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tist. Husband. Daddy. --- TOLLE. LEGE
외부자료의 인용에 있어 대한민국 저작권법(28조)과 U.S. Copyright Act (17 USC. §107)에 정의된 "저작권물의 공정한 이용원칙 | the U.S. fair use doctrine" 을 따릅니다.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모든 글과 번역문들에 대해 (1) 복제-배포, (2) 임의수정 및 자의적 본문 발췌, (3) 무단배포를 위한 화면캡처를 금하며, (4) 인용 시 URL 주소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후원 | 운영] [대문으로] [옛 방명록] [새 방명록 (이전 예정)]
블로그 내부검색
[© 최광민] 물은 기억하는가?
라벨:
과학/기술
이메일로 전송BlogThis!X에 공유Facebook에서 공유
작성
© 최광민, Kwangmin Choi, 2007-08-09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물은 기억하는가?
원글: https://kwangmin.blogspot.com/2011/11/blog-post_6047.html
# 물을 기억하다
한국에 정수기 열풍이 불던 1990년대 초반, 몸에 좋다는 육각수 (hexagonal water) 광고로 사방이 온통 뒤덮힌 적이 있었다. 육각수만 꾸준히 마셔도 당뇨, 치매, 암이 낫고, 심지어 회춘한다고까지 했다. 그런가 하면, 육각수 구조가 확률적으로 많은 찬 물을 마시자는 '운동'도 있었다. 게르마늄이나 자기장으로 육각수를 만들어 준다는 정수기도 불티나게 팔렸다. 빙점 이하의 온도에서 물 분자는 대체로 육각의 링 구조를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 눈의 결정 역시 육각형이다.)
그 열풍에 편승하여 "육각수"란 듀오그룹도 등장했다. 기억나는 가사는 {홍보가 기가막혀}의 후렴구 정도?
# 물이 기억하다.
물에 대한 내 기억은 그렇다 치고, 그럼 물은 뭔가를 기억할 수 있을까?
http://www.jacques-benveniste.org/inmemoriam/photo2.html
프랑스 INSERM의 면역학 분과장이었던 저명한 알러지 면역학자 벵베니스트(Jacques Benveniste) 교수는 1988년 {네이처}에 야심찬 논문을 하나 발표한다. 제목은 {Human basophil degranulation triggered by very dilute antiserum against IgE'}.
이 논문은 (현재는 그 효과가 플라시보와 동등하다고 여겨지는) 역사가 오래된 동종치료요법 (Homeopathy)의 실험적 근거로서 지금도 대체의학연구자들 사이에 많이 인용되지만, 동시에 일종의 '과학적 사기'로 엄청난 학문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논문이기도 하다.
그가 한 실험의 개요는 이러하다.
백혈구의 한가지인 호염구(basophil)는 세포표면에 IgE 수용체(IgE receptor)를 가지고 있고, 이 수용체에 IgE 항체(IgE antibody)가 붙으면 그 결과 일련의 면역반응이 촉발되어 호염구 내에 저장되어 있던 히스타민(histamine)이 분비된다. 벵베니스트는 IgE 항체를 10E-2~ 10E-120 까지 연속적으로 희석하여 "이론적"으로 IgE 항체가 한 분자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희석된 용액을 호염구와 반응시켜보았는데, 놀랍게도 호염구에서 히스타민이 분비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실험의 요점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다: "물은 (물 속에 녹아있던 분자의 구조를) 기억한다."
엄청난 논란이 이어지자, {네이처}는 실험의 조작여부를 확인하고자 네이처 편집자인 물리학자 John Maddox와 유명한 스켑틱인 마술사James Randi, 조작실험판별전문가 Walter Stewart 등과 함께 꾸린 조사단을 파견해서 벵베니스트 측 연구자와 함께 실험이 재현가능한 지 조사했다. 그러나 실험은 재현되지 않았고, 벵베니스트는 과학자로서의 명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네이처}는 벵베니스트에게 논문철회를 권고했지만, 발끈한 벵베니스트는 비-생물학자로 구성된 조사팀의 실험조건이 원 실험과 동일하지 않았다는 등의 반박 편지를 {네이처} 측에 보내어 맞섰다. 그는 결국 INSERM을 사퇴하고나서 바이오텍 회사를 차리고 재야 과학자가 되었다. 벵베니스트 측은 현재까지도 원 실험을 재현하려고 했지만, 객관적인 성공사례가 단 한 건도 보고되지는 않았다.
# 음모론?
이제 음모론이 여기에 끼어든다.
만약 항체가 녹아있던 물이 항체를 걸러내고도 같은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면, 가령, 백신을 무한희석해도 백신 하나를 투여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이 소리는 곧 제약회사에게 망하란 소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음모론이 탄생했다. 벵베니스트는 거의 공짜로 인류를 치료할 수 있는 기적의 연구를 이뤄냈지만, 제약회사와 그 카르텔의 음모가 그를 파멸시켰다는 식의.
