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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참회"했을까? - {바가바드 기타} vs 오펜하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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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草人 최광민 202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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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참회"했을까? - {바가바드 기타} vs 오펜하이머 


원글: https://kwangmin.blogspot.com/2023/08/oppenheimer-2023-vs-sunshine-2007.html



# 오펜하이머의 "참회"?

하바드 학부 시절 고전수업에서 그리스어 / 라틴어 / 산스크리트어 등 고전어를 배웠기에 산스크리트어 원문으로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 기타}를 즐겨 읽었다는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1965년 NBC 인터뷰에서 {바가바드 기타} 11장 32절을 인용해 이런 유명한 말을 남긴다. 

소위, "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이제 나는 죽음, 곧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발언.


로버트 오펜하이머, 1965년 NBC/CBS 인터뷰


그의 말을 인용하자면 이렇다.

Rovert Oppenheimer : "We knew the world would not be the same. A few people laughed, a few people cried, most people were silent. I remembered the line from the Hindu scripture, the Bhagavad-Gita. Vishnu is trying to persuade the Prince that he should do his duty and to impress him takes on his multi-armed form and says, “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I suppose we all thought that one way or another.

세상이 이전과 같지 않을 거란걸 우린 알았습니다. 몇몇은 웃었고, 몇몇은 울었고, 대부분은 침묵했어요. 저는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 기타}의 한 구절을 기억했습니다.
비슈누(신)은 왕자에게 자신의 의무를 다하라고 말하면서 팔이 여럿 달린 자신의 모습을 보이며 이렇게 말해요 - "이제 나는 죽음 - 곧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라고. 우리 모두 어떤  이 문제를 생각했으리라 봅니다 -- 로버트 오펜하이머, 1965년 / 번역: 최광민

비장한 표정의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 독백을 듣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오펜하이머 (와 맨하탄/트리니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의 일종의 "참회"였다고 여기는 듯 하다. 

그런데 그게 좀 복잡하다. 

일단 오펜하이머가 인용한 {바가바드 기타}의 원문을 읽어보자.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의 일부였다가 힌두교 경전으로 독립한 {바가바드 기타}의 큰 줄거리는 고대 인도 쿠루족의 왕위계승과 관련된 전쟁인데 그 배경은 이렇게 시작한다. 

쿠루족의 왕위계승 서열을 가졌던 드르타라슈트라 왕자가 소경이라서 왕권을 대신 물려받은 그의 동생인 판두가 아들 다섯을 남긴 채 일찍 죽어서 사후 왕위계승이 불안정한 상태에 빠졌고, 얼마 후 드르타라슈트라의 아들들과 판두의 아들들, 즉 사촌 간에 왕위계승 전쟁이 벌어진다. 오펜하이머가 "왕자"로 언급한 판두의 3번째 아들이자 크리슈나와 함께 {바가바드 기타}의 주인공인 아르주나는 사촌 간에 벌어진 골육상잔에 엄청난 회의에 빠지게 된다. 

이때 아르주나의 외사촌이자 절친으로 아르주나의 마부로 전투에 종군한 크리슈나(신)가 낙담해 있는 아루주나에게 전쟁을 독려하면서 아르주나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 의무를 "능동적"으로 수행할 것을 설교하는 내용이 바로 {바가바드 기타}의 핵심주제다. 크리슈나는 온 우주와 신들을 자신 속에 품고 있는 자신의 무한한 정체를 아르주나에게 드러내는데 이때의 크리슈나는 비슈누의 화신인 동시에 비슈누 그 자신이다 (혹은 크리슈나가 비슈누의 본체다)

우선, 오펜하이머가 "이제 나는 죽음이 되었다"라고 번역한 절의 산스크리트어 원문은 "나는 전능한 시간이요, 세상을 멸망시킬 파괴의 근원이다"에 해당한다. 왠지 뉘앙스가 다른데, 사실은 오펜하이머가 이 구절을 살짝 오역했다.

Bhagavad Gita : BG 11.32: The Supreme Lord said: I am mighty Time, the source of destruction that comes forth to annihilate the worlds. Even without your participation, the warriors arrayed in the opposing army shall cease to exist.

