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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tist. Husband. Daddy. --- TOLLE. L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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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방위의 이름 (IL NOME DEL BANG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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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Kwangmin Choi, 1992-12-05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방위의 이름 (Il Nome del Bangui)

순서
  1. 알레프
  2. 프롤로그
  3. 이름
  4. 哲人防衛
  5. 방위는 전적으로 공(空)한 존재
  6. "방위10계명"
  7. 에필로그


[374d-e] ὅσῳ μέγιστον τὸ τῶν φυλάκων ἔργον, τοσούτῳ σχολῆς τε τῶν ἄλλων πλείστης ἂν εἴη καὶ αὖ τέχνης τε καὶ ἐπιμελείας μεγίστης δεόμενον .... [375a] οἷον ὀξύν τέ που δεῖ αὐτοῖν ἑκάτερον εἶναι πρὸς αἴσθησιν καὶ ἐλαφρὸν πρὸς τὸ αἰσθανόμενον διωκάθειν, καὶ ἰσχυρὸν αὖ, ἐὰν δέῃ ἑλόντα διαμάχεσθαι. ... [375b-c] καὶ μὴν καὶ τὰ τῆς ψυχῆς, ὅτι γε θυμοειδῆ .... ἀλλὰ μέντοι δεῖ γε πρὸς μὲν τοὺς οἰκείους πρᾴους αὐτοὺς εἶναι, πρὸς δὲ τοὺς πολεμίους χαλεπούς: ... ἀλλὰ μέντοι τούτων γε ὁποτέρου ἂν στέρηται, φύλαξ ἀγαθὸς οὐ μὴ γένηται:...[375e]  τοῦτο μὲν ἄρα, ἦν δ᾽ ἐγώ, δυνατόν, καὶ οὐ παρὰ φύσιν ζητοῦμεν τοιοῦτον εἶναι τὸν φύλακα.... [375e]  ἆρ᾽ οὖν σοι δοκεῖ ἔτι τοῦδε προσδεῖσθαι ὁ φυλακικὸς ἐσόμενος, πρὸς τῷ θυμοειδεῖ ἔτι προσγενέσθαι φιλόσοφος τὴν φύσιν;...  [376c] φιλόσοφος δὴ καὶ θυμοειδὴς καὶ ταχὺς καὶ ἰσχυρὸς ἡμῖν τὴν φύσιν ἔσται ὁ μέλλων καλὸς κἀγαθὸς ἔσεσθαι φύλαξ πόλεως. 

"방위의 일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기에, 다른 어떤 것보다도 많은 시간과 고도의 기술, 훈련이 필요하네....적을 찾는데는 예민한 감각을 가져야 하고, 일단 발견한 것은 재빨리 뒤쫒고, 잡고서 싸워야 할 경우엔 강하기도 해야한다는 뜻이네...그 영혼의 특징은 기백이 있어야 하는 것도 분명하네..자기 편에는 순하나, 적에 대해서는 사나와야 하네... 이것 중 하나라도 없으면 좋은 방위가 못되네....하지만 우린 이것을 진정한 방위에게 찾을 수 있고 이것은 자연과 일치하는 것일세....방위가 될 자에게는 또 하나의 불가피한 성질이 있는데, 기백 뿐 아니라 그 본성으로부터 지혜에 대한 사랑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가? .....그렇다면 국가의 훌륭하고 선한 방위가 되려는 자는 그 본성이 지혜를 사랑하고, 기백이 있으며, 민첩하고, 강해야 할 것이네....-- 플라톤, {국가} 제 2권 15-16장 중

ב

"군사 보안에 유의하여 군에서 보고들은 바를 어떠한 경우에도 누설하지 아니하며, 불평불만이나 유언비어를 유포해서는 안된다. 만일 군사상 기밀을 누설 시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내지 금고에 처한다." 
--- {단기병 수칙 제 4조} 및 {군법 제 81조}





그리스 도시국가의 시민방위병, 호플리테스 (ὁπλίτης, 중장보병)


§ 프롤로그

(하필) 아들이 셋 씩이나 되는 겨레의 늠름한 둘째 아들로 태어나, 단지 건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징집되어, 또한 연대는 있어도 고대란 조직은 없는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모 연대의 예비군 조교요원으로 배치되어 보내 온 세월들을, 無名甬士는 타인의 많은 동경 속에 조금도 부러움 없이 보내왔다.

