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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통에 넣을 편지가 없다.

- 원재훈

한때 나는 편지에 모든 생을 담았다.
새가 날개를 가지듯
꽃이 향기를 품고 살아가듯
나무가 뿌리를 내리듯
별이 외로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나는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에 내 생의 비밀을 적었다.
아이의 미소를, 여인의 채취를, 여행에 깨우침을,

우체통은 간이역이였다.
삶의 열차가 열정으로 출발한다.
나의 편지를 싣고 가는 작은 역이였다.

그래 그런 날들이 분명 있었다.

낙엽에 놀라 하늘을 본 어느 날이였다.
찬바람 몰려왔다 갑자기 거친 바람에
창문이 열리듯, 낙엽은 하늘을 듬성듬성 비어 놓았다.
그것은 상처였다.

언제부턴가 내 삶의 간이역에는 기차가 오지 않아
종착역이 되었다.
모두들 바삐 서둘러 떠나고 있다.
나의 우체통에는 낙엽만 쌓여 가고
하늘은 상처투성이의 어둠이였다.

밤엔 별들이 애써 하늘의 아픔을 가리고 있었다.
그 아래에서 서성거리는 나의 텅 빈 주머니에는
그대에게 보낼 편지가 없다.

분명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지나가고 있는데
분명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는데
그들의 주소를 알 수가 없다.
그들의 이름을 알 수가 없다.
그들의 마음을 볼 수가 없다.


우체통에 넣을 편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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