श्रीभगवानुवाच | कालोऽस्मि लोकक्षयकृत्प्रवृद्धो लोकान्समाहर्तुमिह प्रवृत्त: | ऋतेऽपि त्वां न भविष्यन्ति सर्वे येऽवस्थिता: प्रत्यनीकेषु योधा: ||

32|| śhrī-bhagavān uvācha kālo ’smi loka-kṣhaya-kṛit pravṛiddho lokān samāhartum iha pravṛittaḥ ṛite ’pi tvāṁ na bhaviṣhyanti sarve ye ’vasthitāḥ pratyanīkeṣhu yodhāḥ

전능한 주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전능한 시간이요, 세상을 멸망시킬 파괴의 근원이다. 네가 하든 말든 적진의 전사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 영어에서 중역: 최광민

BG 11.33: Therefore, arise and attain honor! Conquer your foes and enjoy prosperous rulership. These warriors stand already slain by Me, and you will only be an instrument of My work, O expert archer.

तस्मात्त्वमुत्तिष्ठ यशो लभस्व जित्वा शत्रून्भुङ् क्ष्व राज्यं समृद्धम् | मयैवैते निहता: पूर्वमेव निमित्तमात्रं भव सव्यसाचिन् || 33||

tasmāt tvam uttiṣhṭha yaśho labhasva jitvā śhatrūn bhuṅkṣhva rājyaṁ samṛiddham mayaivaite nihatāḥ pūrvam eva nimitta-mātraṁ bhava savya-sāchin

그러니 일어나 네 명예를 챙겨라. 너의 적을 정복하고 번영의 지배자가 되어라. 오 뛰어난 궁수여,
이 전사들은 어차피 내 손에 죽을 것이고, 넌 그저 내 작품의 도구일 뿐이다. / 영어에서 중역: 최광민

누구보다도 {바가바드 기타}의 내용을 잘 알고 있을 오펜하이머가 굳이 이 구절을 인용한 이유는, "(1) 어차피 일어날 일은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할 일이니 (2) 나는 내 운명의 도구" 란 {바가바드 기타}의 철학을 우회적으로 옮기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 영상 후반부에 등장하는 1965년 CBS 인터뷰에 보다 확실히 드러난다. 

그래서 이것은 "변명"이다. 

물론 그가 아무런 윤리적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단 것은 아니다. 그는 다만 (여기서) "참회"한 것이 아닐 뿐. 



# 영화 {오펜하이머}

놀란 감독의 이 영화는 잘 만든 드라마지만, 솔직히 왜 이 영화를 IMAX (정확히는 IMAX 70mm가 아니라 IMAX digital projection) 로 감상해야 한다고 사람들이 말들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진 않는다. 

특별히 '트리니티' 폭발장면 때문에 IMAX가 필수라고 많이 이야기들 하지만, 폭발장면의 길이로 보나 세밀한 장면으로 보나 굳이 IMAX 상영관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본인도 IMAX를 추천하긴 했지만, 이 경우는 (폭파장면 때문이 아니라) 이 영화가 액션보다는 주로 대사들로 이뤄진 '드라마'이므로 등장인물의 표정을 큰 화면으로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감정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는 놀란 감독의 철학 때문이었다. 솔직히 내 경우엔, 너무 큰 화면에 배우들의 얼굴이 뜨면 피부와 모공 때문에 몰입에 더 방해가 되는 듯 하지만.

굳이 (핵폭탄) 폭발장면으로만 본다면, 오펜하이머 역할을 했던 영국배우 킬리언 머피가 출연한 2007년도 Sci-Fi 영화 {선샤인 Sunshine}의 마지막 장면이 더 아름다왔다.  난 이 장면을 영화관 화면은 커녕 랩탑 모니터로 보고도 꽤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근데 .... 연쇄방화범들도 왠지 황홀하게 봤을 것 같은 장면이긴하다.)

참고로, {선샤인}은 과학/기술적 묘사의 오류만 빼면 아주 잘 만든 영화였는데, 중간 부분을 괴기물처럼 만들어 버린  점이 무척 아쉽다.




유대인 오펜하이머 역할을 왜 아이리쉬 배우에게 맡겼는지 논란이 좀 있었는데, 내 생각엔 이 장면에서 신 들린 킬리언 머피의 연기를 보고 "놀란" 놀란 감독이 오펜하이머로 캐스팅 않았을까 싶다.

아니면 말고.


草人 최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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