하지만 어느날 퇴근길 신문지상에서 본 방위폐지논의가 나날이 현실화 되어가자, 용사는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기록을 남겨 후세의 모든 이에게 '방위'의 실체를 알려야 한다는 사가적 의무감 속에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 땅의 모든 성실한 납세자들이 이제 더 이상 알 권리를 침해받아서는 안된다는 도의적 책임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것은,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기도 했다.

방위의 비밀스런 삶.
그리고 비밀은 신비로운 것.

허나 또한 비밀이 심화되면 오해와 미신,
그리고 헛된 공포를 조장하는 법.

그래서 용사는 그 비밀들을 전방위적으로 수집하여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 공개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알고 싶어했던 그것. 오랫동안 사람들은 알고 싶어도 찾을 길 없어 울부짖으며 강호를 헤매던 바로 그것. 용사는 그것들을 공개함에 따라 주어질 지도 모르는 모든 박해와 위압, 그리고 불이익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용사는 진실은 결코 타협될 수 없는 것임을 알며 또한 진실을 사랑함을 그 본분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에 용사는 그 비밀을 여기에 소상히 적어 후세에 길이 밝힌 바이니, 이를 삼가 읽고 부디 홍익인간과 재세이화의 길로 삼을 일이다.




§ 이름

"태초에 로고스가 계셨"고 신은 로고스를 통해 모든 사물과 현상에 그에 부합하는 이름을 부여하였다. 우리는 그 이름들을 통해 개념을 이해하고, 판단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기에 모든 논의에 앞서서 장차 있을 수 있는 개념의 모호함을 피하고, 가능한 오해를 막기 위해 방위의 이름에 대해 먼저 논구해 보기로 하자.

방위, 방위병, 단기병, 단기사병, STS(=Short Term Soldier), 8to5 Soldier(=8시 출근, 5시 퇴근), 6방, 18방, 동방, 향방, 군방, 방바리.....이것은 본 용사가 논하고자 하는 존재들을 속인들이 일컫는 이름들로, 그들의 속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름이다. 복무기간만 본다면 방위의 대척점에 있는 장기복무병사들이 기껏 "현역"이니 "기간병"이란 지루한 두개 호칭만으로 불리는 것과는 달리 벌써 호칭의 갯수 면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 수많은 호칭 가운데서도 유독 널리 사랑 받아온 것은 단연 '방위'라 할 것이다. 이 용어에 대한 언중들의 높은 지명도는 국어사전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다. 몇 가지 실례만 들어봐도, '방위', '방위각', 정당'방위', '방위'달러, '방위'성금, '방위'세, 국토'방위', 상호'방위'조약, '방위'산업, '방위'비, 그 외에도 수도'방위'사령부, 지구'방위'군, 우주'방위'군.....나열하자면 밑도 끝도 없는 수많은 중요한 용어가 '방위' 단독 내지는 접사로 붙어 사용되고 있음을 금새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역'은 어떠한 상황인가? 

아무리 사전을 뒤져봐도 두 서너 개 이상을 찾아낼 수 있는가? 우린 방위세를 내지 현역세를 내지는 않는다. 오만한 세계경찰 미국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지 현역비를 분담하자고 결코 요구하지 않는다. 정당현역, 현역달러, 국토현역, 현역협정, 지구현역군, 수도현역사령부....이런 말을 설령 꿈에라도 한번 들어 본 적 있는가?

