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Search
이 블로그 검색
[© 최광민] 물은 기억하는가?
라벨:
과학/기술
이메일로 전송BlogThis!X에 공유Facebook에서 공유
작성
© 최광민, Kwangmin Choi, 2007-08-09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물은 기억하는가?
1. 물을 기억하다
한국에 정수기 열풍이 불던 1990년대 초반, 사방이 온통 몸에 좋다는 육각수/hexagonal water 광고로 뒤덮힌 적이 있었다. 육각수만 꾸준히 마셔도 당뇨, 치매, 암이 낫고, 심지어 회춘한다고까지 했다. 그런가 하면, 육각수 구조가 확률적으로 많은 찬 물을 마시자는 '운동'도 있었다. 게르마늄이나 자기장으로 육각수를 만들어 준다는 정수기도 불티나게 팔렸다. 빙점 이하의 온도에서 물 분자는 대체로 육각의 링 구조를 가진다고 한다.w (그래서 눈의 결정 역시 육각형이다.)
그 열풍에 편승하여 "육각수"란 듀오그룹도 등장했다. 기억나는 가사는 {홍보가 기가막혀}의 후렴구 정도?
2. 물이 기억하다.
물에 대한 내 기억은 그렇다 치고, 그럼 물은 뭔가를 기억할 수 있을까?
http://www.jacques-benveniste.org/inmemoriam/photo2.html
프랑스 INSERM의 면역학 분과장이었던 저명한 알러지 면역학자 벵베니스트(Jacques Benveniste) 교수는 1988년 {네이처}에 야심찬 논문을 하나 발표한다. 제목은 {Human basophil degranulation triggered by very dilute antiserum against IgE'}.
이 논문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동종치료요법의 실험적 근거로서 지금도 대체의학연구자들 사이에 많이 인용되지만, 동시에 엄청난 학문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논문이기도 하다.
그가 한 실험의 개요는 이러하다.
백혈구의 한가지인 호염구(basophil)는 세포표면에 IgE 수용체(IgE receptor)를 가지고 있고, 이 수용체에 IgE 항체(IgE antibody)가 붙으면 그 결과 일련의 면역반응이 촉발되어 호염구 내에 저장되어 있던 히스타민(histamine)이 분비된다. 벵베니스트는 IgE 항체를 10E-2~ 10E-120 까지 연속적으로 희석하여 "이론적"으로 IgE 항체가 한 분자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희석된 용액을 호염구와 반응시켜보았는데, 놀랍게도 호염구에서 히스타민이 분비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실험의 요점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다: "물은 (물 속에 녹아있던 분자의 구조를) 기억한다."
엄청난 논란이 이어지자, {네이처}는 실험의 조작여부를 확인하고자 네이처 편집자인 물리학자 John Maddox와 유명한 스켑틱인 마술사James Randi, 조작실험판별전문가 Walter Stewart 등과 함께 꾸린 조사단을 파견해서 벵베니스트 측 연구자와 함께 실험이 재현가능한 지 조사했다. 그러나 실험은 재현되지 않았고, 벵베니스트는 과학자로서의 명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네이처}는 벵베니스트에게 논문철회를 권고했지만, 발끈한 벵베니스트는 비-생물학자로 구성된 조사팀의 실험조건이 원 실험과 동일하지 않았다는 등의 반박 편지를 {네이처} 측에 보내어 맞섰다. 그는 결국 INSERM을 사퇴하고나서 바이오텍 회사를 차리고 재야 과학자가 되었다. 벵베니스트 측은 현재까지도 원 실험을 재현하려고 했지만, 객관적인 성공사례가 보고되지는 않았다.
3. 음모론?
음모론은 여기에도 끼어든다.
만약 항체가 녹아있던 물이 항체를 걸러내고도 같은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면, 가령, 백신을 무한희석해도 백신 하나를 투여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이 소리는 곧 제약회사에게 망하란 소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음모론이 탄생했다. 벵베니스트는 거의 공짜로 인류를 치료할 수 있는 기적의 연구를 이뤄냈지만, 제약회사와 그 카르텔의 음모가 그를 파멸시켰다는 식의.
물론 문제가 된 벵베니스트의 {네이처} 논문에는 "육각수" 같은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대체의학 연구자들 가운데 벵베니스트의 가설, 즉, "물 분자는 구조를 기억한다", 로부터 육각수의 효용성을 유추해 내는 사람들도 있다. 가령, 낮은 온도에서 주로 존재하는 육각구조의 찬 물을 마시더라도 결국 체온에 의해 다시 오각구조로 변할 테니 육각수를 마시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라는 육각수 무용론에 대해, 물은 구조를 기억하므로 체온 하에서도 육각구조를 유지하게 된다라고 답하는 식이다.
육각수 옹호론자들의 이 주장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만, 적어도 시중에 팔리는 "육각수 제조기"로 육각수를 생성해낸다는 주장이 "과학적'" 낭설이란 것은 알려져 있다.
草人
이메일로 전송BlogThis!X에 공유Facebook에서 공유
라벨:
과학/기술
© 최광민, Kwangmin Choi, 2007-08-09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물은 기억하는가?
Scientist. Husband. Daddy. --- TOLLE. LEGE
외부자료의 인용에 있어 대한민국 저작권법(28조)과 U.S. Copyright Act (17 USC. §107)에 정의된 "저작권물의 공정한 이용원칙 | the U.S. fair use doctrine" 을 따릅니다.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모든 글과 번역문들에 대해 (1) 복제-배포, (2) 임의수정 및 자의적 본문 발췌, (3) 무단배포를 위한 화면캡처를 금하며, (4) 인용 시 URL 주소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후원 | 운영] [대문으로] [방명록] [옛 방명록] [티스토리 (백업)] [신시내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