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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tist. Husband. Daddy. --- TOLLE. L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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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바하 작품번호 147번: 마음과 입과 행위와 생명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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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Kwangmin Choi, 2003-10-13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바하 작품번호 147번: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


요한 세바스찬 바흐, Wikimedia Commons


바하 작품번호 147번인 교회 칸타타 {마음과 입과 행위와 삶,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은, 내가 전곡을 들어본 바하의 첫 칸타타이자, 내가 중학교 3학년때 사모으기 시작하던 크롬 테이프 가운데 성악곡으로는 바하의 첫 작품이었다. 내 크롬테이프 콜렉션의 첫 성악곡은 영국의 존 알디스 합창단이 녹음한 헨델의 메시아 전집이었다. 이 앨범은 그 당시까지만 해도 여전히 "동독"이었던 라이프찌히 바하 합창단을 지휘하던 지휘자 겸 오르가니스트 칼 리히터가, 뮌헨 바하 합창단/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낸 앨범이었다.



내가 이 칸타타를 처음 접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국민학교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교회 성가대에 섰는데, 변성기 이후 내 목소리는 바리톤-베이스 영역이었다. 당시 지휘자로, 우리 교회 장로님의 아들이면서 서울대 합창단원으로 있던 분이 중등부 성가대의 지휘를 잠깐 맡게 되었다. 자신의 실력을 믿어서였는지, 혹은 우리교회 성가대의 자질을 믿었기 때문인지, 혹은 신의 능력을 믿었기 때문인지, 이 분이 어느날 유명한 {예수, 우리의 기쁨, Jesus bleibet meine Freude}의 악보를 내미는 것이 아닌가. 말로만 듣던 "바하"라는 사람이 작곡한 악보를 받아든 성가대원들은 감격에 젖어서 정말로 열심히 연습을 했다.

이 곡은 가사는 이렇다.


Wohl mir, daß ich Jesum habe,

O wie feste halt ich ihn,
Daß er mir mein Herze labe,
Wenn ich krank und traurig bin.
Jesum hab ich, der mich liebet
Und sich mir zu eigen gibet;
Ach drum laß ich Jesum nicht,
Wenn mir gleich mein Herze bricht.

예수를 믿음은 얼마나 축복인지.
오, 나는 굳게 믿노라:
그가 아픔과 고뇌로부터
내 영혼을 소생시키심을.
나 예수를 믿으니, 그도 나를 사랑하고
또 나를 신뢰하시리라.
아, 그러므로 나는 예수를 떠나지 않으리라
내 심장이 깨어진다해도.

Jesus bleibet meine Freude,
Meines Herzens Trost und Saft,
Jesus wehret allem Leide,
Er ist meines Lebens Kraft,
Meiner Augen Lust und Sonne,
Meiner Seele Schatz und Wonne;
Darum laß ich Jesum nicht
Aus dem Herzen und Gesicht.

모든 축복의 근원이자
내 삶의 중심이며, 또한 나의 소망이신 예수.
모든 슬픔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자이며,
내 삶의 힘이자,
내 눈의 태양이며 또한 기쁨.
내 영혼의 희열이며 또한 보배이나,
나, 내 마음과 눈에서 예수를 떼지 않으리라



문제는 늘 무대에서 발생하는 법.

두 주가 지나, 중등부 주일 예배의 성가대 순서가 되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쭐거리며 악보를 펴들었고, (전기)오르간은 반주를 시작했다. 이 {예수, 우리의 기쁨}는 반주와 합창이 서로 번갈아가면서 위의 가사를 노래하게 되어있다. 사실 곡 자체는 전혀 어렵지 않은 아주 단순한 코랄이지만, 반주와 합창이 교체되는 지점이 약간 애매하게 되어있어서, 지휘자의 신호를 한번 놓치면 겉잡을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 역시나 우리는 바로 그 함정에 빠져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반주와 합창이 약간 어긋나더니, 이어서 합창의 네개 성부의 조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그 정도에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성가대원 중 한 명이 갑자기 키득거리면서 웃기 시작했고, 지휘자는 당황하여 얼굴이 시뻘겋게 되었고, 역시 당황하면서도 코믹스런 상황에 어쩔 줄 모르던 사춘기 성가대원들은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요한 세바스찬 바하 첫 데뷔무대는 이렇게 참담하게 끝이났다.

마음/Herz과 입/Mund과 행위/Tat가 따로 놀았다고나 할까?

노래가 끝났을때 성가대, 목사님, 회중들 모두는 이 상황을 접수하지 못하고 몇 초간 침묵으로 자신들이 경험한 낭패감을 표출했다. 그날 예배가 끝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지휘자에게 혼이 났으리라. 몇 주 후 지휘자는 성가대를 떠났다. 뚜렷이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예배 후에 음반가게로 달려가서 이 칸타타의 크롬테이프를 샀던 기억 뿐이다. 나의 작은 워크맨 속에 이 노란 도이치 크라모폰의 크롬 테이프를 밀어넣고 재생버튼을 눌렀을때, 숨죽이고 곡을 기다리던 내 귀에 들어온 노래는 그런데 {예수, 우리의 기쁨}이 아니라, 청명한 바로크 트럼펫의 전주로 시작되는 코랄 {마음과 입과 행위와 생명으로,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이었다.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
Muß von Christo Zeugnis geben
Ohne Furcht und Heuchelei,
Daß er Gott und Heiland sei.

마음과 입과 행위와 삶으로
그리스도에 대한 증언을 바쳐야 하리라.
당당하고 또 거짓없이,
그가 우리의 하나님이자 또한 구원자임을.

내 어린 귀에 이 힘찬 코랄의 전주는 정말 충격이었다. 이와 비슷한 감동을 헨델의 {메시아}의 베이스 아리아인 {The Trumpet Shall Sound}에서도 받았다. 바로크 합창의 매력은, 바로 이 두 곡에서처럼, 악기와 합창이 대등하게 대위법적으로 서로 치고받는데 있다. 아마도 이 두 곡은 내가 바로크 합창곡에 푹 빠지게 된 동기를 제공했던 듯 하다. 이 20년이 지난 크롬테이프를 나는 지금도 내 서랍 속에 잘 간직하고 있고, 기분이 우울해지거나 힘이 빠질 때마다 이 테이프를 꺼내서 그 첫 곡을 재생하며 에너지를 충전한다.

몇 주전, 이 동네의 내가 다니는 루터교회에서 예배시간에 이 곡을 연주했다. 그 얼마나 반갑던지.

분더발 (Wunderbar) !!

헨델, {The trumpet shall sound}

草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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