이렇게 "방위"는 '현역'에 비해 우리의 언중이 선택한 가장 탁월한 용어이자, 겨레의 정서가 깊이 스며있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음운학적으로도 "방위"는 대단히 신비로운 점이 있는데, "현역"이나 "기간병"을 천천히 발음할 때 구질구질하게도 혀가 앞니 뒤에 닿는데 반해, "방위"를 발음할 때는 혀가 이에 닿음 없이 구강 안에서 상큼하게 떠돈다. 이 신비로운 현상의 의미에 대해선 앞으로 언어학자들을 중심으로 더 깊은 연구가 요청된다.

'방위'는 국제적 현상이다. 

혹자는 '방위'는 오직 한국적 현상인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범세계적 '방위' 네트워크는 실로 방대하여 가까운 일본의 경우 (결코 '현역청'이 아닌) '방위청'이 있어 세계 제 3위라는 자위대를 총괄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주마다 '주방위군'이 있으며, 오죽하면 언론과 정부부처간에서는 '군수산업'을 의미하는 'War Industry' 즉 '전쟁산업'을 개칭하여, 'Defense Industry' 다시 말하면 '방위산업'이라고 부르겠는가? (미국의 많은 재벌들과 정치가들이 이 '방위산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만 봐도, 그리고 미국이 관련된 전쟁의 이면에 도사린 '방위산업'의 영향만 봐도, 미국에서의 '방위'의 실체는 실로 막강하다 하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나라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가 무효화하고, 최근 프랑스와 독일 공동의 방위를 위해 미테랑과 콜수상은 엘리제 조약을 맺지 않았는가?



사실 '방위'는 이제 철의장막도 넘어서고 있다. 

북한에도 '방위'가 있다는 새로운 가설이 강력히 대두된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의하면, 대한민국 육군 군가 {최후의 5분}의 정확한 가사가 밝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되는 곳은 이 군가의 마지막부분인 "적군이 두 손 들고 항복할 때까지/ 최후의 5분이다/ 끝까지 싸워라." 로서, 이 정보에 따르면 '항복'이란 단어가 사실은 '환복'에서 와전되었다는 것이다. '환복'은 '옷을 갈아 입음'이란 군사용어로 수도방위사령부(이하수방사) 소속 단기병들이 일과를 마치고 퇴근 시 군복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는 군사적 행위로 정의될 수 있겠다. 그리고 사실상 옷을 갈아 입는 시간이 분을 넘지않는 것이 통례인 것이다 (즉, 근무시간 최후의 5분). 만약 문제의 가사가 정말로 와전된 것이라면, 이 군가의 진정한 의미는 "북한 괴뢰 방위가 퇴근하려고 옷을 갈아입는 무방비 상태를 노려 적군을 섬멸하자"는 대단히 호쾌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 하겠다.


대한민국 육군 군가, {최후의 5분}

1.

숨막히는 고통도 뼈를 깎는 아픔도

승리의 순간까지 버티고 버텨라
우리가 밀려나면 모두가 쓰러져
최후의 5분에 승리는 달렸다

적군이 두 손들고 항복환복할 때까지

최후의 5분이다 끝까지 싸워라

2.


한이 맺힌 원한도 피가 끓는 분노도
사나이 가슴속에 새기고 새겨라
우리가 물러나면 모든 것 빼앗겨
최후의 5분에 영광은 달렸다

적군이 두 손들고 항복환복할 때까지

최후의 5분이다 끝까지 싸워라




§ 哲人防衛 / 철인방위 

단지 그것뿐인가?
그대가 원하는 그것은?

Yo!

