicis}로 전해오는데, 가장 오래된 사본은 현재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8세기 사본이다.

히에로니무스의 기록을 읽어보자. 

히에로니무스는 "마리아" 혹은 "마리암"의 어원를 두 단어의 조합이라 보고,  "미르/마르 = 씁슬한 혹은 물방울" + "얌 = 바다"를 "미리얌" 혹은 "마르얌"의 어원이 된 각각의 두 단어로 보았다.

Mariam plerique aestimant interpretari, illuminant me isti, vel illuminatrix, vel Smyrna maris, sed mihi nequaquam videtur. Melius autem est, ut dicamus sonare eam stillam maris, sive amarum mare: sciendumque quod Maria, sermone Syro domina nuncupetur.  --- Hieronymus (Jerome), {Liber interpretationis Hebraicorum nominum} 

많은 사람들이 "마리암"이란 이름이 "발광체" 혹은 "스미르나 바다"를 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나는 전혀 납득할 수 없다. 이 단어는 "바다 물방울" 혹은 "쓴 바다/물"을 뜻한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 시리아어로 "마리아"는 "여주인"으로 이해될 수 있다. -- 히에로니무스, {히브리 이름에 대하여} / 번역: 최광민 

여기서 히에로니무스가 기각한 첫번째 뜻풀이인 " illuminant 발광체/별"은 '미리암/마리암'의 어근인 '미르/마르 mr"가 히브리어에서 빛/광채/ 혹은 드믈게 별을 뜻하는 "마오르 מאור"에서 왔다고 볼 경우에 해당한다. 학자들은 히브리어에 능통했던 히에로니무스가 이런 무리한 해석을 취했을 리는 없다고 대체로 본다.

히에로니무스가 기각한 두번째 뜻풀이인 "Smyrna maris 스미르나 바다"에서 "스미르나"는 소아시아의 교통 및 군사의 요충지인 항구도시 스미르나 (Σμύρνα)의 어원과 관련된 해석이다. 이 단어의 어원은 (1) 전설적인 아마조네스인 스미르나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2) 고대 세계에서 방부제 및 약재로 사용된 향료인 몰약의 그리스명인 'σμύρνα 스미르나'에서 왔다는 설이 있었는데, 스미르나 항구는 고대로 부터 몰약의 주요 수출항이기도 했다. 그리스어 이 단어는 아람어 '맛이 쓴'을 뜻하는 'ܡܪܝܪܐ 무르'에 대응하고, 영어에서의 "myrrh 몰약" 역시 야기에 어원을 둔다. 바로 이런 해석들을 바탕으로 "마리암"의 어원을 "스미르나 바다"로 보는 견해가 있었단 뜻이다. 

참고로, 이시스는 "몰약의 여주인"이라고도 불렸다. 이시스는 치료의 여신이면서 또 죽은 오시리스의 몸을 염습하는 일화에도 나오듯,  장례와 밀접하게 관련된 여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라를 만들 때 방부제로 쓰이는 몰약이 이시스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 아! 몰약은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에게 선물한 "황금", "유향", "몰약" 가운데 하나 이니까, 역시 이 일화 역시 "이시스 신화"에서 왔으며 또 마리아는 결국 이시스인 걸까? 아니면 동방박사들은 그저 당대에 값비싼 상품으로 거래되던 선물을 바쳤을 뿐일까? 물론 판단은 각자의 몫.

한편, 아람어/시리아아로는 "여주인"이란 뜻을 새겨볼 수 있다는 히에로니무스의 근거는 아람/시리아어에서 "마르 ܡܪܝ‎ " 가 "주인"을 뜻하기 때문이다.




AD 5세기 이후 라틴어가 속어화 되면서 지역에 따라 "i"음가가 "e"로 치환되어 필사된 사본들이 등장하는데, 따라서 현재 가장 유력한 설명은 히에로니무스가 마리아의 어원을 제시한 것 가운데 하나인 "스틸라 마리스 (stilla maris, 바다 방울)"가 필사오류로 "스텔라 마리스 (stella 바다의 별)"가 되었고, 어느 시점부터 이렇게 "별"로 오독된 상태에서, 이 "별"에 신학적 의미가 더욱 부가되어 AD 12세기 무렵까지 "성모 마리아는 바다의 별"인 최종적인 형태와 신학적 이해가 등장했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잠정적인 결론이다.

