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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데카메론}, 보카치오, 촌철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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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Kwangmin Choi, 2009-11-02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 최광민] {데카메론}, 보카치오, 촌철살인
1. 기억
중학생 시절, 어머니께서 서양 고전문학 전집을 사주신 적이 있었다. 그냥 전집이 아니라, 총천연색의 삽화가 잔뜩 들어있는 고급양장본이었다. 이 전집을 출판하고서 재정난에 시달리다 그 출판사는 결국 파산. 그 덕(!)에 싼 값에 이 전집을 집에 들여놓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가령, 단테의 {신곡}의 삽화로는 Gustave Doré나 Willam Blake의 판화/그림, 불핀치의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다양한 고대/르네상스의 조각상들 혹은 루벤스 풍의 풍만한 나신의 여인들 그림....전집 중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은 잉그리드 버그만의 사진들이 도배되어있다시피한 {무기여 잘있거라}, 로트렉 풍의 다소 퇴폐적인 삽화가 가득한 플로베르의 {나나} ---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동성애" (당시용어론 "동성"연"애)가 무슨 뜻인지 처음 알고 "충격"을 받았는데, 그 전에는 "동성동본 결혼"을 뜻하는 걸로만 알았었다 --
그리고 복카치오의 {데카메론}이 있었다.
Decameron // -Ein Mönch zu Gast am Tisch eines Ehepaares / Der Mönch schläft mit der Frau, während der Ehemann betet.-Buchmalerei, französisch, 15.Jh. Aus: Le livre appellé Décaméron (...) de Jehan Boccace. Ms Arsenal 5070, fol.108 v, (출처: Wikimedia Commons)
2. 데카메론
{데카메론}은 무척 길다. 페스트를 피해 시골로 간 선남선녀들이 14일을 같이 보내면서, 그 중 10일 간 10개씩, 총 100편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내가 본 책에 들어있는 삽화들은 르네상스 당시의 삽화들을 사용해서 썩 마음에 들었다. 다만 앞머리를 높게 밀고 마른 팔/다리에 유독 배는 볼록나온 삽화 속의 여인들은, 당시 이탈리아인들에겐 미인이었는지 몰라도 내 미적취향에는 조금도 부합하지 않았다.
이들 선남선녀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의 성격을 굳이 정의하자면, "유쾌한 권선징악적 음담패설"이라고 둘러댈 수 있을 듯 싶다. 다소 형용모순처럼 들릴 수는 있겠다.
많은 이야기를 기억하지만, (특별히 개신교) 성직자들의 타락에 대한 뉴스를 읽을 때마다 제 1일의 두번째 에피소드를 떠올린다. 복카치오는 이 에피소드에서 교회와 성직자에 대한 비판을 교묘하게 뒤틀고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브라운 대학 링크
중세 프랑스 파리에 아브라함이란 유대인이 살고 있었는데, 아브라함의 친구인 지아노토는 오랫동안 친구를 기독교로 개종시키려고 노력하던 중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끄떡하지 않던 아브라함은 돌연 로마로 가서 로마카톨릭 교회의 교황과 고위 성직자들을 만나보고서 개종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지오노토에게 통보하고는 훌쩍 로마로 떠난다. 로마의 성직자들이 얼마나 도덕적/금전적/성적으로 타락했는지를 잘 알고있던 지아노토로서는 근심천만이지만, 친구의 개종을 반쯤 포기한지라 굳이 말리지도 않는다.
놀랍게도 로마에서 돌아온 아브라함은 지아노토에게 돌연 개종할 준비가 되었노라고 통보한다. 아브라함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 만약 교회의 성직자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썩었는데도 기독교가 유지/번영한다면, 그것은 성령이 교회를 지켜주고 있다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증거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아브라함은 친구에게 이렇게 선언한다.
I think God owes them all an evil recompense: I tell thee, so far as I was able to carry my investigations, holiness, devotion, good works or exemplary living in any kind was nowhere to be found in any clerk; but only lewdness, avarice, gluttony, and the like, and worse, if worse may be, appeared to be held in such honour of all, that (to my thinking) the place is a centre of diabolical rather than of divine activities.
