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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방위의 이름으로 #4: 토이솔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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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Kwangmin Choi, 2001-02-12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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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방위의 이름으로 #4: 토이솔져
1. 1992년 늦여름
예비군 추계훈련이 시작되기 직전, 연병장 보수 (+ 흙길 나라시 작업)와 제초작업에 매진하던 2대대 조교중대 단기사병들에게 언덕 너머에 있던 연대본부의 긴급지시가 타전되었다. 오늘, 사단장과 수도"방위"사령부 (이하 수방사) 사령관이 일선 연대급 부대들로 깜짝순시에 나선다는 것이었다. 기간사병과 단기사병 모두 완전군장하고 연병장에 집합하라는 것이었는데, 비상시가 아니면 완전군장이 지급되지 않은 우리 단기사병은 작업으로 너덜너덜해진 전투화 (18개월간 두짝 지급) 와 찢어진 작업복 (18개월간 두벌 지급) 차림으로 연병장에 집결했다. 앞 줄에 서있는 (대부분 행정병) 기간병들만 완전군장에 소총까지 들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심지어 중령급인 대대장들도 허리에 권총을 찬 완전군장 차림이었다.
점심시간이 되기 직전에 상급부대 지휘관들이 들이닥쳤다. 점심시간이다 보니 사단장은 짧게 훈화를 마치고 대대장들만 남기고 사병들은 해산시켰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수방사령관이 대대장들에게 "권총 분해결합"을 지시한 것이다.
"권총 분해결합"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말 문제는 이 대대장들이 배는 나오고 허리들이 안좋은 중년남성들이 많았던 탓에, 어디선가 구한 비비탄 모조권총을 허리에 차고 있었던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대대장들 가운데 가장 젊고 장래가 촉망되는 육사출신의 대대장이 있었는데 (우리 대대장), 이 양반은 날렵하게 권총을 꺼내 분해결합을 시작했으나, 나머지 대대장들은 육혈포에 손만 대고 어쩔 줄을 몰라하며 다리를 꼬고 있었다. 지금도 꿈에 그 장면이 나오면 자다가도 배꼽 터지게 웃는다.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있었는 지는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그걸 바라보던 우리 중대장(대위)의 일갈 뿐이다.
"야, 우리 오늘 X됐다.".
2. 그 후
방만한 대대장들에 대한 징계조치로서,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부대 연병장에 약 15미터 높이의 헬기레펠장이 조립되었다. 상부의 지령인 즉슨, 매일 아침마다 연대장 이하 모든 부대원이 연병장에 모여서 5번씩 레펠을 뛰고나서 일과를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기가 막혀서. 방위더러 3주특기를 하라고 하지를 않나 (내 경우 소총, 유탄발사기, 박격포), 이젠 헬기레펠까지. 아무튼 대령급의 연대장이 제일 먼저 뛰고, 이어서 대대장, 중대장....순으로 뛰는데 안 뛸 재간이 없었다. 지난번 권총사건의 주인공들이던 대대장들은 이어서 특별 체력육성 훈련까지 받았으니 사병들이 무슨 할 말이 있을까.
헬기레펠 소동은 약 2개월 동안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뛴 사병은 소집해제를 얼마 남기지 않은 다른 대대 소속 상병이었는데, 완벽한 L자 자세로 레펠을 뛴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 자세 그대로 땅에 떨어져서 척추뼈 2개가 나가는 중상을 입고 의가사 처리되었다고 들었다.
그해 여름은 다이내믹했다.
아래는 고등학생 시절 끝자락에 팝송 프로그램에서 종종 흘러나오던 마리카의 {토이솔저}.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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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방위의 이름으로 #4: 토이솔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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