물론 문제가 된 벵베니스트의 {네이처} 논문에는 "육각수" 같은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대체의학 연구자들 가운데 벵베니스트의 가설, 즉, "물 분자는 구조를 기억한다", 로부터 육각수의 효용성을 유추해 내는 사람들도 있다. 가령, 낮은 온도에서 주로 존재하는 육각구조의 찬 물을 마시더라도 결국 체온에 의해 다시 오각구조로 변할 테니 육각수를 마시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라는 육각수 무용론에 대해, 물은 구조를 기억하므로 체온 하에서도 육각구조를 유지하게 된다라고 답하는 식이다.
육각수 옹호론자들의 이 주장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중에 팔리는 "육각수 제조기"로 안정적인 육각수를 생성해낸다는 주장이 "과학적 낭설"이란 것은 알려져 있다.
草人
이메일로 전송BlogThis!X에 공유Facebook에서 공유
라벨:
과학/기술
© 최광민, Kwangmin Choi, 2007-08-09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물은 기억하는가?
# 물을 기억하다
한국에 정수기 열풍이 불던 1990년대 초반, 몸에 좋다는 육각수 (hexagonal water) 광고로 사방이 온통 뒤덮힌 적이 있었다. 육각수만 꾸준히 마셔도 당뇨, 치매, 암이 낫고, 심지어 회춘한다고까지 했다. 그런가 하면, 육각수 구조가 확률적으로 많은 찬 물을 마시자는 '운동'도 있었다. 게르마늄이나 자기장으로 육각수를 만들어 준다는 정수기도 불티나게 팔렸다. 빙점 이하의 온도에서 물 분자는 대체로 육각의 링 구조를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 눈의 결정 역시 육각형이다.)
그 열풍에 편승하여 "육각수"란 듀오그룹도 등장했다. 기억나는 가사는 {홍보가 기가막혀}의 후렴구 정도?
# 물이 기억하다.
물에 대한 내 기억은 그렇다 치고, 그럼 물은 뭔가를 기억할 수 있을까?
http://www.jacques-benveniste.org/inmemoriam/photo2.html
프랑스 INSERM의 면역학 분과장이었던 저명한 알러지 면역학자 벵베니스트(Jacques Benveniste) 교수는 1988년 {네이처}에 야심찬 논문을 하나 발표한다. 제목은 {Human basophil degranulation triggered by very dilute antiserum against IgE'}.
이 논문은 (현재는 그 효과가 플라시보와 동등하다고 여겨지는) 역사가 오래된 동종치료요법 (Homeopathy)의 실험적 근거로서 지금도 대체의학연구자들 사이에 많이 인용되지만, 동시에 일종의 '과학적 사기'로 엄청난 학문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논문이기도 하다.
그가 한 실험의 개요는 이러하다.
백혈구의 한가지인 호염구(basophil)는 세포표면에 IgE 수용체(IgE receptor)를 가지고 있고, 이 수용체에 IgE 항체(IgE antibody)가 붙으면 그 결과 일련의 면역반응이 촉발되어 호염구 내에 저장되어 있던 히스타민(histamine)이 분비된다. 벵베니스트는 IgE 항체를 10E-2~ 10E-120 까지 연속적으로 희석하여 "이론적"으로 IgE 항체가 한 분자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희석된 용액을 호염구와 반응시켜보았는데, 놀랍게도 호염구에서 히스타민이 분비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실험의 요점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다: "물은 (물 속에 녹아있던 분자의 구조를) 기억한다."
엄청난 논란이 이어지자, {네이처}는 실험의 조작여부를 확인하고자 네이처 편집자인 물리학자 John Maddox와 유명한 스켑틱인 마술사James Randi, 조작실험판별전문가 Walter Stewart 등과 함께 꾸린 조사단을 파견해서 벵베니스트 측 연구자와 함께 실험이 재현가능한 지 조사했다. 그러나 실험은 재현되지 않았고, 벵베니스트는 과학자로서의 명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네이처}는 벵베니스트에게 논문철회를 권고했지만, 발끈한 벵베니스트는 비-생물학자로 구성된 조사팀의 실험조건이 원 실험과 동일하지 않았다는 등의 반박 편지를 {네이처} 측에 보내어 맞섰다. 그는 결국 INSERM을 사퇴하고나서 바이오텍 회사를 차리고 재야 과학자가 되었다. 벵베니스트 측은 현재까지도 원 실험을 재현하려고 했지만, 객관적인 성공사례가 단 한 건도 보고되지는 않았다.