내 생각엔 신께선 그자들에게 벌을 내릴거라고 생각해. 내가 조사한 바로는 어느 누구에서도 거룩함이나 헌신 혹은 선행이나 뭔가 모범이 될만한 삶 같은건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거든. 오직 음란, 참욕, 폭식 같은 거나 더 나쁜 것들이 높이 평가받고 있었는데, 내 생각에 거긴 성스러운 활동이라기 보다는 악마들의 소굴이었어.
To the best of my judgment, your Pastor, and by consequence all that are about him devote all their zeal and ingenuity and subtlety to devise how best and most speedily they may bring the Christian religion to nought and banish it from the world. And because I see that what they so zealously endeavour does not come to pass, but that on the contrary your religion continually grows, and shines more and more clear, therein I seem to discern a very evident token that it, rather than any other, as being more true and holy than any other, has the Holy Spirit for its foundation and support.
나의 최선의 판단으로는, 자네 쪽 성직자들이나 그에 연관된 자들은 어떻게하면 최선의 방법으로 신속하게 기독교를 하찮게 만들고 세상에서 없애려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이고 섬세하게 노력하는 것 같았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자들이 그런 열정적인 노력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그 반대로 너희 종교가 계속 성장하고 더더욱 빛을 발하는 걸 보고, 거기엔 보다 진실되고 거룩한 확실한 증거, 즉 성령이 기반이 되고 도와준다는 걸 깨닫게 된 것 같아.
For which cause, whereas I met your exhortations in a harsh and obdurate temper, and would not become a Christian, now I frankly tell you that I would on no account omit to become such. Go we then to the church, and there according to the traditional rite of your holy faith let me receive baptism.”
그런 이유로 기독교도가 되라는 자네의 개종권고를 거칠고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지금 솔직히 말하자면 기독교도가 되지 말하야 할 이유가 없어. 그러니 우리 교회에 가서 자네의 거룩한 믿음에 따른 전통적인 의식에 따라 내가 세례를 받게 해주게나."
Jehannot, who had anticipated a diametrically opposite conclusion, as soon as he heard him so speak, was the best pleased man that ever was in the world. So taking Abraham with him to Notre Dame he prayed the clergy there to baptise him.
정반대의 결론을 예상했던 지아노토는 그의 말을 듣곤 세상에서 가장 기뻐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는 아브라함을 노틀담사원으로 데리고 가서 아브라함에게 세례를 베풀어 달라고 그곳의 성직자들에게 간청했습니다. --- 번역: 최광민
복카치오식 촌철살인 풍자!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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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Kwangmin Choi, 200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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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데카메론}, 보카치오, 촌철살인
Decameron // -Ein Mönch zu Gast am Tisch eines Ehepaares / Der Mönch schläft mit der Frau, während der Ehemann betet.-Buchmalerei, französisch, 15.Jh. Aus: Le livre appellé Décaméron (...) de Jehan Boccace. Ms Arsenal 5070, fol.108 v, (출처: Wikimedia Commons)
2. 데카메론
{데카메론}은 무척 길다. 페스트를 피해 시골로 간 선남선녀들이 14일을 같이 보내면서, 그 중 10일 간 10개씩, 총 100편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내가 본 책에 들어있는 삽화들은 르네상스 당시의 삽화들을 사용해서 썩 마음에 들었다. 다만 앞머리를 높게 밀고 마른 팔/다리에 유독 배는 볼록나온 삽화 속의 여인들은, 당시 이탈리아인들에겐 미인이었는지 몰라도 내 미적취향에는 조금도 부합하지 않았다.
이들 선남선녀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의 성격을 굳이 정의하자면, "유쾌한 권선징악적 음담패설"이라고 둘러댈 수 있을 듯 싶다. 다소 형용모순처럼 들릴 수는 있겠다.
