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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tist. Husband. Daddy. --- TOLLE. LEGE
외부자료의 인용에 있어 대한민국 저작권법(28조)과 U.S. Copyright Act (17 USC. §107)에 정의된 "저작권물의 공정한 이용원칙 | the U.S. fair use doctrine" 을 따릅니다.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모든 글과 번역문들에 대해 (1) 복제-배포, (2) 임의수정 및 자의적 본문 발췌, (3) 무단배포를 위한 화면캡처를 금하며, (4) 인용 시 URL 주소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후원 | 운영] [대문으로] [방명록] [옛 방명록] [티스토리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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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 {눈 내린 며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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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며칠 1 外

- 송기원

왜 나는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몰랐을까.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죽음이라고만 여겼을까.

깊어진 한겨울을 연사흘 눈이 내려
쑥부쟁이, 엉겅퀴, 개망초, 강아지풀 시든 덤풀까지
쌓인 눈 속에 온전히 모습을 감추었을 때

죽은 고양이 한 마리, 끈이 떨어진 슬리퍼 한 켤레,
컵라면 그릇, 깨진 플라스틱 대야마저
쌓인 눈 속에 온전히 모습을 감추었을 때

아직도 나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여.

천홍공단을 끼고도는 시궁창 옆에서
비로소 안으로 열린 길을 더듬어들며, 나 또한
쌓인 눈 속에 온전히 모습을 감추네.


눈 내린 며칠 2

무너진 둑을 수리하느라, 물을 빼버려
펄을 드러낸 천홍 저수지에도
밑바닥 가득히 눈이 쌓였다.

겨울내내 저수지를 지날 때마다
내 밑바닥 또한, 모든 것이 비워지면
저렇듯 흉물스러울 것이라고만 여겼거니.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삶의 몇 조각 남루만이
펄에 처박힌 쓰레기들처럼
아프게 눈을 찌르리라 여겼거니.

아직도 나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여.

퍼붓는 눈 속에 그대마저도 지워져버린
오늘, 천홍 저수지와 더불어 내 밑바닥에 쌓이는
비워짐의 무게, 그 눈부심!


눈 내린 며칠 3

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가,
죽은 몸뚱이를 하늘에 펼치고 있던
미루나무 한 그루
오늘은 온몸으로 눈꽃을 피우고 있네.

텃밭에 그늘을 들인다는 이유로
농약이며 휘발유를 들이부어 죽여버린
미루나무 한 그루
오늘은 온몸으로 눈꽃을 피우고 있네.

아직도 나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여.

무슨 주검으로 남아야, 나는
미루나무 옆에 나란히 서서
온몸으로 눈꽃을 피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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