반면,  AD 9 세기 이후의 사본은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Mariam plerique aestimant interpretari, illuminant me isti, vel illuminatrix, vel Smyrna maris, sed mihi nequaquam videtur. Melius autem est, ut dicamus sonare eam stellam maris, sive amarum mare: sciendumque quod Maria, sermone Syro domina nuncupetur.  --- Hieronymus (Jerome), {Liber interpretationis Hebraicorum nominum} 

많은 사람들이 "마리암"이란 이름이 "발광체" 혹은 "스미르나 바다"를 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나는 전혀 납득할 수 없다. 이 단어는 "바다의 별" 혹은 "쓴 바다/물"을 뜻한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 시리아어로 "마리아"는 "여주인"으로 이해될 수 있다.  / 히에로니무스, {히브리 이름에 대하여} / 번역: 최광민

후대의 필사오류가 아니라 히에로니무스가 실제로 "바다의 별 stella maris"를 의도했다고 주장해볼 수는 있겠지만, 그럴 경우 히에로니무스 본인의 설명과 어긋난다. 그는 바로 그 앞에서 "마리아의 어원"을 "발광체 / 빛 / 별 / illuminant"로 풀이한 사람들의 주장을 기각했기 때문.  

혹자는 "바다 물방울 (drop)"이란 표현의 의미가 불분명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히에로니무스의 제안에 동의하면서도 "바다 물방울"의 의미가 불명치 않다고 생각한 마르틴 루터의 경우, "바다 물방울" 대신 "물방울 drop of water"란 의미로 그 의미를 새겼다. 

어쩌면 "바다 물방울"이란 표현은 더 고대적인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가령, 이집트인들은 나일강의 연례적인 홍수를 "이시스가 흘린 눈물"으로 이해하고  기념축제의 이름을 "(물)방울의 밤"이라 명명했다. 혹은 "바다 물방울"을 "바다 진주"로 풀이할 수도 있는데, "마리아는 "쓴 바다 σμύρνα θαλάσσης"를 뜻한다고 본 AD 8세기의 위-에피파니우스는 마리아가 "불멸의 진주" (=예수)를 "바다 (= 세상)"에 낳았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필사오류가 발생했다면 그 시점은? 

히에로니무스의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사본은 AD 8세기의 것으로, 이 사본은 "스틸라 마리스 Stilla Maris"가 사용된다. 그런데 AD 7세기 스페인 세비야 주교 이시도르, AD 7세기 영국 수도사 베다, ("Interpretatur enim stella maris. Interpretatur enim stella maris, Et ipsa, quasi sidus eximum inter fluctus seculi labentis, gratia privilegii specialis refulsit", {In Festo Annuntialionis Beatae Mariae}), AD 9세기 영국 출신으로 프랑크 왕국에서 샤를마뉴의 카롤링거 르네상스를 이끈 알퀴누스, 독일 지역 풀다 수도원장 이었던 라바누스 마우루스, 그리고 아미엥의 수도원장 파스카시우스 등이 "바다의 별"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AD 6-7세기의 필사본에 이미 오류가 발생되어 서유럽에 전파되었다고 여겨진다.

AD 9세기의 저자 미상의 마리아 찬가는 이렇게 노래한다.

Ave, maris stella,
Dei mater alma
atque semper virgo,
felix caerli porta

바다의 별이여
신을 낳으신 
영원한 동정녀
복받은 하늘의 문이여 / 번역: 최광민

AD 12세기의 수도사이자 로마카톨릭교회의 성인인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두스는 그의 마리아론에서 마리아를 신앙이란 항해여정의 "안내별"로 설명했다. 하지만 기억하자. 그가 이 글을 썼던 시점에 마리아를 상징한 그 "바다의 별"은 이시스의 "시리우스"가 아니라 북쪽하늘에서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는 "북극성"이었다는 사실을.

If the winds of temptation arise, if you are driven upon the rocks of tribulation look to the star, call on Mary. If you are tossed upon the waves of pride, of ambition, of envy, of rivalry, look to the star, call on Mary. Should anger, or avarice, or fleshly desire violently assail the frail vessel of your soul, look to the star, call upon Mary-- St. Bernard of Clairvaux

유혹의 폭풍이 칠 때, 환란의 암초를 만났을 때, 그 별을 바라보고 마리아를 부르라. 교만과 야심과 질투와 경쟁심의 파도에 부딪힐 때 그 별을 바라보고 마리아를 부르라. 분노와 탐욕과 육체의 욕망이 너의 약한 영혼을 거칠게 공격해 들어올 때,그 별을 바라보고 마리아를 부르라 ---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두스 / 번역: 최광민

또한 동시대인 12세기의 마리아 찬가인 {Ave præ clara maris stella}을 인용하겠다.