많은 이야기를 기억하지만, (특별히 개신교) 성직자들의 타락에 대한 뉴스를 읽을 때마다 제 1일의 두번째 에피소드를 떠올린다. 복카치오는 이 에피소드에서 교회와 성직자에 대한 비판을 교묘하게 뒤틀고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브라운 대학 링크
중세 프랑스 파리에 아브라함이란 유대인이 살고 있었는데, 아브라함의 친구인 지아노토는 오랫동안 친구를 기독교로 개종시키려고 노력하던 중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끄떡하지 않던 아브라함은 돌연 로마로 가서 로마카톨릭 교회의 교황과 고위 성직자들을 만나보고서 개종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지오노토에게 통보하고는 훌쩍 로마로 떠난다. 로마의 성직자들이 얼마나 도덕적/금전적/성적으로 타락했는지를 잘 알고있던 지아노토로서는 근심천만이지만, 친구의 개종을 반쯤 포기한지라 굳이 말리지도 않는다.
놀랍게도 로마에서 돌아온 아브라함은 지아노토에게 돌연 개종할 준비가 되었노라고 통보한다. 아브라함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 만약 교회의 성직자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썩었는데도 기독교가 유지/번영한다면, 그것은 성령이 교회를 지켜주고 있다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증거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아브라함은 친구에게 이렇게 선언한다.
I think God owes them all an evil recompense: I tell thee, so far as I was able to carry my investigations, holiness, devotion, good works or exemplary living in any kind was nowhere to be found in any clerk; but only lewdness, avarice, gluttony, and the like, and worse, if worse may be, appeared to be held in such honour of all, that (to my thinking) the place is a centre of diabolical rather than of divine activities.내 생각엔 신께선 그자들에게 벌을 내릴거라고 생각해. 내가 조사한 바로는 어느 누구에서도 거룩함이나 헌신 혹은 선행이나 뭔가 모범이 될만한 삶 같은건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거든. 오직 음란, 참욕, 폭식 같은 거나 더 나쁜 것들이 높이 평가받고 있었는데, 내 생각에 거긴 성스러운 활동이라기 보다는 악마들의 소굴이었어.To the best of my judgment, your Pastor, and by consequence all that are about him devote all their zeal and ingenuity and subtlety to devise how best and most speedily they may bring the Christian religion to nought and banish it from the world. And because I see that what they so zealously endeavour does not come to pass, but that on the contrary your religion continually grows, and shines more and more clear, therein I seem to discern a very evident token that it, rather than any other, as being more true and holy than any other, has the Holy Spirit for its foundation and support.나의 최선의 판단으로는, 자네 쪽 성직자들이나 그에 연관된 자들은 어떻게하면 최선의 방법으로 신속하게 기독교를 하찮게 만들고 세상에서 없애려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이고 섬세하게 노력하는 것 같았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자들이 그런 열정적인 노력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그 반대로 너희 종교가 계속 성장하고 더더욱 빛을 발하는 걸 보고, 거기엔 보다 진실되고 거룩한 확실한 증거, 즉 성령이 기반이 되고 도와준다는 걸 깨닫게 된 것 같아.For which cause, whereas I met your exhortations in a harsh and obdurate temper, and would not become a Christian, now I frankly tell you that I would on no account omit to become such. Go we then to the church, and there according to the traditional rite of your holy faith let me receive baptism.”그런 이유로 기독교도가 되라는 자네의 개종권고를 거칠고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지금 솔직히 말하자면 기독교도가 되지 말하야 할 이유가 없어. 그러니 우리 교회에 가서 자네의 거룩한 믿음에 따른 전통적인 의식에 따라 내가 세례를 받게 해주게나."Jehannot, who had anticipated a diametrically opposite conclusion, as soon as he heard him so speak, was the best pleased man that ever was in the world. So taking Abraham with him to Notre Dame he prayed the clergy there to baptise him.정반대의 결론을 예상했던 지아노토는 그의 말을 듣곤 세상에서 가장 기뻐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는 아브라함을 노틀담사원으로 데리고 가서 아브라함에게 세례를 베풀어 달라고 그곳의 성직자들에게 간청했습니다. --- 번역: 최광민
복카치오식 촌철살인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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