아득히 먼 과거에서 미래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진실을 원하고 있다. 필자의 오랜 개인적 연구에 따르면 이 '방위'라는 용어는 지금부터 약 2400년 전, 정확히는 기원전 375년 경에 아테네에서 플라톤(Platon)에 의해서 씌어진 {국가}에 처음 사용되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저서의 제 2부는 거의 대부분을 '방위의 개념과 방위의 자격'(일명, 철인방위론-哲人防衛論)에 대해서 길게 논하고 있다. 플라톤은 제 2권 16장에서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어 그 자격을 아주 명쾌하게 말하고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방위의 일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기에, 다른 어떤 것보다도 많은 시간과 고도의 기술, 훈련이 필요하네...

"그러므로 나라의 훌륭하고 선한 방위자가 되려면 그 본성이 지혜를 사랑하고, 기백이 있고, 민첩하고, 또 강해야하네."


"방위자에게는 또 하나의 불가피한 성질이 있는데, 그 본성에서 지혜에 대한 사랑(Philosophia)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가?

"지혜를 사랑하는(Philosophia) 방위". 이것이야 말로 哲人防衛 (철인방위)가 아니면 그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 그 몸은 철학과를 다녔으나 마음은 소피아로부터 멀었던 우리 사단 신해철 방위의 탈선은 "지혜를 사랑하는" 방위의 사명을 그르치고 "대마초를 사랑"한, 실로 이단적 행위의 실례로서 모든 지혜로운 철인방위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이 책은 또한,  2400년 후, 이 땅 방위들의 처절한 고난을 예리하게 예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철학서가 아닌 예언서로도 그 가치를 높이 살 만하다. 같은 책 4권 1장은 이렇게 통렬히 예언하고 있다

"이때 아데이만토스가 이렇게 말했다. "소크라테스여, 그들 중 누가 이렇게 묻는다면 뭐라고 변명하겠소? (중략) 사실상 나라는 그들의 것인데 그들은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소 (중략) 그들은 땅도 가지지 못하고 (중략) 재물도 (중략) 금도 은도 (중략) 그들을 틀림없는 품팔이 보조병처럼 방위하는 일 밖에는 아무 것도 못하게 하고.."

오호라, 이 얼마나 심금을 울리는 예언인가!

그들이 한달 간 국가에 대한 봉사로 국가로부터 지급받는 것은 호봉을 무시한 일괄적인 6410원 뿐. 시내에 성업 중인 불고기 부페 1인분도 무려 6천원은 하는데, 고작 하루 200여 원의 급료를 받기위해 용사들은 매달 3만원이상의 교통비를 자비로 지불해야 하는 것인가?  이제 세상엔 정의가 땅에 떨어져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형국에 이르렀지만, 철인은 결코 속세의 가치에 연연하지 않는 법이기에 용사들은 눈물을 삼키고 두 주먹을 움켜쥐고서 국가방위를 위한 궁핍한 철인의 길을 걸어왔던 것이다..

비록 존폐위기에 놓여, 그들 가는 길이 가시밭 길에 처했다고는 해도, 본 용사의 예리한 관찰력은 시고니 웨버 주연의 SF영화 '에이리언 2'를 보면서 새 희망을 걸게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영화에는 식민행성 정착민을 에이리언에게서 구출하기 위해서 한 특공대팀이 파견된다. 지휘관은 중위, 그 밑은 상사이다. 하지만 최초작전에서 중위와 상사가 사망하게 되자, 선임병인 힉스 상병이 지휘를 맡는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여기서 어떤 대원의 말을 들어보자.

"제대 3개월 앞두고 죽게 되다니....".

아다시피 방위(18방)은 상병제대이고 3개월로는 병장제대가 불가능한데다, 그 대원은 힉스 상병보다 하급자이니, 이들이 방위라는 것은 너무도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아, 자랑스런 후배들아. 비록 현재는 그 존폐위기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몇 세기 후에는 지구방위의 사명에서 승화하여 범 우주적 방위를 담당하게될 것이라는 암시를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방위라서 떼죽음을 당한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단 다른 나라 방위의 일은 내 소관이 아니고, 게다가 군방인 본 용사의 견해로는 이들은 "군방"이 아니라 아마 잘못 차출된 "동방"이 아닌가 싶다.