Ave præ clara maris stella,
in lucem gentium,
Maria, divinitus orta.

바다의 빛나는 별.
온 세상의 빛으로
거룩하게 떠오르는 마리아여

Euge, dei porta,
quæ non aperta
veritatis lumen,
ipsum solem justitiæ
indutum carne,
ducis in orbem

오, 신의 문이며
닫긴 문을 열어
정의의 태양이신 (=예수)
진리의 빛이 육체를 입고
세상으로 올 때 이끈 이여.

Virgo decus mundi, 
regina cœli,
præ electa ut sol,
pulchra lunaris ut fulgor,

agnosce omnes te diligentes

세상의 영광인 처녀여
하늘의 여왕이여
해처럼 휘황차고
달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며
당신을 경외하는 자 누구나 
알아주시는 분이여  / 번역: 최광민

이 찬가에 보면, 우선 마리아에게 "바다의 별"이란 호칭이 붙여지는 것을 필두로 여러가지 천체적인 상징들이 바쳐진다. 마리아는 "정의의 태양"인 예수가 이 땅에 온 통로가 되었고, 그 공로로 세상의 영광이자 "하늘의 여왕"이며 "해"처럼 밝고 "달"처럼 반짝이는 존재로 묘사된다.




AD 13세기의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회 수도사 보나벤투라는 마리아의 이름 해석을 두고 고대로 부터 그의 시절까지 히브리어/아람어 등의 어원을 통해 다양한 해석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느 하나를 특별히 골라내는 대신 하나의 서사를 통해 모두 수용하는 절충적인 입장을 취한다.

This most holy, sweet and worthy name was eminently fitted to so holy, sweet and worthy a virgin. For Mary means a bitter sea, star of the sea, the illuminated or illuminatrix. Mary is interpreted Lady. Mary is a bitter sea to the demons; to men she is the star of the sea; to the angels she is illuminatrix, and to all creatures she is Lady. -- Bonaventura, {Mirror of The Blessed Virgin Mary"

이처럼 가장 성스럽고 사랑스럽고 훌륭한 이름은 그렇게 성스럽고 사랑스럽고 훌륭하신 동정녀에게 분명 어울린다.  '마리아'는 '쓴 바다', '바다의 별', '발광체/별' 혹은 '빛나는 여인' 등을 의미한다. 마리아는 '여주인/숙녀'로도 해석된다. 마리아는 악마에게는 '쓴 바다'요, 사람들에게는 '바다의 별'이며, 천사에게는 '빛나는 여인/별'이며, 모든 피조물에게 있어서는 '여주인'이다 --- 보나벤투라, {축복받은 동정녀 마리아의 거울} / 번역: 최광민

이런 식의 중세적인 "과장된" 표현들은 현대 프로테스탄트 입장에서는 듣기 다소 거북하긴 할테고 더 나아가 일부 근본주의 프로테스탄트 측에선 이런 표현들이 지중해 여신종교의 모방이라고 주장할테지만, 메시아를 "정의의 태양"으로 표현한 것은 구약성서의 예언서 {말라키}에 등장하는 표현이며, 예수를 잉태한 마리아 혹은 초대교회의 탄생을 상징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여겨진 "한 여인"을 "태양을 옷입고 달을 밟고 열 두개 별이 달린 월계관을 쓴" 것으로 표현한 것은 {요한계시록}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걸 굳이 음모론적 신화론자들의 주장처럼, "예수는 태양신 호루스나 미트라스를 베낀" 것이고 "마리아는 이시스를 베꼈다"라고 풀이할 필요는 없다. 물론 마리아를 "하늘의 여왕" 혹은 "천상의 모후" 처럼 표현하는 것을 수용할 프로테스탄트는 아마 없을 것이다. 단순히 이런 표현들이 성서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기 때문 -- "성서는 성서로 이해한다"는 것이 프로테스탄트의 기본 정체성이기에 그렇다. 

