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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tist. Husband. Daddy. --- TOLLE. L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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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민] 미팅, 커피, 칸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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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최광민 (Kwangmin Choi). 2005-10-08
전문복사, 문맥을 무시한 임의적 발췌/수정, 배포를 금합니다.

제목

[© 최광민] 미팅, 커피, 칸타타

순서

  1. 커피
  2. 칸타타

바하, {커피 칸타타} 친필서명 악보

1. 커피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내가 커피를 "즐겨" 마시게 된 것은 순전히 경제적 동기였다. 

학부시절 미팅이나 소개팅을 나가면 당시에는 주로 값비싼 파르페를 시키는게 유행이었는데, 파르페는 사실 내겐 너무 비싸고 일단 시키더라도 너무 빨리 먹게 되는 단점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근검절약의 화신인 나는 그래서 늘 커피를 시켰는데, 이유는 단 두가지. 카페에 있는 음료 가운데 커피가 제일 쌌고, 게다가 리필이 되기 때문이었다. (리필은 당시 한국에서는 신개념 서비스였다.) 소개팅 나가면 그래서 커피만 한 댓 잔을 마셔댔는데 사실 나는 자정이 넘어서 커피를 먹어도 아무 문제없이 잠들 수 있을 정도로 카페인의 영향도 그리 받지 않으니 금상첨화.

어느덧 커피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게 있어 일종의 습관성 약물이 되었다. 그래서 출근하자마자 커피를 한 잔 걸치고, 점심을 먹고 또 한 잔, 그리고 집에와서 또 한 잔을 마신다. 짠돌인 내가 리필도 안되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셔댄다는 것은 커피의 중독성이 얼마나 심각한가의 방증이 된다!! 물론 늘 제일 싼 "그냥" 커피만 마셔대지만 말이지.

난 스타벅스의 은인은 20-30대 여성들이라고 생각한다. 카페에 가보면 하루종일 앉아서 잡지보고, 수다떨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게다가 그 시끄러운데서 공부까지 한다!) 것은 온통 여인네들 뿐이다. 이 현상은 한국이 미국보다 더 현저한 듯. 그렇다고 이 처자들이 나처럼 레귤러를 마시는 것도 아니고 이름도 요상한 럭셔리 커피들을 즐기니 스타벅스에 바치는 씀씀이는 얼마나 엄청날 것인가!


2. 커피칸타타




18세기 유럽. 상류사회에서만 즐기던 커피가 중산층까지 파고들어왔다. 물론 아주 고가의 기호식품으로서.

커피의 중독성이 얼마나 강했으면 독일사회에서는 혼기를 맞은 처녀들이 커피를 사마시려고 지참금을 몰래 꺼내쓰는 바람에 파혼을 맞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스타벅스는 한국여성들의 혼기를 놓치게 만들려고 의도된 사악한 악마의 기획일까?

바하의 세속칸타타 가운데 원제가 [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 (Kaffeekantate) / 가만히 입다물고,말하지 말아요]인 소위 커피칸타타 (BWV211) 는 바로 웃지못할 당대의 풍속을 재밌게 묘사한 작품이다.

내용은 매우 단순 :

과년한 딸이 시집갈 생각은 안하고 커피나 홀짝거리는 걸 본 아버지 슐렌드리안씨. 분통을 터뜨리면서 딸 리즈겐에게 당장 커피를 끊으라고 닥달한다. 그랬더니 딸 하는 소리. 

Herr Vater, seid doch nicht so scharf!  
Wenn ich des Tages nicht dreimal Mein Schälchen Coffee trinken darf, 
So werd ich ja zu meiner Qual Wie ein verdorrtes Ziegenbrätchen.

울 아빤 참 엄하기도 하지!  

작은 컵으로 매일 커피 세잔 못마시면  
나는 우울증 걸려통구이 염소처럼 말라버릴거에요!

그러면서 확인사살이라도 하려는 듯, 아버지를 통구이 염소처럼 말려버릴 명랑한 아리아를 불러대기 시작한다. 가히 점입가경.

 Ei! wie schmeckt der Coffee süße, 
 Lieblicher als tausend Küsse, 
 Milder als Muskatenwein. 
 Coffee, Coffee muß ich haben, Und wenn jemand mich will laben, Ach, so schenkt mir Coffee ein!

아, 커피는 얼마나 달콤한가!  

천 번의 키스보다 더 달콤하고,  
무스캇 백포도주보다 부드러워. 
 커피, 커피, 난 마셔야만 해. 날 대접하려면 내 커피잔을 채우라구!

돌아버리신 아버지 슐렌드리안씨. 이번에는 커피를 안 끊으면 결혼식 피로연은 없다고 협박하자, 리즈겐은 그러시든지 말든지 커피는 마셔야겠다며 오히려 아버지를 협박한다. 이것 참 적반하장. 그리고서 한단 소리가 커피를 맘대로 먹지못하게 하는 그런 구혼자는 발로 차버리겠단다.

이윽고 이어지는 합창. 슐렌드리안씨의 패배와 리즈겐의 승리를 명랑하게 선언한다.

Die Katze läßt das Mausen nicht, 
Die Jungfern bleiben Coffeeschwestern. 
Die Mutter liebt den Coffeebrauch, 
Die Großmama trank solchen auch, 
 Wer will nun auf die Töchter lästern!

고양이가 쥐를 쫓는 버릇을 멈추지 못하듯, 
처자들은 커피에 푹 빠져있고 ,  
엄마는 커피중독에,  
할머니마저 커피를 들이키니,  
도대체 누가 딸들을 탓한단 말인가!!

인륜도 저버리게 만드는 저 습관성 약물의 무시무시함.




草人


p.s. 커피에서 정 때기 제일 좋은 방법은 아랍 방식으로 커피를 마시는 것. 거의 날 커피콩을 쓰기 때문에...그 맛은 달콤하고 구수하기는 커녕 제일 쓴 약재넣어서 달인 한약 탕약을 마시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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