§ 방위는 전적으로 공(空)한 존재

군방이든 동방이든 그들은 조국과 지구의 평화를 위해 (낮시간 동안) 조용히 싸워 왔다. 하지만 철인방위를 선망하다가 자격미달로 꿈을 이루지 못한 자들은, 못먹는 감 찔러보는 유치한 방식으로 온갖 질시에 찬 유언비어와 낭설을 유포하여 화합을 바라는 모든 방위들을 슬프게 했다. 본 무명용사 역시 주변으로부터 온갖 악의에 찬 질문들을 받으면서, 몇가지 오도된 사실을 바로잡고 진실을 알려야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게 됐다. 동시에 그것을 하지않는 타 방위에 대해 거룩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큰 모함은 방위가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류의 주장인데, 이는 "방위라는 일"이 워낙 은밀한 직무이다보니 일어난 일이 아닌 듯 싶다. 원래 은밀히 일하는 자는 사람들이 몰라줘도 상은 더 큰 법.

이에 대해서는 방위계에 은밀히 내려오는 일화를 하나 소개한다. 불안했던 80년대 중반 어느 날, 북한의 고위급 간첩이 우리의 국방상태를 조사하고자 남파되었다. 그는 현역들이 지키는 DMZ를 휘파람 불며 유유히 걸어 통과하여, 그날 밤 신촌의 어느 까페에 이르렀다. 그러나 안심하고 차를 마시며 카페 내부를 둘러 보던 그는, 갑자기 놀라서 커피를 엎지르고 말았다. 옆 테이블에서 야구모자를 쓴 머리가 짧은 민간인으로 위장한 사복군인(방위)를 본 것이었다. 재빨리 자리를 수습하고 까페를 나섰으나 떨리는 마음은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연이기를 바라며 거리로 나선 그는 그만 비명을 지르고야 말았다. 수많은 방위가 온 서울을 누비고 있었다. 신촌에, 명동에, 호프집에, 서점에.....심지어 화장실까지 방위들은 그를 유령처럼 따라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도망다니다 못해 그는 마지막 전문을 보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울 도처에 방위라고 불리는, 민간인으로 위장한 사복군인이 감시하고 있음. 남침 절대불가, 반복한다. 절대불가..."

결국 우리의 방위는 제 2의 동족상잔으로부터 팔도강산을 다시 한번 지킨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독일의 슈피겔(Spiegel)지는 방위의 이런 기동성과 신출귀몰함을 찬양하면서, "Bangui ist ein lauter Nichts, ihn rührt kein Nun noch Hier!" 즉, "방위는 전적으로 무(無)의/공(空)한 존재로서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란 제하의 머릿기사를 실었(을지도 모른)다는 전설이 확인되지 않은 경로를 통해 방위계에 전해 내려온다.

 


§ 소위 "방위 10계명"

가장 악의에 찬 유언비어 중에 소위 '방위 10계명'이 있다. 그중 문제시되는 4가지를 추려 변론해 보기로 하자.

  • 방위는 전시에도 저녁 5시에 칼같이 퇴근한다. (1조)
  • 방위는 전시에 적극적으로 적의 포로가 되어, 적의 식량을 축낸다 (5조)
  • 방위는 전시에 적의 동사무소를 점거, 적의 후방을 교란한다. (7조)
  • 방위는 전시에 철제 도시락 뚜껑을 손가락으로 돌리며 적의 레이다망을 교란시킨다. (10조)

이상 4개항을 분석해 보자면, 만약 어떤 방위방위 10계명 1조항에 입각, 전시에 퇴근하게되면 군법 3조에 의거, 10년 이하의 징역을, 전시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선고된다는데 모순이 있다. 게다가 모든 방위가 5시에 퇴근하는 것도아니다. 예를 들자면 야간경계병은 저녁 6시에 출근하고 있다. 아울러서 본 용사는 평시에도 5시에 정확히 퇴근해 보지 못했는데, 전시에 어떻게 정확한 퇴근이 보장되겠는가?