1 καὶ σημεῖον μέγα ὤφθη ἐν τῶ οὐρανῶ, γυνὴ περιβεβλημένη τὸν ἥλιον, καὶ ἡ σελήνη ὑποκάτω τῶν ποδῶν αὐτῆς, καὶ ἐπὶ τῆς κεφαλῆς αὐτῆς στέφανος ἀστέρων δώδεκα, 2 καὶ ἐν γαστρὶ ἔχουσα, καὶ κράζει ὠδίνουσα καὶ βασανιζομένη τεκεῖν. --- 그리스어

1 Et signum magnum apparuit in cælo: mulier amicta sole, et luna sub pedibus ejus, et in capite ejus corona stellarum duodecim: 2 et in utero habens, clamabat parturiens, et cruciabatur ut pariat. -- 라틴어

그리고 하늘에는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한 여자가 태양을 입고 달을 밟고 별이 열두 개 달린 월계관을 머리에 쓰고 나타났습니다. 그 여자는 뱃속에 아이를 가졌으며 해산의 진통과 괴로움 때문에 울고 있었습니다--- 한국어 공동번역, {요한의 묵시록} 12:1


Hortus deliciarum (1180년) -- Wikimedia commons




§ 맺음말

히에로니무스가 시도한 "미리암/마리암/마리아" 이름 풀이가 "스텔라 마리스"이든 "스틸라 마리스"이든, "미리암/마리암/마리아"란 이름의 어원은 히에로니무스로 부터 14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분명치 않다. "미리암/마리암/마리아"의 히브리어 혹은 아람어 뜻을 라틴어로 번역한 것이 "스틸라 마리스"든 "스텔라 마리스"든, 히에로니무스의 이 설명은 당시나 지금이나 여전히 가설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스텔라 마리스"란, AD 4세기 "마리아"란 이름의 어원을 추적하는 히에로니무스의 학문적 시도로 제시된 한 가설에 사용된 라틴어 표현이, 필사오류로 인해 히에로니무스의 원래 의도와 다는 의미로 변형된 후, 거기에 "신앙여정에서 의지할 안내자로서의 역할"이란 신학적 의미까지 부가되어 최종적으로 완성/유통된 호칭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어찌보면 이렇게 간단한 설명이 가능함에도 "예수는 여러 지중해 비의종교의 신-인 모티프를 합성해 가동된 존재"라는 주장을 기조로 하는 프리크/갠디의 {예수는 신화다 Jesus Mysteries} 류의 주장들에서는 이 "스텔라 마리스" 호칭을 무리해서 이시스와 연결시키려 한다. 사실 이시스에 대한 호칭이 워낙 많다보니 굳이 성모 마리아와 연결시키려면 못할 것도 없다.

성모 마리아의 이 호칭이 이시스를 모티프로 했다는 주장은 한동안 문화인류학의 "성서"로 군림했던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도 등장하는데, 프리크/갠디의 {예수는 신화다}에서도 바로 이 책을 근거로 인용했다.

프레이저의 책에서 해당 단락을 인용하겠다.
 
The resemblance need not be purely accidental. Ancient Egypt may have contributed its share to the gorgeous symbolism of the Catholic Church as well as to the pale abstractions of her theology. Certainly in art the figure of Isis suckling the infant Horus is so like that of the Madonna and child that it has sometimes received the adoration of ignorant Christians.  --- Sir. James George Frazer, {The Golden Bourgh} CH. 41

(성모 마리아와 이시스 사이의 / 최광민) 유사성을 우연으로 볼 이유는 없다. 고대 이집트는 카톨릭 교회의 추상적 마리아 신학 뿐 아니라 상징 면에서도 엄청난 공헌을 했다. 이시스가 아기 호루스에게 젖을 먹이는 도상들은 마돈나와 아기 예수의 장면과 확실히 닮았던 탓에, 무지한 기독교도들이 종종 공경을 바치기도 했었다. 
  ---- 제임스 조지 프레이져 {황금가지} , 41장 / 번역: 최광민

And to Isis in her later character of patroness of mariners the Virgin Mary perhaps owes her beautiful epithet of Stella Maris, “Star of the Sea,” under which she is adored by tempest-tossed sailors.  The attributes of a marine deity may have been bestowed on Isis by the sea-faring Greeks of Alexandria. They are quite foreign to her original character and to the habits of the Egyptians, who had no love of the sea. On this hypothesis Sirius, the bright star of Isis, which on July mornings rises from the glassy waves of the eastern Mediterranean, a harbinger of halcyon weather to mariners, was the true Stella Maris, “the Star of the Sea.”   --- Sir. James George Frazer, {The Golden Bourgh} CH. 41