그 열풍에 편승하여 "육각수"란 듀오그룹도 등장했다. 기억나는 가사는 {홍보가 기가막혀}의 후렴구 정도?
# 물이 기억하다.
물에 대한 내 기억은 그렇다 치고, 그럼 물은 뭔가를 기억할 수 있을까?
http://www.jacques-benveniste.org/inmemoriam/photo2.html
프랑스 INSERM의 면역학 분과장이었던 저명한 알러지 면역학자 벵베니스트(Jacques Benveniste) 교수는 1988년 {네이처}에 야심찬 논문을 하나 발표한다. 제목은 {Human basophil degranulation triggered by very dilute antiserum against IgE'}.
이 논문은 (현재는 그 효과가 플라시보와 동등하다고 여겨지는) 역사가 오래된 동종치료요법 (Homeopathy)의 실험적 근거로서 지금도 대체의학연구자들 사이에 많이 인용되지만, 동시에 일종의 '과학적 사기'로 엄청난 학문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논문이기도 하다.
그가 한 실험의 개요는 이러하다.
백혈구의 한가지인 호염구(basophil)는 세포표면에 IgE 수용체(IgE receptor)를 가지고 있고, 이 수용체에 IgE 항체(IgE antibody)가 붙으면 그 결과 일련의 면역반응이 촉발되어 호염구 내에 저장되어 있던 히스타민(histamine)이 분비된다. 벵베니스트는 IgE 항체를 10E-2~ 10E-120 까지 연속적으로 희석하여 "이론적"으로 IgE 항체가 한 분자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희석된 용액을 호염구와 반응시켜보았는데, 놀랍게도 호염구에서 히스타민이 분비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실험의 요점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다: "물은 (물 속에 녹아있던 분자의 구조를) 기억한다."
엄청난 논란이 이어지자, {네이처}는 실험의 조작여부를 확인하고자 네이처 편집자인 물리학자 John Maddox와 유명한 스켑틱인 마술사James Randi, 조작실험판별전문가 Walter Stewart 등과 함께 꾸린 조사단을 파견해서 벵베니스트 측 연구자와 함께 실험이 재현가능한 지 조사했다. 그러나 실험은 재현되지 않았고, 벵베니스트는 과학자로서의 명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네이처}는 벵베니스트에게 논문철회를 권고했지만, 발끈한 벵베니스트는 비-생물학자로 구성된 조사팀의 실험조건이 원 실험과 동일하지 않았다는 등의 반박 편지를 {네이처} 측에 보내어 맞섰다. 그는 결국 INSERM을 사퇴하고나서 바이오텍 회사를 차리고 재야 과학자가 되었다. 벵베니스트 측은 현재까지도 원 실험을 재현하려고 했지만, 객관적인 성공사례가 단 한 건도 보고되지는 않았다.
# 음모론?
이제 음모론이 여기에 끼어든다.
만약 항체가 녹아있던 물이 항체를 걸러내고도 같은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면, 가령, 백신을 무한희석해도 백신 하나를 투여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이 소리는 곧 제약회사에게 망하란 소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음모론이 탄생했다. 벵베니스트는 거의 공짜로 인류를 치료할 수 있는 기적의 연구를 이뤄냈지만, 제약회사와 그 카르텔의 음모가 그를 파멸시켰다는 식의.
물론 문제가 된 벵베니스트의 {네이처} 논문에는 "육각수" 같은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대체의학 연구자들 가운데 벵베니스트의 가설, 즉, "물 분자는 구조를 기억한다", 로부터 육각수의 효용성을 유추해 내는 사람들도 있다. 가령, 낮은 온도에서 주로 존재하는 육각구조의 찬 물을 마시더라도 결국 체온에 의해 다시 오각구조로 변할 테니 육각수를 마시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라는 육각수 무용론에 대해, 물은 구조를 기억하므로 체온 하에서도 육각구조를 유지하게 된다라고 답하는 식이다.
육각수 옹호론자들의 이 주장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중에 팔리는 "육각수 제조기"로 안정적인 육각수를 생성해낸다는 주장이 "과학적 낭설"이란 것은 알려져 있다.
草人
Scientist. Husband. Daddy. --- TOLLE. LEGE
외부자료의 인용에 있어 대한민국 저작권법(28조)과 U.S. Copyright Act (17 USC. §107)에 정의된 "저작권물의 공정한 이용원칙 | the U.S. fair use doctrine" 을 따릅니다. 저작권(© 최광민)이 명시된 모든 글과 번역문들에 대해 (1) 복제-배포, (2) 임의수정 및 자의적 본문 발췌, (3) 무단배포를 위한 화면캡처를 금하며, (4) 인용 시 URL 주소 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후원 | 운영] [대문으로] [옛 방명록] [새 방명록 (이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