방위 10계명 제 5조항은 '단기병 군진수칙'에 직접 위배되는 것으로, 군진수칙 제 2조는 "나는 죽어도 항복하지 않겠다.", 제 3조는 "나는 포로가 되더라도 아군이나 우방에 전력을 다해 탈출하겠다."로 되어있다. 게다가 '복무신조' 제 4조는 "우리는 명예와 신의를 지키고.." 로 되어 있는데, 명예를 위해 싸우는 우리는 결코 적의 포로가 될 수 없다.

제 7조항은 "모든" 방위가 적의 동사무소를 점거해야 하는 논리적 당위성이 없다는데 그 문제가 있다 하겠다. 방위는 군부대 방위인 '군방'(본 무명용사도 여기에 속한다.)과 동사무소(이른바 '동방') 및 기타지역에서 근무하는 '향방'으로 대별된다. 동사무소를점거하는 임무는 이런 향방에게 해당하는 것인데, 사실상 향방은 행정병이기에 실전에 배치되지 않는다. 혹시 작전상 적의 동사무소를 점거하게 되더라도, 그것과 방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오직 작전상의 문제인 것이다.

제 10조항은 방위와 '도시락'간의 함수관계가 문제가 된다. "방위=도시락" 도식은 역시, 향방/동방과 군방간에 차이가 있다. 군방은 훈련이나 생활이 현역과 비슷해서 이른바 짬밥이 제공되는데 비해, 향방은 근무지 여건 상 도시락에 의존하는 대신 소정의 식사비가 지급된다. 그리고 방위의 무기는 도시락 뚜껑이 아니다. 본 용사와 같은 경우 K-2, M-60, 60밀리/81 밀리 박격포, K-201 유탄 발사기까지 못다루는 화기가 없다.

그러니 아소 민간인들아, 결코 거짓에 현혹되지 말라. 또한 용사들아! 현역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노하거나 슬퍼하지도 말고, 아래의 진군가 (혹은 '출근가')를 아침마다 복창하며 과연 철인방위다운 관대함과 아파테이아를 유지하라.



곡조: 천년여왕
가사: 최광민

[1]

짧은 머리 휘날리고

눈동자를 크게 뜨면
방위의 18개월,
한 순간의 꿈이라네.

전설 속에 살아온 영원한 방위

십.팔.방.위. (십.팔.방.위.)

출근을 슬퍼말고 퇴근 때까지,
퇴근 때까지, 지켜-다-오.

달려라 달려라 출근버스야.

늦지마라, 늦지마라, 십팔방위야.
아아아아아-아
십.팔.방.위

[2]

싸제의 추억일랑
출근할 때 묻어두고

용맹한 내 모습에
밝은 미소 지어다오


6방이 방위면 18방
거.의.현.역. (거.의.현.역)

출근을 슬퍼말고 퇴근 때까지,
퇴근 때까지, 지켜-다-오.

달려라 달려라 출근버스야.

늦지마라, 늦지마라, 십팔방위야.
아아아아아-아
십.팔.방.위

미안하지만,
6방은 열외.




§ 에필로그

날이 추워서 퇴근 후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 치는 손이 몹시 시리다. 다 쓰고나니 누구를 위해서 이 기록을 남기는지도 모르겠고, 무엇에 대해, 또 왜 썼는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아는 것은 이제 방위가 영원히 역사에서 사라져 간다는 것 뿐.

Est ubi gloria nunc Bangui
방위의 영광은 어디로 갔는가?

Stat Bangui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
방위는 예전부터 그 이름으로 존재해 왔지만, 
남은 것은 그 영락한 이름 뿐이구나!

10 pm, 퇴근 후 내 방에서
깔깔이 입고.


無名甬士 일병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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