"스텔라 마리스", 즉 " 바다의 별"이란 아름다운 호칭로 불리며 폭풍에 맞서던 선원들의 공경을 받던 동정녀 마리아는, 후대의 이시스가 선원들의 수호신으로서 갖게 된 속성에 빚지고 있다.  바다의 신으로서의 속성은 알렉산드리아에서 해운업에 종사하던 그리스인들에 의해 이시스에게 부여된 것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이시스 본래의 성격과 바다를 친하지 않던 이집트인들의 문화에 꽤 무지했다. 이 가설에서 볼때, 이시스를 상징하는 밝은 별로 선원들에게 고요한 날씨를 알려주는 별이자 7월 아침에 지중해 동쪽 해상에의 반짝이는 파도 위로 떠오르는 시리우스는, 진정한 "스텔라 마리스", 즉 "바다의 별"이었을 것이다.  ----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황금가지} , 41장 / 번역: 최광민



프레이저와 많은 문화인류학자 및 비교종교학자들이 그동안 "이시스" (및 많은 지중해 여신)의 표현방식과 "성모 마리아"의 "표현방식" 간 유사점을 논증한 자료들은 매우 설득력이 높고 꽤 타당하다. 물론 둘의 유사성이 그저 "표현방식"에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이시스가 소위 "마리아 신학" 혹은 "기독교의 핵심 신학"에 까지 영향을 미친 것인지에 대해서는 특별히 로마카톨릭, 정교회, 콥트교회 등의 입장에서는 큰 논쟁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다시피, 최소한 "바다의 별 / 스텔라 마리스"에 관한 프리이저의 이 오래된 "가설"은 사실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1. "스텔라"가 아니라 "스틸라"가 히에로니무스가 사용한 원래 의미였다면, 프레이져의 이 단락 전체는 아예 무의미 하다. 이 경우 "마리아"란 이름은 "바다의 별"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2. 원문의 "바다 방울"이 필사오류로 "바다의 별"로 바뀐 것은 아마도 AD 8세기 무렵이다. 하지만, 실제로 "바다의 별"이란 표현이 서유럽에서 유행한 것은 AD 12세기 무렵 부터다.
  3. 이시스 종교의 인기는 로마에서는 이미 AD 3세기 경에 사그라들었다. 따라서 이시스의 종교적 모티프, 특별히 시리우스에 대한 이미자가 수 백년 후까지 유지되었다고 보기엔 무리다.   
  4. 게다가 서유럽의 선원들에게 "스텔라 마리스"는 시리우스가 아니라 "북극성"이었다. 시리우스와 달리 늘 북천에 떠 있고, 늘 같은 지점이며, 따라서 "안내별"로 적합하며, 수 세기간 발전되어 온 "성모 마리아의 역할"에 부합한다. 따라서 서유럽에서 사용해 온 "바다의 별"이란 표현은, 서유럽의 마리아론의 입장에서 독자적으로 그 의미를 계속해서 강화해 온 것이지, 이시스의 모티프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이시스의 시리우스와 마리아의 북극성은 그 의미하는 바 조차 다르다.
  5. 선원들이 시리우스가 아침에 떠오르는 걸 보고 안전한 하루를 점쳤다는 식의 설명은 좀 엉뚱하다. 시리우스가 늘 같은 때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늘 떠오르는 것도 아니며, 또 새벽에 동쪽에서 떠오르는 밝은 별이 시리우스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시리스/이시스 맥락에서 시리우스는 이집트력 새해에 태양이 뜨기 바로 직전 바로 그 최근접에서 떠오르는 경우에만 천문학적이고 종교적인 의미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각된 주장이 널리 유포되어 있는 건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로마카톨릭 신자들은 다소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로마카톨릭 신자들 뿐 아니라, 이 "호칭"을 이시스와 연결시켜 로마카톨릭을 비판하고자 하는 근본주의자들이나 혹은 기독교 전체를 비판하고 싶어하는 반-기독교주의자 모두를 실망시킬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바다의 별"이란 호칭이 "이시스의 호칭"을 표절한 것은 아니란 점에 로마카톨릭 신자들은 안도할 테고, 위 주장에 대한 (혹은 주장을 반박하는) 정확한 근거자료를 통해 허수아비 오류를 교정할 수 있을테니, 결국 내막을 알고 싶어하는 진지한 로마카톨릭 신자들 - 반-카톨릭 근본주의자들 - 반-기독교주의자들 모두에게 유익하지 않을까?

판단은 각자의 몫.


草人 최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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